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대지가 숨을 쉬기 시작하고, 겨우내 모습을 감추었던 들짐승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면서 밤하늘의 모습도 겨울의 화려함과는 달리 매우 청초한 느낌의 별들로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한다. 봄의 별들은 작지만 무척 상큼한 느낌으로 은근히 빛나는 멋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길었던 겨울의 그림자는 3월 남쪽과 서쪽 하늘에 여전히 화려한 1등성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밤 10시 경이면 겨울밤을 밝히던 황소자리 오리온자리 그리고 겨울철의 삼각형이 서쪽 지평선을 향해 내리막 길을 걷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겨울의 뒷편에 나타난 쌍둥이자리의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남쪽에서 여전히 뚜렷한 모습을 보이며, 또한 마차부자리의 카펠라는 북동쪽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사자자리의 가장 밝은 별 레굴루스는 남쪽 하늘로 높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 포근해지기 시작한 날씨를 느끼며 저녁 하늘 별들 속에서 새로운 정을 가꾸어보자. 이밤 제일 먼저 이야기할 별자리는 겨울의 가장 뒷편에 자리한 밝은 두 별의 이야기이다. 별빛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긴밤을 밝히는 쌍둥이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형제의 우의를 위해 죽음까지도 마다않은 형제의 끈끈한 우정이 꽃샘추위로 움츠러든 우리네들 가슴에 새봄의 포근한 정을 느끼게 한다. 동양에서는 이 별자리를 음양궁(陰陽宮)으로 불렀으며 이들의 균형이 우주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 왔다.
쌍둥이자리는 그 모양이 독특하고 밝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장고 모양의 오리온별자리에서 북동쪽으로 두 개의 밝은 별을 찾으면 된다. 그들을 중심으로 일련의 별이 두줄기로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바로 쌍둥이자리이다. 둘 중 윗부분에 있는 별이 형인 카스토르(Castor)라는 별이고, 아래의 별이 동생인 폴룩스(Pollux)다. 밝은 두 별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그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어 항상 변치 않는 형제의 우애를 느끼게 해준다. 두 별 서쪽으로 계속되는 작은 별들의 줄기는 그냥 보아도 어깨 동무한 형제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형제간의 우의를 지켰던 쌍둥이자리의 신화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백조(고니)로 변신한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Leda)를 유혹하여 낳은 쌍둥이 형제이다. 이들은 또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미모의 헬렌과 남매지간이기도 하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신의 아들답게 강한 힘과 용기를 가졌으며, 당대의 최고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아 모든 면에서 남들을 능가하였다. 특히 카스토르는 말타기에 능했고 동생 폴룩스는 권투와 무기 다루기에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폴룩스는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 형제의 비극은 아름다운 자매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그 자매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들의 약혼자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에서 불사신의 몸을 가진 폴룩스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으나 카스토르는 심한 부상을 당해 결국 죽고 말았다. 폴룩스는 자신의 분신과 같던 카스토르가 죽자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도 죽으려 하였으나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결국 폴룩스는 아버지 제우스를 찾아가 자신의 죽음을 부탁했다.
먼저 늙어버린 형
제우스는 아들 형제의 우애에 감동하여 결국 이들이 하루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허락했다. 그리고 이들 형제의 우애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들의 영혼을 하늘에 올려 나란히 두 개의 밝은 별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여 추운 겨울밤 따스한 사연을 담은 두 개의 밝은 별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밤하늘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별자리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형의 별 카스토르(2등성)보다 동생 별 폴룩스(1등성)가 더 밝다는 것이다. 그 옛날 이 별자리를 만들고 별들에 이름을 붙일 당시에는 카스토르가 폴룩스보다 더 밝았다. 밝은 별 순으로 그리스 문자를 매겼으므로 그 시절에는 알파 별인 카스토르가 더 밝은 별이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후 세월이 흐르면서 동생 별 폴룩스의 밝기가 더 밝아졌다.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형이 먼저 늙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은 별들의 세계에서도 세월이 지나면서 밝기가 변하는 것은 그 진화 과정 때문이다.
