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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에서 컴퓨터로 워드프로세싱은 PC사용의 첫걸음

일단 워드프로세싱을 목적으로 PC를 구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기능을 충분히 익히면 PC의 다른 기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에프타입 키손'의 비유대로 컴컴한 동굴속에서 잠자다 일어난 한 원시인이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서 넘어진 것이 교통문제 발생의 시원이라고 한다면, 워드프로세싱의 역사도 동굴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원시인이 동굴의 벽에 자신이 본것, 혹은 자신의 생각을 만인공동의 기호인 상형문자로 동굴벽에 새겨 놓은 것이 최초의 워드프로세싱 행위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워드프로세싱이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말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라는 또 하나의 말이 이를 시시하고 있다. 워드(word)라는 것은 단지 언어의 한 단위로서가 아니라 언어 전체를 통괄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문명을 선도하는 기본적인 구성요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워드라는 것은 말이 시작 되는 모든 현상으로부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적(Personal)인 쓰기 행위, 혹은 보다 공적인 개념의 인쇄 행위 등을 포함하고, 심지어는 이외 효과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것이다. 프로세싱이라는 말 역시 총체적인 언어 현상의 모든 과정과 처리형태를 포함하는 매우 복잡하고도 지적인(intelligent) 것이다. 현재 워드프로세싱은 컴퓨터를 기초로 한 고도로 발달한 기계와 복잡한 처리과정을 통하여 행해지는 언어의 가공기술과 관련된 현상(phenomenon)으로 생각되고 있다.

밀턴, 최초의 워드프로세서 사용자

워드프로세서(wordprocessor)는 일반적으로 워드프로세싱 행위를 가능케 해주는 기계로 인식되고 있으며, 또한 이것은 컴퓨터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타자기와 비슷한 일을 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인식에는 전혀 하자가 없다. 워드프로세가 타자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타자기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은 석기시대에 있어서 원시인들이 워드프로세싱을 행했다고 본 것은 그들의 행위가 현대인들이 워드프로세서를 가지고 처리하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워드프로세서는 현재 여러가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or'의 어미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고, 기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밀턴'이 '실락원'을 씀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데 대하여 그를 근대적인 의미의 최초의 워드프로세서 사용자로 보는 전문가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사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혹은 정리하는 행위"라는 광범한 의미를 지닌 워드프로세싱의 정의를 생각하면 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글을 딸로 하여금 타자기로 정리케한 톨스토이 보다 근대적인 의미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 사람이라고 할수도 있는 것이다. 즉 워드프로세서는 워드프로세싱을 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워드프로세싱을 매개하여 주는 기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지적인 워드프로세싱 시스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팀은 모든 현대적인 의미의 워드프로세서들의 전형이 되고 있다. 현대적인 워드프로세싱 시스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기계로서의 타자기는 우리가 종래에 사용해 오던 필기구인 연필이나 펜의 연장인 것이며, 이 기계가 사용하는 미디움인 종이는 양자에 의하여 공히 사용되고 있다.

이를 보다 깊이 살펴보면, 필기구라는 것은 인간의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의지의 연장임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의도가 한 사람의 사고방식에 의하여 프로세싱된 후, 이것이 펜과 종이를 미디움으로 하여 하드 카피(hard copy)를 만들어 내는 팔(arm)이라는 프린터의 원형에 의하여 워드프로세싱 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속에만 내재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워드프로세싱 되었다(work processed)"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연장선을 다시 그려보면, "사고→연필 등의 필기구→원시적인 기계로서의 워드프로세서인 타자기→현대적 의미의 워드프로세서"가 됨을 알 수 있다. 원래 타자기는 모니터만 없는 워드프로세서로서 키보드와 프린터가 하나의 몸채에 꾸며져 있다. 이것이 보다 고도의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컴퓨터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이같은 워드프로세싱 기능을 하도록 발전시킨 것이며, 아직도 추구하는 바는 그 전형인 인간의 기능이다. 키보드가 입력 장치로 쓰인 것을 타자기의 역사로 본다면 벌써 1백년이 훨씬 넘는데, 요사이에는 입력장치로서 옵티컬 리더 혹은 스캐너(optical rdader or scanner)가 사용되어 문자나 그림을 읽어 들여서 이를 워드프로세싱된 문서에 삽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시도는 극히 부분적인 면에서만 행해지고 있어서 형편이 좋은 일부의 사용자만 이 기능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기능마저도 완전한 것이 아니다. 이런 장치들은 극히 제한된 형태의 글씨를 더미(dummy) 타입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이나, 이런 장치의 전형인 인간의 눈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히 인텔리전트하게 기능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즉 옵티컬 리더 등은 제한된 글씨의 타입에서 벗어나면 이를 지적으로 인식할 수 없으나, 인간의 옵티컬 리더인 눈은 중앙처리장치인 두뇌에 연결되어 흘려쓴 글씨나 암호까지도 해독하고 이를 프로세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초미래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목적이냐, 전용이냐

