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바람을 멈추게 한 거문고 소리

7월의 밤하늘

이달의 행성

금성/초저녁 사자자리에서 -4.2등급으로 아주 밝게 빛난다. 12일 경에 사자자리의 으뜸별 레굴루스 곁을 지나고, 마지막 주에는 화성과 거의 같은 위치에 있게 된다.

화성/사자자리에 위치하며 2.0등급이다. 14일에 레굴루스를 통과하고 22일에는 금성 곁을 통과한다.

목성/게자리에서 사자자리로 옮겨가며 밝기는 -1.3등급이다. 하순경에는 저녁 황혼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토성/0.3등급으로 염소자리에 위치한다. 27일에 충(衝-태양 지구 토성이 일직선상에 있게 되는 시점)이 된다.

7월의 길잡이별

여름철의 대삼각형

눈부신 청백색의 직녀 별이 7월 하늘을 가로질러 여름철의 대사각형을 이끌고 머리 위에서 사파이어처럼 반짝인다.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란 여름 하늘의 대표적 길잡이 별들로 일등성인 직녀 견우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모여 만드는 커다란 직각 삼각형이다. 밤하늘을 보면 어느덧 봄철의 길잡이 별인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는 서쪽 지평선 아래로 잠기고 있다. 여름의 또다른 1등성 안타레스는 삼각형 남서쪽의 낮은 하늘에서 불게 빛난다. 남쪽 하늘에는 전갈자리와 궁수자리가 멋진 모습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다. 마차부자리의 카펠라가 북쪽 지평선에서 올라오고 있고 가을철의 길잡이 별 페가수스 삼각형은 동쪽 지평선에서 가을 별들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지루한 장마 비 속에 가끔씩 보이는 푸른 하늘이 더없이 반갑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6월이 되면서 떠오르기 시작한 여름 별들이 어느덧 봄 별들을 서산 가까이로 밀어내고 하늘 높은 곳까지 차지하고 있다. 하늘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세상 아름다움의 반이다. 이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세상 아름다움의 절반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찾아 7월 하늘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자.

맑게 갠 날 밤 머리 위를 보면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작은 별들의 흐름 위로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특히 눈에 띈다. 이것은 거문고자리의 으뜸별로 우리에게는 직녀별로 더 잘 알려진 별이다. 직녀별 아래로 3등성과 4등성의 별들이 작은 삼각형과 평행사변형의 모습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보인다. 이들이 놓여진 모습만을 보면 어린 아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를 생각나게도 한다.

서양의 옛 사람들은 이 모습을 신이 음악을 연주하는 전설 속의 거문고(하프)로 생각했다. 그리고 오랜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여름 하늘에서 청순하게 빛나는 직녀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직녀와 견우의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거문고자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름 밤의 가장 아름다운 별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거문고자리의 베타와 감마별 사이에 위치한 고리성운


또다른 태양계?

신화에 따르면 이 거문고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거북껍질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헤르메스는 이 거문고를 태양 신 아폴로에게 주었고 아폴로는 이것을 다시 음악의 천재인 오르페우스에게 주었다.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거문고 음색은 신과 인간은 물론 동물까지도 넋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것은 심지어 바람과 강물의 흐름까지도 멈추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훗날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고 실의에 젖어 죽게 됐을 때 오르페우스의 거문고 소리에 매료됐던 제우스 신은 그의 거문고를 하늘에 올려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했다고 한다.

직녀별을 포함한 거문고자리의 작은 삼각형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 선녀가 나무꾼이 숨겨둔 날개 옷을 발견하고 자식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바로 이 세 별이라고 한다. 물론 이 경우 선녀에 해당하는 별은 직녀별이다.

