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세라믹스 복합재료 분야에 지금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소재라고 하면 오래도록 무조건 강한 것이 최고였다. 석기에서 청동기로, 다시 철기로 이어지는 도구사(史)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지능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 찾아낸 보다 강한 소재가 늘 소재의 왕으로 등극해 왔다.
그중 철은 오늘날에도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데 재질이 강하면서도 도처에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다른 소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철에게도 몇가지 눈에 띄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너무 무겁고 녹슬기 쉽다는 점이 걸린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소재를 얼른 떠올려 보면 가벼운 알루미늄과 좀처럼 부식하지 않는 스테인리스가 생각날 것이다.
모든 면이 우수한 소재란 지구상에는 없다. 따라서 용도에 알맞는 소재를 골라서 쓸 수밖에 없다. 이같은 선택은 때때로 무리수를 부르기도 한다. 마음 한 구석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차선의 소재를 택하곤 하는 것이다.
「모든 길은 합금으로 통한다」
소재관련학자들은 바로 이 최선과 차선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묘기를 연출하는 기능성 신소재도 허다하게 선보이고 있으나 소재연구의 핵심은 아직까지도 기존의 소재를 여하히 더 쓸모있게 개량하느냐에 있다.
'보다 가볍고, 보다 강하게.' 이는 소재를 다루는 학자들의 머리를 늘 꽉 채우고 있는 지상목표다. 부연해서 말하면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도 철보다 강한 '꿈의 소재'를 찾아 수없이 많은 실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러한 소재개량작업이 주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실시되고 있다. 컴퓨터에 각종 자료를 입력시킨 뒤 그 안에서 모의실험(simulation)을 해봄으로써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소재는 금속재료와 비금속재료로 나뉜다. 비금속재료는 다시 고분자물진(플라스틱계)과 세라믹스(무기질계)로 분류되는데 이것들을 적절히 모아 장점만 취한 복합재료라는 것도 있다.
대다수의 재료공학자들은 금속이 아직까지 범용소재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90여개의 원소중 금속원소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철을 앞세운 금속군단의 위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티탄과 같은 우수한 재질의 재료들이 합류, 급속재료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물론 금속 하나하나의 특성과 재질은 이미 어느 정도 간파돼 있다. 예를 들어 철은 어떤 점이 우수하고 코발트는 무슨 약점을 갖고 있는가는 잘 알려진 상태다. 이를테면 금속들은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노출시키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각 금속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만약 이런 목표를 갖고 연구를 착수한다면 결국 모든 길은 합금으로 통하게 돼 있다. 다시말해 여러 종류의 금속을 짝지워서 원하는 물성(物性)을 갖도록 하는 것이 금속재료 개발의 요체다.
듀랄루민의 후예들
알루미늄에 구리 망간 마그네슘을 섞어 만든 듀랄루민(duralumin)이라는 합금은 말그대로 '견고'해 비행기의 동체재료로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점차 그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더 가볍고 튼튼한 도전자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더 가볍게' 부문의 장수챔피언은 알루미늄이다. 적어도 티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알루미늄을 빼놓고서는 소재의 경량화를 언감생심 논할 수조차도 없었다. '같은 값이면 가벼운 것이 좋은' 까닭은 비행기나 로켓을 쳐다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비행기 운행경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비용을 아끼자면 동체의 중량을 가급적 줄여야 하는데 그동안 알루미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합금들이 그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자동차의 경량화작전에도 알루미늄합금의 기여도가 앞으로 차츰 커질 전망이다. 사실 자동차의 알루미늄화는 알루미늄관계자들의 공통된 염원이기도 하다.
알루미늄제조기술에 관한 한 세계제일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자동차의 알루미늄화에 대단히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알루미늄협회(AA)에서는 알루미늄제 스포츠카(바이킹 4호)를 제작, 알루미늄자동차의 놀라운 연비(1ℓ당 37km)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미 10여년 전에 제작된 이 차의 총중량 5백92kg중 2백27kg을 알루미늄이 차지하고 있다. 또 프랑스를 중심으로 실행된 3ℓ계획(휘발유 3ℓ로 1백km를 달리게 한다는 계획)을 성공시키는데도 알루미늄은 톡톡히 한몫을 해냈다.