현재 이 글에서 논의코자 하는 측면은 기계로서의 워드프로세서이며, 이 경우에도 워드프로세서라는 말은 두가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하드웨어인 일반 목적(general purpose), 혹은 다목적용의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에 소프트웨어인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을 넣어서 사용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워드프로세싱의 목적을 위주로 하여 특별히 제작한 기계인 워드프로세싱 전용기(dedicated machine)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 목적이라 함음 여러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컴퓨터라는 하나의 하드웨어가 어떤 소프트웨어와 결합해야만 그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 하드웨어의 기억장치에 실린 소프트웨어에 따라서 그 동작 특성이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컴퓨터에 데이타 베이스 프로그램이 실렸을 때에는 데이타 베이스 처리기가 되고, 전자 계산서 프로그램을 실었을 때는 전자 계산 전용의 컴퓨터가 되는것이다. 다양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일반 목적의 컴퓨터라고 불리우는 것으로서 모든 개인용 혹은 사무용의 컴퓨터는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이에 비하여 워드프로세싱 전용기는 워드프러세싱이라는 특정 목적에만 합치 시키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가격과 성능

먼저 워드프로세싱 전용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워드프로세싱 전용기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하여 워드프로세싱을 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일반 목적의 컴퓨터를 사용한 워드프로세싱과 차이가 없다. 히자만 이 기계들은 워드프로세싱의 기능이 컴퓨터의 자판(keyboard)에 있는 키에 지정되어 있어서 편리한 면이 있다. 한 예를 들어서, 타이핑된 서류의 일부에 있는 내용을 다른 부분으로 옮기는 것을 Move기능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일반 목적의 컴퓨터에서 처리하려면 각개의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마다 특별히 정한 키를 눌러야 함에 비하여 전용기는 Move라고 적혀있는 하나의 키를 누름으로써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전용기의 특징은 워드프로세싱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편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용기는 두가지의 종류가 있으며, 이를 분류하는 기준은 단적으로 그 기계의 가격이라고 하겠다. 하나는 일반 목적의 컴퓨터보다 훨씬 싼 가격의 전용기, 또 하나는 일반 목적의 컴퓨터와 비교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싼 전용기이다. 1988년 10월 현재 저렴한 전용기는 가장 싼 IBM PC 호환기종인 일반 목적의 컴퓨터와 거의 대등한 수준에 있다고 보겠으나, 이런 류의 전용기 중에서 프린터를 내장하고 있는 것이 많아서 실제로는 일반 목적의 컴퓨터가 프린터를 갖추어야만 시스팀으로서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볼 때 이에 비하여 최소한 반정도는 저렴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전용기들은 보통의 컴퓨터들이 가진 커다란 화면이 없어서 한번에 볼 수 있는 문서의 양이 극히 한정된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한줄 혹은 서너줄의 액정화면을 통해서는 문서를 작성하여 이를 프린트하지 않고서는 전체의 내용이며, 레이아웃(layout)을 판단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용기의 특징은 대별하면 기능이 미리 정해져서 이것이 하드웨어적으로 정의된 키가 많다는 한가지 사실과 프린터를 내장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라고 하겠다.

