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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뒤집기의 명수

대부분은 되뒤집기 기술을 갖고 있지만 뒤집히면 죽는 종(種)도 있다.


식물을 즐겨 먹는 알다부리의 코끼리거북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학 1천년 거북이 1만년'이라고 해서 '거북'을 장수의 상징처럼 여겼다.

거북이 1만년을 산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려우나 실제로는 대개 1백세까지 살고, 최고 오래 산 거북은 2백세에 이른 놈도 있다고 한다.
고대소설인 '별주부전'에서 거북은 용궁을 왕래하는 신비스러운 동물로 등장한다.

그 내용은 간교하지만 위기를 기지로 벗어나는 토끼의 지혜와 순박하면서도 우직스러운 거북을 대조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양에서도 거북에 관한 전설이나 미신이 적지 않다. 옛날 인도에서는 지구가 커다란 거북의 등을 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인간에게 물을 대주는 수신(水神)으로 숭상하기도 했다.

●-「거북의 털을 긁는다」

특히 불교에서는 거북을 자비스런 영물로 생각한다. 지금도 동남아시아 각국의 사원에 가보면 거북을 수백마리씩 연못에 기르고 있다. 불교신자들은 매일 이 거북들에게 고구마줄기 등을 먹이로 가져다 주곤 한다.

중국에서는 남을 비난할 때 흔히 거북에 비유했다. 예를 들면 '연목구어'와 같은 뜻으로 '거북의 털을 긁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할 곳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그렇게 빗대 꾸짖은 것이다.

또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신귀'(神龜)라고도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옛날에는 '귀복'(龜卜)도 성행했다. 거북의 복갑(腹甲)을 불에 넣어 그을린 뒤 각질(角質)이 쪼개지는 모양을 보고 길흉을 점친 것이다.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배갑(背甲), 즉 등껍질에 문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던 일도 있었다. 요즘에도 가끔 옛 사람들의 생활터전에서 이같은 거북등껍질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왕실이나 귀족들의 가정에서는 거북을 기린 봉황 용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 취급했다. 거북등껍질을 다듬어 살림에 필요한 온갖 그릇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왕조 선조 때 이순신장군이 만든 세계 최초의 철갑선은 그 모양이 거북과 비슷해 귀선 또는 거북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거북류는 8과 56속 2백19종으로 조사되고 있다.

거북을 나타내는 영어단어는 세가지나 된다. 그중 '토터스'(tortoises)는 육지에서만 생활하는 거북을 가리키고 '터틀'(turtles)은 바다와 육지에서 생활하는 바다거북을 말한다. 나머지 하나는 식용가치가 있는 담수산(淡水産) 거북으로 '테라핀'(terrapins)이라고 칭하고 있다.

국내에는 10여종의 거북들이 있다. 이 가운데 4종은 바다거북으로 여름철에 간간이 근해에 나타난다. 이 바다거북중 하나인 대모는 옛 선인들이 귀하게 여겼던 별갑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또 유지공업용으로 활용될 뿐 별 이용가치가 없는 노랑바다거북, 항상 화제거리가 되는 장수거북도 바다거북에 포함된다.

장수거북은 거북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데 적도부근의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에 걸쳐 널리 분포돼 있다. 이 거북은 수상생활을 주로 하고 산란기에만 육지에 오른다. 등갑의 길이는 보통 2m 내외고 다른 거북과는 달리 등의 앞부분에서 뒷쪽으로 7개의 줄기가 마치 산맥의 융기대와 같이 그어져 있다. 표층은 다른 거북들이 굳은 각질로 돼 있는데 반해 혁질(革質)의 피부로 덮여 있다.

네개의 다리는 물에서의 생활에 적합하게 노처럼 생겼고 앞발이 유난히 커서 헤엄을 잘 친다. 이 거북의 색은 어려서는 황색 또는 흑색이나 자라면서 점차 푸른색을 띤다. 다 자란 놈의 체색은 대개 약간 푸른 빛이 나는 회색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부근에서만 장수거북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들은 난류를 따라 내한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거북은 중생대의 삼첩기, 즉 1억7천만년 전에 간신(幹蜄) 파충류라고 하는 '코티로사우루스'에서 분화했다. 당시 거북의 생김새는 오늘날의 그것과 거의 같았으나 다만 주둥이에 이가 있었던 것이 다른 점이었다.

또 지금의 거북은 목을 움츠려 머리를 등갑과 복갑 사이에 집어 넣을 수 있으나 초기의 거북은 그런 '묘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으로 동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거북이 다른 파충류와 크게 다른 특징은 한마디로 말해 목과 사지 심지어는 꼬리까지 갑안에 감춘다는 점이다. 몸을 감추는 방법도 꽤 다양하다. 예컨대 머리와 목을 배와 복갑사이로 살짝 붙이는 놈도 있고 갑사이로 반듯하게 집어 넣는 놈도 있다.

거북이 이와 같이 갑속에 머리나 사지 그리고 꼬리를 감추는 것은 외적이 나타났을 때 취하는 방어수단이다. 대체로 육지에 사는 놈일수록 이런 행동에 민첩하다.

●-코끼리거북과 악어거북

거북끼리 싸울 때 보면 서로 상대방을 뒤집어 놓으려고 애쓰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뒤집혀지는 놈은 싸움에서 지게 된다. 상대에 의해 뒤집혀지면 대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지만 끝내 되뒤집지 못해 죽고 마는 놈도 있다.

말라야군도의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서식하는 바다거북이 상륙할 때 작대기로 이들을 뒤집어 놓는다. 알은 알대로 줍고 되뒤집지 못해 죽은 거북의 고기는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또 등갑은 여러가지 공예품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있다. 일석삼조인 셈이다.

거북의 번식기는 3~6월 경이다. 산란은 해안의 모래밭에다 한다. 대개는 밤중에 해안으로 상륙하는데 수륙양용전차 처럼 모래밭에 긴 자국을 남긴다. 상륙후 일정한 장소에 도착하면 거북은 뒷발로 둥근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 그곳에 청색 반점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직경 5cm 가량의 알을 1백여개 낳는다. 그런 다음 모래를 덮고 배로 눌러 흔적을 없앤다.

산란을 한 어미거북은 곧 바다로 되돌아 간다. 알은 지열에 의해 약 60일만에 부화된다. 새끼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모래를 헤치고 나오자마자 쏜살같이 바다를 향해 사라진다.

거북은 주로 육식성이지만 해양 전문기관에서 해부해본 결과, 몇몇 식물도 잘 먹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인도양의 알다부라군도와 중미 에쿠아도르령(領) 갈라파고스군도는 코끼리거북의 산지다. 최근 이곳 거북의 수가 주민들의 남획으로 크게 줄자 주변국가에서 보호령을 내렸다. 얼마 전에는 국제보호동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등갑이 1m 이상, 체중이 2백kg이나 나가는 이 코끼리거북은 동작이 매우 느리다. 그래서 먹이도 동물성보다 식물성이 주류다. 특히 선인장이나 나뭇잎 과일 등을 잘 먹는다.

오늘날 이 코끼리거북은 전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많이 사육하고 있다. 동물원을 찾은 어린이들을 등에 업은 채로 어슬렁어슬렁 기어 다니고 온갖 재롱을 펴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러나 북아메리카의 강이나 호수바닥에서 서식하는 악어거북은 성질이 매우 난폭하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사람도 피해를 입는다. 등갑도 삐죽삐죽하고 거칠 뿐 아니라 주둥이도 매부리처럼 생겼다. 이 주둥이를 벌려 실같이 가늘고 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주변의 물고기나 물새를 닥치는대로 잡아 먹는다.

199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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