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은 쿠웨이트 국립연구기관인 KISR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렸다. 최근 자동차로 사우디의 사막을 통과, 쿠웨이트탈출에 성공한 KISR의 해양연구가 켄트 카펜터의 증언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KISR을 완전히 '빈 집'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컴퓨터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장비를 바그다드로 싣고 가버린 것이다. 따라서 한창 진행되고 있던 60여가지의 연구과제도 일시 중단되고 말았다.
우리의 KIST와 기능이 유사한 KISR은 23년의 역사를 가진 아랍권 최대의 연구소로 평가돼 왔다. 특히 생명과학 환경 물리학 공학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연구실적을 내고 있었다. 1988년 한해 동안에도 국제적인 과학전문지에 논문이 32편이나 실리는 등 아랍과학의 선도역할을 자임해왔던 것.
이 연구소에서 이룬 성과중 눈에 띄는 것은 사막에서 밀과 채소를 재배할수 있게 한 농업기술이다. 또 모래폭풍과 기름유출 등을 해결,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도 한몫 했다. 그리고 자국의 부족한 지하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을 뿐더러 풍부한(여름에는 54℃까지 올라감) 태양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앞장섰다.
KISR이 새로 등장시킨 기술 중 재미있는 것은 돼지성분을 검출하는 크로마토그래피 (chromatography).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에서는 돼지를 식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은 수입창구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연구활동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게 되었다. 연구원들이 국외로 탈출했거나 행동에 크게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