전 하늘에서 다섯번째로 밝은 직녀별은 천문가들에게 베가(Vega)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베가는 아라비아 말로 '하강하는 독수리'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아라비아 인들이 이 별자리를 독수리로 본 데서 비롯됐다. 베가의 엄밀한 밝기는 0등급이며,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26광년이다. 이 별은 태양보다 대략 3배 정도 더 무거우며 50배 정도 더 밝다. 1983년 적외선천문위성 IRAS(Infra-Red Astronomy Satellite)는 베가가 차갑고 어두운 먼지에 둘러싸여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행성계를 형성하고 있는 또다른 태양계의 발견이다. 베가는 태양보다 훨씬 젊은 별로 수억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아마 수십억년이 지나면 이곳의 한 행성에서 생명이 진화하고 또다른 문명이 생겨날 것이다.

베가 근처에 쌍안경이나 심지어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5등급의 이중성이 있다. 엡실론(ε)별이 바로 그것으로 이 별은 망원경 관측자들이 찾을 수 있는 멋진 경이다. 또 이 두 별은 각각이 이중성으로 구성돼 있어 쌍쌍성으로 불리는 멋진 별의 4중주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엡실론 별이 이 별자리에서 볼 만한 유일한 이중성은 아니다. 셰리아크(Sheriak, 거북이)로 불리는 베타(β) 별은 8등급의 푸른 별과 우유빛 주성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쌍으로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성은 그 자체가 13일을 주기로 해서 밝기가 3.3등급에서 4.3등급으로 변하는 복잡한 식쌍성(eclipsing binary, 두 별이 서로의 주위를 돌면서 상대의 빛을 가려서 밝기가 변하는 쌍성계)이다. 천문학자들은 수십년 동안 베타 별과 그 반대 편에 놓인 3.2등급의 감마(γ)별의 밝기를 비교해서 점차 그 변광 주기가 증가하는 베타 주성의 신비를 밝혀내려 노력했다. 그 해답은 분광기를 통한 별빛의 세밀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두개의 식쌍성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접근해 있고(태양과 수성 정도), 각각은 서로의 중력에 의해 달걀형으로 찌그러져 있다. 두 별 사이로 가스가 흐르고 그 일부는 우주 공간 속으로 소용돌이치며 날아가고 있다. 베타 별을 보면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현상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베타와 감마 별 사이에 고리 성운으로 알려진 거문고자리의 보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M57로도 불리며 약 2천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죽은 별의 잔해가 만들어 낸 천구의 가스 고리다. M 57은 행성상 성운으로 알려진 천체인데 이것은 실제 행성과는 무관하고 망원경으로 볼 때 행성처럼 둥글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천체들은 태양과 비슷한 무게의 별이 그 종말을 맞았을 때 형성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별은 적색 거성으로 부풀어 오르고 그 외부 층을 날려버려 행성 형태의 성운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중심 핵은 희미한 백색 왜성으로 남게 된다. M 57은 작은 망원경으로 볼 때 목성보다 약간 큰 9등급의 희미한 원반으로 보인다. 그 고리모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구경이 1백㎜ 이상인 망원경이 필요하다. 고리 중심에 있는 별은 15등급으로 아마추어들이 사용하는 망원경으로 찾기에는 너무 희미한 별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망원경으로 보는 M 57은 장노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인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거문고자리 아래 쪽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여우자리가 있다. 이 별자리는 그 남쪽에 있는 화살자리와 마찬가지로 은하수 한 가운데 걸터 앉아 있어 성운을 찾는 좋은 관측지표다. 이 별자리는 1690년 폴란드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가 '작은여우와 거위'란 이름을 붙였다. 헤벨리우스는 이곳에 두 마리의 독수리(독수리자리와 거문고자리)와 대등한 육식 동물을 넣기 위해 여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쌍안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유명한 아령 성운 M 27이 위치하고 있다. M 27은 행성상 성운으로 거문고자리의 고리 성운과 마찬가지로 죽은 별의 잔해가 만들어낸 가스의 띠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고리 성운과 아령 성운은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행성상 성운들이 그 작은 크기로 인해 발견하기 어려운데 반해 아령성운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8등급의 아령 성운은 썩 좋지 않은 하늘 상태에서도 쌍안경 상에 얼룩진 덩어리로 보여진다. 그 최대 지름은 만월의 4분의 1정도로 고리 성운보다 8배나 더 크고 밝아 작은 관측기구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행성상 성운이다. 망원경을 통해 볼 때 아령 성운은 녹색을 띤다. 그 이름은 망원경 상에 이중 돌출부를 가진 아령 모양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그 모습은 고대의 모래 시계나 숫자 8의 모습, 혹은 먹다 버린 사과처럼 보인다. 아령 성운 중심에 있는 백색의 성운은 14등급으로 작은 망원경으로 찾기에는 너무 어둡다. 이 성운은 약 1천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가장 가까운 행성상 성운에 속한다.
 

