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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공장 정전 X파일

배전반 또는 UPS가 사고의 원인


반도체공장


단 4시간의 정전. 생산라인 정상화까지 무려 22시간. 피해액 최소 400억원. 지난 8월 3일 경기도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정전 사태에 대한 결과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어떻게 반도체 공장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냐”며 놀랐다. 가정과 달리 공장은 정전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정전을 막는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정전이 되면 작업장의 먼지를 제거하는 공조시스템이 멈춰 반도체 웨이퍼가 미세먼지에 오염된다. 또 각 공정마다 입력시킨 작업시간이나 반도체의 회로도에 대한 자료도 지워질 수 있다. 자료가 지워지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정마다 일일이 자료를 새로 입력해야 한다.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한정이란 뜻이다. ‘1등 기업’ 삼성전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삼성전자 기흥공장 정전 X파일’을 열어봤다.

1 한국전력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나?

지역의 변전소가 공장에 전기를 공급한다. 변전소에 사고가 나면 전력 공급이 끊길 수 있다. 그래서 공장 전체로 들어오는 전력공급원(이하 전원)을‘본전원’과‘예비전원’으로 구성한다. 예를 들면 평상시에는 A변전소를 본전원으로 사용하다 전력공급이 끊기면 예비전원인 B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한국전력은 변전소를 그물망처럼 유지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으로 모든 변전소가 고장나지 않는 한 전원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2 고압 전력을 다루는 1차 변압기가 고장났나?

전원에서 바로 들어오는 전기는 전압이 2만2900V로 높기 때문에 1차 변압기에서 전압을 6600V로 낮춘다. 고압 전력을 다루는 1차 변압기가 고장나면 정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1차 변압기도 2대를 운용한다. 주변압기가 고장나면 예비변압기가 가동된다. 자동절체스위치(ATS)는 주전원이나 주변압기에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예비 설비의 전원에 자동으로 연결한다. 변압기 2대가 모두 고장나면 일시적으로 정전이 될 수 있다.

3 비상용 자가발전기는 작동했나?

정전을 대비해 공장의 변전실에는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있다. 발전기가 가동돼 전력을 공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10분. 발전기는 대개 경유를 태워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디젤발전기다. 발전기가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 두 대 이상 운용한다. 비상용 자가발전기는 전체 전력의 70% 정도만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로는 반도체 공장 전체를 가동할 수 없어 일부 장비와 스프링클러, 비상구 같은 소방 시설에 공급한다.

4 배전반의 문제일까?

배전반은 전기를 전등, 사무기구, 소방시설, 공장설비로 분배한다. 각 설비에 맞게 전압을 380~220V 또는 208~102V로 낮춘다. 소방시설과 공장 설비에 우선 전기를 공급한다. 배전반이 고장나면 1차 변압기나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정상 가동해도 정전이 될 수 있다.

5 UPS가 방전됐나?

공장 설비로 들어가는 전기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거친다. UPS는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로 대개 축전지를 사용한다. 전기를 받아 축전지에 충전한 뒤 공장에 공급할 때는 축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내보낸다. 강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저장했다가 흘려보내는 댐처럼 말이다. UPS는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가동되는데 걸리는 10분을 버티기 위한 장치다. UPS가 정전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정도. UPS에 이상이 생기면 반도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

6 마지막 보루, 소형 UPS가 문제였나?

컴퓨터를 사용하다 갑자기 정전이 되면 작업하던 내용이 지워지듯 반도체 공장의 장비도 정전이 되면 자료가 지워질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장비에는 소형 UPS를 설치해 자료를 보조기억장치로 옮기는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용량이 작아 설비를 가동시키지는 못한다. 소형 UPS가 없었다면 삼성전자가 모든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시키는 데는 적어도 일주일이 걸렸을 것이다.

정전 대응 시스템 6단계

반도체 공장은 두 개 이상의 전력 공급원에서 전기를 받는다. 1차로 전압을 낮춰주는 변압기도 두 개 이상 운용한다. 배전반에서는 공장설비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0.01초라도 전기 공급이 끊기지 않게 UPS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한다. 정전이 되면 즉시 비상용 자가발전기가 가동한다. 소형 설비에도 UPS를 장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이 정전된 시간은 무려 4시간이다. 비상용 자가발전기를 가동했지만 공장 설비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정전의 문제는 2가지로 압축된다. 1차변압기나 비상용 자가발전기에서 들어온 전기를 배분하는 배전반의 문제이거나 전기를 저장했다 공장 설비로 보내는 UPS가 고장났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도움

    장세동 책임연구원
  • 도움

    김현철 책임연구원
  • 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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