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격으로 워크스테이션의 기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X터미널의 돌풍이 불고 있다.
강력한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워크스테이션을 386PC가격대로 접할 수 있게 한 'X윈도 디스플레이서버'가 출현, 컴퓨터업계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명 'X터미널'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아직 워크스테이션 보급이 활성화되지 못한 국내 사용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들리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 유망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단순한 더미(dummy)터미널과 달리 고해상도 컬러그래픽처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큰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워크스테이션시장과 정비례 또는 그 이상의 증가를 보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벌써부터 세계 컴퓨터업계는 X터미널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흥분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X윈도 디스플레이서버란 말 그대로 'X 원도'(X Window)라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각종 워크스테이션은 물론 서로 다른 호스트컴퓨터와 동시에 연결,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출력해주는 터미널이다.
물론 CPU(중앙처리장치)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버 등 보조기억 장치를 부착할 수 없어 호스트컴퓨터와 접속을 통해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텍스트지원용 터미널과 별 차이는 없다. 하지만 자체 내부회로에 1백28KB~8.5MB의 메모리와 강력한 그래픽 처리용 CPU를 갖고 있으며, 데이터통신버스로 이더네트(ethernet)를 지원, 워크스테이션과 거의 맞먹는 그래픽처리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인 상품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화면 분할을 통해 서로 다른 워크스테이션 및 호스트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하게 한 X윈도시스템을 대부분 컴퓨터업계가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어 어떤 기종과도 윈도를 열어 접속할 수 있다는 부가가치적 특징을 갖고 있다.
X윈도시스템을 모태로
X터미널의 출현배경은 지난 86년 미국 MIT대학과 아테나프로젝트팀이 서로 다른 컴퓨터하에서도 데이터를 단일한 형태로 표시할 수 있게한 X윈도시스템을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들 연구팀은 그동안 각 컴퓨터업체들에서 생산한 기종들간에 데이터호환성이 결여됨에 따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X윈도시스템 버전 10.4'를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X터미널의 등장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컴퓨터기종이라도 모니터에 출력되는 화면에 사각형태로 창문을 열어 화면표시를 통일시킨 것이 특징이다. X터미널은 X윈도시스템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한 하드웨어다.
현재 X윈도시스템은 성능 및 처리속도가 대폭 향상되어 버전 11.3까지 나와 있는데 매년 X윈도시스템하에서 운용할 수 있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X터미널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X윈도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X터미널의 활용분야는 고성능 PC는 물론 스탠드얼론(stand alone) 워크스테이션보다 훨씬 넓다. 한 예로 X터미널을 공장자동화분야에 활용, 도면설계자의 호스트컴퓨터와 연결해보면 생산라인에서 상세설계 도면과 생산제품을 비교해 현장에서 즉시 불량제품을 검사, 불량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고기능의 X윈도기능을 이용해 서로 다른 컴퓨터들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X터미널을 인쇄 출판분야에 이용하면 레이저프린터를 공유, 저렴한 비용으로도 강력한 전자출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산업분야에서는 근거리 통신망에 이용해 온라인 데이터처리로 사무자동화를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다.
물론 X터미널을 가장 대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는 CAD / CAM (컴퓨터이용 설계 및 생산)분야다. 호스트컴퓨터에 탑재된 CAD / CAM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가져와 고해상도로 도면을 작성함은 물론 이들 데이터를 호스트컴퓨터로 보내 시뮬레이션까지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스테이션의 절반가격
획기적인 기능에 비해 X터미널의 가격은 워크스테이션의 절반가격에도 못미쳐 가격적인 장점이 매우 크다. 저가형 워크스테이션이 평균 1만5천달러 이상인데 비해 X터미널은 이의 3분의1인 3천~5천달러 수준이어서 고성능 PC와 별 차이가 없다.
저가의 비용으로 고도의 업무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X터미널의 특징을 감안, 일부 컴퓨터시장전문가들은 X터미널이 90년대 중반기 부터 더미터미널은 물론 고성능 PC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견해도 표명하고 있다.
이미 미국 산업계에서는 워크스테이션 및 호스트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상당수 사용자들이 멀티유저용 또는 멀티벤더 지원용으로 이 제품의 구입을 늘이고 있으며 국내 역시 보급초기부터 대학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유명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와 IDC가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X터미널의 세계 시장규모는 3만대(8천만달러)수준이며 내년에는 3배 이상 늘어난 10만대(4억8천만달러), 93년 41만대(6억4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X터미널이 초기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까지 3백여대가 판매돼 적지않은 판매실적을 보였으며 올하반기까지는 8백대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P와 IBM의 가세
그동안 X터미널은 미국의 터미널 전문업체인 NCD사, 비주얼(Visual)사 등 일부업체에서만 상품화돼 시장규모면에서 다소 미미한 상태였으나 가격 대(對) 성능비, 컴퓨터 기종간의 호환성 등을 고려할때 올해를 기점으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휴렛팩커드(HP) IBM 등 세계적인 중대형컴퓨터 업체들도 X터미널 개발에 가세, HP가 연초 처녀작을 발표했다. IBM DEC 등도 뒤따라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워크스테이션의 대명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도 X터미널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에는 지멘스 NEC 히다치등 유럽 및 일본업체들까지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 상품화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어 본격적인 'X터미널 춘추적국시대'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도 연내에 생산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 금성사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등 컴퓨터 대기업들외에 휴처시스템 연주시스템 등 중소업체들도 국내 생산을 위해 의욕적인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주력, 'X터미널의 자립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가장 취약한 분야중의 하나인 설계기술확보와 시스템한글화를 통한 기초기술력 축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1년이내에 세계무대로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최초로 RISC(명령어 축소 컴퓨터 )칩을 채용한 X터미널을 개발, 올 하반기 부터 내수와 함께 수출에 나서기로 했으며 현대전자는 미국 터미널 전문업체인 비주얼사와 기술제휴, 조만간 제품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X윈도시스템에 대한 한글화를 이미 끝내고 386 PC와 X터미널을 한데 합친 복합제품을 연내에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금성사도 이에 못지않게 미국 현지 연구법인인 GSTEC에서 상당부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와함께 KAIST 출신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휴처시스템과 연주시스템 등 중소업체에서도 연내 상품화를 목표로 개발에 가세, 국내 X터미널 생산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X터미널은 세계적으로 상품화된지 불과 2년밖에 않되고 아직까지 선두를 가릴만큼 우위업체가 없다. 또한 워크스테이션처럼 초기시장진출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막대한 투자와 독자적인 아키텍처개발을 필요로 하지 않아 사업화가 좀 더 손쉽다는 것이 국내업체들의 개발참여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들어 PC분야의 수출감소에 이어 이윤마저 감소하고 있는 국내 컴퓨터업계 실정에서 X터미널개발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좋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워크스테이션을 능가할 것인가
그러나 이들 업체가 연내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는 X터미널을 놓고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X터미널이 대부분 모노모니터를 사용한 수출가격 2천달러선의 저급 기종이어서 결국 PC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수출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이미 선진국에는 20인치 컬러모니터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제품이 상품화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기대만큼 원활한 수출이 뒤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자체 연산처리능력을 갖고 있는 워크스테이션이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돼 현재 최하위기종으로 1만달러대 저가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X터미널시장이 업계의 전망만큼 커지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가 세계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품개발시기의 단축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제품을 개발해야만이 PC를 뒤이을 유망상품으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어쨌든 90년대 유망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X터미널이 80년대 초 컴퓨터 개념의 혁신을 몰고왔던 워크스테이션만큼 돌풍을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