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발된 돌비S형은 CD와 유사한 음질을 보장해 준다.
카세트테이프 라벨에서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의 카세트테이프 데크에서 영문자 'D'자를 등을 돌려 서로 맞붙인 모양의 독특한 로고를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그 로고 옆에는 돌비잡음감소시스템 (Dolby Noise Reduction, 줄여서 Dolby N.R.)이라는 문자가 곁들여진다.
길거리에 붙여진 영화포스터에도 '돌비스테레오'(Dolby Stereo)라고 적혀 있다. 또 25인치 이상의 대형 TV나 AV(audio visual)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면 돌비 서라운드(Dolby surround) 또는 돌비 서라운드 프로로직(Dolby surround prologic)이란 문자가 눈에 띈다.
이처럼 최근 각종 음향기기에 돌비시스템을 채택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이제 음향기기의 '감초'가 돼 버린 돌비시스템이란 과연 무엇인가.
돌비시스템이란 미국의 레이놀드 돌비(Raynold Dolby)박사가 운영하는 사설 음향연구소에서 개발해낸 음향신호처리시스템이다. 보통 이 시스템을 크게 둘로 구분하고 있는데 70년대 초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돌비 잡음감소시스템과 80년대 이후 영화관을 중심으로 확산된 돌비 입체음향재생시스템이 그것이다. 둘다 음향 관련시스템이긴 하지만 적용대상이나 신호 처리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다.
이미 우리와 친숙해진 돌비잡음감소시스템은 테이프의 녹음 및 재생시에 꼭 나타나는 히스(hiss)잡음을 주로 제거해 준다. 즉 높은 주파수에서 생기는 '시이 시이'하는 잡음을 없애주는 것이다.
히스잡음은 릴테이프보다 테이프의 폭이 좁고 속도가 느린 카세트테이프에서 현저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돌비 잡음감소시스템은 카세트테이프에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돌비 잡음감소시스템은 다시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돌비B형 시스템과 이를 개량한 돌비C형 그리고 90년에 개발된 최신방식인 돌비S형이 그것이다.
히스잡음을 줄여준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돌비B형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테이프는 폭이 좁고 녹음/재생헤드와의 상대속도가 적을수록 높은 주파수에서 '시이 시이'하는 고유의 잡음을 더 많이 낸다. 이 높은 주파수에서의 잡음을 히스잡음이라고 하는데 특히 주파수가 l~3㎑일 때 이 잡음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
그런데 우리가 소리(음)를 들을 때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라는 것이 발생한다. 즉 한꺼번에 두가지 이상의 음을 청취할 때 우리는 음량이 큰 소리를 주로 듣게 되고 음량이 작은 소리는 음량이 큰 소리에 묻혀버려 잘 듣지 못하는 것이다. 예컨대 시끄러운 공장 안에서 대화하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음량이 큰 공장소음이 음량이 작은 사람의 목소리를 눌러버리는 것이다.
이 마스킹 효과를 최대로 이용한 것이 바로 돌비 잡음감소시스템이다. 즉 테이프에 녹음된 음악의 음량이 작을 때에는 음악신호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음량을 가진 히스 잡음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시이 시이'하는 잡음이 뚜렷이 들리게 되나 음량이 큰 음악신호가 녹음됐을 때에는 히스잡음이 음악신호에 눌려 잘 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음량이 어느 정도 이하로 낮아지는 부분에만 그리고 히스잡음이 두드러지는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돌비 잡음감소시스템을 활용, 히스잡음을 낮춰준다.
가령 마돈나의 '처녀처럼'(Like a Virgin)을 녹음할 때 히스잡음이 두드러지게 들리게 되는 어느 기준점 이하로 음악신호의 음량이 낮아지는 경우, 낮아지는 폭에 비례해 그 폭만큼 음악신호의 음량을 올려준다. 그리고 테이프를 재생할 때에는 녹음시에 올린 폭만큼 음악신호의 음량을 낮춰주면 히스 잡음의 음량도 따라서 낮아지기 때문에 잔잔한 음악을 들을 때(음량이 작을 때)에도 히스잡음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돌비B형 잡음감소시스템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전 가청주파수(20~2만㎐) 대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히스잡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5백㎐ 이상에서만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돼 있다. 특히 B형은 히스잡음이 집중돼 있는 주파수 1~3㎑ 대역에서의 잡음감소효과가 크다. 돌비B형을 도입하면 잡음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잡음 약 10데시벨(dB)의 개선효과를 얻는 것이다.
10데시벨의 개선효과
이것을 (그림1)을 보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와 같은 음악신호가 입력됐을 때 주파수가 5백㎐ 이상이면서 음량이 기준점 이하로 내려간 부분(사선친 부분)이 돌비 신호처리 대상영역이 된다. 이 부분은 음량을 증가시켜서 녹음해 주는데 흔히 이 과정을 인코딩(encording)이라고 한다. (그림1)에서 작은 점으로 나타낸 부분은 히스잡음의 크기를 보여준다.
