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우주개발의 첨병'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계획은 이제 한단계 비약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은 미국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계획이 10주년을 맞은 날이다. 1981년 4월12일 컬럼비아호가 발사돼 3일 후인 4월15일 지구에 무사히 귀환함으로써 우주왕복선 계획은 막이 올랐다. 10년동안 38회를 운행함으로써 수많은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고 약2백명의 우주비행사들을 지구에서 우주로, 다시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시켰다.
우주왕복선의 탄생은 '싸고 효율적인' 우주개발을 추구한 결과다. 미국과 소련의 달탐험 경쟁은 미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승리자에게 남은 것은 엄청난 경비(1969년까지 아폴로계획에 쓴 경비는 2백56억 달러, 당시 우리나라 예산의 23배)를 쓰고 난 뒤의 허탈감뿐이었다. 72년 닉슨대통령은 여러번 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우주왕복선이다.
처음부터 우주왕복선이 사람을 태우고 다닌 것은 아니다. 컬럼비아호에 이은 2번기 챌린저에서부터(83년 4월) 우주비행사를 태웠다. 그후 83년에는 디스커버리, 85년에는 어틀랜티스가 개발돼 "우주왕복선 4인방 시대'가 열렸다.
86년 1월29일은 우주개발이 시작된 이래, 가장 비극적인 날이었다. 발사 74초만에 챌린저호는 7명의 탑승자와 함께 16㎞ 상공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당시까지 24번을 발사하면서 한번의 사고도 없어, 미국 국민들은 우주비행을 쇼핑센터 다녀오는 정도로 생각하던 터라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사고원인은 고체연료로켓의 구조결함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8개월 동안의 공백 끝에 4백여 곳을 설계변경해 디스커버리호를 재차 발사한 것은 88년 9월이었다. 그렇지만 미미한 사고는 계속됐다. 작년만해도 컬럼비아 어틀랜티스의 외부연료탱크와 주(主)엔진 연결부에서 수소연료의 누수가 발견돼 발사횟수가 예정보다 줄어드는 수난을 겪었다. 올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계속됐다. 셔틀 본체의 복부쪽 에 붙은 연료문(door)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액체연료탱크를 떼어낸 후 연료문은 완전히 폐쇄돼 견고함을 유지해야 한다. 지구로 귀환할 때 대기권에 돌입하자면 이 부분은 집중적인 열을 받기 때문이다. 올초 어틀랜티스발사시에 이 문제가 발생해 많은 사람을 긴장시켰다.
우주왕복선이 '사고뭉치'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허블우주망원경 감마선우주망원경 등을 지구궤도위에 올렸고 구명줄 없는 우주유영을 실현시켜 고장난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등 '유일한' 우주교통수단으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적 신뢰도가 100%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새로운 우주수송수단의 설계에 착수하고 있다. 21세기의 월면(月面)기지 건설과 유인화성탐사선 발사 계획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수송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소련의 우주왕복선(부란)계획과 90년대 중반에 가시화될 프랑스의 에르메스계획, 일본의 희망프로젝트를 '한발'앞서 나가 미국의 자존심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에서는 작년 가을 자문기관인 우주장기계획 자문위원회가 보고서를 내고 새로운 우주수송수단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차 단계로 올 상반기내에 '챌린저의 대역'으로 성능을 한단계 향상시킨 엔데버(Endeavor)를 제작완료하고 내년 초에 발사할 계획이다. 차세대 우주왕복선은 어떤 모습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