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은하수 건너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중력을 갖는 물체가 있다는 것을 탐지해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중 가장 큰 질량을 갖는 이 물체가 거대한 은하의 집단인지 혹은 엄청난 크기의 블랙홀인지 아니면 이론적으로만 제시돼온 '우주의끈'(cosmic string)인지를 과학자들이 분주히 알아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는 '키트 픽' 국립 천문대에서 프린스턴 대학의 '에드윈 터너'는 '퀘이사'(Quasar)를 관측하고 있었다.
'퀘이사'는 아직까지 정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 전파와 강력한 빛을 내는 천체로서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진 우주의 끝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의 유년기 때 나온 빛을 보는 셈이며, 3천개 정도 알려진 '퀘이사'는 젊고 밝은 단계의 은하계로 보여진다.
'터너'는 반사망원경에서 얻은 빛을 스펙트럼으로 바꾸었다. '퀘이사'의 스펙트럼을 통해 그것의 특징과 거리 등을 알 수 있는데 두드러진 특징은 지문처럼 각 '퀘이사'는 독특한 스펙트럼을 갖는다는 점이다.
'터너'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두 '퀘이사'의 스펙트럼이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만일 두 '퀘이사'가 다른 것이라면 두 물체는 화학적 성격과 온도 그리고 50억광년이라는 거리도 똑같아야 한다. 이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퀘이사'가 두개의 상(像)을 만들어낼수 있을까? 그 답은 '중력렌즈'로 얻어진다. 강력한 중력장을 갖는 엄청나게 큰 물체가 지구와 '퀘이사' 사이에 있다면,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퀘이사'에서 나온 빛이 구부러져 지구에서는 마치 두개의 '퀘이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강력한 중력장을 통과할 때 빛이 굽는 현상은 일찌기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의 결과로 예측된 것. 영국의 '에딩턴'은 1919년 개기일식 때 별의 빛이 태양의 중력으로 약간 빗겨나 보인다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이 이론을 입증했다.
물론 지금까지 '퀘이사'가 복합적인 영상으로 비치는 예는 다섯번이나 관측되었고 그중 세번은 은하계의 '렌즈효과'때문이란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두개의 상이 지금까지 보다 22배나 큰 1백57초의 각도만큼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빛을 굽히려면 은하계의 1천배 질량을 갖는 물체가 사이에 있어야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터너'의 연구팀은 수천억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 은하계보다 최소한 천배나 큰 블랙홀이 있을지 모른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어떻게 그처럼 큰 블랙홀이 생길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우주의 끈'이다. 우주창조의 대폭발을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이 수학적으로 도출해낸 이 '끈'은 1차원의 형태(선)로서 무한히 긴 끈 혹은 고리 모양을 하고 있고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우주 대폭발의 잔해인 이 '끈'은 원자핵 보다도 얇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중력장을 갖는다. 1마일 길이의 무게가 지구무게와 같은 정도이기 때문이다.
'터너' 자신도 이 이론에 커다란 신뢰도를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문학계에 이처럼 흥미로운 일은 없을것이다. 대폭발의 화석을 우리가 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