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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방에서 「비디오 도서관」 영화 빌려봐

가전기기의 컴퓨터화

가전분야에서 멀티미디어란 오디오 비디오 컴퓨터 통신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즉 가전기기를 모두 컴퓨터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전(家電)에서 멀티미디어의 방향은 일본전기(NEC)에서 주창하는 AVCC(Audio Video Computer Communication) 즉 '오디오 비디오 컴퓨터 통신의 통합' 한마디로 특징지울 수 있다.

가전기기에 컴퓨터와 통신의 기능을 융합시켜 시간적 지역적인 거리감을 줄여나가며, 가전기기와 사용자간에 대화(언어를 통한 대화라기 보다 좀더 다양한 선택권이라는 표현이 적합함)를 가능케함으로써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가전기기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TV를 보면, 오디오나 비디오는 물론이고 문자나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등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 시청자에게 내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방송국의 제작자들이 장시간 촬영 편집 제작을 통하여 필름에 담아두었다가 정해진 시간에 채널에 실어 시청자(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용자의 채널 선택권만 있을 뿐이며 일단 선택된 채널에서는 일방적인 시청만 있을뿐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에 개입하여 결과를 바꾸어 나갈 아무 여지가 없다. 모든 가전기기가 이렇게 피동적인 시청 청취 감상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가전의 멀티미디어화는 이런 소비자의 피동적인면을 벗어나 대화기능과 통신기능 더 나아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시스템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렇게 가전기기가 대화적 특성과 통신 기능을 갖게 되려면 그 처리 대상인 오디오나 비디오 자체가 종래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가전업체의 입장에서는 멀티미디어화란 쉽게 말하면 '가전기기의 컴퓨터화'다.

이것을 컴퓨터 측면에서 말하면 오디오 비디오의 처리를 컴퓨터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시스템의 설계와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 가정내에서 어린이나 노인까지 포함하는 사용자인가, 아니면 사무실의 전문사무원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그 전제가 달라지므로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설계 구성이 달라진다.

 

소니-필립스의 CD-I

가정의 가전기기를 전제로 개발된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을 예로 들어 보면, 소니와 필립스가 개발한 CD-I(Compact Dlsc-Interactive)와 코모도의 CD TV(Compact Disc Television)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CD롬을 사용한 고용량의 기억장치 내에 내용(title)을 담고, 이 CD롬을 구동시킬 수 있는 장치와 소비자가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 인터페이스를 가정에 보급되어 있는 TV에 연결하여 소비자가 그 내용을 즐기도록 한다.

CD-I는 물론 가전기기로서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게임기 정도의 인터페이스만 갖고 있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컴퓨터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CD-DA(Compact Disc-Digital Audio) 디코더를 포함하고 있는 CD 디스크드라이브, 섹터 디코더가 있는 CD 콘트롤유닛이 있고, 컴퓨터의 마더보더(mother board)에 해당하는 시스템보드가 내장돼 있다. 시스템보드 속에는 모토롤러 68000 계열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램(RAM), CD-RTOS 소프트웨어를 담고있는 롬(ROM), 비휘발성 램, 비디오와 오디오 처리를 위한 VLSI(초대규모집적회로) 주문형 반도체, 연결 로직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사용자인터페이스장치와 RGB모니터, TV를 연결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전원공급장치 등이 CD-I에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멀티미디어 가전기기에는 재래의 가전기능과 컴퓨터의 기능적 요소가 융합되어 있다. 아직 시판되고 있지는 않으나 국내에도 삼성이나 금성에서 이미 CD-I를 개발중이거나 완료하여 양산 단계에 있다.

앨범에 보관하던 사진을 CD롬에 저장하여 필요할 때 TV를 통하여 사진을 감상하는 코닥의 포토-CD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나 동물도감 또는 영한사전 등을 CD에 담아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디스크 한장만 넣으면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소니의 '데이터 디스크맨'(Data Discman)도 CD를 주요 매체로 하는 가전 멀티미디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백과사전이나 동물도감을 CD에 담아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검색 할 수 있는 소니시의 「데이터디스크맨」


HDTV와 PC통신을 거쳐

그러나 아직은 가전분야에서 멀티미디어시대가 성숙했다고 말하기에는 사회적 기술적 여건으로 미루어 이르다고 본다.

