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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핵사찰 허점 많다

폐기 시대의 핵무기


IAEA 안전조치 사찰관이 채취한 핵물질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 현재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핵사찰만 제대로 하면 핵무기확산은 방지될 수 있을까?

원자력이 지구상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더 많은 재산과 더 많은 인간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살상하기 위해 만든 무기, 즉 핵무기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 1940년대의 일이다. 그후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및 가동이 이루어졌다. 그 후에도 원자력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이용을 비롯해 의학 농업 공업분야를 중심으로 활용의 폭을 넓혀 갔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원자력이 평화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한 계기는 1953년 미국의 아이젠 하위 대통령이 유엔에서 행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이라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 이후 미국은 그 당시까지의 핵정책이었던 '비밀과 거부'라는 정책을 폐기하고 '협력과 개방'이라는 새로운 핵정책을 추구해 나갔다. 그 주된 내용은 세계각국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경우, 제반기술과 물질을 미국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 선언은 산업기반이 미약한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원자력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가간의 협력을 증진함과 동시에 원자력을 핵무기개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설립계기가 되었다.

군사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당시 원자력선진국으로서 거의 독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미국은 원자력에 대한 기술 핵물질 및 정보를 협력국에 제공할 때, 협력국이 제공받은 기술 핵물질 및 정보를 군사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런 규제사항을 잘 준수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고 군사적 목적의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함께 제공(?)한 것이 있다. 이른바 안전조치(safeguards) 라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조치는 보강조치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안전조치로 실시하는 것이 바로 핵사찰이다. 다시 말해서 핵사찰이란 원자력을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고 핵무기제조에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수단이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는 칼을 강도짓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감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간의 원자력협력 또는 교역을 수행할 때, 원자력쌍무협력협정을 체결하는데 이때 각 협력협정은 안전조치의 적용과 준수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게 된다. 현재 안전조치는 IAEA의 소관사항으로 돼 있으므로 실질적인 안전조치 업무는 IAEA가 담당하고 있으나, IAEA의 안전조치가 적용되지 못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원자력공급국이 안전조치를 실시하도록 원자력쌍무협력 협정에는 명시돼 있다.
 

지난 6월 핵장비를 싣고 가던 이라크의 트럭이 UN핵 사찰단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다.


특별사찰 받은 이라크

그러면 안전조치란 무엇인가. 이 조치의 주목적은 원자력수입국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이행수단은 크게 보아 핵물질의 계량, 핵물질의 감시 및 봉인(sealing), 핵물질에 관한 기록을 IAEA에 보고하는 일 등이다.

어느 한 특정국가가 핵물질을 수입할 경우, 수입국은 핵물질의 인수와 동시에 그 핵물질의 사용처 사용시기 및 어느 시설에 어떤 형태의 핵물질이 얼마만큼 있다는 내역이 포함돼 있는 보고서를 IAEA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다. 그러면 IAEA는 핵물질이 평화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군사적인 전용을 감시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감시카메라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봉인을 해놓고 있다. IAEA사찰관이 일년에 여러번 방문, 감시카메라가 찍은 필름을 IAEA로 가져가서 핵물질의 전용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이와 병행해 사찰관은 각 원자력 시설에서 핵물질이 지정된 위치에 있는지도 검사한다. 필요한 경우 핵물질의 일부를 채취해 핵물질의 성분 및 농축도 등에 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는데 일반적인 사찰 일 경우에는 이 정도로 사찰이 종료된다.

핵사찰은 주로 핵물질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그 이유는 이 두 물질이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성질이 변화해도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절대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절대량 자체를 주로 계량하게 된다. 또 한가지 더욱 강화된 사찰형태로서 현재 이라크가 받고 있는 특별사찰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사찰만으로는 의심가는 부분을 명백히 규명할 수 없을 경우에 이뤄지는 사찰을 말한다.

안전조치에는 두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탄생되기 이전의 안전조치로서 흔히 부분적 안전조치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수입국의 핵물질에 안전조치를 적용하기 위해 수출국 수입국 및 IAEA 3자간에 안전조치협정을 맺는 것이다. 현재 NPT 비당사국과 NPT에 가입했으면서도 전면안전조치협정을 맺지 않고 있는 국가들이 이런 형태의 안전조치를 받고 있다.

부분적 안전조치보다 강력한 것으로 전면안전조치(full-scope safeguard)라는 것이 있다. 부분적 안전조치는 IAEA가 제공한 또는 IAEA의 허가를 얻어 외국에서 수입한 핵물질 시설 장비에 대해서만 안전조치를 실시하지만, 전면안전조치는 대상국가의 모든 원자력활동에 대해 안전조치가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국에서 개발 또는 생산한 핵물질 기술 장비 시설 등이 예외없이 안전조치적용대상(사찰대상)이 된다.

1990년 12월 말 현재 1백4개 국가가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중 대부분의 국가들이 NPT에 의거한 전면안전조치협장을 맺고 있다. 그러나 NPT 비당사국들은 IAEA와 부분적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그 협정에 의거해 사찰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된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적용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안전조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단지 군사적인 원자력시설을 제외한 평화적인 원자력시설에 대한 부분적인 안전조치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있는데 이를 자발적 안전조치라고 부른다. 이처럼 핵무기보유국들은 매우 느슨하게 자국이 편리한대로 안전조치를 받고 있다. 이와 달리 핵무기 비보유국은 엄격한 형태의 안전조치를 받고 있어 국제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 있다.

