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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

"나는 영원한 스프린터"

결코 마라토너로 종목변경을 할 수 없는 동물계의 「칼 루이스」는 정정당당한 한판을 즐긴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어느 동물일까. 자타가 공인하는 단거리 챔피언인 치타인데 이 동물의 최고 시속은 1백~1백10㎞다. 이 속력은 5백m를 달리는데 소요된 시간을 시속으로 환산한 것이다. 또 1백m를 3.2초에 달렸다는 기록도 있고 뛰기 시작한지 2초만에 시속 72㎞를 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으로 알려진 미국의 칼 루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1백m 달리기 기록이 9초 92인 것과 비교해 보면 치타의 스피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야생동물의 속력을 정확하게 재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지만 육지에서는 치타를 앞지를 만한 동물은 없다.


나는 영원한 스프린터 치타
 

표범과 다른 점

치타가 이처럼 빠른 속력을 보유하게 된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인도 이란에서는 블랙벅이나 엑시스사슴, 아프리카에서는 톰슨영양이나 그랜트영양 등이 치타의 먹이인데 이들 모두가 1백m를 4~6초대에 돌파하는 대단한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타는 표범이나 사자처럼 바람을 안고 공격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표범이나 사자는 목표물에 되도록 가까이 접근한 다음 기습을 해 잡아먹는다. 그러나 치타는 바람의 방향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공격한다. 몸을 낮춰 숨어서 접근하는 일도 없다. 이 자존심 강한 단거리 선수는 그저 지신의 속력만 믿고 목표물을 추격해 사냥하는 버릇이 있다. 치타는 대개 생존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동물을 쫓는다. 이를테면 정정당당하게 한판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치타는 얼핏 보면 마치 표범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표범과는 다른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치타는 포유류 식육목(食肉目) 고양이과(科)의 한 종(種)으로 학명은 Acinonyx jubatus다. 1927년 남부 아프리카의 로디지아에서 발견된 킹치타(Acinonyx jubatus rex)의 아종(亞種)외 3개의 아종, 즉 아시아치타(A.j. venaticus) 세네갈치타(A.j. hecki) 수단치타(A.j. soem meringi)가 있다. 몸의 길이는 1백40~1백50㎝, 어깨높이 75㎝, 꼬리길이 60~1백㎝, 몸무게는 45~90㎏ 인데 암컷은 수컷보다 약간 작다.

치타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사하라사막의 중·북부와 강우량이 많은 수림을 제외한 전지역, 소아시아 인도 이란 시리아 모로코 등 바위가 많은 초원에서 살고 있다.

황갈색인 치타의 몸에는 점무늬가 찍혀 있는데 이 무늬는 표범의 매화꽃모양 점무늬에 비해 둥글고 작다. 이 점무늬는 온몸에 퍼지다가 꼬리끝에 와서 몇개의 고리무늬로 바뀐다.

다리는 달리기에 아주 적합해 보인다. 경주견인 그레이하운드 같이 길고 날씬해 키가 한층 더 커 보인다. 이는 다른 고양이과(科) 동물에서 볼 수 있는 중족골(中足骨)이 없고 대신 대퇴골(大腿骨)이 길게 잘 발달됐기 때문이다. 치타도 다른 고양이류와 마찬가지로 발톱을 움츠려 넣을 수 있으나 발톱을 감출 수 있는 '집'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발톱의 일부가 밖으로 노출돼 있다.

갓낳은 새끼는 몸에 얼룩무늬가 거의 나 있지 않고 털색깔은 회색이고 머리털이 있다. 어린 치타의 이빨 끝에는 작은 1, 2개의 교두(咬頭)가 있다. 치타의 두개골(머리뼈)은 안면부가 짧고 표범과 비슷하다.

치타는 보통 2~5마리씩 작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한낮에 사냥을 한다. 그들은 원래가 단거리 선수이기 때문에 목표물을 오래도록 멀리까지 쫓는 일은 별로 없다. 조금만 더 추격하면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데도 도중에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타에게 덜미를 잡힌 동물은 대개 그 앞발 일격에 쓰러져 버린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치타의 날카로운 어금니에 의해 목 동맥이 잘리고 만다. 치타가 사냥하는 것을 관찰한 어떤 보고에 따르면 치타의 위협에 맞서 버틴 혹부리멧돼지의 새끼는 무사했고,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던 산양은 희생되었다고 한다.


