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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시들해진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연구 책임자 조차「진전 상황은 60점」

82년 6월 1천억엔의 예산을 들여 10년 계획으로 시작된 제5세대 컴퓨터개발 계획이 마무리단계에 와서 지지부진하다.

제5세대 컴퓨터 개발에 관한 열기는 식었는가.

'과학아사히'(科學朝日)는 최근호 기사에서 80년대초 일본이 야심만만하게 시작했던 제5세대 컴퓨터 개발계획이 최종 마무리단계에 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반문했다.

제5세대 컴퓨터계획은 82년 6월 일본 통산성이 '타도 미국' '타도IBM '을 외치며 대학 전자기술총합연구소(전총연) 전전공사 기업등에서 1백여명의 핵심인력을 모아 10년 계획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 컴퓨터에 있어서 제1세대는 진공관, 제2세대는 트랜지스터, 제3세대는 집적회로, 제4세대는 초대규모집적회로(VLSI)를 의미한다. 80년대초 컴퓨터기술수준은 제3세대에서 제4세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었으므로 '제5세대'란 미래지향적인 차세대 컴퓨터를 뜻했다.

이 프로젝트의 추진기관인 '신세대 컴퓨터기술개발기구'(ICOT)의 후치(淵一博)소장은 그 무렵 "제5세대 컴퓨터계획이 실현된다면 컴퓨터 역사가 변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당시 제5세대 컴퓨터가 지향하는 바는 기존의 순차처리형 폰노이만방식이 아닌, 인공지능(AI)개념을 도입한 병렬처리형 비(非)폰노이만 방식이었다. 따라서 단지 수치데이터를 연산처리하는 전자계산기가 아니라, 추론 학습을 통해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생각하는 컴퓨터'가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할 정도였다. 제5세대 컴퓨터계획은 발표되자마자 전세계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소형자동차 가전제품에 이어 반도체컴퓨터에서도 일본에 추월당하게 된 미국인들은 경계의 눈빛을 나타냈다. 스탠퍼드대학의 인공지능학자 파이겐바움은 '일본의 도전-제5세대 컴퓨터'란 책에서 "이 계획은 극적일 만큼 미래지향적"이라고 찬탄했다.

그런데 88년을 고비로 제5세대 컴퓨터계획은 점차 시들해갔다.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발표회를 겸한 연례 심포지움에는 지난해보다 10%정도 준 5백여명이 참석했다. 그나마 주제발표와 질의응답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계획 당시에는 1천억엔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는 5백억엔 정도만이 투입됐다. 후치소장조차 "프로젝트의 진전상황을 자체 평가한다면 60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10년계획이 끝나는 내년 이후에도 기술을 더 성숙시키기 위해 5년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은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왜 이렇게 됐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가 너무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고 지적한다. 제5세대 컴퓨터 주창자들은 컴퓨터가 추론기능을 가지면 외국어자동번역이 가능하고 컴퓨터에 의한 법률이나 의료진단이 가능하다며 너무 요란하게 선전을 해댔다.

88년 첫제품이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망했다. 병렬추론 머신과 논리형언어 프롤로그를 채택한 '마루치PSI'란 신제품은 기존 컴퓨터와는 별개의 구조를 지녔으나 기대했던 'AI컴퓨터'는 아니었다.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직감적 사고와 무의식을 지닌 인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혹자는 제5세대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다른 매력적인 개념들로 대체됐다고 주장한다. 80년대 중반이후 '퍼지' '초병렬 머신' '광컴퓨터' '뉴로컴퓨터'등 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해 제5세대 컴퓨터가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통산성은 뉴로컴퓨터를 핵심으로 하는 '제6세대 컴퓨터'프로젝트를 앞으로 10년간 시작할 움직임마저 보이고있다. 제5세대 컴퓨터는 운명을 다했지만 그의 자손들인 여러 새로운 이론들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5세대 컴퓨터의 초기모델
 

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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