6월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 1백70여개국의 대표들이 모여 하나뿐인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2천년대 행동 강령을 선언하다. 그러나 회의장 단상 뒤에서는 '지구환경'을 간판으로 내건 신국제경제질서 창출 과정을 자국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려는 각국의 암투가 치열하다.
'몬트리올의 교훈을 잊지말자' 자못 비장감 넘치는 이 짧은 경구가 외무부 일각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얼핏 듣기에는 운동선수나 군인들의 정신훈련용 구호같은 문장이지만 지난 90년 이후 '마른 하늘에 날벼락' 격으로 지구환경보호라는 새 외교장벽에 맞닥뜨려 본 외교 실무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다. 머지않아 이 경구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생하게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여름부터 돈은 있어도 물건이 없어 자동차에 에어컨을 달 수 없다거나 냉장고를 사지 못한다면 '지구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 프레온가스(CFCs)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국제협약의 문구 하나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뼈아프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우 선언, 향후 환경협약의 모법 구실
'지구환경'이라는 말이 출현한 것은 70년대 초 지난 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UN인간환경회의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생각해야한다는 사고가 현실화된 최초의 역사적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의 회의에서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고 지속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상설기구로 UNEP(유엔환경계획)를 탄생시켰다. 특히 스톡홀름 회의는 '어느 나라나 자국을 개발할 권리는 있지만 그것이 타 국가에 환경피해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국제환경법의 뼈대를 세웠다.
스톡홀름에서의 환경선언이 있은 지 꼭 20년만인 올해 6월(6.3~14)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또다시 전세계차원의 지구환경 문제를 협의하는 UNCED(유엔환경개발회의)가 개최된다. 그러나 이번의 회의는 결코 의례적인 기념의 의미가 아니다. 2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선진국과 개도국이 지구환경에 대해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표명하며 각자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것이다.
하나뿐인 행성 지구를 살리자는 것이 회의의 궁극의 목적이기는 하나 그 보존과 복원에 드는 비용이나 책임만큼은 조금이라도 적게 지려는 것이 각국의 속셈이기 때문이다.
지구환경이라는 말은 배부른 선진국의 고상한 시민의식 정도로 여겨오다 몬트리올 의정서라는 호된 곤욕을 치르면서야 비로소 뒤늦은 대응을 시작한 우리로서는 아직 정부 해당 부처안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장기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UNCED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원식 국무총리가 정부대표로 나서고 민간환경운동단체들도 'UNCED 한국위원회'를 구성해 학계와 지역환경운동가 재계를 포괄한 대규모 대표단을 NGO(비정부조직)에 파견해 포럼 등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메인 이벤트는 역시 지구헌장 채택과 그 구체적인 실천강령격인 의제(Agenda) 21의 채택. 각각의 명문규정이 향후 국제환경협약의 모법 구실을 하게 될 전망이라 문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다. 이미 네차례의 준비회의(PRECOM,pre committee)에서 대부분의 내용이 확정됐지만 재정조달과 집행방법의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토의거리로 남아있어 회의결과가 주목된다.
더워지는 지구, 파괴되는 생태계
70년대 이래 지구환경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오존층 보존과 지구기후변화방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다. 실제로 이 두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와 온실효과를 초래해 지구기온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 등은 뭉뚱그려 온실가스로 불린다.
오존층 파괴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74년, 당시까지 인체에 무해한 기적의 물질로 인식돼 있던 CFCs가 성층권에서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발표된 것이 계기. 오존층이 파괴되면 지구대기의 안정상태가 깨져 기후패턴이 변하고 또 지구로 쏟아지는 자외선의 양이 많아져 피부암 발생이 늘어나는 등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까지 준다. 84년 남극상공에서 오존층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발견됨으로써 이 문제의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고 이 발견은 이후 비엔나조약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이라는 일련의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 동인이 됐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73년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세계기상기구(WMO)가 중심이 된 '세계기후계획'이 입안됐다.
이 회의는 기후변동에 관한 연구와 자료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계기가 됐고 그 결과는 1985년 오스트리아의 필라하에서 열린 "CO₂및 지구온실가스가 기상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과학적 평가에 관한 회의'로 1차 정리됐다.
