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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의 바다」에 펼쳐진 신비의 분화구

지구에서 본 달

초승달에서부터 보름날에 이르기까지 월령에 따른 달여행을 즐겨보자.

우리가 밤하늘에서 유일하게 맨눈으로 표면을 볼 수 있는 천체가 달이다. 또한 달은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약 28일의 주기로 모양을 달리하기 때문에 시간을 구분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하며 또한 인간의 향수 원망 그리움 등 애틋한 감정을 포용해 주는 천체이기도 하다.

관측하기에 적당한 광량과 크기(약 35′(분)의 각지름)을 가지고 있으므로 밤하늘에 관심을 갖게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첫사랑'의 대상으로 달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른다. 처음 천체망원경을 접하게 되면 그 망원경은 자연히 달을 향하게 된다. 눈으로 보면 매끄럽고 둥근 달이 울퉁불퉁한 크레이터들로 꽉 찬 모습을 확인한 순간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초보단계의 아마추어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다는 사람들도 달은 크레이터(분화구)로 꽉찬 천체일뿐 언제봐도 그저그런 관심없는 천체로 밀려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성급한 단정은 금물이다. 달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다른 어떤 천체보다 너무나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는 천체다.
 

지구조 현상^태양빛이 지구의 표면에 반사된 후 달의 어두운 부분을 비쳐 초승달임에도 달 전체 모습이 보인다. 1백60mmF 3.5 반사굴절망원경으로 필자 촬영


뒷모습은 안돼!

달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부분은 지구를 향한 반쪽뿐이다. 즉 얼굴만 보여주고 뒤통수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은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기 때문이다(정확히 말한다면 공전 자전의 진동으로 인해 약7°정도 더 볼 수 있을 뿐이다). 언제나 같은 얼굴이기에 더욱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달의 뒷면은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에게 궁금함을 안겨주다 1959년 루나3호 위성이 첫모습을 공개했다.

달의 뒷면은 거의가 희게 보이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지구를 향한 면은 눈으로 보아 희게 보이는 부분과 검게 보이는 부분이 얼룩처럼 섞여 있다. 이 얼룩은 '바다'라고 불리지만 물은 없고 현무암질의 비교적 평탄한 지역이며 태양빛의 반사율이 낮아 검게 보일 뿐이다. 흰 부분은 주로 산악이나 크레이터 등 험한 지형이다. 이 부분들은 바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사율이 높아 희게 보인다.

바다의 이름은 '비의 바다''폭풍의 바다''위기의 바다' 등 좀 추상적인 편이지만 크레이터에는 인류사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명이 붙여져 있다. 달의 앞쪽면 바다와 크레이터의 이름은 17세기에 리치올리라는 달관측자가 붙인 것으로 대부분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후 각국에서 이름을 붙여 혼란이 생기자 국제천문연맹의 달위원회가 조정기능을 맡아 혼란한 이름을 정리했다. 크레이터의 이름에는 대부분 천문학자 이름이 붙어있지만 예술가 수학자 화학자 문학가 등 업적이 큰 다른 분야의 사람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업적이 훌륭한 사람일수록 큰 크레이터를 배당받는 것이 특징. 가까운 일본만해도 여섯명의 이름이 달표면에 명명됐으나 아쉽게도 한국인은 한명도 없으며 이제는 붙일 크레이터도 남아 있지 않다.

어떤 장비가 필요할까?

달은 그 크기가 맨눈으로도 원반모양으로 보일만큼 광도도 충분해 그 표면을 감상하기에는 그다지 큰 망원경이 필요치 않다. 중·고배율 쌍안경 또는 6~10cm급의 망원경이면 훌륭한 장비다. 하지만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점점 많은 부대 장비들이 필요하게 된다. 첫째로 달의 지형을 세세히 박진감 넘치게 보기 위해서는 고배율이 필요한데, 그에 따른 분해능을 지원하는 광학계의 정밀도가 요구되며 고배율의 분해능과 풍부한 광량을 확보할 큰 구경의 망원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구경이 커지면 대기층의 불안정 때문에 상이 떨려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시간이 적어지게 된다.

