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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 깊은 히아데스 형제들

12월의 밤하늘

12월의 밤하늘

따스한 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얗게 눈 덮인 산과 들을 바라보며 이 밤도 변함없이 빛나는 별들에게서 우리는 사랑과 정을 느낀다. 별들을 바라보며 잊고 지냈던 고향의 친구들, 그리운 이웃들을 떠올리며 한해 동안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리라….

겨울 별들은 그 어느 계절보다 화려하며 따스한 빛으로 우릴 감싸준다. 얼어붙은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를 전하며…. 길어진 겨울밤 잠시 밖으로 나가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잊고 지냈던 사랑의 마음을 찾아 보기 바란다.

공주를 유혹하는 황소

한해가 저물어가면서 친숙한 모습의 황소자리는 남쪽 하늘에서 밤공기에 콧김을 불어넣고 있다. 황소의 얼굴은 V자 모양을 한 히아데스라고 불리는 성단에 의해 표현돼 있다. 그 빛나는 눈은 1등성 알데바란(Aldebaran)이며 긴 뿔은 제타(ζ)와 베타(β)별로 길게 뻗어 있다. 고대에는 베타 별이 마차부자리와 황소자리에 같이 포함돼 있어서 마차부자리의 감마(γ)별로도 알려졌었다. 이제 이 별은 뿔의 끝을 뜻하는 엘 나쓰(El Nath)란 아라비아 이름으로 완전히 황소자리의 별이 되었다.

하늘엔 단지 황소의 상반신만이 보인다. 이 황소는 그리스신화 속에서 비롯되었는데, 매혹적인 에우로파 공주를 유혹하기 위해 황소로 변한 제우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제우스는 그녀를 납치해 크레테섬으로 달아나서 설득해 아내로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하늘에 황소 별자리를 만들었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파(α)별 알데바란(Aldebaran)으로 화로 속의 숯덩이처럼 붉은 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이 별은 오렌지색 초거성으로 태양의 490배에 달하는 지름과 1백배 정도의 밝기를 가지고 있다. 알데바란이란 이름은 '뒤따르는 자'를 의미하는 아라비아 말에서 비롯됐는데 이것은 이 별이 아라비아 말에서 비롯됐는데 하늘을 가로질러 히아데스와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알데바란은 68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약간의 변광 현상을 보이지만 대략 0.9등급의 밝기를 가지고 있다.

히아데스(Hyades)와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단은 밤하늘에 놓인 가장 큰 유혹거리에 속한다. 신화에 따르면 히아데스와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Atlas) 신의 딸들로 서로 자매지간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배다른 형제들로 히아데스의 어머니는 애트라(Aethra), 플레이아데스의 어머니는 플레이오네(Pleione)다.

신화 속에서는 다섯명의 히아데스만을 말하고 있는데 최소한 맨눈으로도 열 개 이상의 별을 확인할 수 있다. 히아데스성단은 5도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쌍안경의 한 시야 정도에 해당한다. 알데바란은 히아데스 성단의 한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별은 실제 히아데스 성단의 절반 정도 거리에 있으며 놓여진 각도 때문에 우연히 히아데스성단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히아데스가 동쪽하늘에서 떠오를 때부터 우기가 시작된다고 해 '비의 히아데스' '눈물의 히아데스'라는 말이 있다. 이때가 월력으로는 5월말경의 새벽이 되는데, 히아데스가 저녁 동쪽하늘에 보이기 시작하는 11월 이후에는 우기가 끝나 버려, 히아데스가 '비의 신'이라는 말은 매우 근거가 있는 말이다. 히아데스라는 말이 원래 '비가 내리다'라는 뜻의 그리스 말이라고 하니 정말 그럴듯하다. 히아데스에 전해져 오는 신화속의 이야기도 '눈물의 히아데스'와 아주 연관이 깊다.

