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울릉도의 지형과 지질

제9회 전국과학교사 자연생태계 탐사

 

주상절리의 표본이라 할만한 남양동 국수산(비파산)


울릉도는 한반도의 신생대 제4기 화산활동을 대표하는 섬으로 다섯번에 걸친 분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매년 여름 겨울방학마다 (중)고교 과학교사들에게 생생한 현장탐사의 기회를 제공해온 '전국고교교사 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지난 8월13일부터 17일까지 화산섬의 보고인 울릉도에서 실시됐다.

'과학동아'와 '동아문화센터'가 공동주최하고 주식회사 '쌍용'이 후원해 9회째를 맞는 이번 탐사에는 전국 시·도별로 한사람씩 추천된 교사들이 참가해 닷새동안 '울릉도의 지형과 지질'을 살펴나갔다.

지난 6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하는 일본의 운젠화산과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수백년간의 침묵을 깨고 잇따라 대대적인 화산활동을 벌임으로써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화산활동에 대한 관심이 전에없이 고조된바 있다. 한반도에서의 화산활동은 신생대 제4기에 가장 격렬했던 것으로 보고되는데 그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화산섬인 제주도와 울릉도, 내륙의 백두산 길주-명천 지구대다.

이 중 울릉도는 같은 화산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주도에 비해 학문적으로나 관광지로서의 경제적인 이용가치로나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온 편이다. 그러나 약 2백70만년동안 다섯번의 대규모 분출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울릉도를 지형·지질학적으로 탐사한다는 것은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로서는 화산활동의 실제상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탐사 제1일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는데만 이틀이 걸렸다는 울릉도 그러나 탐사단은 쾌속선으로 묵호항을 떠난지 세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동항에 안착할 수 있었다. 첫날의 바람한점 없이 맑았던 날씨는 탐사기간내내 지속돼 태풍 캐틀린 때문에 탐사일정을 2주나 미룬 것이 '오히려 더 잘된 일이 됐다'고 탐사단은 입을 모았다.

도착 다음날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첫날의 탐사코스는 성인봉 등정을 포함한 강행군. 탐사단은 먼저 저동에서 섬목까지 배로 이동해 섬 북쪽사면 관찰에 들어갔다.

행정구역상 북면으로 불리는 섬목~천부동~현포에 이르는 길은 도로사정이 나쁜 울릉도 안에서도 비교적 일찍 길이 뚫린 곳이라 탐사단은 4륜구동 트럭으로 달리며 필요할 때마다 내려 지질형성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노두(露頭)를 관찰했다.

탐사단을 가장 먼저 신나게했던 것은 눈앞에 싫증이 날 만큼 계속해서 화산암의 노두가 펼쳐진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이 지구과학교사로 대학시절부터 현장(field)조사를 경험해본 탐사단은 "차로 달리면서도 노두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지질공부하는 사람에겐 호강"이라며 하루종일 걸어도 노두를 하나도 못 볼 수 있는 육지탐사와의 차이에 놀라워했다.

섬 북면 탐사에서 두드러져 보인 지형은 차별침식에 의한 시 스택(sea stack)과 해식애(sea cliff)의 발달. 지도교수는 울릉도의 비경으로 소개되는 공암(孔岩, 일명 코끼리 바위)과 삼선암(三仙岩) 그리고 죽도(竹島)가 모두 과거에는 본섬에 연결된 것들이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 지역은 화산재가 지표상에 노출된 뒤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이 우세한데 이 암석은 풍화·침식등에 약해 제주도보다 파괴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을 모은 것은 노인봉 추산 공암 등에서 기기묘묘한 형상을 만들어보이는 조면암의 주상절리(柱狀節理)였다. 주상절리 란 용암류가 냉각·고결할 때 생기는 수축작용으로 인해 기둥모양의 규칙적인 상이 생기는 것으로 노인봉에서는 마치 노인의 주름살처럼 가로모양으로, 공암에서는 갖가지 방향으로 발달해 있었다.

특히 탐사단 사이에 화제가 됐던 것은 "조면암에서도 주상절리가 발달한다"는 사실이었다. 교과서에는 대부분 조면암에 대한 설명이 없을 뿐더러 주상절리는 마치 기공이 적은 현무암에만 고유한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는 것이 탐사단의 중론. 이렇게 눈으로 확인한 이상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조면암도 설명해야한다는 쪽과 비록 울릉도에서는 조면암이 흔하지만 한반도 전체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는 현무암이 우세하니 그대로 써야한다는 쪽의 찬반양론이 오갔다.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으로 오르기전에 탐사단은 수력발전소로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추산발전소와 그 저수지가 되는 용출소를 둘러봤다. 이 용출소는 울릉도가 제주도와는 다른 지질구조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즉 제주도의 경우 빗물(눈)등은 기공이 많은 현무암질을 그대로 빠져나가 산봉우리 가까이에서는 물이 귀하고 해안에 이르러서는 한꺼번에 물이 쏟아져나와 정방, 천제연 등의 폭포를 이루는 반면 울릉도에서는 빗물이 봉우리 가까이의 부석층을 뚫고 나가도 바로 밑이 불투수층(不透水層)인 조면암 등이라 물이 되솟아오르는 형국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탐사 마지막날 둘러본 봉래폭포에 서도 똑같이 발견되는 현상이었다.

