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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실시된 제9회 전국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두 대학생이 들려주는 「수학공부, 이렇게 한다」. 김성원군은 수학과와 수학교육과 학생들이 겨루는 제1분야에서 수상했다.


한국 과학기술원 학부과정 수학과 김성원
 

먼저 모든 독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는 점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이 글은 시험을 잘보는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며 실제로 나는 흔히 이야기되는 식의 공부비결 외에는 이렇다 할 시험치는 비법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수학을 공부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기쁨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수학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부터였다. 그 무렵 나는 나중에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와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미리 알고 싶다는 궁금증으로 수학 II-1 교과서를 예습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미분과 적분의 개념이 나에게는 큰 흥미를 가져다 주었다. 또 이때 발견했던 수학자들에 대한 경탄이 나로 하여금 빠른 속도로 수학책을 읽어 나갈 수 있게 했다.

교과서를 거의 읽고 난 후 나는 자연계 학생들은 대체 어떤 수학을 배울까 하는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특히 이름만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무리수를 밑으로 하는 자연로그라는 것을 왜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상용로그보다 자연로그가 먼저 만들 어졌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놀라움이었다. 이런 궁금증과 더불어 공부한 수학 II-2 교과서를 통해 미적분을 하는 데는 자연로그의 도입이 필수적이고 또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큰 발견이었다. 당시 내 주변의 많은 학생들은 수학교과서를 외면한 채 참고서나 문제집에 매달리는 경향이 었다. 하지만 나는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수학교과서를 자세히 읽는 것이야말로 수학의 즐거움을 맛보는 시작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수학공부를 시작한 나는, 수업시간에는 다루어지지 않지만 흥미있는 문제들을 골라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제는 주어진 행렬 A와 정수 n에 대해, ${A}^{n}$을 A의 원소와 n으로 나타내는 문제였다. 고등학교에서는 간단한 2차행렬의 경우로 이 문제를 국한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행렬이 복잡하게 주어진 경우를 다루면서 나는 행렬이 1차변환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대학은 나에게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많은 사실을 알게 하는 여러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과학기술대학의 수학문제연구회 (${M}^{2}$)는 '매스레터'(Math Letter)라는 잡지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수학에 대한 기사와 문제들을 알리는 일을 한다. ${M}^{2}$의 회원으로서 나는, 스스로 수학의 즐거움을 배워가는 많은 고등학생들을 접할 수 있었다. 입시공부에 바쁜 가운데서도 수학에 열의를 보여주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 수학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들은 때로는 편지로, 때로는 이제 대학생이 된 모습으로 자신들의 연구결과나 의문점들을 남에게 알린다. 짝수차의 마방진에 대해 연구했다는 학생도 있었고, 5차 이상의 방정식이 대수적으로 풀리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페르마의 마지막정리에 관해 연구했다는 학생도 있었고, 일반각의 3등분에 성공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로 수학을 공부하고 또 문제를 풀었을 때 그들이 느꼈을 기쁨을 상상하는 것은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난 뒤였을 것이다.

●-수학교과서를 잘 활용해

수학을 공부할 때는 먼저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수학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시험준비에만 열중해 수학에 끌려가듯 하지 말고 수학을 즐기면서 음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로서의 수학문제들 뿐 아니라 그 속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숲으로서의 수학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 자신이 시도했던, 교과과정에 관계없이 스스로 수학교과서를 미리 공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단원 하나하나가 수학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하는지 알게 해 준다. 수열을 모르고서는 적분을 공부할 수 없는 이유를 아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스스로 수학자가 된 기분으로 유명한 여러 정리나 공식들의 증명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다섯가지 이상이다. 3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구해 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개념을 발견할 때까지 수학자들이 거친 사색과 시행착오의 과정은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과정을 자기가 재현한다는 생각으로 수학적 대상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습관을 기르도록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이 수학교과서의 숨은 역할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수학에 좀더 친근해지고 그것을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나오지 않더라도 흥미있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몰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특히 여러 수학경시대회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으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문제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기회는 더욱 많아졌다. 좋은 문제들로 훈련하다 보면 문제의 뜻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진다. 대학 학력고사에서처럼 문제를 읽자마자 계산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는 도리어 예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령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1문제당 1시간 30분꼴로 시간이 배정되며, 그중 30분 정도는 문제의 뜻을 이해하고 풀이의 계획을 세우는 데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숲으로서의 수학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이렇게 문제 하나하나를 풀 때에도 적용된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다룰 때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문제를 풀 것이며 지금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가를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하는 데는 끈기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는, 때로는 잠자리에서도 문제만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실력을 키우는 필요조건이다.

학생들이 넓은 안목을 갖고서 수학에 대한 의욕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또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기를 기원 한다. 수천년에 걸쳐 만들어진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니만큼 너무 급하게 달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동시에 그 여유를 수학이라는 험하지만 매력적인 산봉우리의 빛깔을 음미하는 데 사용하는 슬기를 지니고 공부하기 바란다. 그것이 반드시 시험을 잘 보기를 바란다는 말은 아님을 독자 여러분은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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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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