히아데스는 산의 요정들로 아주 우애가 깊은 형제들이었다. 어느날 그들의 형제인 히아데스가 리비아에서 사냥을 하다 사나운 멧돼지에게 물려 죽자 그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먹는 것도 잊고 계속 비통하게 울기만 했다고 한다. 이들의 울음소리에 감동한 제우스는 이들을 하늘에 올려 별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별이 된 히아데스는 하늘에서도 눈물을 그치지 않고 계속 슬피 울었고 그 눈물은 비가 돼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들의 눈물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7자매 별


플레이아데스 성단(M45, NGC 1432)^황소자리의 산개성단. 푸른색의 젊은 별들로 이루어졌으며 각각의 별들은 그리스 신화 여주인공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히아데스성단과 달리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일곱 별은 각각 모두 일곱 자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알키오네(Alcyone) 아스테로페(Asterope) 케라에노(Celaeno) 엘렉트라(Electra) 마이아(Maia) 메로페(Merope) 그리고 타이게타(Taygeta)가 그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일명 7자매별(Seven Sisters)이라고도 하며, 희뿌연 모습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昻星)이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이루는 작은 국자 모양의 손잡이 부분에 아버지 아틀라스와 어머니 플레이오네의 별이 있는데 이것은 원래부터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17세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리치올리(Riccioli)가 추가시킨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추가됨으로써 플레이아데스는 완전한 가족을 이루게 됐다.

신화 속에서 플레이아데스들은 아버지 아틀라스가 제우스를 배신해 하늘의 무게를 짊어지는 벌을 받게 됐을 때 이것을 너무 슬퍼한 나머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곱 개의 별 중 하나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일설에는 일곱 자매 중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하지 못한 메로페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사라졌다고도 하고, 또는 케라에노가 번개에 맞아 죽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엘렉트라에 관한 것이다. 엘렉트라는 그녀의 아들 다리다누스가 세운 트로이가 아게멤논이 이끄는 그리스 군에게 함락되자 이것을 보지 않으려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황소자리를 떠난 엘렉트라는 그후 북쪽하늘을 방황하다가 큰곰자리의 한 모퉁이에 안착했다고 전해진다. 북두칠성의 손잡이에 위치한 미자르 별 옆에 있는 작은 별 알골이 바로 그 별이라고도 한다.

쌍안경으로 이곳을 보면 이름이 붙여진 별들 이외에도 한 시야에 대략 수십개의 별을 볼 수 있다. 적어도 1백개의 별이 4백광년의 거리에 있는 이 성단에 속해 있다. 이 거리는 히아데스보다 거의 세배나 먼 거리이다. 플레이아데스의 별들은 작은 국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플레이아데스의 크기는 대략 그 국자 속에 보름달을 담을 수 있는 정도이다. 물론 전체 성단의 크기는 보름달의 두배가 넘는다.

플레이아데스성단에서 가장 밝은 것은 알키오네로 알려진 에타(η)별이다. 이 별은 2.9등급의 밝기로 3백50광년 떨어져 있는 청백색 거성이다. 플레이오네는 부(BU)별로 알려져 있는데 껍질별(shell star)로 불리는 흥미있는 변광성이다. 이 별은 태양의 1백배 이상으로 빠르게 자전하기 때문에 그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두꺼운 가스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은 그 밝기를 천천히 변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데 현재 대략 5등급 정도의 밝기다. 아마 플레이오네는 과거에 더 밝았을 것이고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플레이아데스성단의 별이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실제로 5천만년 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6억광년의 나이를 가진 히아데스성단에 비해 아주 젊은 별들이다. 장노출 망원경 사진을 통해 보면 플레이아데스성단의 별 주위에 여전히 이 별 생성 당시의 가스와 먼지 구름이 둘러싸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성운성 물질들은 아마추어들이 가지고 있는 망원경으로는 아주 특별한 상태가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다.


플레이아데스 성단
 

초신성 폭발이 남긴 잔해

황소자리는 히아데스와 플레이아데스성단 이외에도 특별한 대상을 가지고 있다. 게성운(Crab nebula)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것은 태양계 외부에서 가장 잘 연구된 천체일 것이다. 게성운은 태양보다 좀 더 무거운 별이 그 인생의 종말기에 초신성 폭발로 부서지면서 남긴 잔해이다.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1054년 7월에 이 별이 번쩍이는 것을 관측했다. 이 별이 가장 밝게 빛났을때 그 밝기는 -4등급으로 금성 정도의 밝기에 이르렀었고, 그후 3주동안은 낮에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별은 그로부터 21개월이 지난 1056년 4월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별에 대한 유럽의 기록은 없다. 이것은 이 시기가 유럽의 중세 암흑시대로 천문학이 거의 사라진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폭발 과정에서 이 초신성은 태양의 5억배 이상의 밝기로 빛났을 것이다. 이러한 초신성 25개 정도의 밝기면 우리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는 것이다. 초신성의 폭발한 외부층은 우주 속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서 지금의 게성운을 만들었다. 게성운이란 이름은 19세기 아일랜드의 천문학자 로드로제(Lord Rosse)가 그 모습이 게의 집게발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를 M1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샤를 메시에(Charle Messier)가 정리한 성운성단 목록의 첫번째 대상이기 때문이다.

