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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물이든 이 세상에 생겨나면 반드시 언젠가는 사라진다.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도 별 수 없이 마찬가지다. 짧게는 모체에서 분리되면서 세상구경 한번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리고 길게는 백년을 더 넘게 오래 사는 장수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백년을 살고 부귀영화와 권세를 누리며 영생불사하고자 가진 애를 쓰는 사람도 끝내는 별수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옛날 전설의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며 진시황의 불로초이야기며, 그리고 용궁 임금님의 병환을 낫게 하기 위하여 거북이가 토끼간을 구하러 육지로 올라간 이야기등 모두가 오래 살고 싶어한 인간의 욕심이 표현된 이야기들이 아니겠는가 싶다.

어찌되었든 인간은 짧게든 길게든 한세상을 지나다 끝내는 별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이니, 이것은 누구하나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 그대로다. 다만 언제 죽게 되는냐가 관심사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누가 일찍 죽길 원하겠는가 마는 일반적으로 얼마나 오래사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과 집단의 책임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즉, 개인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게되는 경우, 또는 반대로 건강하고 무사히 지냄으로써 오래 살게되는 경우, 이것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어느 개인이나 집단에 속해 있게 마련인지라 개인이 속해 있는 그 집단의 속성때문에 개인은 그 집단과 비슷한 수준에서 빨리죽거나 아니면 오래 살게 되는데 바로 이것을 집단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인간의 수명이 개인의 책임으로 결정된다고 보기 보다는 집단의 속성에 의해 더욱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 있어서는 집단을 중요시 하는 것이 과학적인 해석이다.

인간의 수명이 서로 다른 연수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종족이나 민족이다. 좀더 세분한다면 비록 동일 문화권에 속해 있는 동일 종족이나 민족이라 할지라도 사회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사회계층이나 남녀, 그리고 연령과 직업, 결혼상태등에 따라 전연 다른 특성집단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명은 이들 집단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집단의 평균수명이라 말할때는 그집단을 대표해서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의 건강을 평가하는 사회지표로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부르는 평균수명 또는 수명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어느 일정수의 출생집단이 출생날로부터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예측한 평균여명과 같다. 즉 출생할때 나이인 0세에서 향후 몇살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표현한 것이 평균여명이다. 그래서 각 연령에서 평균여명이 길게 되려면 그 연령에서 죽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평균여명이 길거나 짧다는 것은 그 집단의 각 연령에 따른 사망수준에 기인하게 되는 것이다. 사망력이 높은 집단은 평균수명이 짧고 사망력이 낮은 집단은 평균수명이 길게 되는것이 바로 집단의 사망력에 의해 평균수명이 결정되는 결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수명을 예측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일정수의 동시출생집단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각연령을 지나면서 조금씩 죽어 가는데 이에 따라 생존할 수 있는 생존확률로 표시하여 만든 생명표에 의해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집단의 평균수명을 알기 위해서는 각집단별 사망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그 자료에 의해서 평균수명이 추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망은 누구나 꺼리고 입밖에도 내기 싫어하는 사건인지라 그 수준을 집단별로, 즉 직업별, 결혼상대별, 지역별, 교육수준별 등등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려워 각 특수집단별 평균수명을 계산하기가 어렵게 된다. 더군다나 사망수준을 알수 있는 자료가 부정확한 국가에서는 전체 사망력을 추정하기조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생명표 작성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는 부득이 그 국가와 모든 형편이 비슷한 다른나라의 생명표를 빌려 쓰기도 하며 아니면 국제적으로 지역별 특성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표준모형생명표'를 써서 이에 의해 평균수명을 추정하기도 한다.

