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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보도로 공포감만 유발

컴퓨터 바이러스 소동 유감있다

컴퓨터바이러스는 예방 및 치료법만 정확히 알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3월 한달동안 컴퓨터사용자들은 두차례나 '바이러스공포'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3월 6일에 활동을 개시하는 미켈란젤로바이러스와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는 3월 13일에 발현하는 예루살렘바이러스가 각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전국적으로 바이러스소동이 일어났다.

6일 하룻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에 출근할 때 코드를 아예 뽑아놓고 나왔다는 사람, 컴퓨터에 내장된 시계의 날짜를 4월로 맞춰놓은 사람, 컴퓨터가 폭발하는줄 알고 이 날만은 건드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 등 여러가지 웃지못할 현상들이 벌어졌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보자일수록 공포감은 더 심했다.

IBM PC에만 감염

이번 소동에는 언론의 무지와 무책임한 보도태도가 큰 몫을 담당했다. 6일과 13일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보도된 바이러스 관련 기사들에는 과장되고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다. '컴퓨터를 켜면 디스크에 수록된 데이터가 일시에 파괴된다'(K일보, 3월3일) '일부 은행과 증권사의 단말기에 미켈란젤로바이러스가 침투했다'(S신문, 3월8일) '전세계 컴퓨터에 동시에 나타나 디스크의 전내용을 파괴시키고 컴퓨터의 작동 자체를 정지시킨다. 6백40KB짜리 퍼스컴의 기억용량을 단숨에 2KB로 줄인다'(J일보, 3월5일). 이런 기사들은 모두 무지의 소산이다.

미켈란젤로바이러스는 결코 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파괴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는 컴퓨터를 처음 켜는 일을 담당하는 디스크의 부트섹터(boot secter)라는 곳에 들어와 숨어있다가, 3월 6일이 되면 부트섹터에 있는 정보를 삭제한다. 이때 디스크속의 파일위치를 적어놓은 주소정보도 파괴된다. 따라서 부팅(컴퓨터를 켜는 것)이 잘 되지 않고 부팅이 되더라도 디스크속의 파일을 찾아낼 수 없다. 즉 디스크속의 모든 파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날짜에 부트섹터만을 삭제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만 하면 이 바이러스는 문제될 게 없다.

미켈란젤로바이러스나 예루살렘바이러스는 IBM PC 호환기종에서만 그 효력이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사용하는 중대형컴퓨터나 매킨토시 같은 PC에는 침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은행이나 증권사의 단말기에 이들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보도는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언론의 공연한 호들갑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미켈란젤로바이러스 같은 부트바이러스는 디스켓을 통해서만 전염되므로 통신망을 통해 전파된다는 기사는 사실무근이다.

바이러스예방이나 치료법에 관한 기사도 사용자들에게 혼란만 불러일으켰다. 언론에서 주로 가르쳐준 예방법은 △6일과 13일에 되도록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거나 △컴퓨터에 내장된 날짜를 바꾸거나 △5일에 컴퓨터를 작동해 7일까지 계속 켜놓는 방법 등이었다. 이 무슨 국가적 낭비인가. 이 때문에 어떤 회사에서는 중요한 자료를 뽑아낼 수가 없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바이러스는 디스크의 부트섹터에 숨어있다가 화가 미켈란젤로의 생일인 3월6일에 발현한다. 이러한 것이 매스컴의 흥미를 끌어 전세계적인 바이러스소동이 일어났으나, 컴퓨터전문가들은 실제 이 바이러스의 피해가 특별히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위 그림은 미켈란젤로바이러스의 피해를 경고하기 위해 그려진 것
 

V3로 대부분 치료가능
 

안철수씨가 개발한 백신프로그램「V3 84」를 실행시킨 화면. V3는 국내에서 개발된 외국산 바이러스와 국산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으며 컴퓨터가게나 통신망으로부터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컴퓨터바이러스는 그 개념만 정확히 알면 현재로선 그다지 걱정할 것이 못된다. 그리고 예방이나 치료법도 별로 어렵지 않다.

컴퓨터바이러스란 생물학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 컴퓨터프로그램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 속에 숨어있거나 다른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 사용자가 모르게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시도한다. 바이러스프로그램 중에는 파일 크기를 증가시켜 시스템의 속도를 저하시키거나 장난스런 메시지를 화면에 표시하는 등 큰 피해를 주지않는 것이 있는 반면 디스크에 있는 파일을 지우거나 컴퓨터의 작동 자체를 방해 하는 악성바이러스도 있다.

