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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적반도체 기능 높이는 연구 활발

CAD에서 테스팅이란 설계 또는 제조된 반도체의 시스템을 검사해 합·불합격품을 가리거나 설계상의 미비점을 미리 발견하려는 분야다.

민족과학 부흥을 꿈꾸거나, 선구자로서의 책임감을 절감하며 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학위를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선 아직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학위를 하나의 수단이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사회는 유학생들에게 학위취득 이상의 여러가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같다. 서구의 선진기술 습득이라는 기본 목표 외에도, 그들의 문화권에 살면서 그들의 과학기술 문명의 바탕이 되는 기본 정신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선택적을 흡수해 우리사회에 대한 조명을 새로이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학생 많아 '작은 한국'

미국땅을 밟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낯선 곳에서 생활을 시작해야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초조한 기분으로 위스콘신의 메디슨 공항에 내렸을 때에는 때아닌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출발한 유학생활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마도 많은 선배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위스콘신 대학은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내에서도 많은 곳중의 하나로 3백50여명이 재학중이다. 때문에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끼리의 생활이 이어진다. 한국 유학생끼리 점심도 먹고, 운동도 하고, 야유회도 같이 간다. 따라서 한국인 사회의 벽을 넘어 미국문화를 배우고 젖어드는 일이 오히려 쉽지 않다.

내가 재학중인 위스콘신-메디슨 학교는 15개 가량의 위스콘신 주립대학 중의 하나로 주(州)의 수도에 자리잡고 있다. '위스콘신-메디슨은 미국 중서부 10개 명문들로 구성된 이른바 빅텐(Big-Ten)중의 하나다. 5대호의 서쪽 미시건 호수에 접해있는 위스콘신은 전형적인 내륙지방의 기후를 보이기 때문에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서 우리나라보다 기후가 나쁜 편이다. 그러나 토질이 좋아서 목축을 통한 치즈생산이 유명해 세계치즈 소비량의 절반정도를 생산한다. 메디슨시는 네개의 커다란 호수를 끼고 발달해 있는데, 학교는 이 중 하나인 멘도타 호수옆에 자리잡고 있어 주변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의 전기과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모두 합쳐 1천명 정도되는 커다란 과다. 그런데 이는 한국의 공과대학 분류상 전기과 전자과 계측제어학과를 모두 합친 셈이므로 이들과 결과적으로 학생수는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학과활동은 세부전공별로 나뉘어 이루어지고, 수업도 세부전공에 따라 들어야 하는 과목이 정해져 있으므로, 과가 큰 데 따르는 불편함은 별로 없다. 교수진은 10명의 '영리서처'(young researcher)상을 받은 교수들을 포함,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는 컴퓨터 공학으로서, 컴퓨터를 조직적으로 공학에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주로 연구한다. 이곳의 전기과는 CAD쪽에 관련된 분야만 컴퓨터 공학으로 분류해 놓고 나머지 컴퓨터에 직접 관련되는 부분은 전산학과에서 다루고 있다. 때문에 많은 수업을 전산학과에서 듣게 되고, 또 많은 교수들이 두 과에 걸쳐 겸임하도록 되어있다.

CAD(Computer Aided Design) 는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과학기술(특히 반도체 제조기술)의 작업이 인간의 손동작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남에 따라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 때문에 발달한 학문이다.

따라서 컴퓨터 공학을 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며, 동시에 반도체 제조기술등 관련 분야를 모두 알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컴퓨터 공학은 전기과와 전산학과의 교량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는 경향이지만 특히 전기과의 각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같은 전공이라도 세분화된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서는 내가 전공하는 테스팅(testing)에 대해서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CAD에서 테스팅이란 설계 또는 제조된 반도체 회로나 시스템을 검사하여 합·불합격품을 가리거나, 설계상의 미비점을 미리 발견하려는 분야다. 특히 대상이 되는 회로의 집적도가 급속히 높아짐에 따라(최근 제작되는 고집적 반도체 회로는 몇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하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모두 검사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는 학문이 발달했다. 테스팅 분야는 폴트 시뮬레이션 및 테스트 패턴 제너레이션(fault simulation & pattern generation), 디자인 포 테스터빌리티(design for testibility) 빌틴 셀프레스트(builtin self test), 메모리 테스트 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으나 이들에 속하지 않는 세부적인 분야도 많이 있다. 테스팅의 중요성이 점증함에 따라,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있다. 현재 고밀도 집적회로의 생산비용 중 테스팅 부품의 비용이 2, 30%를 차지한다고 하니 테스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교정에서 아내와 함께 포즈를 취한 필자
 

메모리 커질수록 테스팅 어려워

테스트는 시험대상회로에 시험입력을 주고 출력을 관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떤 입력을 주느냐가 중요해지는데, 이 입력을 찾아내는 것이 테스트 패턴 제너레이션이다. 가능한한 적은 수의 입력으로 내부의 모든 결점을 검사할 수 있다면 이것이 대상 회로에 기장 적절한 입력조합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입력조합을 찾아내려고 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이 테스트 패턴 제너레이션 알고리즘들이다.

이들 알고리즘에게는 폴트 시뮬레이션이 필수도구다. 폴트 시뮬레이션은 로직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주어진 입력으로 어떤 내부 결점들을 검사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험입력은 대상회로의 외부에서 입력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이와 반대로 빌틴 셀프 테스트란 설계당시에 회로의 기본기능뿐 아니라, 회로 자체적으로 시험하는 기능을 함께 만들어 외부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집적회로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빌틴 셀프 테스트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하고 있으며, 출력 비교를 간단히 하기 위해 여러가지 콤프레스 테크닉이 이용되고 있다. 디자인 포 테스터빌리티는 일반적으로 테스트가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시퀜셜(sequencial)회로를 주대상으로 한다. 디자인 단계에서 테스트가 용이하도록 특정 부분의 회로를 변경하는데, 이를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고자하는 연구 분야다.

이밖에 고집적 메모리를 시험하기 위한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점차 메모리의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테스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모리 생산이 주력이 되고 있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시급히 개발돼야 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평야에 솟은 산봉우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분야에 걸쳐 고루 발달한 게 아니라 몇몇 특수 분야만 고도로 발달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낙후하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반도체 기술만 보아도 메모리에 관한 기술은 세계 첨단을 달리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나, 설계 생산을 도와주는 CAD에 관한 기술 등의 국내 기술 수준은 아직 첨단을 달린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모든 분야에 고루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김포 공항을 떠나고, 또 많은 유학생들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고 있다. 이들 모두가 우리산업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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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소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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