테이프를 재생할 때에는 음악신호를 다시 낮춰주는데 이 과정을 디코딩(decording)이라고 한다. 이 디코딩을 통해 잡음도 같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의 대다수는 돌비B형 잡음감소시스템을 활용해 음을 녹음한 것들이다. 특히 클래식음악의 경우 음의 강약이 심하기 때문에 잡음감소처리의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클래식음악 카세트테이프는 돌비B형 잡음감소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돌비방식으로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때에는 반드시 돌비 잡음감소기능스위치를 작동시켜야 잡음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리도 원래의 파형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돌비 잡음감소 신호처리가 된 테이프를 그대로 재생할 경우, 높은 주파수의 음역이 다소 과장되고 떠들썩하게 들린다. 반대로 돌비처리를 하지 않은 테이프를 재생시키면서 돌비 잡음감소기능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고(高)음역이 둔화돼 멍멍하고 활기없는 소리가 나온다.
가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돌비처리해 녹음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이렇다. 먼저 녹음할 테이프를 카세트데크에 넣고 카세트데크에 내장된 돌비기준신호발생기의 스위치를 눌러 3백33㎐의 톤(tone)을 발생시킨 다음 이것을 녹음한다. 그리고 입력신호조절볼륨을 조정, 그 음량을 레벨미터에 표시된 돌비마크에 맞춘 뒤 다시 30초 정도 녹음한다. 그 다음 녹음된 음을 재생시키는데 이때 레벨미터의 눈금이 돌비마크에 맞춰져 있는가를 확인한다. 만일 돌비마크의 눈금에 미치지 못했거나 초과됐을 경우에는 입력레벨을 다시 조정한다.
이렇게 모든 조정이 끝나 녹음된 기준신호의 레벨이 돌비마크에 맞춰져 있으면 테이프를 처음 위치에 되돌린다. 이어서 돌비 잡음 감소장치를 동작시킨 후 본격적으로 녹음한다. 이때 입력레벨조정볼륨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돌비 잡음감소장치를 사용해 녹음하는 일이 그리 용이하진 않다.
대중적인 카세트데크의 경우, 대부분이 기준신호발생기능을 갖추지 않고 있다. 대신 막바로 돌비녹음 하도록 돼 있다. 이 방식은 간단하기는 하지만 오차가 다소 큰 것이 흠이다.
그리고 워크맨 스타일의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는 거의가 재생시에만 돌비 잡음감소기능을 나타낸다.
영화용에서 가정용으로
돌비B형보다 두배 강력한 잡음감소기능을 가진 돌비C형도 나와 있다. 이 방식은 2백㎐ 이상의 주파수 대역에서 최대 20dB 정도까지 잡음을 줄여준다. 돌비C형 잡음감소기능은 대체로 고급 카세트데크에 채택돼 있으나 아직 대중성이 적은 편이다.
또 최근에 개발된 돌비S형은 고역 주파수에서 20dB의 잡음감소효과를 나타내고 중저역 주파수에서도 10dB의 잡음감소효과를 보인다. 게다가 녹음가능한 음의 폭을 늘려 주는 기능, 즉 다이나믹 레인지(dynamic range)를 확대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혁신적인 방식이나 아직 실용화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 돌비S형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녹음 재생할 경우, 잡음 및 다이나믹레인지 면에서 컴팩트디스크(CD)의 음질에 거의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는 또 하나의 돌비시스템인 돌비서라운드와 돌비스테레오는 두개의 채널에 전방 좌우 및 중앙 그리고 후방서라운드의 네가지 성분음을 매트릭스(matrix) 형태로 교묘하게 녹음한 다음 이것을 영상재생시 다시 네개의 음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좌우 뿐 아니라 전방 및 후방에서도 음이 분리돼 3차원적인 입체음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돌비서라운드시스템은 원래 영화관용으로 개발됐으나 80년대 후반들어 가정에서의 AV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가정에서 영화를 담은 VCR테이프 및 레이저디스크를 재생할 때도 영화관과 같은 3차원적 입체음향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가정용 돌비서라운드 재생기기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돌비서라운드 프로로직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좁은 실내에서도 충분히 방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전방 및 후방의 음의 분리도를 일반 서라운드의 3dB에서 25dB 이상으로 대폭 높인 시스템이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이 돌비시스템을 개발한 레이놀드 돌비박사는 미국의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돌비는 한동안 유네스코에서 근무하면서 핵연구를 수행할 때 X선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얼마 후 그는 런던에 자신의 연구소를 세웠는데 이것이 유명한 돌비연구소다.
이곳에서 그는 돌비시스템을 내놓았다. 소니 필립스 등 전세계의 유명가전메이커가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그는 삽시간에 부와 명성을 얻었다. 지금까지 자그마치 약 3억1천만대의 전기제품(VCR 텔레비전 카라디오 튜너 앰프 등)에 돌비시스템이 적용됐으니 전기음향기기의 판도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60대 중반인 이 욕심꾸러기 과학자는 1979년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첨단 SF영화 '스타워즈'의 사운드 트랙(sound track)을 담당한 돌비는 레이저를 동원해 영화음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함으로써 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후에도 그는 '매드맥스' 등 몇편의 영화에 참여했다.
돌비연구소는 이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왔다.
현재 돌비는 34개국에서 6백53건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87개국에서 3백14개의 등록 상표를 인정받고 있다. 전화를 발명한 벨이나 자동차왕 포드에 비견되기도 하는 그의 탐구욕은 실로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