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저녁 놀 빛깔로 대기오염도 알 수 있다

분진 등이 산란 효과 증대시켜

대도시의 놀은 시골의 것보다 훨씬 붉다
 

놀은 대기오염의 경보기 역할을 한다.


해질 무렵 하늘을 수놓는 놀은 이 세상의 어떤 화가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펼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놀의 색깔만으로도 대기가 어느정도 오염됐는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시골 하늘의 놀과 자동차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오염된 대도시의 놀은 그 색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지역의 놀을 보면 태양은 밝은 노란색으로 빛나며 그 주변에는 오렌지색이나 노란색의 그늘이 생긴다. 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져 내려갈수록 전체적인 색조는 오렌지에서 파랑으로 변해간다.

그러나 대기중에 많은 분진이 떠다니는 공장지역에서는 태양이 오렌지빛의 붉은 색이며 하늘은 전체적으로 그보다 더 탁한 붉은 색이다. 때로는 해가 완전히 다 지고 난 후에 서편하늘에 두개의 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즉 수평방향으로 탁한 붉은 띠, 그 위로 어두운 파랑띠가 생기는 것이다. 오염이 특히 심한 날에는 지평선에 미처 닿기도 전에 붉은 색의 원반처럼 보이는 태양이 스러져 버린다.

놀 생성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사람이 19세기의 과학자 레일라이(Raileigh)였다. 그는 놀을 대기층에 의한 태양광의 산란(scattering) 결과로 설명했다. 태양광은 대기를 통과하며 산란되는데 이때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정도가 높다는 것이다. 결국 파장이 제일짧아 가장 많이 산란된 파랑색 계열은 대기층을 통과하며 거의 에너지를 잃어 하늘에는 붉은 놀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질녘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는 왜 파란 하늘을 보게 될까? 일출(日出)과 일몰(日沒)시에는 태양광이 비스듬하게 경사진 각도로 들어와 대기의 가장 두터운 층을 통과한 뒤에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이미 산란이 많이 된 파란색은 볼 수 없고 파장이 긴 붉은 색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관측된다.

반면 정오에는 태양빛이 거의 수직각도로 지표면에 쏟아지고 대기층도 가장 얇게 거치기 때문에 산란정도가 크지 않아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레일라이는 대기오염이 놀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남기지 못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대기층의 기체분자는 기껏해야 지름이 0.025μm를 넘지 못하는 것이었으나 오늘날 공장지역의 매연에서 분출돼 나오는 분진알갱이들은 지름이 0.01μm에서 10μm에 이르는 것까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커진 것이다.

한편 레일라이가 빛의 파장과 산란정도가 반비례하는 것을 밝힌데 이어 1908년에 구스타프 미(Mie)이라는 학자는 빛의 산란과 대기중의 입자 크기의 관계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내놓았다. 즉 대기중의 입자 알갱이들이 크면 클수록 산란은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또 스펙트럼상의 파란색계열뿐만 아니라 초록색이나 노란색쪽도 이 산란에 크게 영양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의 이론을 근거로 보면 대기 중의 입자알갱이들이 큰 도시에서는 저녁놀이 질 때 스펙트럼상의 파란색계열 뿐만 아니라 초록과 노란색계열도 산란이 크게 되기 때문에 오염이 덜 된 시골의 놀보다 더 붉게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산란이 심해 노을이 퍼지는 범위도 넓다.

어쨌거나 놀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대기오염의 정도를 매일 알려주는 경보기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기상학·대기과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