사실 지구온난화가 우려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50년대부터. 1958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두 과학자인 레벨과 수에스는 예전의 과학적 전제, 즉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받아들인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연이은 연례조사를 통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해마다 가속화되면서 많아져 산업혁명 이후 1백40년 동안의 증가가 그 이전 14만년 동안의 증가분과 맞먹는다는 통계치가 나오게 된다.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게 되면 지표면에서 방출돼야 할 복사에너지가 그대로 갇히게 돼 결국은 더운 지구가 출현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1백년전보다 0.6℃ 높아졌다는 것이 국제적인 환경연구단체인 월드 워치(World Watch)의 1990년 보고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25% 아산화질소는 19% 그리고 메탄은 1백% 증가함으로써 생겨난 현상이다. 지금까지의 추이대로라면 2025년에는 현재 기온보다 지구전체의 평균기온이 1℃ 이상 상승하게 된다. 이는 먼저 해수면의 변화를 가져와 많은 나라들이 국토의 전부나 일부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다.
지구환경의 변화는 거기에 깃들여 살고있는 생물종 전체의 변화도 몰고온다. 서울 시립대 이경재 교수(생태학)는 "1℃ 정도의 온도가 상승하면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전체종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생물들이 개체 수 감소를 경험하게 되며 식물종은 약 7백 종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지구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가 전 세계차원에서 결집되고 위기상황들에 대한 정보가 속속 보강되면서 이에대한 국가적인 대응의 필요 또한 보다 강력히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마침내 89년 UN총회에서 전세계적인 환경문제 해결책을 마련하는 자리를 92년 6월 리우에서 갖는 것으로 결의됐고 그 준비작업으로 4차례의 준비회의 즉 프레콤이 열리게 된 것이다.
개도국 '개발 권리' 목청 드높여
준비회의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의견 차이는 뭐니뭐니해도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이해갈등. 예컨대 지구전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열대우림의 벌목을 막아야한다고 선진국이 목청을 높이면 브라질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당사국은 나무를 팔지않고 어떻게 당신네 선진국에 진 빛(외채)을 갚을 수 있느냐고 맞선다. 또 선진국과 개도국으로만 진용이 나뉘는 것은 아니어서 같은 선진국 중에도 이산화탄소배출량 삭감에 미온적인 미국은 EC나 노르딕(스웨덴등 지구환경문제 해결의지가 높은 북유럽국가)의 비난을 사는가 하면 개도국 중에도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 섬나라국가연합(AOSIS)은 가장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사안마다 자국 이익 최우선의 원리에 따라 주장이 엇갈리지만 크게 보아 개도국은 산업혁명 이후 2백년간 지구를 오염시켜온 선진국들이 '역사적 책임'(historical responsibility)을 져야하며 지구보호라는 미명아래 개발도상국의 발전계획을 막는 일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지구환경보존에 동의하는 대신 발전에 상응할 만한 재정지원이나 기술이전을 해달라는 요구다.
이번 리우회의에서도 자금부문이 가장 큰 걸림돌로 개도국들은 지금까지의 정부개발원조(ODA)나 세계은행이 선진국 의사에 맞게 집행해온 지구환경기금(GEF)을 지금보다 늘릴 것은 물론이고 그 집행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겠다고 주장해 선진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마지막 준비회의인 제4차 뉴욕회의로 참가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연간 국민 1인당 소득 6천달러라는 고삐에 묶여 개도국과 선진국 양쪽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는 고달픈 처지에 놓여있다.
