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하거나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자신도 모르게 실행해 버리는 「실례」의 생리학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1~20ℓ의 물을 먹어도 이것을 한쌍의 신장(콩팥)이 잘 감당하여 소변으로 걸러낼 수가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의 하루 소변량이 얼마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물을 많이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1천5백ml 가량이다. 이것을 시간으로 나누어 보면 대략 1분에 1ml씩의 소변이 만들어지는 꼴이 된다.
이와 같이 신장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소변이 만들어지는대로 몸밖으로 배출된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없을 뿐더러 배출구 주위는 항상 소변으로 젖어있어 각종 세균들이 번성하고 피부는 문드러져 그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조물주는 우리 몸속에 있는 소변의 통로 중간에 넓은 저장고를 만들어 놓았다. 신장에서 생산되어 흘러내려온 소변을 여기에서 일시적으로 괴어 있게 한 것이다. 우리는 이곳을 방광이라고 부른다.
이 방광의 작용으로 사람들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다 쏟아 버릴 때까지 어느 정도 소변을 참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소변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소변이 저절로 흘러 나오는 것을 요실금(尿失禁)이라고 한다. 우리의 주위에는 여러 가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소변을 가누지 못하는, 다시 말해 요실금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요실금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방광이 어떻게 소변을 저장하고 또 마음먹은대로 소변을 배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소변가리기 훈련을 통해
방광은 근육덩어리로 구성돼 있는 주머니다. 방광을 이루고 있는 근육은 평활근(불수의근)이며 아무 방향으로나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이것이 수축되었을 때 방광은 모든 방향에서 줄어들게 된다. 알다시피 평활근은 그 주인되는 사람이 마음먹은대로 수축되는 근육이 아니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에 따라 작동하는 자율신경의 명령을 받아 자율적으로 수축되었다 이완되었다 하는 근육인 것이다.
따라서 방광에 소변이 차면 방광이 늘어나게 되고 동시에 방광근육들은 반사적으로 수축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율적인 수축현상은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의지적인 작용으로 억제할 수 있다. 그 결과 방광은 3백~5백ml의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 별 불편없이 늘어날 수가 있다.
이러한 의지적인 작용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며 어렸을 때의 소변가리는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아직 이러한 훈련을 거치지 못한 어린 아기들은 방광에 소변이 찼을 때 그것을 참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저귀라는 것을 발명해 아기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성인이라고 해서 항상 소변을 가려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지적인 억제작용은 거의가 습관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은 의지적인 횡격막 근육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지만 항상 그것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방광에 저장되었던 소변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통로를 요도라고 부른다. 요도의 길이는 남자가 약 20㎝, 여자는 4㎝ 가량 된다. 여기에는 요도괄약근이라고 하는 장치가 두군데 있어서 소변이 방광에 괼 때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잠가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중 하나는 방광과 요도가 이어지는 부위(방광경부)에 있어 내요도괄약근이라고 부른다. 이 근육도 방광 근육과 마찬가지로 평활근이다.
또 하나의 요도괄약근은 요도의 중간에 있는데 외요도괄약근이라고 한다. 주로 골격근과 같은 횡문근(수의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횡문근은 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수축하기도 하고 이완하기도 하는 근육이다. 따라서 외요도괄약근은 마음먹은대로 강하게 수축시킬 수 있으나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므로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없다.
노인의 15~30%가
이와 같이 소변의 절제는 신축성있는 방광과 잘 닫히고 열릴 수 있는 두개의 요도괄약근이 서로 협동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에는 요도의 압력이 항상 방광내의 압력보다 더 높아야만 새어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소변을 배출할 때에는 요도괄약근이 이완돼 요도를 열어준 다음 방광이 수축돼 방광내의 압력이 올라가야만 방광내의 소변이 요도를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러한 기능들은 모두 신경계통의 지배를 받는다. 배뇨에 관계하는 신경계통은 대뇌에서부터 척추신경 말초신경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위가 해당된다. 정상적인 배뇨행위, 즉 소변의 절제를 위해서는 방광과 요도괄약근 그자체도 정상적이어야 하겠지만 여기에 작용하는 신경계통들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요실금은 마렵지 않은 데 오줌이 저절로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은 소변이 방광에 괴는 동안 방광내의 압력이 요도의 압력보다 높아질 때 생기게 된다. 예컨대 반사적인 수축현상을 의지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때, 요도가 막혀 소변이 불통돼 방광이 크게 늘어났을 때, 또는 기침을 하거나 뛰거나 웃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와 같이 복부의 근육이 갑자기 수축, 복압(腹壓)이 올라갔을 때 방광내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한편 요도의 압력은 요도를 지탱해주고 있는 주위조직이 느슨해졌을 때, 사고나 수술 또는 신경계통의 질병으로 요도괄약근의 기능이 감소되었을 때 떨어지게 된다.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반사적으로 요도괄약근이 이완돼 요도압력이 줄어들기도 한다.