치타는 단독생활보다 단체생활하기를 좋아한다.
 

애완용으로 길들여지고

이러한 습성때문에 치타는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사냥에 이용돼 왔다. 야생치타는 사람을 피했지만, 사냥꾼들은 치타가 다니는 길목에 올가미나 함정을 파서 그들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포획한 맹수를 약 6개월 동안 훈련시켜 사냥에 이용했던 것이다. 일반 고양이과(科) 맹수들과는 달리 치타는 온순하고 길들이기 쉬워 귀족이나 왕가의 애완동물로도 인기를 모았다. 치타를 사냥표범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귀족들의 치타사냥이 심해지면서 점차 그 수가 줄어들게 되자 먼 아프리카에서 치타를 들여와 권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개처럼 목에 끈을 매고 헝겊으로 눈을 가린 채 사냥터에 나선 치타는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적당한 사냥감이 나타나 치타의 눈가리개를 풀고 목끈을 놓아주면 총알처럼 내달려 영락없이 영양이나 사슴의 숨통을 누른 상태로 주인을 기다린다. 그러면 치타는 그 보상으로 내장이나 고기 일부를 얻어 먹는다.

그들은 절대 단독생활을 하지 않고 몇마리가 함께 지낸다. 말하자면 그룹을 형성한다. 사냥하는 팀도 따로 있는데 이 팀은 3, 4마리의 수컷들로 구성돼 있다.
한 동물학자는 암수가 섞인 그룹은 자주 목격되었지만 암컷들만의 집단을 본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치타가 나무에 상처를 낸, 즉 특별한 표시를 한 장소에는 암컷보다 수컷이 훨씬 더 많았다고 얘기한다. 이 그룹의 총 47마리 중 수컷은 39마리였고 8마리가 암컷이었다고 한다.

치타는 번식이 어려워 그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치타의 번식을 깊이 연구한 한 동물원에서는 암수치타를 서로 분리해 사육하다가 번식기에 합사(合舍), 새끼를 낳게 하는데 성공한 예가 있다. 또 세마리의 수컷과 한마리의 암컷을 합사해서 번식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수치타의 새끼에 대한 애정은 사람 이상으로 강하다. 사람들이 어미와 함께 있는 새끼를 강제로 분리시키려고 할 때 수치타가 새끼를 먹어버린 경우도 있다. 제 새끼를 죽일지언정 생이별만은 못하겠다는 비장한 부정의 표시다. 또 어미 치타가 죽자 수치타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었다는 보고도 있다.

치타의 임신기간은 90~95일이다. 치타는 대개 3~6월에 몸무게가 2백50~2백80g 나가는 새끼치타 1~8마리를 마른 숲이나 풀속에 낳는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3, 4월은 우기(雨期)이기 때문에 어미 치타들이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하이에나 재칼 사자 등은 어린 치타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하게 된다.

치타의 주사냥감인 유제류(有蹄類)동물이 3, 4월 경에 새끼를 낳으므로 치타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

어린 새끼는 생후 8~11일만에 눈을 뜨지만 20일이 될 때까지도 눈동자 반사능력이 없다. 생후 12일이 지나면 어린 새끼는 주위를 잘 걸어 다닌다. 3주가 지나면 고체 음식을 먹을 수 있고 6주가 되었을 때는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게 된다. 15주가 되면 발톱을 안으로 집어 넣는 비법도 익힌다.

동물학자 케이드에 따르면 출생한지 몇주가 지나면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새끼들 스스로 먹이를 구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아울러 하이에나 사자 표범 들개 등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굴속에 숨는 방법을 교육한다.

그러나 치타 새끼들은 태어난 지 8개월 안에 절반 이상이 죽는다. 새끼가 성숙한 암컷으로 자라는 데는 2년이 걸린다. 치타의 평균수명은 12~14년. 초원에서 포획된 치타가 18년 동안 동물원에서 사육됐던 기록이 있다.

치타는 동부 아프리카의 일부 지방에서 아직도 적지 않은 수가 살고 있다. 그러나 그밖의 지역에서는 거의 절멸상태다. 특히 인도에서는 절멸 직전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이유는 귀족들이 치타털옷을 선호하고 무분별한 개간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의 과잉 개간은 치타는 물론이고 치타의 먹이인 블랙벅이나 엑시스사슴마저 한꺼번에 절멸로 몰아가고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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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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