그에 비하여 소위 예술적인 수준의 전용기는 가격면에서 보통의 개인용 컴퓨터의 시스팀 가격에 10여배는 되는 정도의 엄청난 가격이다. 이것이 가진 특징 중에서 저렴한 전용기가 가진 것과 같은 특징은 어떤 기능이 각개의 기능을 적어 놓은 키로써 하드웨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키보드, 화면(monitor), 메인시스팀, 그리고 프린터의 네가지 컴포넌트로 구성되어 있는 면에서는 일반 목적의 컴퓨터와 같다고 할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용기의 가격이 필연적으로 비싸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일반 목적의 컴퓨터라는 것이 글자 그대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목적에 합치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면을 고려하여 만들어 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작될 수 있는 컴퓨터는 가능한 저렴한 가격이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성능만을 강조함으로써 이 하드웨어를 고급화 할 수 없으며, 하나의 목적만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적당한 가격으로, 적당한 성능을 보장한다는 적정선(optimum)의 원리를 채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비싼 전용기들은 가격에 구애를 받지 않고, 오로지 워드프로세싱에 편리한 거의 모든 조치를 취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류의 전용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최대한의 인간공학적(ergonomics)인 배려가 행해졌다는 사실이다. 많은 양의 문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워드프로세싱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두번째 유형의 전용기들은 일반 목적의 컴퓨터의 24라인 디스플레이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A4용지 한장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길이인 60내지인 64라인의 상하로 긴 모양의 화면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키보드는 오랜 작업에 있어서도 피곤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모든 배려와 오타를 방지할 수 있는 비교적 효율적인 방안을 고려하여 만든 것들이다. 또한 화면은 일반 목적의 컴퓨터들이 채택하고 있는 초록색 혹은 호박색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소위 블랙 온 화이트(black on white), 즉 흰색의 바탕에 매우 또렷한 검정색의 글씨를 보이도록 하고 있다.

이 화면에 나타나는 글씨는 우리가 평소에 흰종이에 검성색의 글씨를 쓰는 것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친근미를 줄뿐만 아니라 장시간의 사용에 있어서도 눈의 피로를 훨씬 줄여줄 수 있으므로 사용자의 시력보호를 위한 많은 배려가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하여간 컴퓨터 시스팀을 인간이 쾌적한 상태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는 인간공학적인 측면의 모든 배려가 이런 류의 기종에서 취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인 수준의 전용기가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많지 않은 이 기계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여 한정판(?)의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PC와 워드프러세서

'개인용'이라는 따지가 붙은 컴퓨터의 성능은 소형 컴퓨터의 초기시절에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게임기 비슷한 컴퓨터"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최초의 상업적인 개인용 컴퓨터로서 애플(Apple)컴퓨터가 나타난 70년도 중반에는 이런 말이 아무런 의문없이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최초의 애플은 워드프로세싱이라는 고도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 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를 수행할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운용할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만해도 혁명적인 것이었으므로 몇몇 호사가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비싼 장난감으로서의 역할만으로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컴퓨터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이 하드웨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운용체제(OS:Operating System) 라는 것이 필요한데 애플의 디스크(Disk)운용체제는 최초에는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무적인 차원에서의 사용만으로 평가되던 워드프로세싱이라는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이와 비슷한 시기, 즉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접근 불가능한 것으로 경외하고 있던 시절인 70년대 중반에 나타난, 타자기를 닮은 한 기계가 다시 세상을 바꿔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만이 할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컴퓨터와 닮은 기계가 아니고, 타자기를 닮은 기계였다. 정확히 말하면 이 기계는 타자기의 모양을 한 컴퓨터였던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기계'라고 불리우던 이타자기는 바로 컴퓨터계의 거인인 IBM사가 만든 메모리 타자기(Memory Typewriter)였다. 이것은 대부분의 타자기들이 사용하고 있던 활자가 달려있는 길다란 바(bar)를 없애 버리고 한 세트의 글자체가 하나의 골프공만한 크기의 공(ball)에 새겨져 있는 셀렉트릭 볼(Selectric ball)을 장착한 전동타자기였으며, 한번 타자한 내용을 전원이 차단되기 전까지는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고, 전원을 차단하기 전에 그 내용을 자기테이프에 기억시켜 놓으면 이것은 언제까지고 타자기 내에 기억되어 있도록 된 기계였다. 이 기계는 A4용지 1백장 분량의 문서를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일단 만들어서 기억시킨 문서는 언제라도 다시 꺼내서 프린트할 수 있었으며, 이 때는 기계 혼자서 스스로 인쇄작업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던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메모리 타자기의 사용 설명서(manual)에서 최초로 사용된 말이 '워드프로세싱'이라는 단어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기계는 화면만을 결여한 워드프로세싱 전용기였다. 모든 편집기능이 커다란 키보드의 기능키 위에 새겨져 있어서 워드프로세싱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 사용설명서를 한번 읽고 나서는 기능키만 누르면 모든 작업이 자동적으로 행해졌던 것이다.