뉴욕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주력한 목표는 바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개도국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하더라도 지구환경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역사적 책임이 없는 개도국과 같다는 것을 밝혀 책임분담의 몫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라고 실무책임자였던 외무부 환경과학국의 정내권 과장은 설명한다. 얼핏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책이기보다는 경제적 부담에 대한 자기방어책이라 여겨지는 이러한 정부 입장이 등장한 이유는 애당초 우리가 지구환경문제를 접하게 된 근거 자체가 환경에 대한 우려보다는 무역제재 경고등 타국의 압력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대표사례가 몬트리올 쇼크. 87년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모인 서방 선진국가들은 프레온 가스의 생산량을 '86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는 한편 98년까지는 생산량을 50%로 감축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정서를 채택한다. 그러나 이 협약만으로는 급증하는 프레온 가스 사용량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90년 6월 런던에서는 다시 1백여개국의 환경관계 각료들이 모여 '95년까지는 50% 97년까지는 85% 2000년까지는 전량을 줄이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사실 선진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이미 그 이전 20여년간의 감축 및 대체물질개발에 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재 대체물질은 미국의 듀폰 영국의 ICI 일본의 아사히유리 등 선진공업국의 기업들이 개발, 사적재산으로 보유하여 엄청난 로열티를 매기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의 변화가 이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진 각국이 프레온가스를 규제하자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벌여나가던 바로 그 시점에 프레온가스의 국내생산을 시작했다. 선진국이 동결 기준시점으로 잡은 86년에 우리는 국내기술로 프레온가스 생산을 시작하고는 개도국 최초의 프레온가스 생산이라며 자못 감격하기조차 했던 것이다. 국내생산의 결과 이 해부터 프레온 가스 소비가 늘어나 개도국 기준인 1인당 연간 소비량 0.3kg을 넘어버려 우리나라는 원하지도 않은 선진국 노릇까지 떠맡게 됐다.
런던회의에서는 프레온 가스에 대한 각 나라의 처지를 선진국과 특례조항이 해당되는 선진국 그리고 개발도상국 조항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이 중 선진국 특례조항은 87년 이후 착공해서 90년 말까지 공장을 세운 경우는 국민 1인당 연간 0.5kg의 소비량을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것.
우리나라는 이 조항에라도 기대어 의정서에서 규정한 무역규제의 압력을 완화해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91년에 이미 국민 1인당 CFCs 연간 사용량이 0.8kg에 이르러 올해부터 이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92년 예상수요량의 57% 밖에는 쓰지 못한다. 당장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던 1천5백여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돼 올해만해도 그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레온 가스를 생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오존층 보호기금으로 일정부분을 내야하는 이중고까지 짊어지게 됐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선진국 개도국 사이의 박쥐 신세
몬트리올 의정서가 환경협약상 갖는 중요한 의미는 최초로 무역규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직접적인 경제조치가 아니라 환경보호가 무역장벽으로 등장한다는 명백한 신호탄이 된 셈이다. 미국의 상원의원인 막스 바우커스가 우루과이 라운드에 맞먹는 그린 라운드(Green Round)를 미국 주도로 시작하자는 제안을 한 것도 같은 맥락.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르면 프레온가스 자체는 물론 이를 이용해서 생산되는 냉장고 에어컨 반도체 등의 수입까지도 규제대상이 된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등 수출중심의 우리 산업구조로는 몬트리올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었음에도 우리나라는 겨우 90년 런던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것으로 대응을 시작해 91년 2월에 마침내 가입을 신청했다. 사실 환경 무역장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몬트리올만이 아니다. 90년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대기정화법(Clean Ait Act)은 자국의 자동차 뿐만이 아니라 수입되는 자동차에도 엄격한 대기가스 배출기준을 적용하며 오존세를 매기고 있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진작부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는 모두 UR(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어 GR이 우리 경제계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 분명한 예.
