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의 전산화에서 부터 간단한 진료행위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는 병원의 새로운 조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실생활 주변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분야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 창구에서 줄을서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카드를 이용해서 현금자동인출기에 구좌 번호와 비밀번호 그리고 인출하고 싶은 금액만을 컴퓨터화면의 지시에따라 입력하면 손쉽게 예금을 찾을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일반투자가들이 단말기를 이용해서 여러가지 주식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근래에는 백화점에서 물가 기상 등의 생활정보를 제공해주는 정보서비스도 이용되고 있다. 조만간 가정에서도 전화기와 텔리비전을 통해서 정보은행에서 제공하는 생활정보를 이용할수 있게된다.
이와같이 일반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위한 분야외에도 오래전부터 기업조직 행정부서 등에서 실용화된 사무자동화(Office Automation),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의 핵심인 CAD/CAM(Computer Aided Design/Computer Aided Manufacturing), 기타 특수산업 및 연구분에에서 컴퓨터는 문제해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시말해서 정보화사회의 실현이 컴퓨터를 도구로하여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진단에서 처방까지의 충실한 도구
요즈음 우리생활양식에서 병원의 비중을 생각해보자. 병원에서 출생하여 일정기간까지 예방접종하며, 각종 질병의 발생으로 인하여 수시로 병원에 출입하게 된다. 병원에 들어서면 우선 진료신청이 컴퓨터 단말기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기왕에 왕래하던 병원이라면 더욱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진료과에서는 어제 촬영한 X 레이 화상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서 이상부위를 알려주고 있다. 임상검사결과의 진행 추이가 도표로 표시되어 임상소견과 함께 이미 인쇄되어 있다. 의사는 증상의 경과를 설명한 후에 단말기에 진단소견과 함게 처방을 내려준다. 환자는 컴퓨터 용지에 제시된 진료비를 수납창구에 납부하고 다시 검사실과 방사선 촬영실에서 용무를 마치고 전광판에 표시된 투약안내에 따라 약을 받아 귀가한다.
종합병원에서 단 한번의 진료를 받기위해 한나절을 기다려야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생각하면 꿈같은 이야기라 할 지 모르지만 실제로 병원의 전산화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여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병원전산화에 대해서 좀더 깊이 생각해보자. 병원전산화은 첫째 진료비계산 보험환자진료비청구 및 일반병원 행정관리 등의 전산화, 둘째 환자의 질병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임상연구에 활용하게 하는 의무 기록관리의 전산화, 세째 각종 단위 자동 의료장비와의 접속을 통한 임상병리검사, 방사선촬영 등의 진료지원체계의 전산화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보험시행을 계기로
1977년의 의료보험제도 시행으로 우리나라는 1986년 3월 현재 전국민의 53.6%(의료보험 42.6%, 의료보호 6.3%)인 2천 2백여만명에 이르는 의료보장 시혜인구를 가지고있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실시를 앞두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컴퓨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기에 비롯된 병원전산화의 문제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으나 제일 중요한 사용자(병원)의 입장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여야겠다는 필요성이 증대되었다는 것은 병원관리의 기술혁신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의료보험 시행후 각 병원마다 발생되는 환자유형별(의료보험 일반 교통 산재 의료보호 1종 2종 등) 품목별 기본진료비가 다양하고, 총진료비 계산 방식이 틀리게 됨에따라 기본적으로 병원내 인력의 손으로 계산해내는 능력으로는 진료비 계산, 수납업무, 의료보험 청구 교통환자 진료비 청구, 산재환자, 의료, 보호 환자의 청구 등 폭주하는 업무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전산이 국내 병원에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하여 보험 청구 업무를 위해 시작된 병원전산화의 방향은 1차적으로 병원의 원무행정 총무 인사 재고 등의 관리업무 전반에 걸친 전산시스팀을 개발하는 것으로 발전하여 이를 통해 복잡한 관리업무를 간소화함으로써 표준화를 이루고 제반 경영관리 상태를 신속히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하여 병원 경영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2차적으로는 환자의 병록관리를 통하여 누적된 진료정보를 이용하여 진료의 질적 향상을 꾀하며, 질병에 대한 연구를 가능케 하여 지역별 질병 및 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 의약과 예방의학 발전에 기여하게끔 전개되어야 한다.