현재 자동차의 섀시 패널 범퍼 휠 본넷 연료탱크 등의 알루미늄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 멀지않은 장래에는 자동차 1대당 알루미늄을 2백kg까지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의 알루미늄합금 제조기술 수준은 세계 상위급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실례로 지난해 KAIST 남수우교수팀은 용접이 가능할뿐 아니라 강도도 세계제일로 평가되는 '7050''7075'에 견줄만한 합금을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알루미늄은 가벼울 뿐만 아니라 재생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자동차의 유력한 소재로 꼽히고 있으나 가격이 높다는 점이 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1대당 가격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행기의 경우라면 알루미늄소재의 가격따위는 처음부터 거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가벼운 것으로 유명한 두 소재, 알루미늄과 티탄이 항공기 소재자리를 놓고 지금 격렬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종래에는 비행기의 동체나 날개 등에는 알루미늄합금을 쓰고, 열과 힘을 많이 받는 부분에는 티탄합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해왔으나 그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한치의 양보없는 '공중전'을 펄치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산업의 거인 미국 알코아사와 티탄산업의 선두주자 미국 타이메트사는 항공기의 경량화를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호언하고 있는데, 그들은 듀랄루민의 일종인 특수합금(polished skin sheet)과 6.4합금을 각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알루미늄이 자동차 소재로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체로 쓰기에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좋은 자동차의 관건이 안전성에 있는 만큼 오래도록 차체의 소재로서 누렸던 고장력 강판의 절대적인 지위는 당분간 요지부동일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알루미늄합금 세라믹스 플라스틱 등은 어디까지나 자동차의 부수적인 재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료공학자들의 주요 관심은 두께를 훨씬 얇게 하면서도 강도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 강판의 개발에 모아져 있다. 중량은 줄이되 강도는 고스란히 유지하는 '독일병정'같은 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령 0.8mm 전후인 차체의 강판을 0.1mm짜리 고장력 강판으로 대체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차체의 50%를 이 고장력 강판으로 제작했다면 자동차의 무게는 15%가량 감소할 것이고, 따라서 연료비의 10%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고장력 강판이 만능일 수는 없다. 즉 장력이 커지면 자유롭게 가공하기 어렵고 용접성도 떨어지는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이런 양면성은 늘 존재하는데 어느 때고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선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자동차의 부위별 부품별로 합금의 조합이 달라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고장력 강판 가운데서 주목을 받고 있는것중 하나는 베이크 하드(bake hard)라는 특이한 성질을 가진 소재다. 주로 자동차 본넷의 소재로 이용되는 이 강판은 프레스성형때는 나약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열처리(담금질)를 한 후에는 엄청 강해지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굴착기구의 소재로 활용되려면
복합조직강이라는 고장력 강판도 앞으로 장기간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다. '나긋나긋하고 연한' 페라이트상태와 '강하고 단단한' 마르텐사이트상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공할 때는 작업하기 좋게 유연성을 보이고, 다른 자동차와 부딪쳤을 때에는 좀처럼 굴하지 않는 인장강도(1백kg/㎟)를 나타낸다.
현재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한 금속으로는 일본의 히다치사가 1982년에 개발한 합금을 꼽고 있다. 수년전(1989년) 한국의 최주박사(KIST)가 KM1557이라는 세계 최강의 금속을 발표한 바 있으나 국제적인 공인을 받으려면 몇년 더 기다려야 한다.
합금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크립(creep)실험을 통해 판별한다. 즉 4kg의 추가 달린 합금선을 1천℃의 온도에 노출시키면 언젠가는 끊어진다는 것을 활용한다. 현재 세계 최강으로 공인된 히다치사의 금속은 이 실험에서 6백시간을 기록했다(KM1557는 7백64시간).