90년대 전반기에는 AV(Audio Video)기기, 컴퓨터 그리고 통신분야가 개별적으로 발전하여 갈 것이다. 가정용 AV기기는 TV를 중심으로해서 VCR과 비디오디스크가 융합되어 고화질화(디지털화를 포함)되어갈 것으로 본다. LCD 같은 액정화면을 사용한 평판 디스플레이 장치를 채용하게 되어, 40인치 정도의 대형 화면이 인기를 끌 것이다. 또 횡장(옆으로 길어진) 모니터로 영화 화면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즉 HDTV(고선명TV, High Definition TV)와 디지털VCR(DVCR)의 개발과 대형 모니터 기술의 발전, 그리고 산업표준의 제정에 따라 1995년 이후에는 가정에서 디지털 AV시스템을 구비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가격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일반 사용자에게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게임용 기기와 PC가 가정에 보급되어 컴퓨터가 가정의 사용자에게 친숙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이 전화선과 모뎀을 이용한 통신을 시작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쌍방향 정보통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전부터 PC통신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통신인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정에서는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는 일보다 주식의 정보를 알아보고 한걸음 더 나아가 홈뱅킹(가정에서 은행의 잔고를 알아보거나 결재하는 일) 또는 홈쇼핑 등의 서비스를 받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INS(종합정보망)을 설치하여 서비스 중에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통신에서 ISDN 시범망을 구축 실험중에 있다. 95년경에는 일반인에게 ISDN이 보급되어 음성과 데이터 그리고 정지화상 등의 데이터통신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이후에 1백50~6백메가 bps(bit per second, 현재 흔히 쓰이는 2천4백bps 전송속도의 1백배 이상)의 광대역 ISDN이 구축되고 디지털 동화상의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 각 가정에 멀티미디어 단말기가 보급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정용 AV기기의 디지털화와 가정에서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고 광역디지털 통신망 구축이 시기적으로 부합되어 진정한 멀티미디어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미디어 단말기가 가정에 보급되면, 사람과 사람간의 통신 형태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마치 옆에서 대면하는 것처럼 현장감 있게 통화하거나 비디오 가게에 테이프를 빌리러 가지 않고도 비디오 도서관(video library)에 통신으로 연결해 원하는 영화를 보고 대여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업무 오락 교육 금융 쇼핑 안전분야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앨빈 토플러는 80년대초에 이미 이러한 현상을 '제3의 물결'이란 책에서 언급하였다. 그가 언급한 내용들이 현실로서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 수상기로 집에서 만든 슬라이드를 본다.


재택근무 실험중

일본의 비싼 땅값과 극심한 교통 혼잡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로 형태를 만들어 줬다. 교외에 사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교통지옥에 시달리지 않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게 하자는 발상이다. 스미토모 은행이 중심이 되어 조직된 채택근무연구회는 사이다마현 시키시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한 재택근무 실험을 하였다.

오락분야에서 보면 특히 게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정에 멀티미디어화가 이루어지면 HDTV 대형화면으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게 된다. 미디(MlDl)장치와 저작도구(Authoring tool) 그리고 각종 AV기기가 연결된 홈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교통과 여행정보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까지 만끽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은 현재에도 CD-I나 CD롬을 이용하여 지리공부나 어학공부 등의 컴퓨터이용교육(CAI, Computer Alded Instruction)을 하거나 박물관 전시품 또는 미술품의 관람에 활용되기도 한다. 멀티미디어는 또 부동산 매매를 할 때 주변경관과 함께 매물을 비디오로 보고 판단하거나 집에서 물건을 사는 데도 활용된다. 멀티미디어는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소비자의 성급한 기대에 비해서 기술개발 속도가 늦고, 일반에게 보급되기에는 가격이 비싼 점이 있어 TV만큼 보편화 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우선 오디오와 같은 일부의 기능을 컴퓨터에 활용한 것이나 CD-I 등을 우선 접함으로써 멀티미디어의 가치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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