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내리면 신나는 미국의 발명가 로버트 컨스는21개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발명가 로버트 컨스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전세계적인 두 자동차회사(포드 크라이슬러)와의 지리한 법정싸움에서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는 1963년에 자동차 앞유리의 진동와이퍼를 발명한 사람인데 최근까지 자신이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포드사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업체가 그의 발명을 '강탈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9년이 흐른 금년 3월 마침내 미국법정은 컨스의 권리를 인정했다. 그의 특허를 확인해준 것이다. 따라서 포드와 크라이슬러사는 그동안 밀린 엄청난 특허료를 컨스에게 지불해야만 한다.
컨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의 19개 자동차회사에 똑같은 내용의 제소를 신청해놓고 있다. 독일의 벤츠사나 프랑스의 르노사 등도 발목이 잡혀 있는데 주변여건은 컨스에게 매우 유리한 상태다.
물론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별 저항없이 컨스에게 무릎을 꿇었을 리는 없다. 규모가 큰 세 법률회사를 동원해 컨스의 목을 조였으며 막강한 자금력으로 컨스의 팔다리를 묶으려 들었다.
그러나 컨스측 변호사가 재판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자동차회사들의 방어논리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찾아냈다. 그것으로 14년에 걸친 대공방은 종지부를 찍었다. 앞으로 패소한 포드사는 1천만달러 이상을 컨스에게 지불해야 하며, 크라이슬러사도 같은 액수의 돈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공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컨스는 참으로 우연하게 진동와이퍼를 발명하게 된다. 그는 일시적으로 왼쪽 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이것이 대발명의 계기였다. 다친 왼쪽 눈때문에 그는 운전하면서 많은 불편을 느껴야 했다.
"이 평범한 현상을 생물공학적으로 분석해 보았는데 이것이 진동와이퍼를 발명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컨스는 회상한다.
그는 자신이 끌고다녔던 '갤럭시'(Galaxy, 포드사의 제품)에 진동와이퍼를 제일 먼저 장착했다. 그리고 그의 발명품을 소개하기 위해 막바로 포드연구소로 향했다. 이때가 1963년 10월 23일이었는데 운좋게도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포드사의 연구원들 앞에서 행한 시범작동은 완전한 성공이었다. 이전의 와이퍼와는 달리 컨스의 와이퍼는 쉴 줄을 몰랐다. 앞유리에 묻은 이슬도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때부터 1969년까지 컨스는 포드사의 엔지니어들에게 그의 모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진동와이퍼의 원리는 물론이고 그 회로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포드사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진동와이퍼시스템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해 포드사가 직접 새로운 와이퍼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컨스의 발명품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포드사는 한술 더떠 그 '모방한' 특허기술을 다른 자동차회사에 판매까지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 된 컨스는 일단 자신의 발명품과 포드사의 발명품을 정밀 비교한 뒤, 결국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이 서자 1978년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요즘 국내의 기업들도 특허분쟁에 휘말려 홍역을 치르고 거액의 배상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번 컨스의 승소사건에서 보듯이 특허분쟁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므로 항상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