게성운은 황소의 뿔 사이에 있는데 제타별에서 약1도 정도 떨어져 보이며 지구로부터 대략 6천5백광년의 거리에 위치한다. 아주 맑은 하늘에서는 쌍안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나 대부분의 경우엔 망원경을 이용해야 8등급 정도의 촛불 불꽃 같은 희미한 안개 얼룩을 확인할 수 있다. 게성운의 크기는 만원의 1/6정도이며 목성의 6배 정도 크기이다. 따라서 달과 행성의 중간 크기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게성운은 망원경 상에서는 사진에서처럼 멋진 모습을 볼 수 없다. 여러분이 밤하늘에 조예가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이 성운을 꼭 한번 관측해봐야 할 것이다.

게성운의 중심에는 크기가 아주 작고 고밀도로 축척된 중성자 성이 있다. 이것은 초신성 폭발시 그 중심에 농축돼 있던 원래 별의 핵이다. 중성자성은 태양보다 무거우면서도 그 지름은 20km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작은 크기로 인해 중성자성은 매우 빠른 자전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게성운에 있는 이 별의 경우 매초당 30번 정도의 자전을 한다. 매 회전시마다 중성자 별은 섬광과 전자기파 그리고 X선을 방출한다. 이렇게 번쩍이는 중성자 별을 펄서(pulsar)라고 부른다. 그러나 게성운의 펄서는 밝기가 16등급 정도여서 커다란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다.

초신성이 없었다면 현재의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신성에서의 핵반응은 원래의 별에 있는 수소와 헬륨을 자연 속에 있는 모든 화학 원소로 바꿔준다. 이것이 폭발과 동시에 우주 공간 속으로 퍼져나가고 훗날 이것이 모여 새로운 별이나 행성 그리고 생명체가 된다. 게성운을 보면서 우리 몸속의 원소들이 태양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초신성의 폭발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게성운(M1, NGC 1952)^1054년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로 매초당 1천1백km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관측된 초신성 잔해
 

이달의 길잡이 별들

작은 국자 모양의 묘성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이달 중순 밤 10시경에 남쪽하늘 위에 보인다. 그 위로는 페르세우스자리가 W형의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마차부자리를 대동한채 떠 있다. 플레이아데스를 따라 하늘을 가로지르면 그 동쪽으로 붉은 색 1등성 알데바란과 함께 V자 모양의 히아데스성단이 보인다.

겨울밤의 대명사 오리온은 밝게 빛나는 그의 사냥개 프로키온과 시리우스를 데리고 동남쪽 하늘 위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오리온과 북극성 사이에는 마차부자리의 1등성 카펠라가 빛난다. 동쪽 하늘 위로는 쌍둥이자리의 두별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보인다. 그 아래 동쪽 지평선에는 사자자리의 머리부분이 떠오르고 있다. 남서쪽 하늘에는 가을의 길잡이 페가수스 사각형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비스듬히 서 있다. 여름 별들은 이제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잠기고 있다.

이달의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밝고 풍부한 유성우 중의 하나이다. 그 극대일은 12월 13,14일경이며 한시간에 대략 60개 남짓한 유성이 카스토르 근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유성군은 관측이 아주 유리한데 그것은 이 유성군의 복사점을 온 밤을 통해 쉽게 관측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유성군의 유성들은 아주 밝지만 긴 꼬리를 남기지는 않는다. 이들은 밝게 빛난 후 금세 사라져 버린다.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모혜성을 가지지 않는 유일한 유성군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은 소행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소행성은 1983년에 관측된 패톤(Phaethon)이란 이름의 소행성으로 1.4년의 공전주기를 가지고 있다.

이달의 행성

금성/아침에 보인다. 처녀자리를 지나 천칭자리로 움직이며 이 달 하순에는 전갈자리의 경계에서 볼 수 있다. 밝기는 -3.7등급.

화성/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어 볼 수 없다.

목성/새벽에 사자자리에서 -1.7등급으로 보인다.

토성/염소자리에 있으며 밝기는 0.9등급이다.

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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