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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통폐합소동 되풀이 말아야 정부출연연구소, 존폐위기에 섰는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윤창구 부장

 

근래 정부출연연구소의 효율성이나 노조활동과 관련해 정부 고위층에서 몇차례 언급이 있은 것은 이들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라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발언이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가운데서 나온 것인지 그저 단순한 노파심이나 막연한 우려의 표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출연연구소에 대한 투자의 효율성은 돈을 몇억원 넣었는데 얼마 만큼의 연구결과가 나왔느냐는 식의 단순계산으로 될 일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 투자구조를 보아야 되는 문제다. 외형상 우리 국민총생산(GNP)의 2% 이상이 과학기술분야에 쓰여지고 있으나 그 대부분이 기업자체의 내부비용이고 대학이나 출연 연구소가 사용하는 몫은 국내 대기업 하나 규모도 못되는 실정이다.

대학에 본격적 투자가 시작도 되지않은 데다가 기업연구소의 역사까지 짧은 우리 형편에 국제학술지 논문발표에서 세계 60위권을 맴돈다거나 기업들의 발명특허 등록실적이 미미하다해서 실망만 할 일은 못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구에만 전념하는 전문연구원들을 모아놓은 출연연구소라는 존재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에 주력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고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데, 이는 원천기술로부터의 단절 등 경제적 측면에서 결정될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장기적 사회목표에 더 크게 좌우될 성격의 일이다. 따라서 본격적 투자가 시작될 때까지 국내에서 출연연구소들의 입지는 확고하다고 생각된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기존 연구체제를 뿌리째 뒤흔들었던 80년대초 출연연구소 통폐합소동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몇안되는 연구개발 수행체제의 하나인 출연연구소의 파괴는 우리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문제만 하더라도 정부예산을 통한 급여통제, 학위와 연구경력에 따르는 엄격한 위계구조와 같은 연구소 특성이 감안되어야 한다. 노사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쟁점사항에 대한 인식과 문제 해결수단의 합법성이다. 쟁의가 계속되는 연구소를 폐쇄하겠다는 위협은 이 두가지 모두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는지.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전통적 반과학주의, 기술경시 풍조와 무관하지 않으며 업무상 예산당국과 가까운 일부 인문계 연구소의 급여수준이 이공계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출연연구소의 효율과 운영상의 책임을 물으려면 우선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는 제도상 원칙에 따라 기관장 선임 등의 최종 결정권을 진정한 의미의 이사회가 가져야만 가능할 것이다.

출연연구소의 연구결과가 기업화되고 국민복지와 연결됨이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만 해도 특허등록 3백30건(해외 70건), 기술실시 계약이 1백20건, 기업화실적이 1백80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연구소가 기업화의 주체는 아니므로 KIST가 공업소유권 확보에 적극 나설 수는 없는 입장이다.

어느 출연연구소도 고유의 흥망성쇠 주기와 자연도태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일부 기관에서 허술한 인력관리, 연구성과 뻥튀기기, 논문 특허 기업화 등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지 않은 과제의 수행 등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존립 자체에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출연연구소를 배제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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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윤창구 공정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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