의료정보 교환을 위한 네트워크를 목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시스템공학센터에서는 1978년 경희의료원 전산화를 시작하여 국내 병원관리 업무 전산화의 시초를 이루었고, 이후 정부 출연금을 받아 국내 실정에 적합한 병원의 종합정보 관리 시스팀인 MEDIOS (Medical Information Online System)을 개발하였고 중대성심병원 고려병원 순천향병원 원자력병원 지방공사강남병원 등에 적용하여 실효를 거두었다. 현재는 전국 대단위 종합병원 의료망 수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MEDIOS는 병원의행정업무, 진료지원업무, 환자의 병력 자료관리업무, 최신 의료장비와 컴퓨터간의 자료 전달 및 분석업무 등을 자동화, 능률화하도록 개발되어 있는 종합정보시스팀이다.
MEDIOS는 초기의 어려운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선진외국의 유수한 병원관리 시스팀을 종합 연구하여 만들어낸 국내 최초의 병원관리시스팀이며 많은 병원 전산 전문인력에 의해 10년간 연구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이 약 1백64개소, 병원급이 2백94개소, 의원급이 7천4백80개소임을 볼때 아직은 전산화 보급이 많이 되어 있는 편은 아니다. 대단위 병원의료정보망 구축 사업이 완료되면 그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리라고 보며 그이후 우리나라 병원 업무의 표준화를 꾀하여 보사부 병원협회 그 어느곳에서 필요한 자료라도 도출이 가능하고 환자의 의무기록이 누적되어 감에 따라 보건정책 자료, 의학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다수 병원의 업무가 표준화됨에 따라 보건의료 정보망 구축, 의료정보 데이타베이스 구축이 한결 쉬워지게 되어 보건정책 실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행정업무의 전산화에 치중하는 경향
현재 수도권의 의과대학 부속 종합병원에서는 대부분 전산을 이용하고 있지만, 전산을 적용시켜 관리하는 업무는 병원마다 다 틀리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 병원의 경영자들이 진료비계산 환자통계 진료비청구 위주의 전산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2차원적인 진료기록관리의 측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급 대상을 많은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이 난립하여 많은 의사들이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한 많은 실패를 겪은 사례를 주위에서 볼 수 있다.
그 예로 컴퓨터를 들여 놓고 이용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해서 또한 기계의 유지 보수를 요구한 경우 즉시 처리를 해주지 않아서(이 경우 지방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소프트웨어에 만족하지 못하여 보수를 요구하는 경우 해결이 잘 되지 않아서 등등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종합병원 의원급 외에 병원급에서도 실패한 사례는 많이 있으며 그 원인이 개발을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라는 점 외에도 운영의 잘못으로 인한 실패도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가 된다.
처방전조차도 필요치 않아
미국의 경우 1962년 6천여 병원 중 39개 병원이 컴퓨터를 활용하였으나 1968년에는 5백68개 병원, 1975년에는 1백병상 이상의 병원이 80% 이상이 전산화를 이루었으며 현재 1백%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우리와는 다르게 미국병원전산화는 전진료과에 단말기가 설치돼 약국 임상병리과 등의 진료지원부서와 연락이 단말기를 통해 이루어져 처방전이 필요치 않는 등 업무가 극도로 단순화되고 있다.
위의 방식을 채택하여 우리나라 KAIST MEDIOS 팀에서 서울 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의무국과 협의하에 대외적인 효과를 감안하고 우리의 기술수준을 과시하기 위하여 86아시아경기대회와 88올림픽 때 외국의 선수와 임원의 치료를 전담하게 되어있는 선수촌 병원과 각 경기장 진료소 후송병원에 대한 의무지원 체계를 개발하여 86대회 때 이미 사용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의 선수 임원 팀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고, 특히 90년 아시아 경기 대회를 주관하게 될 중공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인바 있다.
MEDIOS 팀에서는 기존의 많은 병원 업무개발의 노하우를 가지고 의무지원 체계를 무리없이 개발, 현재 88올림픽의 의무지원 체계를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연구에 노력하고 있다.
위의 방법이 우리나라의 현실정에서 기술상으로는 크게 문제될 점은 없지만 소요되는 컴퓨터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방식대로 운영시 의사가 처방을 기입하는 일 없이 단말기에 직접 입력 시켜야 하는 일례로 볼 때 우리나라 의사들의 사고방식 및 행동습관 등이 당면 해결과제라고 볼 수 있다.
출생기록부터 한눈에
병원업무의 특성상 고도의 정밀한 자료와 신속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이 필요한 점 때문에, 컴퓨터의 이용은 행정 경영 의무기록 관리업무 외에 다방면으로 많은 연구가 되어지고 있다.
□임상병리과 자동분석기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검사하고 결과계산, 결과지 기입 등의 수기방식을 배제하고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임상병리과 검사의 50%정도에 이에 해당된다.
