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화의 물결은 이제 1차산업인 농업에까지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산학의 최첨단분야인 인공지능(전문가시스템)이 활용되는 미래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태양, 토지, 물의 3요소로 지탱되어졌던 과거의 농업으로부터 인공광(人工光), 인공재배지, 양액(養液)을 최대로 활용하는 새로운 '공업적'농업으로 생산형태가 변할 조짐이 보여지고 있다. 식물공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전되는 농업의 컴퓨터 혁명을 살펴보자. (그림1)에 컴퓨터를 이용한 미래농업의 모델을 상상해 보았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컴퓨터가 창출해낸 미래의 농업생산
20XX년, 수도권은 반경 1백km까지 확대된다. 중앙에는 초고층빌딩 숲이 자리잡고 있고 이곳으로부터 방사선으로 뻗친 새로운 교통시스템에 의한 고속도로 끝에는 주택도시가 환상(環狀)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그 주변에는 유해개스도 오염수도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공장들이 세워져 있다.
고공에서 바라보면 한쪽은 한변이 5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유리판이 번쩍거리고 다른 한쪽은 똑같은 형태, 똑같은 높이의 건축물이 마치 바둑판의 눈처럼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리판으로 보이는 것은 낮은 글래스온실(유리온실)이며 바둑판의 눈처럼 보이는 것은 고층의 타워농장 지대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농산물 공급기지이며 수도권의 신선한 야채류를 공급하는 식물공장인 것이다.
식물공장은 무인으로 움직인다.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두 컴퓨터가 제어·관리한다. 사람이라고는 각 공장의 콘트롤센터에 약간의 오퍼레이터가 있을 뿐이다. 과거의 수급실적과 기상상황에 의해 생산계획이 세워지고 위성으로부터 정보와 도시중앙에서의 지시에 의해 리얼타임으로 계획을 수정하여 항상 최적의 식물생산을 행한다.
수경재배를 하므로 땅은 필요없다. 낮은 글래스온실은 자연광과 인공광을 동시에 사용한다. 빛의 양에 따라 차광커튼이 개폐되고 조명이 점등된다. 인공광은 작물의 종류에 따라 스펙트럼이 변화한다. 온실내의 온도와 습도는 물론 탄산개스 농도와 양액의 PH값 등도 10초에 1회꼴로 체크되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환경이 유지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어 생육을 억제시켜,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수확담당을 로보트, 색 냄새 형태 등으로 센서를 통해 품질과 성숙도를 파악하고 수확통에 담아 유통라인의 콘베어벨트에 싣는다.
한편 타워농장은 인공광이 중심이지만 자연광도 이용한다. 자연광 이용 타워에는 옥상에 집광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둥근 캡슐 가운데에 6각형의 렌즈가 나란히 달려있어 마치 곤충눈과 같다. 대다수의 '눈'은 1년 3백65일 궤도데이타에 따라 마이크로컴퓨터의 제어 아래, 천천히 태양을 추적한다. 모아진 빛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하여 곳곳에 전송된다. 광케이블은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과 같이 혹은 거울로 반사시켜서 간접적으로 태양빛을 식물에 조사(照射)한다.
생육에 관한 환경정보는 각 공장마다 설치된 미니컴퓨터가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장치의 고장으로 이상이 발생한다면 대체장치를 가동하여 자동회복시킨다. 부분적인 생육이상이 발생한다면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갖고있는 농업지식베이스(Agriculture Knowledge Base)에 물어 스스로 해결한다. 공장전체 규모의 생육이상의 경우는 도시 중앙부의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에 판단을 의뢰한다.
생산량은 불의의 사고를 예상하여 수요량보다 약간 많이 하지만 반대로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의 하락 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정된다.
더이상 미래가 아니다
앞에서 서술한 미래농업의 가상적 상황은 이제 더이상 미래가 아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실현가능한 단계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진척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의 눈부신 발전은 미래농업의 현실화의 기대를 한층 부풀리고 있다. 고도정보화사회의 물결이 1차산업인 농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그림2)에 농업에 있어서 컴퓨터 적용분야의 계통수를 표시하였다. 계통수 우측의 가지는 농업생산에 직접 관계하는 분야이며 좌측은 간접적으로 관계하는 분야이다.
부분별로 실용화 단계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움직임의 싹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실용시스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 전국농협협동조합연합회의 예를 들어보면 축산분야에서 컴퓨터 적용은 실용단계에 이르고 있다. PICS(돼지번식개체관리 시스템)과 MILCS(젖소 사료 급여결정시스템)을 중심으로 양계, 육우시스템 등에 다수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있다.
재배분야에서 벼농사관리시스템은 생육예측만을 하지 않는다. 최대 9백99개의 전답을 대상으로 종의 선택부터 수확까지의 전생육프로세서의 관리와 수량, 수익, 경비의 분석이 가능한 총체적인 시스템이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유통시스템은 농협과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있다. NTT(일본 전신 전화)의 DRESS(공중데이타통신서비스)을 사용하여 판매업자 약 2백70사와 산지의 연합단체 39개가 참여하고 있는 청과물판매정보처리 시스템이 좋은 예이다.