사찰관의 자격

그러면 안전조치는 일년에 몇번이나 실시되고 있는가. 1990년 1년동안 IAEA가 전세계적으로 실시한 안전조치횟수는 1만3백81man-days (한 사람의 사찰관이 하루 핵사찰을 했을 경우를 1man-day라 한다)에 달하고 있으며, IAEA 내의 안전조치부가 핵사찰을 담당하고 있다. 안전조치부의 인원은 5백명에 달하며 IAEA 일년 예산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6천만달러를 집행하고 있다. 안전조치사찰관은 세계각국으로부터 모집되며 채용기준은 이공계 대학출신자로서 원자력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국제원자력경찰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사찰관이 될 수 있다. 현재 IAEA의 사찰관으로 우리나라 과학자 3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 과학자 3명도 사찰관으로 일하고 있다. 1년동안의 안전조치횟수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세계각국에 산재해 있는 원자력발전소 및 핵연료 제조 농축 재처리시설 및 연구시설 등에 대해 빠짐없이 사찰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핵사찰은 한국 미국 IAEA 3자간의 협정을 1968년 1월에 체결한 직후 실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TRIGA MARK-II가 그 첫 적용대상이었다. 그 후 연구용 원자로와 발전용 원자로 그리고 핵연료 변환시설 및 제조시설 등이 IAEA의 안전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원자력시설의 증가에 따라 IAEA사찰 횟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월성원자력발전소(重水爐型)의 경우, 상업가동 개시후 2,3년간은 달마다 IAEA사찰이 시행됐는데 그 횟수는 한국-IAEA안전조치협정의 보조약정에 규정돼 있는 연간 사찰횟수 45man-days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우리 정부에서는 IAEA 사찰횟수가 지나치게 초과돼 있음을 지적, 이 사실을 통보하고 사찰횟수의 축소를 요청했다. IAEA에서는 그후 매월 실시했던 사찰을 6주에 한 번씩 그리고 1986년부터는 2개월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 대한 IAEA의 초기사찰이 많았던 이유는 IAEA 안전조치부 극동지역 담당 사찰관들이 월성형발전소를 사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월성형, 즉 중수로발전소는 경수로발전소와 그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를테면 IAEA는 사찰관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장기사찰을 지시했던 것이다.

1기의 월성원자력발전소에 대한 1회 사찰은 두명이 이틀(4 man-days)에 걸쳐 수행했다. 이는 두명이 하루에 2개 발전소를 사찰하는 경수로와 비교하면 확실히 더딘 편이다. 월성원자력발전소의 경우, 핵연료를 운전중에 교체함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가 지속적으로 생기면 그에 대한 안전조치적용이 경수로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사찰장비에 있어서도 경수로의 경우 중수로보다 훨씬 간단하다. 경수로에 대한 사찰은 사용후 핵연료저장소에 필름카메라 한대를 설치하고 한 군데의 봉인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월성형의 경우에는 필름카메라 두대, 폐쇄회로 TV(CCTV) 여섯대를 비롯해 사용후 핵연료봉이 원자로에서 나오는 시간과 개수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계수기(bundle counter) 두대를 설치하고 있다. 봉인도 20여군데에 실시하고 있다.

1990년에는 1백98man-days의 사찰이 국내의 각 원자력 관련시설에서 실시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원자력시설에 대해 IAEA의 핵사찰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에 대해서만 핵사찰을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시설에 대해서는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전면안전조치협정의 체결지연으로 핵사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돼 있는 상태다.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동위원소 분리기. UN핵사찰단은 이 장치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점차 강화되는 추세

안전조치가 적용되면 핵무기의 개발은 불가능한가. 이 문제가 최근 많이 대두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면안전조치, 즉 제일 강력한 형태의 안전조치를 적용받고 있는 국가도 핵무기개발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경찰이 범죄와의 전쟁을 매년 대대적으로 실시해도 강도나 도둑들은 좀체로 줄어들지 않는다. 핵사찰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물론 강도나 도둑처럼 그렇게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니나 만일 한 국가라도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것이 미치는 국제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핵사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하겠다.

현재의 핵사찰제도는 강제성이 없는 것이 큰 맹점이다. IAEA 사찰관이 사찰을 실시할 목적으로 한 국가를 방문할 때에도 그 나라에서 특정사찰관을 거부한다면 그 사찰관은 해당국에 입국할 수 없다. 설령 다른 사찰관이 입국한다고 해도 협정에 처음 명시돼 있는 시설이외의 어떠한 시설에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가 없게 돼 있다. 또한 어느 한 국가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위반했다고 해도 해당국가를 무력으로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는 어떠한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특정국가가 은밀하게 핵무기의 개발을 추진 한다고 가정해 볼 때, 이 특정국가가 핵무기 개발정보를 완전히 봉쇄해 버리면 핵무기 개발여부를 탐지할 수 없게 된다.

최근에 핵사찰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IAEA안전조치부의 인원 및 예산증가를 들 수 있다. 아울러 지구 위를 돌고 있는 세계각국의 인공위성을 동원, 가능한한 모든 핵관련 정보를 회원국들로부터 제공받아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의심을 품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국가주권에 구애받지 않고 사찰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IAEA에 부여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이라크에 대한 핵사찰이 강화된 핵사찰의 좋은 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특별사찰을 수행했듯이 앞으로도 유엔 안보리가 적극적으로 IAEA의 사찰을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라지고 있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명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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