컴퓨터바이러스에 의한 최대의 손실은 디스크에 수록된 정보가 삭제되는 것이고 컴퓨터가 폭발한 다거나 하드웨어적인 손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바이러스피해를 호소하는 사용자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컴퓨터사용법을 잘 몰랐거나 기계적인 고장에 기인한다.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로는 디스켓과 통신망 두가지 뿐이다. 즉 통신망으로 파일을 받을 때와 낯선 디스켓만 조심하면 바이러스는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87년경 바이러스 피해가 첫 보고 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컴퓨터바이러스의 종류는 변종을 포함 1천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도 88년초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고 현재 국산바이러스를 포함해 50여종이 확인됐다. 어둠의 복수자(다크어벤저) 침입자(인베이더) LBC바이러스 스톤바이러스 등이 자주 발견됐고 피해도 심했던 편이다. 예루살렘바이러스는 89년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변종이 5종이나 된다. 미켈란젤로바이러스도 지난해 7월 '3월6일바이러스'란 이름으로 한 컴퓨터잡지에 실려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생소 하지 않다.

컴퓨터전문가들은 미켈란젤로 예루살렘바이러스 등 특정 날짜에만 발현하는 바이러스보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어느 때라도 작동되는 바이러스가 훨씬 많은 피해를 입힌다고 말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는 컴퓨터사용자라면 누구나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러스 예방은 어떻게 하는 가. 먼저 "소프트웨어는 무단복제 하면 안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하드웨어에는 돈을 투자하면서 프로그래머들이 밤새워 개발한 아이디어상품인 소프트웨어는 왜 공짜로 복제해서 쓰는가. 국내에 침투한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외국산 게임프로그램을 무단복제하는 과정에서 묻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복제왕국'이란 오명을 간직하는한 컴퓨터바이러스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 틀림없다. 두번째 예방법은 중요한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항상 백업(backup)받아 따로 보관해두는 것이다. 백업디스켓이 있으면 바이러스 피해 뿐만 아니라 컴퓨터 조작 실수로 파일을 지워버렸을 때도 안심이다.

셋째는 백신프로그램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은 안철수씨가 개발한 V3라는 공개프로그램이다. 이것은 국내에서 발견된 외국산바이러스와 국산바이러스에 모두 효력이 있는데 컴퓨터가게나 통신망으로부터 언제라도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다.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컴퓨터에는 대부분 이 프로그램이 들어있어 처음 작동시 바이러스 침입여부를 자동으로 체크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중간에 낯선 디스켓을 사용한다거나 통신망에서 자료를 받아올 때는 반드시 V3를 돌려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한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계속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V3도 계속 새로운 버전이 발표된다는 것이다. 현재 V3 버전84가 최신판인데 항상 새로운 버전을 확인해야 한다.
 

미켈란젤로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노턴 안티바이러스」프로그램
 

피해는 오히려 수그러 들어

바이러스가 일단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드디스크 전체가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선 컴퓨터를 끄고 쓰기방지탭이 붙은 도스디스켓(컴퓨터를 구입할 때 받은 것)으로 다시 부팅한다. 그리고 나서 백신 프로그램이 든 디스켓으로 바이러스를 체크해 지운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백신을 돌려도 하드 디스크의 파일을 지워버리는 것이 있으므로 중요한 자료가 수록된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아가 상의하는 편이 좋다.

국내에서 바이러스피해는 90, 91년에 비교적 심했다.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으로 초보자가 많은데다 소프트웨어 무단복제가 성행했고 백신프로그램을 구하기 어려워 바이러스 피해를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속출했다. 바이러스 피해는 지난해 하반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수그러 들고 있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발생한 '바이러스소동'은 과학기자들의 컴퓨터지식부족과 언론의 '냄비근성'을 보여준 한 전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컴퓨터업자는 "과학기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번 소동의 발단은 '외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흥미있는' 것을 선호하는 전세계 매스컴이 한결같이 '유령같은' 바이러스에 놀아난 셈이다.

바이러스 기사가 신문과 방송에 경쟁적으로 실리자 바이러스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도된 D사는 "그런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박명순교수(고대 전산과)는 "언론의 과장보도가 오히려 업무마비로 인한 또다른 바이러스피해와 해커들의 바이러스개발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실제 6일과 13일에 바이러스피해가 거의 없었고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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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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