임상병리과 업무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병원의 중앙에 있는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능을 부여하면 위와같은 단편적인 업무개선효과 외에 병원 정보의 종합관리 측면에서 통계관리, 각종 대장관리, 시약 재고관리 등의 모든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방서선과 영상처리장치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 초음파 진단기, X-레이 영상장치가 컴퓨터화되어 사용되고 있고 결과를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한 진료과 또는 수술실 등 어디에서라도 단말기를 통해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
□심전도측정, 뇌파검사
자동해석장치가 컴퓨터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카드
의무기록 관리를 위해 현재의 의무기록지를 보관, 차트의 진료 및 각과 전달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에서 연구 중이며 DTC회사에서 세계특허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경에서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여 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캐논'사 제품을 이용해 메릴랜드의 1백만명 의료보험 환자관리를 연구하여 4만대 정도의 기계로 조만간 실시할 단계에 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올림푸스'제품을 이용 은행 통장 대신으로 직원에게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병원에서 이용할 경우 현재 우리나라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만한 크기의 카드에 1~2메가바이트(91백~2백만자)의 의무기록 내용을 수록하여 한사람의 출생부터 모든 내용을 기억시켰다가 의사 앞의 기계에 넣으면 X-레이결과 등의 모든 내용을 화면을 통해 조회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KAIST에서도 과학기술처 정책과제로 레이저카드를 이용한 유니카드 시스팀을 연구 중에 있다.
□진단지원시스팀
현재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고 있는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을 이용한 시스팀이다. 일명 컴퓨터의사로 미국 의사협에서 내년부터 실용화할 것을 선언함에 따라 진단지원시스팀의 개발 보강 이용의 확대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DX플랜이라 명명된 이 시스팀은 하바드 의대와 메사추세츠 병원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5백개 질환을 대상으로 여러 증상과 관련 검사 결과 등 4천7백항목의 판단 자료가 기억되어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진단을 판단하여 단말기에 결과가 나타나면, 의사가 최종 진단에 대한 결정을 내려 치료에 임하게 되는 시스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에대한 공식적인 연구 개발보고는 없으나 관심이 있는 몇몇 사람이 연구 중에 있다.
데이타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
병원전산화의 도입에서 업무분석 및 설계 개발도 중요하지만 도입된 시스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는 전산화의 성패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분석 설계 개발이 완벽하여도 실이용자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컴퓨터는 무용지물이 되고 수작업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교육은 창구운영요원의 업무처리규정에 관한 교육, 의사 및 간호원의 처방전 작성요령, 전산요원이 데이타취급계획, 간부직원의 관리교육 등으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한편 단말의 입력을 담당하는 요원에서부터 경영정보도출을 원하는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전산운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운영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지만 병원업무는 데이타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소지가 많으므로 각 분야의 데이타입력자는 각별히 주의해야할 것이다.
전산화 도입방법으로는 자체개발 용역기관의뢰개발 외국병원시스팀도입 등이 있다. 자체개발은 전산전문가가 초기부터 투입되기 어렵고 각분야별 업무담당자가 전산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교육운영에 철저를 기한다면 자체업무에 충실한 전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용역기관의뢰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택함이 중요하다. 용역기관을 잘못 선택했을 때는 기종선택과 업무분석개발에서 전혀 자체 병원업무와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의 시스팀을 도입하는 경우 그들의 병원관리제도(환자의 진료체제, 진료비계산 및 청구방식 등)가 우리와 크게 틀려 타당성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개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크다.
표준화가 관건
기본적으로 병원의 전산화는 모든 병원업무가 표준화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병 의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전산시스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각 병원에서 업무의 표준화 단순화 능률화의 실현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와 병행하여 정부에서는 병원전산화 전문기관을 육성하여 종합 의료정보망 구축사업을 연구 추진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특히 기술적인 차원에서 병원 특성상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가 장비(CT, 임상병리과 자동분석기, 영상처리 장치 등)에 내장된 컴퓨터와 중앙의 컴퓨터간의 정보유통이 원활히 되도록 하여, 각각의 컴퓨터를 별도 사용하여 단순효과를 얻기보다는 각종 정보를 총괄 관리하여 나타나는 종합적인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개개 의료기관의 표준화된 병원 정보관리를 통해 전국 병원의 표준화가 이룩되고, 그에 따른 진료 전달 체계, 보건의료 정보망 구성, 의료정보 데이타베이스구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선진외국에 못지 않은 사회복지국가 실현에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이 커다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