새벽녘에 쌍둥이자리가 서쪽하늘로 지는 모습을 보면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위로 하여 두 줄기의 별이 지평선 상에 똑바로 선 상태가 된다. 이 때의 모습을 잘 보면 커다란 문 기둥이 서쪽 하늘에 우뚝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연유로 쌍둥이자리를 '문기둥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쌍둥이 자리를 문기둥으로 보았을 경우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문기둥 위에 붙어 있는 전등불로 생각하면 그럴듯한 모양이 연상될 것이다. 우측에 있는 전등이 더 오래되어 빛이 약간 흐리다고 생각하면 멋진 상상이 되지 않을까!
얼어붙었던 대지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대표적 별자리가 바로 사자자리다. 겨우내 벌어졌던 화려한 1등성들의 향연이 서쪽하늘로 물러가고 작고 아기자기한 봄별들이 새순처럼 동쪽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봄축제는 시작된다. 그 축제의 가장 선두에 서서 봄별들을 인도하는 별자리가 백수의 왕 사자의 별자리다. 사자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은 거대한 밀림을 연상시킨다. 북쪽하늘엔 덩치 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기지개를 켜며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고, 그 바로 옆엔 곰의 포효에 놀란 기린이 몸을 감추려한다. 사자자리 위엔 갓 태어난 작은 사자가 귀여운 몸짓을 하며 그 옆에 살쾡이가 살금살금 먹이를 찾고 있다.
서쪽 하늘엔 사냥꾼 오리온이 거대한 황소를 잡기 위해 맞서고 있으며 오리온 아래에선 두 마리의 사냥개가 토끼를 쫓고 있다. 그 사이 은하수의 엷은 물줄기 속엔 외뿔소가 사냥꾼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 서쪽 지평선 위로는 바다의 왕 고래가 아직도 그 거대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황소 뒷편 맹수들이 없는 조용한 들판에선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들짐승들의 사이 사이엔 바다뱀과 게도 보인다. 정말 거대한 동물의 세계를 하늘에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파라오의 머리에 사자의 몸
사자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들은 앞부분에 ?(물음표)를 돌려놓은 듯한 모습의 별무리이다. 이것은 풀을 베는 낫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서양에서는 이들을 따로 떼어 낫(Sick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농사를 시작하는 새봄에 낫 모양의 별들이 보인다는 것은 농경 문화 시절의 옛사람들에겐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낫의 모양은 의젓하게 앉아 있는 사자의 앞부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서쪽 뒷편으로 2등성과 3등성의 별들이 삼각형을 이루며 보이는 것이 바로 사자의 뒷부분이다. 아주 그럴듯한 모습의 사자이다.
사자자리는 황도 12궁중 제 5궁에 해당한다. 수천년전, 하지에 태양이 이곳에 이르게 되면 여름의 폭염이 시작됐기 때문에 백수의 왕 사자가 이곳에 놓여지게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신 스핑크스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들이 그들의 왕권을 하늘이 부여한 권한으로 알리기 위해 사자자리에다 자신들의 모습을 합성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파라오의 머리를 하고 있다.
사자자리에 얽힌 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아주 먼 옛날 하늘이 온통 혼란 속에 빠져 별들이 그들의 자리를 떠나고 혜성이 하늘을 뒤덮은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달에서 불타는 유성 하나가 황금사자의 모습으로 그리스의 네메아(Nemea) 골짜기에 떨어졌다. 유성이 변하여 된 이 사자는 지구의 사자보다 몸집이 훨씬 컸고 성질 또한 포악하여 네메아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결국 그리스의 왕 에우리테우스는 당대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시켜 이 괴물 사자를 처치하게 했다.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골짜기에서 이 사자와 생사를 가르는 대 격투를 벌이게 되었고, 신의 아들답게 사자를 목졸라 죽이게 된다. 이 승리의 대가로 헤라클레스는 불침의 사자가죽을 얻게 되고, 신의 제왕 제우스는 이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이 사자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 못된 사자가 하늘의 별자리로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이 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달의 별/레굴루스(Regulus)
사자자리의 으뜸(α)별 레굴루스(Regulus, 작은 왕, 지배자)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부터 하늘의 수호자로 알려진 네개의 황제 별(Royal Star,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남쪽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중 우두머리 별이었다. 초기의 서양 점성술가들은 레굴루스를 왕의 별로 보아 이 별 아래서 태어난 사람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지게 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봄 하늘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1등성 레굴루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대단한 별로 여겨졌다.