아령성운(M27)^행성상 성운으로 고리성운과 마찬가지로 죽은 별의 잔해가 만들어낸 성운이다.


미남별, 견우

여름이 깊어 가면서 하늘 낮은 곳에 머무르던 밤하늘의 미남별 견우도 하늘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이 무렵이면 이 별과 직녀별, 그리고 백조자리 으뜸별 데네브(꼬리)가 만드는 여름철 대삼각형이 하늘의 중앙에 자리하게 된다.

성도를 보면 은하수 가에 밝게 빛나는 견우별을 사이에 두고 희미한 별이 나란히 놓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근처에는 작은 별들이 띄엄띄엄 놓여 있는 모습도 보인다. 주변의 은하수와 더불어 비오는 날의 우산을 생각나게 하는 별들이다. 이들은 독수리자리로 불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은하수를 건너는 배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독수리자리는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청춘의 여신 헤베는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했는데 어느날 발목을 삐어 더 이상 달콤한 술과 음식을 나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녀의 일을 대신할 아름다운 젊은이를 찾기 위해 독수리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이다산에서 양떼를 돌보고 있던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를 납치해 간다. 그후 가니메데는 올림푸스 산에서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자, 이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이 달의 마지막 별자리를 알아보기로 하자. 바로 땅꾼자리 아래에 있는 전갈자리다. 붉은 색의 안타레스(화성의 라이벌)를 중심으로 두 개의 별이 보이며, 그 뒤로 긴 사슬에 매달린 보석같은 별들이 열개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들에 사막의 무서운 독충인 전갈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웬지 못 마땅한 일이다.

여름 해변에서 이 별자리를 보면 바다 속에 낚시줄을 길게 늘어 뜨린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태공들은 이 별자리를 낚시 별자리라고도 말한다. 한편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인들의 전설에 따르면 이 별자리는 마우이 신이 지하세계에서 뉴질랜드를 낚아 올릴때 썼던 낚시 바늘이라고 한다. 지금도 남태평양에서는 뉴질랜드를 '마우이의 물고기'로 부르고 있다.

기타 문의 사항이 있거나 아마추어 천문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Korean Amateur Astronomical Society, 약칭 KASS, 전화 02-453-8158)로 연락하시거나,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서강대학교 RA 204호실로 오시기 바람.
 

무서운 전갈의 모습


행성상 성운

고온의 적색거성이 그 중심핵으로부터의 복사압력을 이기지 못해 외부층을 날려버리고 백색왜성으로 수축할 때 방출한 가스의 껍질로 이루어진 성운. 이것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원반모양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행성상 성운이라 불린다. 대개 1광년 이하의 지름을 갖고 있으며 매우 희미하게 보인다.

행성상 성운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존재하는데, 평균 수십만년의 수명을 가진다. 우리 은하에는 대략 1만개 정도의 행성상 성운이 존재하리라 여겨지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1천개 정도다. 유명한 행성상 성운으로는 거문고자리의 고리성운, 작은여우자리의 아령성운, 큰곰자리의 올빼미 성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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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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