둘째로 달은 빛의 세기가 강하기 때문에 (보름달의 경우-16등급) 1백50mm급의 망원경을 사용해 저배율로 보면 눈이 부셔서 빛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필터(moon glass)를 사용해야 한다. 이 강한 빛은 렌즈나 미러(mirror)의 오염과 혼탁, 또는 경통내부의 난반사가 있으면 상의 콘트라스트가 낮아져 관측상태를 질적으로 저하시킨다. 따라서 관측자의 눈을 그다지 감명깊게 하지 못한다. 보통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메이커의 천체망원경은 굴절식의 경우 내부를 무반사 처리하거나 차광링을 설치하고, 반사식의 경우에는 내부를 무반사처리 또는 식모(植毛)처리해 잡광을 억제한다. 숙련된 아마추어 천문가라면 망원경의 성능을 말할 때 꼭 콘트라스트를 빼놓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국산망원경의 경우는 이 사항이 미흡한 장비가 거의 대다수다. 만일 잡광처리가 잘 안되는 장비를 갖고 있는 경우 내부 도장을 다시하는 것이 좋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식모지(植毛紙) 또는 검은 천을 사용해 내부 난반사를 제거하고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면 훨씬 더 품위있는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로 망원경으로 장시간 관측하려면 일주운동(지구의 자전)추적장치가 필요하다. 적도의 마운트에 모터로 추적하는 것이 보통인데 장시간 관측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저배율로 달표면 전체를 볼 경우라면 지구의 자전속도로 인한 달의 움직임은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고배율로 관측할 때는 달의 한부분을 시야에 넣었다 해도 그부분은 그야말로 금방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말 것이다. 참고로 달은 자기의 지름만큼 움직이는데 약 2분이 걸리므로 달의 서쪽끝을 시야중심에 맞추었다면 2분후는 동쪽끝이 시야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월면지도


월령 따른 달여행

월면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월면도 스케치 용구가 필요하며 촬영을 위한 카메라와 어댑터 등도 준비하면 좋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중·고배율 쌍안경 또는 소구경의 망원경도 가능하며 접안경은 단계적 관측을 위해 50배 1백배 2백배 정도의 배율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구경이 좀 커지면 문글라스(moon glass)도 준비하면 좋다.

달은 광량이 충분해서 어두운 대상인 성운 성단 은하 등과는 달리 대도시나 광해지역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기류만 안정된다면 대도시 아파트 베란다나 집의 옥상이나 마당 어디든지 좋다.

달이 태양방향을 지나 서서히 돌아오는 월령 1~3일이 되면 서쪽하늘에 둥근쪽을 지평선쪽으로 하고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 눈썹모양의 밝은 부분 이외에도 둥글고 희미하게 나머지 달의 부분도 맨눈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지구조라고 한다. 지구조는 태양 빛이 지구의 표면에 반사돼 달의 어두운 표면을 비추고 있는 것으로 쌍안경 정도로도 자세히 볼 수 있으며 망원렌즈나 망원경 등으로 촬영을 하면 매우 그럴 듯하다.

이 시기의 달을 망원경을 통해 보면 둥근 모양의 '위기의 바다'는 마치 큰 크레이터와 같은 느낌을 주며 주변의 복잡한 지형들과 남북의 큰 크레이터들인 랑그레누스 클레오 메데스 스넬리우스 등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월령 4~6일 정도가 되면 '감로주의 바다''고요의 바다''맑음의 바다'가 나타나 바다가 편편하지만은 않고 굴곡이 많음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때 '감로주의 바다' 동쪽을 보면 큰 크레이터의 중앙에 봉우리가 솟아있는 세오필루스가 커리누스 카타리나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맑음의 바다' 북서쪽에는 포시도니우스가 인상적으로 나타난다.

제2의 그랜드 캐년

월령 7~9일이 되면 달표면에는 가장 볼거리가 많은 시기가 된다. 달의 남쪽 부분은 각종 크레이터로 꽉 차있어 장관을 이루며 '구름의 바다' 서쪽에는 대화구 알포누수스가 주변의 크레이터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비의 바다' 외륜에는 아페닌이라 불리는 엄청난 산맥이 있는데 그 험난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그랜드 캐년을 방불케 한다. 더욱이 이 산맥의 아래쪽에는 아르키 메데스라는 크레이터가 아페닌산맥쪽으로 흘러내리는듯한 지형을 갖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의 바다' 북쪽에는 알프스산맥이 보이는데 그 산맥의 중간에는 V자형 조각칼로 파낸듯한 계곡이 있다. 길이가 1백30km에 달하는 알프스 계곡으로 지구의 아라비아반도의 홍해와 규모 모양이 비슷하다.

알프스산맥의 동쪽에는 플라토라는 지름 95km의 낮고 평평한 큰 크레이터가 있는데 그 내부는 바다의 표면보다 더 검어 '검은 호수'라고 불린다. 이 부분은 달표면 지각활동의 징후인 빛의 점들이 자주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관측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반달부근인 이 시기는 각종 지각변동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지형이 무수히 많다. '비의 바다' 부근은 달표면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달이 반달을 넘어 약간씩 볼록해지는 10~12일이 되면 달의 중간 약간 아래쪽에 '달의 왕'이라 불리는 코페르니쿠스 분화구가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낸다. 또 '비의 바다' 서쪽에서는 용암이 흐른 자태도 확인할 수 있다.

13일경이 되면 폭풍의 바다 북쪽에 아리스 타르코스라는 분화구가 보인다. 이 분화구도 플라토와 함께 지각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근년에도 수많은 빛의 발광이 관측됐다. 이 부분에는 태양빛이 닿지않는 밤에도 빛의 점이 보여지기도 한다고 한다.