레굴루스의 밝기는 정확히 1.4등급으로 1등성들 중에서는 어두운 편에 속한다. 다만 밝은 별이 별로 없는 봄 하늘에선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 별은 청백색의 별로 지구에서 약85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그 지름은 태양의 다섯 배 정도로 크며 밝기는 태양의 1백50배 정도이다.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통해 보면 바로 옆에서 8등급의 동반별을 발견할 수 있다. 레굴루스와 동반별과의 거리는 대략 7천억㎞로 이는 태양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보다 1백배 정도 먼 거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두 별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쌍둥이자리의 동생별(남쪽별) 폴룩스와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를 이은 선 중앙에 게자리의 작은 사각형이 보인다. 사각형 안을 자세히 보면 어렴풋이 뿌연 별무리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프레세페, 혹은 벌집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산개성단이다. 이 성단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조밀한 성단의 하나이다. 이 성단은 메시에가 분류한 성운성단 목록에 44번째로 기록되어 있어 M44로도 불린다. 프레세페라는 말은 여물통(영어의 manger, clib)을 의미하는 라틴어 Praesaepe에서 약간 변형된 것으로 이 성단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 서쪽에 있는 두 별(γ, δ)에 원인이 있다.
이 두 개의 별은 따로 당나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옛사람들은 이 두개의 별과 프레세페 성단이 놓여 있는 모양을 당나귀가 여물통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으로 상상해 하나의새로운 별자리로 보기도 했다. 이들을 하나의 별자리로 본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들을 황도상의 13번째 별자리로 보았다는 기록도 있다.
프레세페 성단은 처음엔 하나의 별로 여겨져서 게자리의 엡실론(ε)별로 불리기도 했고, 그후에도 오랫동안 성운(星雲)으로 잘못 알려져 왔다. 아마 망원경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프레세페를 성운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프레세페가 성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바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작은 망원경으로 이것이 성단임을 발견했는데 그 당시 그의 저서에는 이 발견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프레세페라고 불리는 성운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40개 이상의 작은 별들이 모인 집합이다. 나는 당나귀 이외에도 30개의 별을 더 보았다." 여기서 당나귀가 의미하는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게자리의 두 별이다.
그러나 길었던 겨울의 그림자는 3월 남쪽과 서쪽 하늘에 여전히 화려한 1등성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밤 10시 경이면 겨울밤을 밝히던 황소자리 오리온자리 그리고 겨울철의 삼각형이 서쪽 지평선을 향해 내리막 길을 걷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겨울의 뒷편에 나타난 쌍둥이자리의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남쪽에서 여전히 뚜렷한 모습을 보이며, 또한 마차부자리의 카펠라는 북동쪽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사자자리의 가장 밝은 별 레굴루스는 남쪽 하늘로 높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 포근해지기 시작한 날씨를 느끼며 저녁 하늘 별들 속에서 새로운 정을 가꾸어보자. 이밤 제일 먼저 이야기할 별자리는 겨울의 가장 뒷편에 자리한 밝은 두 별의 이야기이다. 별빛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긴밤을 밝히는 쌍둥이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형제의 우의를 위해 죽음까지도 마다않은 형제의 끈끈한 우정이 꽃샘추위로 움츠러든 우리네들 가슴에 새봄의 포근한 정을 느끼게 한다. 동양에서는 이 별자리를 음양궁(陰陽宮)으로 불렀으며 이들의 균형이 우주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 왔다.
