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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연계 정시 모집 전형에서 주요대학의 논술고사가 대다수 사라진 가운데, 서울대는 논술고사의 반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30%라는 높은 비중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논술고사의 경우 평가 요소와 기준만 잘 파악해도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09학년도와 2008학년도 서울대 자연계 논술고사 기출문제는 서울대가 애초에 내세웠던 통합논술의 개념에 부합하게 출제됐고, 모의 논술고사와 거의 일치하는 방향성을 지녀 신뢰도를 높였다. 매년 다양한 소재와 복잡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서울대 논술고사만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일관된 논술고사의 평가요소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학습은 평가항목과 내용에 대한 이해와 준비일 것이다.

제시문 속에 답 있다

첫번째로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 분석, 구성 능력이 요구된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 수준의 수리적, 과학적 개념에 대한 숙지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제시문과 논제에 나타난 심화된 원리에서 핵심만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모델링이나 도식화를 이용하는 것도 정확하고 압축적으로 독해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특히 서울대는 과학 현상을 수리적 도구로 분석하는 유형이 자주 출제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을 모른 채 논술을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제시문에는 부족한 배경지식을 채워주거나 논제의 답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들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꼼꼼히 읽도록 한다.

개별 소재를 연결하자

둘째는 통합적 추론 능력이다. 배경지식을 이용하고 제시문을 파악해 논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재들을 모았다면, 그것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소재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소재들을 최대한 면밀히 분석할수록 그 연결고리는 쉽게 눈에 띈다.

이때 소재들의 인과관계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상에 해당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른 소재들을 놓고 원인이 될 만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인과관계의 논리는 상당히 중요하므로 오류나 비약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개별 과목의 소재 간 통합은 자연계 논술의 핵심이며, 실제로 이 평가항목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고 있다.

논리적인 근거의 필요성

셋째는 창의력이다. 이미 내린 결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유형, 주어진 문제에 대한 발상이나 관점을 전환해 대안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유형, 도출된 원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유형이 창의력 평가를 위한 대표적인 논제의 유형이다. 이 모든 유형은 답지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창의력 평가 문항의 경우 정답이 다양할 수는 있으나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논의 전개 시에는 반드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도표나 그림 활용할 것

넷째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자연계 논술도 논술이다. 지면에 글을 쓰는 일이므로 당연히 읽을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이해, 분석, 추론, 창의적 발상도 했는데 막상 전달력이 떨어져서 감점을 받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되도록 논리정연하고 간결한 글이 좋다. 전개가 산만하면 내용이 좋아
도 감점의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인문계 논술처럼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춘 긴 글이 아닐지라도 글쓰기 전에 간단한 개요는 작성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달력을 갖춘 표현을 하기 위해서 글이 아닌 도표나 그림, 수식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맞춤법도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음을 명심하자.



‘배경지식’보다는 글쓰기로 판가름

논술에서 배경지식의 필요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고등학교에서 누구나 배우는 과학의 개념 정도면 논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장없게 출제한다는 것이 각 대학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제된 문제 중에는 심화 선택에 해당하는 과학 II의 배경지식은 물론 대학 교양 교재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소재들도 간간히 보인다. 물론 그러한 소재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꼭 관련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제시문이나 논제의 형식
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자연계 논술처럼 물리 II를 공부하지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된 사례가 있어, 서울대의 경우 각 과목의 I과 II를 학습해두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풍부하고 깊이 있는 배경지식은 때로 어려운 분석이나 복잡한 추론 과정을 대체하기도 한다. 물론 분석이나 추론 능력을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어떠한 논제에 등장한 소재를 사전에 배경지식의 형태로 접했다면 추론하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배경지식의 맹점도 있다.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와 정시 논술고사 모두에서, 제시문에서 근거를 찾기 힘든 교과서 이상의 암기된 지식을 활용한 답안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즉 배경지식을 활용할 때에는 제시문과 논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논술을 실시해보면, 배경지식의 깊이, 교과 학습의 완성도,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이해력, 추론 능력, 창의력까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학생들을 변별해주는 평가항목은 뜻밖에도 표현력이다.

특히 자연계 학생들의 경우 글의 구성 능력이 다소 떨어져서 문제가 되곤 한다. 자연계 논술처럼 풀이형의 짧은 글은 논의 전개의 간결성이나 명확성이 생명이다. 내용이 풍부하고 좋아도 구성이 산만하면 전달력이 떨어져 감점의 요인이 된다. 수리형 논술의 답안 작성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서술형 문제를 푸는 연습이 부족해 수학 기호의 사용에 문제가 있거나 풀이를 체계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써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런 경우 잘 정리된 문제집의 해설을 따라 써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혁 대성마이맥 강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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