단단하고 강한 합금을 가장 애타게 찾는 곳은 아마도 유전일 것이다. 석유가 매장돼 있는 곳까지 땅을 판 뒤 파이프를 통해 석유를 끌어올리는 그 험난한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는 소재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정의 깊이가 점차 깊어지면서 강인한 유정파이프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파이프 자체의 무게를 이겨내고 주위의 고압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소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망을 등에 엎고 개발된 것이 초경 합금인데, 미국 캐보트사의 '하스텔로이'와 캐나다 인코사의 '인코넬' 등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코발트 니켈 크롬 등을 적절히 섞어 제조한 초경합금은 유정파이프 외에도 항공기의 엔진소재로도 쓰인다. 이름에 걸맞게 높은 경도를 보유함과 아울러 부식에 대해서도 상당히 강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강하고 잘 녹슬지 않는 금속이 우수한 금속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두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금속은 이론상 가능하지 않다. 강도를 높이면 의당 내식성이 떨어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금을 연구하는 학자는 이같은 모순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유전종사자는 강도와 내식성, 두 상반된 성질을 모두 구비한 재료를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강해도 쉬 녹슬어버리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에서 자연발생하는 황화수소(${H}_{2}$S) 탄산가스(C${O}_{2}$) 염화수소(HCI)의 강력한 부식성에도 눈을 질끈 감는 소재가 개발되기를 고대하고 있는데 초경합금과 스테인리스계 합금이 그 기대주다.
일반적으로 내식성의 측정은 극히 주관적인 관찰을 통해 이뤄진다. 시험하고자 하는 합금에 염산 질산 황산 등 강산과 불화취소가스를 주입한 뒤 그 결과를 살피는 것이다. 현재 이 내식성 분야에서 세계최고로 알려진 합금은 초경합금인 하스텔로이와 인코넬인데 놀랍게도 둘다 1940~1950년대에 개발된 것들이다.
초경합금의 약점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인데 순전히 높은 코발트가(價)에 기인한다. 그래서 코발트의 함량을 되도록 줄이는 연구가 현재 진행중에 있으며 2층형 스테인리스, 6.4합금(알루미늄 6%, 바나듐 4%, 티탄 90%), 몰리브덴을 다량 함유한 티탄합금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코발트가 항공기의 필수적인 소재로 통했던 것은 열에 강한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각종 내열재료가 잇달아 선보여 탈(脫)코발트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특히 산화이트륨과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의 내열성은 코발트의 주가를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다.
고열에 잘 버티는 정도, 즉 내열성은 고온가스로 핵융합로 엔진 등 열을 많이 받는 장치의 소재를 고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상대적으로 내열성이 강한 합금을 일컬어 초내열합금이라고 부르는데 적어도 6백~7백℃ 이상의 환경에서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소재가 이 범주에 든다. 흔히 텅스텐 코발트 니켈 등의 내열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웬만한 고온환경에서는 철-니켈합금도 통용된다.
"최근에는 초내열합금을 분말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한 한국기계연구소 김학민박사는 "이렇게 분말야금을 할 경우, 내열성이 크게 향상되지만 품질관리가 어려워지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인다.
15~35%의 알루미늄을 포함하는 티탄합금도 내열온도가 8백℃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내열성을 나타낸다. 티탄의 내열온도는 2백50℃ 정도에 불과하고 알루미늄의 내열성은 티탄보다도 떨어지지만 그 둘을 합친 합금의 내열온도는 8백℃ 이상되는 것이 합금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이상적인 초내열합금인 'R합금'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 즉 합금설계수법을 컴퓨터에 입력해 간단히 얻어낸 것이다.
「금속에의 도전자」
금속끼리의 섞음이 아니면서도 합금이란 말로 표현되는 신소재가 있다. 다름 아닌 나일론합금이다. 국내에서도 개발된 바 있는 이 나일론합금은 강철의 인장강도인 28~90kg/㎠를 훨씬 능가, 3백~4백kg/㎠의 놀라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강철보다 강한 나일론'으로 널리 알려진 이 기적의 섬유는 듀폰사가 처음 개발해 냈다.