몬트리올의 경험은 우리에게 또 하나 중요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뒤늦게 프레온가스를 생산한 우리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못해 이미 지난 70여년간 이 물질을 써서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이제는 그 대체물을 생산해 또다른 장사를 시작한 선진국과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우리의 능력이 과대평가돼 그만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잖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정부가 환경문제와는 별개로 95년 이후에는 OECD에 가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환경부담은 필연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방지협약의 경우 OEED 등의 선진국은 GNP의 0.7%를 후진국의 개발기금으로 내놓아야 하므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외무부 관계자는 OECD에 가입할 경우라도 자국의 동의가 없으면 선진국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조건을 방비책으로 달아 놓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는 해도 우리나라 환경처 예산이 GNP 0.7%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부담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환경외교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환경기술이전의 문제. CFCs대체물질의 경우 독점적인 권리를 가진 선진 몇개국의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원래 프레온 가스의 7배에 가까운 고가로 대체물질을 판매하고 있어 차제에 다른 환경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진국에 종속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가장 크게 대두된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현재 기술이전에 대한 요구를 우리만큼 강력하게 제기하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다. 즉 여타 개발도상국의 경우 당장 선진국에서 기술을 이전해 와봐야 자국에서 실현할 수 없을 뿐더러 재정지원을 통한 빈곤퇴치 등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지적소유권을 근거로 환경기술을 넘겨줄 수 없다는 선진국에 맞서 지구환경이 독점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볼모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GATT조항을 들어 강제구매나 강제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그결과 제4차 프레콤회의에서는 미국 등으로부터 공공부문의 기술은 이전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냈지만 아직 어떤 기술을 어떠한 경로를 통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가 없는 상태다.
발전의 새로운 모델 만들어야
지구환경이라는 거대한 맥락의 파고를 뒤늦게 알아차렸고 선진국일 수도 개도국일 수도 없는 입장때문에 여전히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면 첩첩산중으로 가로놓인 국제협약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문제의 핵심은 외교적인 수완으로 경제압박을 용케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차제에 환경을 경제적 비용의 일부로 생각하는 새로운 체제로 우리의 산업구조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지구환경보호를 세계 경제질서개편의 축으로 간주하는 국제적 흐름은 단발성 쇼크가 아니라 앞으로 일관되게 추진될 전략이므로 이를 받아들여 산업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중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동결 및 삭감문제. 1960년 이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유화학공업의 발달, 석탄연료 사용량의 증가로 그 양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표1).
게다가 이용효율은 여타의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실정이다(표2). 이렇게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아무런 보완조치없이 기후변화방지협약에 떠밀려서 가입할 경우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환경 전문가들이 이제는 수출중심의 발전형 모델 대신 과감히'저개발의 모델'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리우선언의 골자를 이루는 정신,즉 '환경이 견뎌낼 수 있는 개발'(ESSD ,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모델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지 않는한 당분간은 위기 상황이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결국 더 큰 파국을 볼 수밖에 없으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제시되는 것이다.
지구환경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우리도 지구환경문제에서는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열대우림보호가 먼 얘기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종이등 목재품의 원료 85%가 수입원목이며 이중 42%는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열대우림에서 가져오고 있다. 목재수입량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서 열대우림문제의 책임을 피할수 없다"는게 이경재 교수의 설명. 실제로UNCED를 앞두고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던 개도국환경회담에는 우리 정부도 환경문제에 역사적 책임이 없는 개발도상국임을 주장, 함께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대우림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못했다.
비단 정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민간환경운동단체에게도 지구환경문제의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갈지는 이제부터 고민해야할 과제로 던져져 있다. 일례로 최근 우리 정부가 시베리아의 타이거보호구역으로부터 목재를 수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월드워치가 국내 민간 환경운동단체에 활동비를 보조할테니 정부를 감시해 달라는 제안을 해왔지만 '국익'과 '환경보호'라는 양자간의 갈등때문에 어떤 환경단체도 선뜻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야 물오염, 핵발전소, 골프장 건설반대운동 등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 눈뜨기 시작한 우리 여건으로는 열대우림에서 벌목한 목재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독일이나 유자망 어업의 방식으로 참치가 잡혔다는 이유로 전면 수입금지령을 내리는 미국의 환경의식이 아직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뒤늦은 출발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장 닥쳐오는 무역규제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지구환경문제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간은 그의 환경의 창조자인 동시에 피조물'이라는 스톡홈름 선언의 전문이 의미하는 대로 지구환경문제는 생태계의 일부분일 뿐인 인류가, 자기중심 개발로 망쳐온 지구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직면하기 전에 되살려 보자는 마지막 시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사이에 파멸은 공동의 것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기 때문이다. 개발을 위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왔던 우리의 테도도 지구환경보호를 위해서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나 UNCED를 계기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선언은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우리도 나름의 몫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현실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