생명표에는 각 연령별 평균여명이 표시되는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나이에서의 평균여명은 짧아지며, 때로는 어느 특정연령이후는 평균여명이 급속도로 하강함으로써 그 연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몸조심 하도록 사전에 경고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생명보험에 가입한 가입자의 연령은 보험료를 지불하는 액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만일 연령뿐만 아니라 남녀별, 직업별, 결혼상태별, 지역별 등 이들집단의 특성에 따라 평균수명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생명표가 각각 작성된다면, 보험가입자가 어느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보험불입금이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이후 가입자가 오래 살기는 바라는 입장에서 평균수명의 원리를 중요시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나?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며 지금 몇살인지를 안다면 지금으로 부터 최소한 몇년을 더 살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데, 이때 쓰이는 것이 직업별 생명표이다. 만일 자기나이에서의 여명이 자기 직업과 다른 친한 친구의 긴 여명과 비교된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친구와 나는 동갑나기인데도 무엇때문에 평균수명에 차이가 날까? 그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사람이 어느 직업에 종사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평균수명은 달리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사람이라도 나는 아무개 누구 올시다'라는 대답에 따라 곧 그사람의 평균수명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다행스럽게도, 아니면 섭섭하게도 나와 직업이 다른 동갑나기 친구와의 평균수명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지라 행여나 평균수명이 짧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수 있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업별 생명표 작성이 되어 있지 않아 각 직업별 평균수명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사람 전체를 동일 집단으로 간주하여 한국사람의 평균수명을 예측해 볼 수는 있다. 평균수명은 비단 인구학적인 목적에서 해석하기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투시해 본다는 의미에서, 그 수준을 알아본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오래 살수 있다는 것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니, 옛날 우리나라 국민들이 경제사회생활 수준이 낮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어 많이 죽고 또 빨리 죽던 시대의 평균수명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대단히 짧았다.

1925년까지 남자의 평균수명은 30세를 넘어서지 못하여 28세 정도였다. 1940년을 지나면서 남자의 평균수명은 겨우 40세를 넘어 가게 되었으니 그시대의 높은 사망률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몇살 길다는 현상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나 지금이나 시대의 변천에 관계없이 다소 남녀차이의 기복은 있으나 현재까지 여자의 평균수명이 계속 남자보다 긴 것은 다른나라와 공통된 현상이다. 왜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지? 이에 대한 답은 오직 창조신만이 알 수 있겠으나, 짐작하건대 남자는 자기건강관리를 여자보다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찍 죽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자문도 해보지만 사실 완전한 답은 아직 아무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935년에 여자 평균수명 40세 넘어
 

(표1) 우리나라 념녀 평균수명의 연도별 추이 -남·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자 평균수명이 40세를 넘기는 연도는 1935년. 남자의 경우는 1940년경이다. 여자가 빠른것을 볼 수 있다. 해방이 된 1945년에는 남자 43세, 여자48세로 여자의 평균수명은 처음을 50세를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구센서스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조사가 실시된 1966년이후 정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력을 좀더 정확히 판단하고 생명표를 작성 공포하였으니 1965년 현재 남자 55세, 여자61세로 과거보다 남녀의 평균수명이 크게 신장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후 마지막 인구센서스가 있었던 1980년까지 남녀의 평균수명은 꾸준히 증가하여 남자 63세, 여자69세를 각각 나타내었다(표1참조).