행정시스템은 농협네트웍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지역 단위로 농협을 결합한 이 시스템은 메뉴방식으로 경영정보 외에 병충해대책 등 농업정보도 제공한다. 한편 일본의 농수성(農水省)은 하드웨어의 기반정비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다. 각 지방의 농업개량보급소(농수성의 하부기관)의 PC(퍼스널 컴퓨터) 보급률은 62년에 이미 1백%를 달성했다. 현재 PC에 의한 네트웍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진행되는 예도 있다. HATIS(히로시마농업기술정보시스템)은 17개소의 보급소와 시험장을 연결하여 생산관리, 영농정보 등 11개의 서브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농촌의 뉴미디어는 지역뉴미디어의 한 형태로서 발전하고 있다. '나라' 지방의 CATV(유선텔리비젼)는 농민과 행정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여 1974년에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5~20개 채널의 송수신이 가능한 쌍방향시스템이다. 쌍방향 통신기능의 장점을 살려 농업시설의 집중관리, 데이타수집 등의 다목적이용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미래농업의 여러가지 전산시스템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하게 통합되어 체계적인 시스템을 형성하는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방법은 농업의 위기적 상황에 일시적인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캄플주사적 처방은 될 수 있을지언정, 농업의 질적 구조적 변화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회의를 표시하기도 한다.
식물공장은 종합첨단기술
다시 (그림2)의 계통수 우측을 살펴보자. 재배관리분야의 가지 끝에는 식물공장이 있다. 이 분야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실현이 곤란하다. 다양한 첨단기술의 종합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료공학 건축공학 설비공학 에너지분야 등 모든 학문으로부터의 접근은 불가피하다. 물론 각분야의 정보수집 분석 통합을 위해서 컴퓨터(전산화)는 필수적이다.
계통수 우측에 남아있는 또하나의 가지, 생산보조시스템은 식물공장의 실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상정보 병충해정보 생육정보 종묘정보 등 모든 것이 데이타베이스화 되어있다. 이들 정보를 생산활동과 밀접하게 관련시켜 축적함으로써 지식베이스가 구축될 수 있다. 이 가지는 농업컨설턴트 전문가시스템으로 성장가능하다.
식물공장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농업기술의 최첨단이다. 태양,토지,물의 3요소로 지탱되어진 과거의 농업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공업적생산의 발상이 싹이 튼 것이다. 식물공장 연구자들은 입을 모아 과거의 농업이 모순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농업은 자연으로부터 이탈되는 것으로 성립한다. 원시적인 화전농업만 보아도 이것은 자연파괴다. 농업은 4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식물을 인간에 유용하게 성장시켜 가는 재배관리의 역사이다. 그렇지만 태양, 토지, 물로 구성된 자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리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계이다.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한 지금, 식물공장을 목표로 하는 것은 농업의 필연적인 흐름이다."
자연의 제약을 극복
농업분야와 전산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식물공장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농업의 조건인 태양과 토지로부터의 제약을 극복하여 자연 생태계에서 완전히 이탈시킨다.
⊙ 식물의 물질생산능력을 유지한다.
⊙ 생산프로세스를 규격화한다.
⊙ 생산속도를 고속화한다.
이와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의의는
⊙ 자연조건에 영향받지 않는 생산입지조건을 선택한다.
⊙ 안정적이며 연속적인 계획적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 토지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 농민들을 가혹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고품위의 작물 생산가능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 농업에 과학, 공업기술도입의 유연성을 갖는다.
이상과 같은 점은 농업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지만, 생산프로세스의 규격화와 환경제어에서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식물공장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첨단기술의 각축장
식물공장은 첨단기술의 종합적용분야이다. 또한 여러가지 첨단기술을 조화시켜 식물공장을 지원하는 역할은 컴퓨터가 도맡아하고 있다. (그림3)에 식물공장에서의 주요한 컴퓨터적용분야와 사용되는 첨단기술을 표시하였다.
□ 병충해정보시스템
무인의 인공환경에서도 외부 대기의 흡입과 제어계의 고장으로부터 병충해가 발생한다. 이때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병충해증상을 화상으로 파일링해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 수확로보트
성숙한 식물을 자동적으로 수확하는 로보트이다. 색, 냄새, 형상, 단단한 정도 등을 패턴인식하여 성숙한 식물만을 골라낸다. 이중에는 형상기억합금을 로보트 팔에 사용한 것도 있다.
□ 환경제어시스템
열펌프(Heat Pump), 창의 개폐, 양액의 조정 등을 행한다. 식물공장에서 컴퓨터적용분야의 중심이다. 공장전체의 환경조화를 위해서는 곡면공작기계와 같은 정밀한 제어보다도 유연한 제어가 필요.
□ 생육컨설턴트뱅크
지식베이스, 전문가시스템이 힘을 발휘하는 분야이다. 개별 정보를 지식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한 전문가시스템을 개발, 시판하고 있는 것도 있다.
□ 종묘정보시스템
신품종정보 등을 제공. 바이오테크놀로지분야에 깊이 관여한다. 미국 농무성은 1982년부터 종묘정보네트웍을 개발했다. 2만8천종의 식물에 대해서 1종바다 7백10항목의 데이타를 보유하여 퍼스널컴퓨터를 사용하여 어디에서라도 검색가능하게 되어있다.
□ 기상정보시스템
빙하, 폭설, 횐(Föhn) 현상 등에 의한 급격한 외부 기온의 변화에 환경제어기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리 기상예측을 하는 것은 절대적이다. 특히 국가적 규모의 생산계획을 수립할 때는 더우기 그렇다. 일본에서는 농업연구센터에서 기상위성 AMEDAS의 데이타를 활용하고 있다.
□ 그밖의 첨단과학기술
센서기술은 환경정보와 생체정보의 수집이 주목적이다. 전문가시스템, 지식베이스 등은 생육컨설턴트뱅크에 관련하고 로보트 기술과 패턴인식은 수확, 열교환기술과 조명기술 자동제어기술은 환경조절, 광섬유는 태양광의 공장내로의 전송,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종묘정보, 인공위성은 기상정보, 통신뉴미디어는 병충해정보에 관여한다. 이 모든 것은 컴퓨터화한 식물공장의 기본적구조를 지원해주는 첨단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