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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거대한 신화 속 과학이 깨어난다

 
줄거리 신들의 왕 제우스(리암 니슨)는 그의 동생이자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신인 하데스(랄프 파인즈)의 계략에 빠져 신을 섬기지 않는 인간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 이에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영웅 페르세우스 (샘 워싱턴)는 인간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난다. 전설의 메두사에서부터 바다 밑에 사는 거대한 괴물 크라켄까지 험난한 여정이 그의 앞에 펼쳐진다.
사이언스 평점 ★★★★☆
관람포인트 관객도 돌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리얼한 메두사 컴퓨터그래픽(CG)

전설의 괴물 메두사와 맞서 싸운 페르세우스 이야기는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의 단골 소재다.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영화 ‘타이탄(Titan)’은 페르세우스의 모험에 타이탄 족과 신들의 전쟁이라는 그리스 창세 신화가 더해졌다. 환상적인 입체(3D) 영상과 CG가 매혹적인 신화 속 세상을 관객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냈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 타이탄

영화 타이탄은 영화의 전체 배경이기도 한 타이탄족과 신들의 전쟁 이야기로 시작한다. 태초에 천공(天空)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12명의 타이탄이 태어났다. 이들은 몸집이 거대하고 무서운 괴력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막내인 크로노스는 야망이 대단해서 왕좌를 꿰찬 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까지도 집어 삼켰다. 삼킨 다섯 명의 아이들 중 하나가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다.

크로노스는 유일하게 막내인 제우스만 삼키지 못했다. 성장한 제우스는 아버지를 공격해 형과 누나들을 토해내게 했고, 형제인 올림푸스 신들과 함께 아버지와 그 형제인 타이탄들과 전쟁을 벌였다. 장장 10여 년에 걸친 전쟁은 하데스의 애완동물인 크라켄을 앞세운 올림푸스 신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과학계에서는 타이탄을 토성의 위성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토성은 2008년 기준으로 60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는데, 1655년 네덜란드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호이겐스가 처음 발견한 타이탄은 그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크다. 행성인 수성보다도 크다니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타이탄의 지름은 약 5150km이고 다른 위성들과 달리 엷은 대기층을 가진다. 대기 중에는 질소와 소량의 메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표면에 액체가 존재하고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2008년 2월 13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타이탄에 원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가 지구 전체 석유와 가스 저장량의 수백 배 규모로 존재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타이탄 외에도 토성의 여러 위성들의 이름은 12명의 타이탄족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토성의 영어식 이름인 ‘새턴(Saturn)’도 12명의 타이탄족 중 막내였던 크로노스의 로마식 이름이다.


저승의 강을 건넌 사람들

영화 중반부터는 전쟁에서 승리한 신들과, 신을 숭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멸망할 위기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 세상을 구하기 위한 페르세우스의 모험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제우스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 영웅 페르세우스는 인간 세상을 구할 막강한 힘을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생명은 절대로 출입할 수 없는 저승 세계 타르타로스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페르세우스가 전설의 괴물 메두사와 싸우는 장면은 CG로 실감나게 표현돼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살아 있는 인간이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신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하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심장이 정지했다가 다시 살아난 환자가 임사(臨死)체험을 겪은 경우다. 실제로 네덜란드 심장외과 의사인 핌 반 롬멜 박사가 ‘죽었다 살아난’ 환자 344명을 13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전체의 18%가 죽음을 잠시 경험했다. 이 연구결과는 2001년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지인 ‘랜싯’에 실렸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 삼도천(三途川)을 건넜다는 표현을 쓴다. 영화에서도 페르세우스 일행은 저승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큰 강을 건넌다. 사후 세계에 실제로 강이 있을까. 롬멜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사체험자들의 35%는 터널을 통과해 사후 세계를 봤다고 한다. 또 25%는 신체를 이탈하는 경험을 했고, 13%는 인생을 파노라마식으로 회고하는 경험을 했다.

임사체험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질병이나 부상, 심장 정지 같은 생리학적 스트레스에 의해 뇌 혈류가 저하돼 환각이나 환시를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뇌에 피가 모자라면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결국 측두엽과 대뇌 변연계에 발작이 일어나면서 환각이나 환청을 경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심장외과 의사인 마이클 세이봄 박사는 1998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빛과 죽음’에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팸 레이놀즈라는 뇌 동맥류 환자의 수술을 예로 들면서 수술시 환자 머리 부분의 혈액을 완전히 뽑아 뇌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뒤 환자가 임사체험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뇌파가 나오지 않는 것은 대뇌피질이 기능하지 않는 완전한 뇌사상태를 의미한다.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샘 파니아 박사팀은 2008년 9월부터 유체이탈을 경험한 1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임사체험자들의 상당수가 천장에서 의료진을 내려다보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데 착안해,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공간에 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을 설치했다. 파니아 박사는 “그림을 봤다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임사체험은 환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람이 돌이 될 수 있을까

지하 세계에서 페르세우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뱀으로 이뤄진 전설의 괴물 메두사다. 메두사는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면 무엇이든 돌로 만들어버렸다. 하데스의 괴물에 맞서려면 메두사의 머리가 필요했다.

메두사는 사실 길고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아름다움을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와 견주는 실수를 범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신의 저주를 받은 메두사는 머리카락은 뱀이고, 크게 찢어진 입에서 기다란 혀가 나오며 사자코와 멧돼지 몸통을 가진 끔찍한 괴물의 모습을 갖게 됐다. 그녀를 본 사람들이 놀라서 돌처럼 굳어지는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사람이 갑자기 돌이 되는 급격한 화학적 변이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 암석은 크게 퇴적암과 화성암, 그리고 변성암으로 나뉜다. 퇴적암은 물과 바람에 실려 이동해온 광물이 낮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쌓여 형성된다. 화성암은 땅 속 높은 온도에 녹아 있던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생긴다. 또 변성암은 이런 퇴적암과 화성암이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성분이나 조직이 변한 암석이다.

메두사가 만들어 내는 ‘인간 암석’은 굳이 설명하자면 화성암처럼 생성될 것이다. 퇴적암과 변성암은 만들어지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반면, 화성암은 시간이 비교적 덜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36.5℃의 체온을 항상 유지하는 인간이 순식간에 식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포에 질렸을 때 표정이 굳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현상을 이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 런던대 레이먼드 돌란 교수팀은 가상공간에 있는 맹수가 실험자를 향해 다가올 때 뇌가 어떻게 활성화 되는지를 핵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해 2007년 8월 24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결과 맹수가 멀리 있을 때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영역인 전뇌가 활성을 띠고, 가까이 오면 본능적인 반응을 관장하는 중뇌가 활성을 나타냈다. 맹수가 멀리 있을 때는 슬금슬금 피할 여유가 있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면 몸을 꼼짝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공포 본능이 작용하면 우리 몸에서는 자율신경계 중 근육의 수축을 일으키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추울 때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그 자리에 얼어붙게 된다.

한편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돌로 바뀌는 방법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화석이다. 뼈나 이, 껍질 등 딱딱한 부분이 있는 생명체가 부패되기 전에 퇴적물 속에 급히 묻히고, 이것이 여러 가지 광물학적, 화학적 작용을 거치면 화석이 된다. 유기물 입자 사이로 물이 들어가 유기물의 유해가 녹아나오면서 굳기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기물을 이루는 결정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 또 유기물 본래의 화학성분이 다른 성분으로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땅에 묻힌 나무에 이산화규소가 쌓여 만들어진 규화목이다. 신화에서 메두사가 하던 일을 현실에서는 자연과 시간이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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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l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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