1900년대 부터 1980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남자와 여자의 평균수명은 계속 증가되어 오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남자와 여자간의 차이가 1930년 이전에는 2~2.5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1940년 이후 부터는 그 차이가 더욱 벌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40년 부터 그 차이가 5살이 되고 1955년이후는 6세, 1970년부터는 7살까지 크게 격차를 나타내는데 이와같이 남녀간의 평균수명이 7살 가까이까지 차이를 보이는 예는 다른 어떤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비록 평균수명이 남자 여자 다같이 크게 증가하여 왔다고는 하나, 평균수명이 증가하여 왔다는 공통점과는 달리 남녀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해온 속도가 달라, 그로인해 생긴 이 큰 격차는 무엇을 설명해야 할 지 궁금하다. 그 이유를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는 사망력 연구가 '골드멘'에 의해 최근에 발표되었는데, 이연구는 1970~1975년 사이의 사망력을 분석하여 한국남자는 이상하게도 40대에서 높은 사망력을 보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밝히고 있다. 왜 40대 남자의 사망력이 유별나게 높은지,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40대 남자의 높은 사망력은 결국 남자와 여자의 평균수명의 차이를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지게 한것만은 틀림없다. 시달리는 40대 남성!  40대 남성은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고해야 겠다. 40대 남성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뜻은 40대 남성 각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개인위생이 향상되고 영양이 좋아지며 국민 경제사회생활이 증진되면 자연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신장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으로는 인간은 적어도 1백20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하였지만 이것은 개체중심으로 인간의 최장수연령인 것이지 결코 평균수명의 뜻은 아니다.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래 평균수명을 표준생명표를 이용하여 계산해 본적이 있다. 그 결과 1990년에 남자 67세, 여자72세 그리고 2000년에는 남자 69세, 여자 74세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가까운 장래에 오늘날의 선진국 수준으로 접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평균수명의 신장은 그만큼 우리국민들의 건강이 향상된 결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평균수명의 연장은 곧 노령인구의 증가를 의미함으로써 노인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예측을 미리 해 두어야 한다는 암시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서기 2000년 경에 가서 신장된 평균수명으로 노령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그래서 오늘날 선진국과 같은 노인문제를 숙명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인간의 노력은 세상을 많이 변하게 하고 있는지라 각 개인이 노력만 한다면 평균수명도 많이 신장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진다. 우선 평균수명을 연장하려면 두가지 측면에서 노력하여야 하는데 첫째는 영아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영아사망률 수준을 현재 출생 1천명당 25~30명으로 본다면 이 수준을 적어도 15수준까지 줄여야 할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각 연령별 사망률을 떨어지게 하여야 한다. 각연령에 도달할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야 오래 살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연령별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 이 두가지의 노력만 이루어 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말할 것도 없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많은 사람이 평균수명에도 못미치는 나이에 죽는가? 만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는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원인에 따라 역으로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오래 살 수 있게 할수 있으며 나아가서 평균수명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망원인을 17분류에 의해 그 구조를 살펴보면 연도에 따라 사망원인이 상당히 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표2참조).
 

(표2) 17분류에 의한 사망원인 변동(1960~1980)


80년대의 적-순환기계질환

1960년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흡기계질환, 소화기계 질환, 감염성 질환, 그리고 신경계 및 감각기 질환 때문에 주로 죽었는데 1980년에 와서는 이들 원인들은 전부 문제가 되지 않고 대신에 과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새로운 질병, 즉 순환기계 질환과 신생물 그리고 손상 및 중독에 의한 사망원인이 크게 문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 17분류에 의한 연령별 사망원인을 1980년 현재로 살펴 보면 4세 이하의 유아는 손상 및 중독, 순환기계의 질환에 의한 사망이 가장 높고 40대 이후 50대 초반기에는 신생물과 순환기계 질환이 커다란 사망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60대이상 노령기에는 신생물보다는 순환기계 질환이 사망원인으로 월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망원인의 연도별 및 연령별 특성은 국민건강관리에 상당한 관심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평균수명 연장을 위한 보건관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사나?

역사적으로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살았었나 하는 의문은 끝이 없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신통치 못하다. 인류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5만5천년부터 8천년전 사이의 구석기시대 인간의 유골을 검토한 결과 그들의 10%만이 약40살까지 살았고 오직 1%만이 50살 정도까지 산 흔적을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 90%에 해당하는 대부분은 40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는 결론이니 이들의 평균수명은 20~25살도 못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이는 이집트의 미이라를 연구한 결과로 그들의 평균수명은 22.5살이라고 했으며 초기 로마 제국때의 평균수명 역시 25~30살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모두는 일부 자료를 이용한 추정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50~55년의 격차

그러나 비교적 최근의 기록으로 밝히고 있는 1900~1902년 미국의 평균수명을 보면 남자가48.2세 여자가 31.1세로 우리나라의 1950~1955년 때와 비교된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해 볼때 무려 50~55년의 차이가 있었다는 계산이다. 1955년을 기준하여 북유럽 몇개 국가의 당시 평균수명을 보면 그 시기에 이미 노르웨이는 남자 71.1세 여자가 74.7세 였으며 덴마크는 남자 69.9, 여자 72.6세로 이 시기의 한국남자 48.3세, 여자 53.9세와는 비교도 안되리 만큼 차이가 크다. 이와같은 차이는 역시 종족, 사회, 문화 경제 수준 그리고 보건상태 등 모든 관련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엔은 1984년 현재 각국(각지역)의 평균수명을 밝히고 있는데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은 아프리카로 50살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평균수명이 짧은 나라는 아시아에 있는 방글라데시로 37살이며 그다음이 아프리카에 있는 앙골라와 말리로 42살이다. 반대로 세계에서 평균수명이 가장 긴 국가는 일본과 아이슬란드인데 77살로 가히 장수의 나라로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도 장수국가로 평균수명이 76살이니 최장수 국가와 마찬가지다. 이러고 보면 세계는 지역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촌 사람은 평균하여 59살까지 사는데 선진국 사람들은 73살로 장수하고 개발도상국가 사람들은 억울하게도 57살밖에 못 산다고 하니 너무 불공평한 것 같다(표3참조).