보름이 되어가면 분화구의 모습은 풀이 죽은 듯 입체감이 사라져간다. 눈으로 볼 때는 보름달이 더없이 좋게 느껴지지만 고배율 망원경으로 보면 그저 밋밋한 느낌으로 실망만을 안겨준다. 이것은 자갈들로 가득찬 비포장도로가 여름 한낮의 높은 태양 아래서는 그다지 거칠어 보이지 않으나 해가 지고 밤이 돼 행인의 손전등이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길에 비스듬히 비치면 길에 널려진 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입체적으로 잘보이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즉 보름달은 초승달부터 반달까지 길게 드리운 지형들의 그림자가 점점 짧아져 보름에는 밋밋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쌍안경이나 저배율의 망원경으로 달의 전면을 보면 코페르니쿠스와 티코에서 뻗어나와 달을 휘감고 있는 광조가 볼만 하다.

보름이 지나면 지금까지 반대 순서의 과정으로 그림자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새로운 느낌으로 관측해왔던 대상을 따라 월면 횡단이 가능하다.

스케치도 필요

관측을 좀더 체계적으로 하자면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면 좋다. 스케치를 위해서는 망원경 또는 쌍안경, 스케치용지(스스로 양식을 만들어도 좋다), 4B~HB 정도의 연필과 지우개, 받침 그리고 스케치에 비교적 시간이 소요되므로 피로를 방지하기 위해 자세를 편하게 할 의자와 조명기구가 필요하다. 달은 밝아서 작은 등을 옆에 켜두어도 무방하다.

쌍안경으로 관측할 경우 분해능과 배율이 낮아 어느 정도 큰 지형만 보이므로 달전체를 10cm정도의 원에 스케치하더라도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지만, 분해능이 높은(실은 50~60mm급 조차도) 망원경을 사용해서 달전체면을 한개의 작은 원에 그리려면 망원경 시야에 보이는 달의 지형이 워낙 복잡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는 보이지만 작은 지형들은 주관적으로 생략해가며 그려야 하는데 이는 좋은 기록이 될 수 없다. 스케치는 보이는 그대로 전부 묘사해야 한다. 스케치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면 맨눈 또는 저배율 쌍안경으로 백지에 약 10cm의 원을 그리고 연습해 두는 것이 좋다. 60~1백mm급 망원경 소지자라면 1백~2백배 정도로 해 특정 지형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만을 국지적으로 스케치하는 것이 좋다. 또 원을 약간 크게 그리고 저배율과 고배율을 왕복해가면서 지형의 윤곽들을 기록해 나가면 훌륭한 월면도를 작성할 수 있다.

스케치 요령을 두가지로 나누자면 윤곽선만을 그려 형태를 중시하는 방법과 그림자의 음영까지 그려서 입체적인 사실묘사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관측자의 취향대로 선택한다.

달의 지형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노출시간이, 일주운동을 가이드(guide)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장비의 측면에서 좀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다. 촬영에 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반달의 경우 보름달 광량의 2분의 1이 아니고 4분의 1이며 초승달은 10분의 1정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부촬영시에는 각 부위의 밝기가 다르므로 노출시간에 유의해야 하며 필름의 선택에 있어서도 색조표현 관용도 입자 등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달사진은 직접 현상하기가 까다로운 측면도 있지만 여러가지로 시도해 경험을 쌓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달이 특별한 현상을 보일 때의 경우를 살펴보자.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어두워지는 현상으로, 특히 개기월식에서는 지구의 그림자 속에서 지구의 대기층을 비스듬히 통과해 나간 적색의 빛이 조사돼 검붉게 빛난다. 이때의 달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월식은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감상이 가능하다. 망원경도 전면을 볼 수 있는 30~50배 정도의 저배율이 적합하며 그림자의 이동을 스케치하거나 연속적 촬영을 하면 훌륭한 기록이 된다.

한편 달이 항성이나 행성의 앞을 통과하며 가리는 성식(星蝕)현상이 있다. 특히 화성 금성 목성 토성과의 식(蝕)이 있을 때 달 분화구가 가려지거나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고배율로서 관측하면 신비로움까지 느낄 수 있다.

달은 백도를 따라 이동하며 사람들의 관측방향에서 많은 천체들과 식을 일으키거나 랑데부를 하기도 한다. 특히 행성들이 태양과 가까이 보이는 위치일 경우 해가 지고난 저녁 서쪽 하늘이나 동트기전 새벽 동쪽 하늘에서 멋진 랑데부를 벌이게 된다. 이것 또한 일몰 전이나 일출 직전의 오묘한 하늘의 색조와 어우러져 볼만한 구경거리다. 전후 1, 2일 동안 일반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ASA 100 정도 필름으로 F2.8에 3~6초 노출로서 촬영도 가능하다.
 

코페르니쿠스 분화구
 

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혁기 교육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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