쌍둥이자리는 그 모양이 독특하고 밝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장고 모양의 오리온별자리에서 북동쪽으로 두 개의 밝은 별을 찾으면 된다. 그들을 중심으로 일련의 별이 두줄기로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바로 쌍둥이자리이다. 둘 중 윗부분에 있는 별이 형인 카스토르(Castor)라는 별이고, 아래의 별이 동생인 폴룩스(Pollux)다. 밝은 두 별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그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어 항상 변치 않는 형제의 우애를 느끼게 해준다. 두 별 서쪽으로 계속되는 작은 별들의 줄기는 그냥 보아도 어깨 동무한 형제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형제간의 우의를 지켰던 쌍둥이자리의 신화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백조(고니)로 변신한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Leda)를 유혹하여 낳은 쌍둥이 형제이다. 이들은 또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미모의 헬렌과 남매지간이기도 하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신의 아들답게 강한 힘과 용기를 가졌으며, 당대의 최고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아 모든 면에서 남들을 능가하였다. 특히 카스토르는 말타기에 능했고 동생 폴룩스는 권투와 무기 다루기에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폴룩스는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 형제의 비극은 아름다운 자매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그 자매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들의 약혼자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에서 불사신의 몸을 가진 폴룩스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으나 카스토르는 심한 부상을 당해 결국 죽고 말았다. 폴룩스는 자신의 분신과 같던 카스토르가 죽자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도 죽으려 하였으나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결국 폴룩스는 아버지 제우스를 찾아가 자신의 죽음을 부탁했다.
먼저 늙어버린 형
제우스는 아들 형제의 우애에 감동하여 결국 이들이 하루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허락했다. 그리고 이들 형제의 우애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들의 영혼을 하늘에 올려 나란히 두 개의 밝은 별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여 추운 겨울밤 따스한 사연을 담은 두 개의 밝은 별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밤하늘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별자리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형의 별 카스토르(2등성)보다 동생 별 폴룩스(1등성)가 더 밝다는 것이다. 그 옛날 이 별자리를 만들고 별들에 이름을 붙일 당시에는 카스토르가 폴룩스보다 더 밝았다. 밝은 별 순으로 그리스 문자를 매겼으므로 그 시절에는 알파 별인 카스토르가 더 밝은 별이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후 세월이 흐르면서 동생 별 폴룩스의 밝기가 더 밝아졌다.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형이 먼저 늙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은 별들의 세계에서도 세월이 지나면서 밝기가 변하는 것은 그 진화 과정 때문이다.
새벽녘에 쌍둥이자리가 서쪽하늘로 지는 모습을 보면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위로 하여 두 줄기의 별이 지평선 상에 똑바로 선 상태가 된다. 이 때의 모습을 잘 보면 커다란 문 기둥이 서쪽 하늘에 우뚝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연유로 쌍둥이자리를 '문기둥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쌍둥이 자리를 문기둥으로 보았을 경우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문기둥 위에 붙어 있는 전등불로 생각하면 그럴듯한 모양이 연상될 것이다. 우측에 있는 전등이 더 오래되어 빛이 약간 흐리다고 생각하면 멋진 상상이 되지 않을까!
얼어붙었던 대지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대표적 별자리가 바로 사자자리다. 겨우내 벌어졌던 화려한 1등성들의 향연이 서쪽하늘로 물러가고 작고 아기자기한 봄별들이 새순처럼 동쪽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봄축제는 시작된다. 그 축제의 가장 선두에 서서 봄별들을 인도하는 별자리가 백수의 왕 사자의 별자리다. 사자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은 거대한 밀림을 연상시킨다. 북쪽하늘엔 덩치 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기지개를 켜며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고, 그 바로 옆엔 곰의 포효에 놀란 기린이 몸을 감추려한다. 사자자리 위엔 갓 태어난 작은 사자가 귀여운 몸짓을 하며 그 옆에 살쾡이가 살금살금 먹이를 찾고 있다.
서쪽 하늘엔 사냥꾼 오리온이 거대한 황소를 잡기 위해 맞서고 있으며 오리온 아래에선 두 마리의 사냥개가 토끼를 쫓고 있다. 그 사이 은하수의 엷은 물줄기 속엔 외뿔소가 사냥꾼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 서쪽 지평선 위로는 바다의 왕 고래가 아직도 그 거대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황소 뒷편 맹수들이 없는 조용한 들판에선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들짐승들의 사이 사이엔 바다뱀과 게도 보인다. 정말 거대한 동물의 세계를 하늘에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파라오의 머리에 사자의 몸
사자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들은 앞부분에 ?(물음표)를 돌려놓은 듯한 모습의 별무리이다. 이것은 풀을 베는 낫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서양에서는 이들을 따로 떼어 낫(Sick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농사를 시작하는 새봄에 낫 모양의 별들이 보인다는 것은 농경 문화 시절의 옛사람들에겐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낫의 모양은 의젓하게 앉아 있는 사자의 앞부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서쪽 뒷편으로 2등성과 3등성의 별들이 삼각형을 이루며 보이는 것이 바로 사자의 뒷부분이다. 아주 그럴듯한 모습의 사자이다.