지난 1980년 인구 센서스 에서 밝혀진 바로, 백살을 넘게 산 우리나라 사람은 전부 2백24명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물론 여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1백95명이고 남자는 29명 뿐이었다. 장수만이 좋은것은 물론 아니다. 비록 장수는 하면서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속에서 산다면 장수의 의미가 없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살아야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누구는 어찌하여 백살까지 살 수 있단 말인가? 백살까지 사는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오래사는 비법을 터득하고자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 더러는 있지만 특별한 비결이나 확실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펄'이란 사람은 직계조상 수명의 합으로 개인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어느 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명,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수명을 전부합하여 평균한 것이 당신의 수명이라고 했다. 이것은 장수집에서 장수자가 나온다는 유전적 소인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항간에 좋은 약, 좋은 장수음식, 그리고 진귀한 보약 등을 떠들어 선전하고 있지만 오래사는데는 몽땅 믿지 못할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설령 어느 개인이 오래 산다고해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연장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약이든 음식이든 그것은 개인의 관심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연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은 하나, 질병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래서 첫째는 영아사망률을 줄여야 하고 다음은 각 연령별 사망원인이 되는 각종질병을 제거해야 한다. 1980년 현재 한국사람이 죽는 중요한 원인을 살펴보면 악성신생물, 뇌혈관 질환, 불의의 사고, 고혈압성 질환, 심장질환, 간경변 등의 순서이다. 만약 우리가 이들과 싸워 이긴다면 분명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크게 연장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질병의 제거는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의 사회 경제적 수준의 향상과 함께 보건의료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골고루 나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가지 특기할 수 있는 점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현재 40의 남성의 높은 사망력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별나게 높은 40대 남성의 사망력은 바로 한국인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도 오늘의 선진국가 사람의 장수연령까지는 살 수 있도록 해야 겠다.
 

(표3) 세계 각 지역별 평균 수명(1980~1985)


금지된 장난 왜 좋아하나

에덴동산의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것이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자 판도라가 열어서는 안된다는 상자를 받고 유혹에 못이겨 열어버린 것, 이 모두는 인간이 '타부'에 얼마나 쉽게 매료되는지를 보여주는 얘기들이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될까? 미국의 심리학자 '티모시 윌스'와 '다니엘 래시터'가 그 이유를 찾아내려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 얻어낸 설명의 하나는 사람은 대체로 과잉 정당화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특정의 상황에서 정직같은 내적인 요인보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사람의 행동이 결정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쇼핑센터에 "물건을 훔친 사람은 고발이 됩니다"라는 표시가 있을 경우 사람들은 물건을 훔쳐서는 안된다는 윤리감보다 '고발'이란 외적인 요인에 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물론 개인차가 있고 그 정 반대의 사람도 있다).

실험을 통해보면 유치원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생긴 장난감과 볼품없는 오토바이를 주고 오토바이를 올라타거나 만지는 장난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1주일뒤 보다 재미있는 새로운 장난감과 오토바이를 놓아두고 감시자를 없게했다. 그런데 오토바이에서 장난하는 아이들 가운데 '오토바이장난을 하지말라'고 주의를 받았던 아이들이 아무런 주의를 받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배나 많았다는 것이다(아이들에게 자기 정당화의 버릇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또 대학생을 상대로 실험을 한것을 보면 치팅(컨닝)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 받은 학생과 부드럽게 주의를 받은 학생, 전혀 주의를 받지 않은 학생 등 세 그룹에서 실제 치팅은 거꾸로 엄격한 경고를 받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했고 아무런 주의를 받지 않은 학생이 제일 적게 했다는 것이다.

'금지된 것은 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은 상식이고 이 호기심이 사람을 유약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과잉정당화'설은 '타부에 약한마음'을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적통제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두 학자는 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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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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