시계의 톱니바퀴나 자동차의 범퍼, 헬멧 방탄조끼 등에 활용되고 있는 나일론합금은 '금속에의 도전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따라서 가볍고 녹슬지 않는다는, 플라스틱이 미리 확보한 장점에다 내열성과 강도를 보강한 셈이므로 어느 정도 장미빛 미래를 보장받고 있다.
이밖에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5종류가 더 개발돼 있다. 또 일반적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보다 성능이 뛰어난 특수엔지니어링 플라스틱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열에 약하다는 과제가 쉬 풀리지 않고 있다. 2백℃까지는 그럭저럭 어렵게 버텨주지만 그 온도 이상이 되면 전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이다. 특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중 하나가 6백℃에서도 녹거나 변형되지 않고 견딘 기록이 있지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장차 범용소재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열에 대한 열등감이 극복돼야만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자동차엔진의 흡기다기관을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50% 이상의 차체 무게 절감효과와 15% 이상의 비용감소효과를 얻었는데, 플라스틱이 엔진의 소재로 쓰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열에는 강하지만 잘 깨진다는 인상을 줘 왔던 세라믹스도 요 근래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취약성을 보완해 어지간해서는 깨지지 않는 소재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1981년 1월 일본에서는 세라믹스엔진을 단 자동차가 처음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각 매스컴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 기사를 읽은 사람은 '세라믹스시대의 도래'를 실감하게 되었다. 더구나 세라믹스라고 하면 접시나 찻잔같이 쉽사리 깨지는 물건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큰 충격이었다.
석기시대를 다시 맞이하고
흙을 주재료로 삼아 만든 왕년의 세라믹스는 알루미나(알루미늄과 산소의 화합물) 탄화규소 질화규소 지르코니아(지르콘과 산소의 화합물) 등과의 만남을 통해 경도가 종전보다 월등히 커지게 되었다. 특히 세라믹스를 미세한 분말로 만들어 얻은 파인 세라믹스(뉴 세라믹스라고도 한다)는 고열에 약하고 잘 녹슨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금속의 대체물로 평가되고 있다. 아무튼 뉴세라믹스는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경도를 갖지만 다소 무르다(구부리는 데 대한 강도가 작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세라믹스가 새로운 석기시대를 열고 있다. 엔진용 뉴세라믹스의 경우, 1천℃의 열에도 잘 견디고 과거의 세라믹스에 비해 강도가 3~5배 높고, 깨지는 성질은 2,3배 낮다"고 KIST 이준근박사는 뉴세라믹스의 장점을 지적한다.
사실 엔진을 세라믹스화할 경우, 세라믹스가 고온에 강하므로 따로 냉각장치를 설치할 필요도 없어지고 그 비중이 금속의 5분의 2 수준이므로 엔진의 무게는 절반으로 줄게 된다.
그러나 세라믹스를 엔진에 안심하고 사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내료내부에 균열이나 기공이 있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등 신뢰도가 결여돼 있다. 게다가 충격에 대한 강도가 아직 미흡한 상태고 밀도가 고르지 못해 쉽사리 갈라진다. 또 대량생산 기술도 '과락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라믹스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국과 일본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를 휩쓰는 일제 자동차를 따라잡기 위해 이 방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례로 1975년 미국의 엔진메이커 커민스사는 세라믹스엔진을 단 5t짜리 군용트럭을 선보인 바 있고 1978년에는 GM사가 탄화규소 세라믹스로 자동차용 가스터빈 엔진을 제작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한편 일본은 1978년부터 시작된 '문라이트'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 가스터빈용 세라믹스를 이미 완성했다.
금속과 합성수지에 이어 '제3의 산업소재'로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는 파인 세라믹스는 그 원료가 지구상에 무진장 존재한다는 점에 가장 큰 기대를 걸면서 날로 활용처를 넓혀 가고 있다. 예컨대 가스터빈이나 디젤엔진의 소재로 뿐만 아니라 MHD발전의 구조재로 또 절삭도구나 선반의 기본재료로 쓰일 것이다.
고분자재료 무기재료 금속 등을 짝지워 각자의 결점을 보완하도록 한 소재가 복합재료인데 이 재료 역시 가볍고 강한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뛰어난 재질을 보여준다.