요실금은 젊은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대체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두배 이상 많이 생긴다고 한다. 여성 중에서도 자녀를 많이 낳은 사람에게 더 잘 생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통계가 없으므로 미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 노인들중 15~30%가, 그리고 수용소나 양로원에 수용돼 있는 노인들중 반수 가량이 요실금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87년 한해동안 AIDS에 대항하기 위해 투입된 돈이 18억 달러였던데 비해 요실금의 치료를 위해 지불한 금액은 1백3억달러나 되었다. 이 수치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요실금으로 고통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야뇨증은 저절로 해결돼
요실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성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긴장성 요실금, 급박성 요실금, 일출성 요실금 등이다. 물론 이들이 서로 함께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긴장성 요실금(stress incontinence)은 요도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난다. 보통때는 소변을 잘 참아내는 사람도 기침을 하거나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이 유형의 요실금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배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 방광내의 압력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요도의 압력보다 높아지게 되면 소변이 새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긴장성 요실금은 주로 중년여성에게 나타나는데 나이가 들수록 흔해지고 출산과도 연관이 많다.
(그림3)과 (그림4)는 여자의 방광과 요도의 옆모습이다. (그림3)에서와 같이 갑작스럽게 복압이 상승, 방광내의 압력이 따라 올라가더라도 요도의 압력 역시 함께 증가하므로 요도는 계속 소변이 새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림4)에서와 같이 여러 번의 임신과 출산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해 방광경부와 요도를 지탱해주는 조직이 약해지고 요도가 밑으로 처지게 되면 복압이 상승할 때 방광내의 압력은 같이 올라가지만 요도의 압력은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방광내의 압력이 요도의 압력보다 높아지게 되므로 기침과 동시에 소변이 나오게 된다.
급박성 요실금(urge incontinence)은 소변이 마려운 것을 느껴 참으려고 하지만 잠시도 참을 수가 없고 화장실에 가서도 미처 준비하기 전에 소변이 새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대개의 경우 이 증상은 반사적으로 수축하려고 하는 방광을 자신의 의지로 억제하지 못해서 생긴다. 그런가 하면 방광염이나 방광종양 등에 걸려 국소적으로 방광이 예민해져서 오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으로 발생하기도 하나 때로는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 가까운 곳에서 일할 때에는 마음이 안정되고 소변을 절제할 수 있으나 조금만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불안을 느끼고 자꾸 소변이 마렵고 또 참지 못하고 흘리기도 한다. 화장실 옆에서는 서너시간 소변을 참을 수 있으나 비슷한 시간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어디에 갈 때에는 못참는 경우다.
급박성 요실금과 유사한 형태로 반사성 요실금(reflex incontinence)이라는 것이 있다. 척추를 다치거나 기타 다른 병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중 강직성 마비가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요실금이다. 척추신경의 절단으로 인해 방광의 자극이 뇌로 전달되지 못하므로 본인은 전혀 소변이 마려운 것을 느끼지 못하나 소변이 차면 반사적으로 방광이 수축, 소변을 배출하게 된다.
일출성 요실금(overflow incontinence)은 방광이 정상적으로 소변을 배출하지 못해 일반적인 허용정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어느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넘쳐서 흘러나오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소변은 주기적으로 넘쳐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계속해서 방울방울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 질환은 남자 노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립선비대증 등 요도가 막히게 되는 질환때문에 생기기도 하며 척추손상 등 신경계통의 이상에 의해 방광이 수축력을 잃어버려 올 수도 있다.
그밖의 요실금으로 심인성 요실금(psychogenic incontinence)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신경질환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수 있는 요실금이 있다. 이런 사람의 방광과 요도의 기능은 대개 정상이다. 다만 자신의 소변을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보면 왜 안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옷을 입고 있어도 그냥 그대로 소변을 보게 된다. 이 증상은 노망든 노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가 보통 요실금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요실금과 마찬가지로 소변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소변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야뇨증이다. 흔히 이 증상이 심한 어린이를 오줌싸개라고 하며 어린이들의 위신을 여지없이 손상시키는 골칫덩어리다. 어렸을 때 소변을 가리는 훈련은 보통 한살 반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세살이 넘어서도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게 되면 이것을 야뇨증이라고 부른다. 여섯 살이 된 아이들의 10% 정도가 야뇨증을 갖고 있다. 이들 중 매년 15% 정도씩은 저절로 좋아지며 열다섯살이 되면 99%가 소변을 가리게 된다.
때로는 수술을 받기도
이와 같이 여러가지 형태의 요실금이 있으므로 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 같지가 않다. 또 같은 형태의 요실금이라고 해도 그 원인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느 사람에게 맞는 치료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효과를 보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나이, 사고력, 활동할 수 있는 능력, 처해 있는 환경, 경제력 등도 모두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광훈련이나 약물요법으로 요실금에 대처하나 꼭 필요하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요실금환자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다. 이들이 사회생활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아무 때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화장실이 많이 설치돼야 한다. 또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기관에서 이들을 간호하거나 보조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시급한 문제다. 요컨대 요실금이 있는 사람이 보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요실금이란 자신이 원치 않는 소변을 흘리게 되는 하나의 병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귀찮게 여기거나 그런 사람을 형편없게 보는 태도는 오히려 치료에 방해만 될 뿐이다. 요실금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무관심은 요실금 환자들의 의지를 빼앗아 버리고 체념하게 만든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요실금이 있는 사람들 중 절반도 안되는 사람만이 그들의 문제를 의사와 상의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