워드스타의 신화

마침내 애플컴퓨터가 하드웨어적으로 진화(?)하여 보다 큰 능력을 갖추게 되자 이를 지원하는 여러가지의 프로그램들이 나타났으며, 이로써 메모리 타자기의 출현에 따라서 워드프로세싱이라고 정의된 일을 실행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이 때에 CP/M(Control Program for MicroComputers)이라고 불리우는 보다 사무처리에 적합한 운영체제가 나타나, 결국 워드스타(Word Star)라는 불세출의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이 나타날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이 때 워드프로세싱이란 말을 탄생시킨 IBM사는 메모리 타자기가 초래한 반향을 통하여 워드프로세싱 행위가 전세계의 사무실에서 차지하게 될 위치를 크게 인식하게 되고, 결국 디스플레이 라이터(Display Writer)라는 워드프로세싱 전용기를 소개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더욱 발전된 메모리 타자기에 화면을 붙인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모든 면에서 워드프로세싱에 보다 이상적인 형태로서 등장하였다. 이 편리한 기계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한편 CP/M은 갖가지의 사무용 프로그램이 이를 통하여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게 되었으며, 이것은 전용기와는 다른 방향에서 워드프로세싱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다. 이 때 CP/M을 기초로 만들어진 워드스타 등의 많은 프로그램들은 근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IBM-PC의 출현 후에 시장을 지배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 디스크 운용체제(Microsoft Disk OS)를 기본으로 한 수많은 워드프로세싱 소프트웨어로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PC의 실제적인 발전은 초창기에 전자계산서(spreadsheet)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루어졌지만 아마도 PC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워드프로세싱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비싼 전용기를 구입하는 사용자들의 수가 극히 적으므로 전용기 생산업체의 제품 개발 속도가 늦다는 것과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전용기의 신화(myth)는 이제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이 든다.

일단 워드프로세싱을 목적으로 하여 PC를 구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게 되면 PC의 다른 기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다른 기눙과 워드프로세싱 기능을 합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워드프로세싱은 컴퓨터 사용의 첫걸음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전용기들이 전과는 달리 점차로 약간의 데이타베이스 매니지먼트(database management) 기능이라든지, 전자계산서 기능, 혹은 통신의 기능을 갖추어가고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전용'이라는 한정적인 기능만으로는 현대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은 때문이라고 하겠다.


워드프로세서의 출발은 타자기


승패는 명약관화

PC용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며, 속도가 늦은 전용기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때 이젠 일반 목적의 컴퓨터가 보다 워드 워드프로세싱다운 화려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용기를 만드는 업체들의 수가 몇개로 한정되어 있음에 비하여 PC용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의 수가 워낙 많아서 업체간의 경쟁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때 워드프로세싱 전용기의 신화에 눈을 돌린 많은 PC 사용자들 때문에 요사이에 발매되는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들은 전용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뿐만 이나라 특정 전용기의 작동방법까지 모방(simulation)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PC용의 멀티메이트(Multimate) 프로그램은 왕(Wang) 워드프로세싱 전용기와 사용방법이 거의 같으며, 부분적으로는 뛰어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단지 워드프로세싱 전용기가 가진 장점이라는 것은 보다 인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하드웨어에 있다고 하겠는데, 요사이에 발매되고 있는 PC들이 이런 특징마저도 공유하게 되어 전용기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워드프로세싱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워드프로세서(wordprocessor)를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남들보다 일찌기 타자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또 메모리 타자기와 찬숙했으며, 애플이 초기시절부터 IBM PC의 천하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워드프로세싱을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린 필자로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의 축복을 받도록 하고 싶다.

컴퓨터를 모태로 한 모든 기계에 있어서는 절대로 '백물이불여일견'(Seeing is Believing) 이라는 말이 적합치 않다. 요새 그 의미를 살필 때 '백견이불여일행'(Doing is Believing) 과 비슷한 말이 탄생하고,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을 본다. 이것은 컴퓨터의 문화가 성숙해 가고 있다는 현 시류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순백 엠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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