철보다 강하고 플라스틱보다 가벼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FRP(섬유강화플라스틱)가 대표적인 복합재료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근콘크리트도 복합재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강도가 약하고 내열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유리섬유 탄소섬유 케블러섬유 등을 첨가해 주면 약점이 완벽하게 보완된다. 안전헬멧, 테니스 라켓, 의자나 테이블, 자동차의 차체, 보트, 낚싯대, 욕조 등 각종 생활용품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FRP는 2차세계대전 중에 개발돼 오래도록 복합재료의 전형이 돼 왔다.
금속에 매트릭스 모양의 섬유를 집어넣은 FRM(섬유강화금속)도 용도가 다양한 복합 재료중의 하나다. 만약 금속이 고양이 수염 모양의 결정(선상결정)을 이루게 되면 그 인장강도가 1백배나 커지는데 FRM도 이같은 결정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탄소섬유는 섬유를 탄화시켜 만든 것인데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말하자면 꿈의 신소재다. 스포츠용품 항공우주기기 자동차 등에 활용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 신소재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약점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나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를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일본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가격이 싼 유리섬유가 주(主)가 되고, 탄소섬유는 종(從)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리섬유에 비해 10배나 비싼 탄소섬유를 자동차 소재로 채택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항공기가 신소재의 각축장으로
미국 듀폰사에서 1973년에 개발한 아라미드섬유, 즉 케블러 섬유는 근래에 나온 복합재료중 가장 성공한 소재다. 국내에서도 KIST의 윤한식박사가 개발한 바 있는 이 소재는 같은 무게의 철보다 5배나 강하고 탄소섬유보다 훨씬 값이 싸기 때문에 래디얼 타이어, 항공기 좌석의 소재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장강도가 2백20kg/㎟에 달할 정도로 크고 특히 중량이 가벼워 항공기의 경량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듀폰사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알루미나섬유는 유리섬유 탄소섬유를 대체할 제3의 복합재료로 꼽히고 있다. 알루미나를 특수처리해서 얻은 이 소재는 1천2백~2천℃의 고열을 견뎌낼 수 있고 무게도 가벼울 뿐더러 탄소섬유와 엇비슷한 강도를 지니고 있어 매우 유망한 신소재로 주목된다.
탄소섬유를 한단계 끌어올린 탄화규소 섬유도 최근에 큰 각광을 받고 있으나 높은 가격때문에 범용소재화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보다 가볍게, 보다 강하게'라는 슬로건은 어찌 보면 결코 타당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한 면을 중시하다 보면 다른 면은 소홀하게 된다는 일반적인 이치에도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우수한 합금들과 복합재료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듯이 1+1=2가 아니라 3이나 4가 될 수 있는 것이 신소재의 묘미다.
"신소재가 개발됐다고 해서 막바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실험실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신소재 15kg과 공장에서 대충대충 생산한 신소재 1t은 별개일 수 밖에 없다"고 KIST 최주박사는 말한다.
최박사의 지적대로 하나의 그럴듯한 신소재가 개발되면 산업계의 이전되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타당성 실험을 거치게 된다. 대개 10년 이상이 걸려야 비로소 확실하게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거의 모든 신소재는 자동차와 항공기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신소재의 집합장이라고 불리는 항공기의 소재로 채택되기 위해 수많은 재료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재를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소재로 간주하고 있다(단 가격이 비싸다는 점은 제외하고). 더구나 항공기의 차체나 엔진은 최첨단 소재를 총망라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신소재의 진열장을 이루고 있다.
빠른 항공기를 설계하려면 모름지기 기체를 가볍게 해야 한다. 기체의 중량이 적어지면 가벼워진 만큼의 여객과 화물을 더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료도 크게 절감된다. 이러한 경제성보다 더 중요한 안전성을 보장받으려면 기계적인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 항공기 엔진에 전가되는 엄청난 고열에 견디려면 충분한 내열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부식에도 강해 가급적 '장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까다롭고 상반된 특성을 잘 만족시키는 소재라면 어떤 찬사를 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