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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은하산책

쌍안경·망원경활용법

7월은 별지기들이 가장 바쁜 시기. 궁수자리의 찻주전자에서 쏟어져 내리는 가스구름 속에…

지루한 장마가 끝난 뒤 투명해진 여름의 밤하늘을 응시하면 은하수가 우리들의 시야를 압도한다. 특히 7월의 밤하늘은 우리 은하(Milky Way)의 중심인 궁수자리의 '찻주전자'(Teapot)에서 쏟아지는 별들이 구름의 바다처럼 무수히 반짝이며 펼쳐진다. 이때의 밤하늘은 은하면에 산재해있는 수천의 산개성단과 가스성운들로 장관을 이룬다.

이러한 모습은 봄의 은하단과 초여름의 구상성단이 지배하는 하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숨막히는 광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7월은 관측자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천문 클럽이 관측여행을 떠나고, 또 별지기들의 대규모 잔치가 해마다 열린다.

그러면 이 시기에 가장 인기있고 아름다운 천체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산광성운(또는 발광성운)이다.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은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할 아름다운 성운들을 만나 보기로 하자.
 

(그림 1)궁수자리


가스구름 조각을 꿰매놓은 듯

먼저 우리 은하 중심 방향인 궁수자리를 찾아가 보자. 여기에는 '라군 성운'으로 오랫동안 알려진 M8 있다. M8은 대부분의 관측자들에게 여름철 산광성운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찻주전자'의 약 북쪽 6°에 위치한 이 천체는 맑고 달없는 밤에 지켜보면 우리 은하의 강가에 걸터앉은 '빛의 섬'처럼 느껴진다.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성간먼지로 인한 암흑대가 빛나는 가스를 반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반대로 큰 망원경으로 살피면 밝은 가스구름의 조각 사이를 어두운 성운이 꿰맨 모습이다.

M8의 희미한 외부까지 포함한 크기는 달의 3배 정도이며, 이것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의 망원경이 필요하다. 14인치 반사망원경에 36㎜ 어플 아이피스로 보면 M8은 시야 전체를 꽉 채운 숨막힐 듯한 모습을 보인다. 특별히 날씨가 좋은 저녁날 그것은 붉은 색조가 선명한 컬러사진에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찰스 메시에는 M8을 "보통 망원경으로 보면 성운처럼 보이지만 좋은 기구로 보면 작은 별들이 모인 커다란 집단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성운속에 포함되어 있는 NGC 6530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성단은 7등급에서 9등급 사이의 30여개 별들이 산만하게 모인 산개성단이다.

M8의 북북서 약 1.5°위치에는 또 하나의 인기있는 물체인 M20이 있다. 이것은 '삼렬성운'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이름은 메시에가 아닌 근대 가장 위대한 관측가인 존 허셸에 의해 지어졌다. 메시에는 M20이 성단일 것으로 판단했으나, 허셸은 어두운 선으로 3등분된 성운으로 관측해 이 이름을 처음 지었다. 대부분의 산광성운들은 저배율 아이피스로 보아야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M20은 배율을 높여도 잘 보인다. 일반적으로 1백배에서 1백50배로 많이 관측한다. 처음 보는 이들은 성운 중앙의 2중성도 꼭 살펴보는 것이 좋다.

M20으로부터 은하수를 따라 북동방향으로 약 8° 움직이면 M17에 이르게 된다. 관측자들은 이것을 '백조' '오메가' 또는 '말발굽 성운'으로 다양하게 불러왔다. 메시에는 이것을 '막대 모양안에 별이 없는 빛의 무리'로 묘사했다. 어두운 밤 이것은 쌍안경과 망원경을 가진 거의 모든 관측자에게 장관의 구경거리를 제공해 준다. 대형 쌍안경이나 3,4인치 망원경으로 살펴보면 얽히고 설킨 '2'자 모양의 성운으로 보인다. 구경이 커짐에 따라 이 형태는 거대한 성운의 원호(圓弧)를 형성한다. 8인치 망원경은 2자의 아래 막대로부터 희미한 지역인 휘어진 부분을 노출시키기 시작한다. 전체 '말발굽' 또는 Ω(오메가) 모습은 14인치 망원경으로 선명히 살펴볼 수 있다.

M17 바로 위로 은하수는 뱀자리와 방패 자리로 연결되며 펼쳐진다. M17 바로 2° 북쪽의 뱀자리에는 M16이 놓여있다. 육안 관측자들은 흩어져 있는 60여개의 별로 이루어진 산개성단이 M16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사진작가들은 거대한 복합구조를 가진 아름다운 성운상을 M16으로 간주한다. '독수리 성운'으로 알려진 이 성운상을 육안 관찰하기는 어려우나 콘트라스트 증가 필터를 사용하면 별들 사이로 독수리가 날아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경 망원경을 사용하면 M16의 중심속에 있는 '코끼리 몸통'형태의 암흑성운을 포함한 세부구조를 잘 볼 수 있다.
 

