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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에 놓인 판다(Panda)

밀렵과 보호책 미비로 사면초가

중국의 마스코트인 귀염둥이 판다의 수가 1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중국 사천성(四川省) 한 가운데의 적막한 오지에서는 두마리의 자이언트 판다(giant panda)가 대나무숲과 바위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한가한 산책의 평화스러운 정경과는 달리 이들의 동족은 이제 수십년내에 멸종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정부가 판다 가죽을 노리는 사냥꾼들로부터 이들을 지키고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들인 비용만해도 수백만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노력도 헛되이 판다는 밀렵꾼들과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것같다.

"나는 자이언트 판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 멸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쳉두 동물원에서 판다의 인공생식을 지휘하고 있는 인린의 말이다. 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야생상태로 남아있는 판다는 1천마리 정도며 기타 전세계 동물원에 1백마리가 보호 돼 있다. 그나마 몇몇 전문가들은 야생상태로 남아있는 것들이 7백 여마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다.
 

곰과 비슷한 생김새이기는 해도 판다는 곰이 아니다.
 

두발달린 이웃의 횡포

판다는 죽순을 주식으로 하는데 소화력이 워낙 약해 하루종일 먹어대야 겨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경작지가 부족해 성(省)정부나 농민들이 모두 대나무숲을 잘라내고 거기에 논밭을 일구어야 할 상황이다.

많은 동물전문가들은 판다에게 가장 좋은 생활환경은 동물원이 아니라 야생상태라고 얘기하지만 야생판다보호회는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만한 재정능력이 없다.

"판다가 살아남으려면 사람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판다에게 좋은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베이징 대학의 판다전문가인 판 웬시는 말한다.

학자들이나 관련 공무원들은 돈도 없고 또 판다보호와 관계있는 정책의 결정과정에 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때때로 판다에 관한 법안들은 지역이기주의나 관료들의 자만심 때문에 난관에 부닥친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느라 돈과 시간을 탕진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또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한 예로 쳉두 북서쪽의 워롱(Wolong)보호구역에는 당국이 십여 년 전 세계야생보호기금으로부터 1백만달러를 보조받아 연구소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소에서 판다를 길러내 야생상태로 돌려보내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10년간 이 연구소에서는 겨우 한 마리의 판다를 길러냈을 뿐이며 그나마도 죽고 말았다.

이런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첫번째 문제점은 중국의 보호구역이나 동물원들이 서로 공조체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도 자금도 심지어 양육하고 있는 판다조차도 함께 관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우선 판다보호의 소관부처가 산림부와 건설부로 이원화돼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야생판다는 산림부가 보호하지만 동물원의 판다는 건설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간 양 부처가 서로 접촉은 가져봤지만 행정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령 우리가 판다에 관한 일을 도맡아 관장하게 된다해도 도대체 누가 그 일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건설부의 한 판다 연구가의 말이다.

동물원의 돈벌이

올해 들어 워롱지역은 외부 연구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쳉두 동물원도 이번 봄에 처음으로 짝짓기를 위해 숫놈판다를 연구소에 보내줬다. 이나마도 예전에 비해서는 나아진 것이지만 변화는 아직 이 지역에 그치고 있다. 베이징 과학원의 왕송은 이를 두고 "미국에선 스미소니언연구소와 정부의 해당 부처가 서로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진다. 사회주의에선 그게 훨씬 용이한데도 우리는 아직 그런 협조를 실현하지 못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중국에는 모두 14개의 판다 보호구역이 있는데 각각 고립된 상태에서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역마다 판다가 얼마 남지않아 짝짓기가 어렵고 일단 짝을 지어 새끼를 낳는다해도 어미가 이들에게 충분히 젖을 먹여 길러내질 못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판다가 두발달린 이웃, 인간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데 있다. 판다를 살리려면 서식지 주변의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새 정착지에 집을 지어주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는다. 농토도 새로 마련 해주어야하고 대나무 대신에 발전소라는 새 연료창고를 보급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정부는 3년전에 전국에 살고있는 판다의 수를 모두 집계한 적이 있는데 정확한 숫자를 밝히기는 꺼리면서 약 1천마리가 남아 있다는 추계만을 내놓았다. 앞서 1970년대에 행해진 센서스에서만해도 판다의 수가 2천마리 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격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에도 정부당국은 실제 센서스의 절반인 1천마리를 공식집계 결과로 발표했다. 이미 판다 멸종의 위기를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비난을 피하려는 방책이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야생보호기금 등의 관심을 끌어 판다를 구제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판다의 수가 이렇게 급격히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밀렵에 있다. 워롱에서만도 74년부터 86년까지 12년동안 판다수가 1백45마리에서 꼭 그 절반인 72마리로 줄어들었다. 중국이나 해외의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그간 판다 가죽의 가치는 날로 높아져서 중국의 몇몇지역에서는 1만달러에서 2만달러에까지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암시장에서 팔린 가죽은 주로 대만이나 일본으로 실려나간다.

중국정부도 고심 끝에 최근 판다밀렵꾼이나 매매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극약처방을 내놓고 본보기로 밀렵꾼 네사람을 교수대로 보냈다. 최근의 관영신문 보도에 따르면 사천성에서만 지난 수년간 2백여건의 밀매가 적발됐다고 한다.

판다사냥은 판다의 생식과 재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놈판다는 1년에 한 번 배란을 하는데 운이 좋아야 일생에 걸쳐 여섯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 동물원에 보호된 판다의 수정도 쉽지 않은 게 웬만한 판다 전문가들도 판다의 배란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알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판다새끼가 태어나도 생후 몇 주에서 몇개월 사이에 어미의 실수로 깔려 죽거나 젖을 충분히 먹지못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판다의 멸종을 막으려면 생포 된 판다를 동물원에 전시하기 이전에 짝을 지어줘 새끼를 낳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판다는 중국의 동물원이나 연구소에 막대한 재정조달원이 된다. 한 예로 어느 동물원에서는 판다 한마리를 몇개월간 빌려주는 대가로 5십만달러의 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판다의 재생산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뒷전에 밀리기 일쑤다.

캐나다 캘거리 동물원 책임자인 피터 카르스텐씨는 중국정부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고의로 짝을 지을 수 없는 판다-예를 들어 같은 성(性)의 한쌍-를 빌려주는 일도 허다하다고 폭로했다. 해외동물원에서 판다 수가 늘어나면 중국에서 빌려가지 않고도 재생산이 가능해질테고 그렇게 되면 중국동물원과 연구소의 주요 수입원이 끊긴다는 계산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정부는 최근 해외에 빌려주는 판다의 수까지 통제하고 있다.

연구소와 동물원간의 주도권싸움도 판다멸종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들 양자는 판다보호에 관한 지식은 물론이고 짝을 지어줘야 할 판다까지도 공유하기는 커녕 숨겨놓기에 바쁜 실정이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지난 20년간 중국 전체에서 겨우 28마리의 판다가 새로 태어나 자라고 있을 뿐이다. 그간의 미미한 실적 때문에 전문가들은 판다재생산계획 자체에 회의적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정부의 판다보호정책을 믿지 못하고 있다.

"아마 1, 2백년은 지나야 판다 보호정책의 성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천성 난총대학의 판다연구가인 후진추의 비관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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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셰릴 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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