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에서 시동걸기가 어렵고 알데히드를 배출하는 문제가 있으나 출력이 좋고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의 서울 하늘은 너무도 깨끗하다. 사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의 환경문제는 이제 먼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급대수는 이미 4백만대를 넘어섰고 1천만대시대도 멀지않아 닥칠 것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데 특히 이산화탄소(${CO}_{2}$)량이 증가함에 따라 기상이변을 수반하는 지구의 온난화문제가 난감한 상태에 이르렀다. 대도시의 대기오염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앞으로 수출산업의 주력을 담당하게 될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날로 강화돼 가는 배기가스규제와 연비규제(CAFE, 기업평균연비)를 뛰어 넘을 새로운 '슈퍼스타' 자동차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사실 최근의 규제양상은 매우 강력하고 심각하다. 커다란 수출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배기가스규제와 연비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여러가지 방도가 제안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메탄올(methanol)자동차다.
에탄올과 메탄올이 대체연료로
대체로 두종류의 알코올이 차량의 대체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메틸알코올(메탄올)과 에틸알코올(에탄올)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에틸알코올(${C}_{2}{H}_{5}OH$)은 사탕수수와 곡물류에서 추출되는 식물성 알코올인데 이 알코올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브라질에서는 일찍부터 수송용 차량에 에탄올을 일부 적용해 왔다. 이에 비해 메탄올(${CH}_{3}OH$)은 천연가스와 석탄 등으로부터 얻어진다. 에탄올과는 달리 사람이 먹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이 메탄올은 주로 공업용으로 사용되는데 에탄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다면 메탄올이 석유의 대체연료로 선택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로 물성(物性)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메탄올은 석유계 연료와 같이 상온(常温)에서 액체라는 점 때문에 다른 연료보다 앞서서 유망한 석유대체에너지로 검토돼 왔다. 아울러 가솔린의 옥탄가가 약 90인데 비해 메탄올은 약 1백5이므로 높은 압축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고압축비를 통한 연소효율의 향상을 이룰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자식에서 알 수 있듯이 수산(OH)기가 있어 연소를 촉진시킴으로써 연소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이로써 열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로 자원적인 측면에서도 메탄올의 활용은 유리한 점이 많다. 석유는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메탄올은 소련 미국 등 세계각지에 널리 분포돼 있어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세계 유가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로 배출가스가 거의 없다는 점도 메탄올의 강점이다. 메탄올은 연료의 특성상 연소를 통해 생성되는 매연이 없고 분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자동차 배기가스에 기인한 공해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 또한 가솔린과 비교했을 때 연료비용도 비슷한 수준이다(동일 거리를 달렸을 때). 앞으로 체계가 정립되면 오히려 저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에는 인기 못얻어
메탄올자동차의 개발은 세계적인 환경보호운동의 영향이 크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환경보호운동에 발맞춰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규제가 가장 심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이미 '대기정화법'(Clean Air Act)을 제정해 놓고 있는데 이를 오는 9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그 법의 내용은 주(州)내에 반입되는 모든 차량 중 일정수는 현재의 차량보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어야 한다는 것인데, 멀지않아 미국 전역에 이 법을 적용할 움직임이다.
문제는 현재의 차량개념을 갖고서는 아무리 연비를 향상시키고 차체의 경량화를 실현해도 그 규제법의 기준치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혀 새로운 개념의 무공해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현재 전기자동차와 메탄올자동차가 그 기준치를 만족시키는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메탄올자동차는 유해 배기가스가 극소량이면서도 성능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기존 차량에 손색없을 정도로 우수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코올연료를 자동차에 처음으로 적용한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나 곡물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에탄올을 연료화했다. 그러나 에탄올은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후 메탄올을 자동차의 대체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195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동안 메탄올연료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화학적 특성상 자동차의 각 부품을 부식시키는 등 내구성 측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1973년의 1차 오일쇼크, 1979년의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대체연료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한때 중대 연구과제로 부각됐으나 그후 석유계 연료의 1일소모량이 줄어들고 비산유국의 계속적인 유전개발로 인해 유가가 안정되면서 대규모 대체에너지 연구개발계획은 축소되고 말았다.
일본의 통산성과 자원에너지청은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1980년대 초부터 저농도 메탄올(다량의 가솔린에 소량의 메탄올 혼합)의 이용을 위한 기술연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본의 과학자들은 곧 저농도 메탄올이 연료공급계의 신뢰성 제고 및 배기가스저감에 특별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제는 고농도 메탄올 이용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메탄올이 막 연구되기 시작할 때에는 그 연구목적이 단순히 대체에너지중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85년부터는 대도시 환경공해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에 따라 고농도 메탄올 혼합연구가 본격적으로 착수됐다.
자동차 엔진에 메탄올을 이용하고자 할 때 필수적인 기술은 어떤 것일까.
겨울철 시동이 어렵지만···
알다시피 메탄올은 단일성분의 산소를 함유하고 있는 연료다. 따라서 연소가스에 유황 및 매연성분이 거의 없고 옥탄가가 높아 고압축비 엔진에 주입할 수 있다. 게다가 연소온도도 낮아 질소산화물(NOx)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비점이 높고 기화잠열이 크기 때문에 주변온도가 낮을 때 혼합기체를 잘 형성하지 못해 저온시동이 어렵다. 또 채 연소되지 않은 알데히드(aldehyde)가 배출되므로 저온시동의 개선과 알데히드의 배출량을 현저히 줄여주는 촉매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금속이나 고무를 부식시키는 성질이 강하므로 고무계 및 연료계의 부식대책을 세워야 하고 피스톤링 밸브시트 등의 부품을 내마모성 재질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메탄올은 현재 주로 천연가스로부터 얻고 있으나 석탄 및 식물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여하튼 다양하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을 뿐더러 운반이 쉽고 기존의 석유공급시설을 크게 변경시키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메탄올의 강점이다.
최근 기아자동차(주)는 콩코드 M100(메탄올 100%)과 베스타 M85(메탄올 85% +가솔린 15%) 등 2종의 메탄올자동차를 개발했다. 지난83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근 10년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이 메탄올 콩코드와 베스타는 각각 1.8ℓ와 2.0ℓ짜리 기화기형 메탄올엔진을 달고 있다. 또 메탄올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연료탱크와 파이프는 스테인리스강 또는 니켈(Ni) 도금처리를 했으며 고무는 3원계 불소고무를 사용했다.
알다시피 메탄올은 낮은 온도에서의 증기압이 가솔린보다 훨씬 낮고 기화잠열이 가솔린에 비해 엄청 크다. 때문에 겨울에 수은주가 내려가면 시동걸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번에 기아에서 개발한 메탄올자동차의 경우, 가솔린 또는 메탄올과 가솔린을 혼합한 연료로 시동을 걸도록 설계됐다.
메탄올엔진의 출력은 오히려 기존엔진보다 7% 향상된 상태다. 차량 주행성능과 주행연료소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도시공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소산화물은 40% 감소하며 매연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듯 메탄올자동차는 배기가스 배출면에서 우수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메탄올전용 배기가스 정화촉매가 장착된다면 배기가스 배출량은 훨씬 더 줄어들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현재까지는 가솔린엔진을 약간 개조해 메탄올을 활용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도시공해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디젤차량에 메탄올을 사용하는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젤버스와 청소용 차량 등에 메탄올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