(그림 2)방패자리


활처럼 휘어진 초승달 성운

이제 망원경을 백조자리 부근의 은하수로 옮겨보자. 이 지역은 은하중심 방향인 궁수자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별이 모여있는 곳이며 이곳에도 많은 성운과 산개성단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밝은 성운은 NGC 6888이다. 백조자리 북십자가의 가운데 별인 감마(γ)성 남서쪽 3°에 위치한다. 이 천체는 의외로 관측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성운의 별명은 '초승달 성운'으로 사진의 모습이 활처럼 휘어져 보이는 데서 기인한다. 육안 관측자들은 이 모습을 4개의 별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형의 크고 희미한 성운으로 느낀다. NGC6888의 가장 밝은 부분은 북쪽과 서쪽별 사이인데 이 부분은 3인치 구경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다. 보다 희미한 팽창 부분은 좋은 날씨와 6인치 이상의 구경이 요구되고 전체 휘어진 곡면은 12인치 이상이 필요하다.

백조의 오른쪽 날개 깃 부분에는 여름 하늘에서 가장 잘 알려진 광경이 펼쳐진다. 고대 초신성 폭발의 잔해로 믿어지는 '베일 성운'은 망원경을 가진 아마추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성운이다. 베일의 망상 조직은 세개의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가장 밝은 부분인 NGC 6992는 이 고리의 동쪽 원호이며 약 1°길이로 광시야 아이피스로 보면 좋은 구경거리다. 또한 중간배율을 사용하면 성운의 미묘한 그물망 구조를 보다 잘 볼 수 있다.

베일 성운의 한쪽 끝 부분은 NGC6960이다. 백조자리 52번별인 4등성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팽창해 있는 회색의 가늘고 긴 띠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 별은 성운과 관계없이 전면에 위치해 있지만 성운의 모습변화를 측정하는 기준자다. 이 별의 북쪽지역은 남쪽 지역보다 더 잘 보이는데 이것은 52번별의 밝은 빛 때문에 성운의 남쪽 반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베일의 셋째 부분이자 가장 어두운 부분인 NGC6979는 앞의 두 특색있는 이웃들과는 달리 약 2분의 1°직경의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빛덩이다.
 

(그림 3)백조자리


망원경은 불가능, 맨눈은 가능

백조자리속의 또 다른 유명 천체는 NGC7000인 '북아메리카 성운'이다. 우리 은하속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별들 가운데 가장 밝고 뜨거운 별인 데네브의 약 3° 동쪽에 위치한 이 성운은 관측자들에게 많은 논쟁거리가 되는 대상이다. 일부 관측자들에게 이 천체는 어떤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기 때문에 하늘에서 가장 보기 힘든 물체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맨눈으로 보이는 가장 보기 쉬운 성운으로 알려져 있다.

북아메리카 성운은 정말로 맨눈으로 볼 수 있을까. 경남 화왕산과 천황산 같은 뛰어난 관측지점에서 이것을 맨눈으로 보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국내의 훌륭한 관측가인 황준호씨도 이를 맨눈으로 관측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망원경으로도 이 성운을 볼 수 없다. 표면 광도가 낮기 때문이다. 쌍안경은 NGC7000을 보여 줄 수 있다. 북아메리카 성운에서 '미국 동부해안'에 해당하는 지역은 암흑성운 Lynds 935의 검은 윤곽 때문에 7배 쌍안경으로 쉽게 보이는 반면에, '플로리다'와 '멕시코 만'지역은 11(배)×80급 이상의 쌍안경이 필요하다. 매우 확산된 '서부 해안'지역은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

북아메리카 성운을 여러번 관찰한 후라면 그속의 산개성단 NGC6996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오대호'위치와 비슷한 곳에 40여개의 희미한 별들이 7'(분) 크기 속에 몰려있다.

데네브와 NGC7000사이에 '펠리컨 성운'(IC 5067)도 도전해볼만하다. 일반적으로 이 성운은 완전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펠리컨의 동편 일부는 쌍안경으로 얼핏 볼 수 있다.

백조자리의 마지막 유명 천체는 '코쿤(누에고치)성운'으로 알려진 IC5146이다. 이것은 산개성단 M39의 동남동 약 4° 떨어진 7등성 곁에 놓여있다. 희미하고 성긴 산개성단 주위의 정체 모를 빛같이 느껴지는 코쿤은 궁수자리의 삼렬성운처럼 암흑대가 성운을 나누고 있다. 불행히도 12인치 이상의 대구경 망원경으로만 이들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코쿤은 버나드 168로 알려진 길고 가는 암흑대의 동편 끝에 위치한다. 아주 청명한 날 단초점 반사망원경을 가지고 코쿤 서쪽 약 3°위치에 뻗어있는 암흑 성운을 식별할 수 있다. 이것은 암흑성운이 은하수면과 밝은 성운 주위와 대조되기 때문에 두드러진 결과이다.

세페우스 자리에 있는 NGC7023도 여름철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반사성운의 하나다. 그러나 이 천체는 대부분의 관측자들에게 잊혀져 있다. 세페우스 α성과 β성 사이에서 약간 북서쪽에 위치한 성운을 6인치 망원경으로 살펴보면 7등급의 별 주위를 둘러싼 다소 불규칙한 큰 성운상으로 보인다. 보다 큰 구경으로는 성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섬세한 검은 선이 남서 방향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배율을 사용하면 성운의 작고 세밀한 부분들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이상 10개의 산광성운들은 아마추어의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여름밤 천체들이다. 이들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이 대형화됐고 사진으로 남기려 적도의 마운트가 개발 개량돼 왔다. 이들 성운 속에서 별들이 죽으면서 성운으로 되돌아간다. 한여름 밤하늘의 거대하고 환상적인 성운속으로의 여행은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대한 드라마의 한 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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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교육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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