거대한 함몰화구구가 형성한 나리분지는 오늘날 울릉도 특산의 천궁이 30만평 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부석(浮石). 물에도 뜰만큼 가볍다해서 뜬돌이라고도 불리는 이 화산암은 대폭발이었던 5기 분출물로서 성인봉 알봉주변에 특히 발달해 있으며 울릉도 전체에 걸쳐 발견된다. 성인봉을 오르는 길이 유난히 미끄러운 것도 바로 쉽게 깨어지는 이 부석이 등산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자봉과 투구봉 사이에 발달한 하도(河道). 마치 하천히 흐른듯한 흔적을 보여주는 이 구조는 에어폴과 화쇄류로 인해 생성됐다.


탐사 제2일

육로로 울릉도를 더듬어본 첫날에 이어 이틀째는 군청에서 제공한 행정선으로 섬 전체를 둘러보았다. 울릉도를 연구한 기존의 논문들은 이 섬의 전체높이가 약 3천m이며 그중 해수면 위에 솟아있는 것은 1천m에 불과하다고 밝힌다. 즉 동해상에 우뚝 솟아있는 형태로서 울릉도 해안에는 모래사장이 없고 수심이 급속히 깊어져 헤엄을 칠만한 얕은 곳도 흔치 않다. 대신 바닷물은 글자 그대로의 '초록빛 바다'로 기암괴석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도동에서 출항한 배는 섬의 남쪽인 사동과 통구미, 남양을 역(逆)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를 택했다. 통구미에는 현무암질 집괴암이 두드러지며 시 스택(sea stack)이 발달해 있다. 특히 해식 절벽에서는 타포니(taphoni)가 많이 관찰되는데 이는 바닷물 속의 염분이 풍화작용(salt weathering)을 일으켜 형성된 것이다.

이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사자바위는 78년의 태풍에 떨어져 나가 만들어진 시 스택으로 지금 현재도 섬이 자연적인 파괴(풍화)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였다.

이 날의 탐사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남양동 국수산(비파산)과 공암(코끼리 바위), 관음동굴의 주상절리였다. 마치 국수가 흘러내리는 것 같이 일정한 크기의 주상절리를 보여주는 국수산과 해식동굴도 함께 보여주는 관음동굴은 주상절리의 교과서 같다는 것이 탐사단의 평가였다.

사자바위와 투구봉 사이에서 발견한 하도(河道 channel structure)도 탐사단을 흥분시키는 수확이었다. 육지의 퇴적암층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하도지만 화산섬인 울릉도에서는 이런 구조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없었기에 정밀한 조사를 거쳐 하도라는 것이 확인되기만 한다면 이번 탐사의 가장 큰 수확이 될 것이라고 발견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의 마지막 관찰지인 죽도(竹島)는 물이 없는 섬. 표면은 부석이 뒤덮고 아래쪽은 주상절리가 발달해 물 고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세가구는 소와 더덕등을 길러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곳의 풀을 먹고 자란 소는 그 고기맛을 일품으로 친다는 것이 현지주민들의 설명이다.

도동에 귀항해서도 탐사는 끝나지 않아 지질도상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꼽히는 도동항의 암벽을 둘러보았다. 이 곳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현무암 속에 감람석으로 보이는 6각형 결정이 무수히 박혀있다는 것과 관입암맥 경계면의 열변성 흔적. 이 두가지 발견물은 고향으로 돌아간 뒤 대학연구소에 X선 분석을 의뢰, 정확한 성질을 밝히기로 했다.

탐사 제3일

오전중에 저동의 자연에어컨과 봉래폭포 탐사가 있었고 일부는 어제 배로 그냥 지나쳐온 가두봉 지역을 다시 방문,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이 지역에서만 발견된다는 화성암인 포놀라이트(phonolite)를 채집했다. 서늘하기가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같다해서 자연에어컨이란 별칭이 붙은 봉래폭포 아래의 풍혈(風穴)은 울릉도 내의 몇 개의 풍혈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그러나 그 성인(成因)에 대해서는 탐사단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오후 일정은 울릉군 교육청에서 이 지역 토박이이자 향토사학자인 이종렬씨(울릉중학교장)의 '울릉도의 역사'강의로 시작됐다. 수대째 이곳에 살아온 이종렬씨의 강의는 그간 자연의 역사를 발로 뛰며 읽어온 탐사단에게 인문지리적인 살을 덧붙여 울릉도를 이해할 수 있게하는 시간이 됐다.

곧이어 이번 탐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좌담회가 열려 각자 그간 보고 느낀 것을 열띤 목소리로 토론했다. 매일 일과가 끝난 후에도 미리 읽어두었던 논문을 다시 뒤적이며 동료, 지도교수와 늦도록 토론을 벌이던 탐사단은 이날도 도동항에 새벽이 밝아오도록 울릉도와 지구과학, 과학교사의 길에 대해 끝없는 토론을 벌였다.
 

시스텍(sea stack)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삼선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정은령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