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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동물」이 살아있다?

생체조직 보존방법에 전기 마련

영하 30~40℃ 이하에서도 몸이 언채로 살아있는 동물이 있다. 이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비법은?
 

동면중에 몸이 얼어도 살아남는 개구리가 있다.
 

꽁꽁 언 상황에서도 살아있다가 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살아나는 동물들이 있다. '얼어 죽는다'는 표현을 무색케 하는 이 동물들의 비법을 전수받는다면 생체조직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인간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에는 꽁꽁 얼어서 겨울을 지내다가 날씨가 풀리면 살아나는 몇몇 동물들을 소개했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지 못한 변온동물(개구리 거북 등)은 주위의 온도가 체액이 어는 온도보다 더 떨어질 때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어떤 종들은 체내에서 생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몸이 얼지 않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이 중에는 동면 중에 비록 몸이 꽁꽁 얼어도 살아있는 동물들이 있다.

육지에서 사는 곤충들 중 수백종은 동면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몸이 언채로 보낸다. 이중에서 '히트리가'라고 불리는 모충(毛蟲)은 영하 50℃이하에서 10개월도 넘는 기간을 몸이 꽁꽁 얼은 상태에서 보낸다. 날씨가 풀리면 모든 생체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다.

곤충 외에도 양서류와 파충류 중에 '얼어도 죽지 않는' 종이 다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칼톤대학의 케네스 박사팀은 동면하는 네종의 보통 개구리를 사용해 실험한 결과, 이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이 65%가 언 상태에서도 수일 혹은 수 주간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소련의 과학자들도 시베리아 도룡농이 언채로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 도룡농은 툰트라 지대에서는 유일하게 육지에서 동면하는 양서류다. 이들은 영하 35℃ 이하에서도 목숨을 보존한다고 한다.

또한 비단거북도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이한 파충류임이 밝혀졌다. 이 거북의 알은 대개 늦여름에 부화하는데, 부화한 새끼거북은 '적'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그 장소를 떠나지 않고 이듬해 봄까지 피해 있는다. 새끼거북이 태어나 은신하고 있는 집은 호숫가나 냇가로 깊이는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집안 온도는 영하 6℃에서 영하 8℃ 사이. 이들을 실험실에서 테스트한 결과 영하 3℃ 이하에서 체액이 얼어버리는 것이 확인됐다. 새끼 비단거북이 이듬해 봄에 집에서 나올 때는 얼었던 몸이 어느정도 풀려 있는 것도 밝혀졌다.

얼어있는 이들 동물은 몸을 움직이지도 않을 뿐더러 심장도 작동치 않고 혈액순환도 정지한다. 케네스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경활동도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음결정이 피하나 근육 사이에도 스며들어가 있으며 세포까지도 얼려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동물은 '기관의 동결보존 방식'(살아있는 조직을 보존해 후에 사용하기 위해 동결시키는 방식)을 마스터한 것임에 틀림없다.

몸이 언다고 하는 것은 생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에는 치명적이다. 얼음결정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세포내 기관들을 파괴시킨다. 그렇다면 모든 대사(代謝)는 엉망진창이 돼버린다. 몸이 얼면 호흡과 혈액순환이 멈춰지고 모든 기관은 산소와 혈액으로부터 제공되는 어떤 에너지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이 생존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의 체액 빙점을 낮추는 특수한 물질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얼음에 저항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걸까. 이도저도 아니면 정말 '냉동 인간의 비법'을 체득한 것일까. 이들'냉동동물'들은 살아있는 생체조직의 보존방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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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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