사자자리는 황도 12궁중 제 5궁에 해당한다. 수천년전, 하지에 태양이 이곳에 이르게 되면 여름의 폭염이 시작됐기 때문에 백수의 왕 사자가 이곳에 놓여지게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신 스핑크스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들이 그들의 왕권을 하늘이 부여한 권한으로 알리기 위해 사자자리에다 자신들의 모습을 합성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파라오의 머리를 하고 있다.
사자자리에 얽힌 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아주 먼 옛날 하늘이 온통 혼란 속에 빠져 별들이 그들의 자리를 떠나고 혜성이 하늘을 뒤덮은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달에서 불타는 유성 하나가 황금사자의 모습으로 그리스의 네메아(Nemea) 골짜기에 떨어졌다. 유성이 변하여 된 이 사자는 지구의 사자보다 몸집이 훨씬 컸고 성질 또한 포악하여 네메아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결국 그리스의 왕 에우리테우스는 당대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시켜 이 괴물 사자를 처치하게 했다.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골짜기에서 이 사자와 생사를 가르는 대 격투를 벌이게 되었고, 신의 아들답게 사자를 목졸라 죽이게 된다. 이 승리의 대가로 헤라클레스는 불침의 사자가죽을 얻게 되고, 신의 제왕 제우스는 이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이 사자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 못된 사자가 하늘의 별자리로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이 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달의 별/레굴루스(Regulus)
사자자리의 으뜸(α)별 레굴루스(Regulus, 작은 왕, 지배자)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부터 하늘의 수호자로 알려진 네개의 황제 별(Royal Star,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남쪽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중 우두머리 별이었다. 초기의 서양 점성술가들은 레굴루스를 왕의 별로 보아 이 별 아래서 태어난 사람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지게 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봄 하늘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1등성 레굴루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대단한 별로 여겨졌다.
레굴루스의 밝기는 정확히 1.4등급으로 1등성들 중에서는 어두운 편에 속한다. 다만 밝은 별이 별로 없는 봄 하늘에선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 별은 청백색의 별로 지구에서 약85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그 지름은 태양의 다섯 배 정도로 크며 밝기는 태양의 1백50배 정도이다.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통해 보면 바로 옆에서 8등급의 동반별을 발견할 수 있다. 레굴루스와 동반별과의 거리는 대략 7천억㎞로 이는 태양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보다 1백배 정도 먼 거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두 별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쌍둥이자리의 동생별(남쪽별) 폴룩스와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를 이은 선 중앙에 게자리의 작은 사각형이 보인다. 사각형 안을 자세히 보면 어렴풋이 뿌연 별무리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프레세페, 혹은 벌집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산개성단이다. 이 성단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조밀한 성단의 하나이다. 이 성단은 메시에가 분류한 성운성단 목록에 44번째로 기록되어 있어 M44로도 불린다. 프레세페라는 말은 여물통(영어의 manger, clib)을 의미하는 라틴어 Praesaepe에서 약간 변형된 것으로 이 성단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그 서쪽에 있는 두 별(γ, δ)에 원인이 있다.
이 두 개의 별은 따로 당나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옛사람들은 이 두개의 별과 프레세페 성단이 놓여 있는 모양을 당나귀가 여물통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으로 상상해 하나의새로운 별자리로 보기도 했다. 이들을 하나의 별자리로 본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들을 황도상의 13번째 별자리로 보았다는 기록도 있다.
프레세페 성단은 처음엔 하나의 별로 여겨져서 게자리의 엡실론(ε)별로 불리기도 했고, 그후에도 오랫동안 성운(星雲)으로 잘못 알려져 왔다. 아마 망원경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프레세페를 성운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프레세페가 성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바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작은 망원경으로 이것이 성단임을 발견했는데 그 당시 그의 저서에는 이 발견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프레세페라고 불리는 성운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40개 이상의 작은 별들이 모인 집합이다. 나는 당나귀 이외에도 30개의 별을 더 보았다." 여기서 당나귀가 의미하는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게자리의 두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