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단로켓이긴 하나 고도 75km까지 날아 오존농도를 측정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이 내년 7월 발사된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도 로켓발사국이 된다. 대전EXPO 개막을 앞두고 한반도 상공의 대기 상태와 오존층을 조사할 과학관측로켓이 쏘아올려 오존층을 조사할 과학관측로켓이 쏘아올려질 예정이다. 우주개발의 상징은 인공위성이지만 그 인공위성을 목적하는 장소나 궤도에 진입시키는 수송수단은 로켓이기 때문에 로켓을 발사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인공위성을 보유할 수 없다. 우리가 95년부터 보유할 무궁화위성(방송통신용)은 우리가 쏘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발사체에 실려서 발사되는 것이다. 우리가 본격적인 우주개발국에 진입하려면 1차적으로 돌파해야하는 관문이 바로 로켓인 셈이다.
2차대전 종료 직전 독일군이 런던을 공격한 V-2 로켓이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미·소를 중심으로한 로켓 개발은 주로 우주개발에 관련된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미사일 발사를 목적으로 한 군사용의 의미가 반감된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 발사 로켓은 우주왕복선이나 보이저호 등 태양계탐사선을 쏘아올리는 로켓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로켓의 선도 역할은 우주개발이 맡고 그 실질적인 수혜자는 군사용미사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들어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비난을 받아 왔던 우주개발 열기가 식어가고 동서 데탕트 분위기는 군사비 지출에 따가운 눈총을 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실생활에 활용되는 우주개발'이다. 우리 생활에는 이미 여러가지 인공위성들이 활약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성은 지구촌 반대편의 경기를 생중계하기 시작했고 기상위성은 복잡한 대기의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해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찰 첩보위성들은 지구촌 곳곳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감시하고 있고 자원탐사위성은 어느 곳의 삼림이 훼손되는지, 고기떼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위성들을 쏘아올리는 로켓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로켓개발은 더이상 '밑빠진 독'이 아니며 구체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고 돈도 벌 수 있는 분야가 됐다. 오히려 로켓을 개발하고 인공위성을 보유하는 나라는 재래식 무기에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군사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재까지 과학관측로켓을 쏘아올린 나라는 20여개국에 이른다.
비록 1단 로켓이긴 하지만
우리가 EXPO를 계기로 개발하는 로켓은 매우 초보적인 것이다. 방송통신위성이나 우주왕복선을 쏘아올리는 로켓은 3단 추진로켓임에 비해 우리가 쏘아올리는 로켓은 1단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힘을 단계적으로 주면서 높은 고도로까지 추진하는 3단이 아니고 한번 추진으로 지구상공 75km까지만 올리는 단순 로켓인 셈이다. 따라서 이 로켓은 인공위성을 싣고 올라가는 것도 아니며 올라가는 시간과 내려가는 시간을 포함해 5분 동안만 공중에 머물면서 지상에 관측데이터를 전송하게 된다.
KSR420S라 명명된 이 로켓은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반면에 부여된 임무는 매우 뚜렷하다. 로켓의 상단 부분에는 오존측정장치가 실리게 되는데 이 측정기는 로켓이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까지 약 2분동안 전구간에 걸쳐 오존농도를 측정해 지상에 있는 자료수신장치에 전송한다.
지표에서 30km까지는 보통 기구(balloon)를 사용해 측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1백km 이상은 관측위성에 의해 측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30~1백km 까지의 구간인데 이 구간의 오존량을 측정하려면 과학로켓에 의존할 수밖에 있다. 특히 로켓에 의한 측정방법은 인공위성 측정치(오존량의 전체값만 측정 가능)와는 다르게 구간별로 오존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로켓 개발이 오존 측정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항공 금속 전자 화공 통신 소재 등 각분야의 기술발달에 크게 기여할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로켓 개발에는 크게 네가지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은 로켓의 껍데기라 할 수 있는 구조동체 기술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를 개발해야 하는데 고력알루미늄이나 복합소재의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번 로켓에는 당장 국산제품을 쓰기 어렵다 하더라도 이 이후의 2단로켓이나 2천년대의 본격적인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대비해야할 분야이다. 재료선정이라든가 용접 관련 작업은 군 관계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추진기관의 개발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도 한국화약을 중심으로 활발히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80기압 이상과 3, 4천℃에서 견디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음은 최소의 안전률(20~50%) 내에서 로켓을 설계하고 이를 사전에 시험해보는 해석기술이다. 힘에 견딜 만큼 구조는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지, 진동에는 어느 정도 견디는지, 진공과 저온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지, 열에는 어느 정도 견디는지를 철저히 측정해야 한다. 항공우주연구소에서는 각종 해석장치를 고가로 들여와 이번뿐만 아니라 장기 개발 계획에 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분야는 전자기술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받아야 하므로 고도의 이동통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추진하는 측의 이야기. 아마도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부분은 로켓에 실리는 장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로켓 추적장치와 자료 수신장치의 개발에도 필수적이다.
과학관측로켓의 개발 책임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소의 유장수 박사는 "로켓 기술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선진국의 기술 이전이 매우 까다롭다. 군사기술과 직결되므로 사찰을 받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하나 하나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5분간의 깜짝쇼를 위해서
총 예산이 40억원 가까이 드는 KSR420S는 국방과학연구소 로켓 발사실험장에서 발사각 78˚로 쏘아올려진다. 로켓 전체 길이는 6.7m, 지름은 4백20m, 중량은 1.2t이다(그림1). 외형 규모로 보아 과학관측로켓으로는 다른 나라 수준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최고점(고도 75km)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백43초로 이 기간 동안만 오존관측이 이루어진다. 물론 추진기관은 발사 후 50초, 고도 44.6km에서 분리되며 관측장치가 실린 부분보다는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그림2). 낙하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2백80초 5분도 안되는 연출을 위해 40억원이라는 돈이 투여되니까 1분에 8억원씩 까먹는 셈이다.
발사장소에서 마지막 낙하지점(바다)까지의 거리는 1백4km. 관측장비 등 일단 쏘아올린 물체는 전혀 회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로켓이 올라가는 동안에 지상의 수신장치에서는 로켓으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데이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만에 하나 지상수신장치에 이상이 생겨 송신되는 데이터를 놓친다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대전EXPO에서는 과학로켓의 실물모형을 전시하고 실제 발사장면을 촬영해 대형스크린에 수시로 상영할 예정이다.
93년에 쏘아올려질 1단로켓만으로 개발이 끝난다면 투자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초라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연구소에서는 1단 로켓을 성공시키면 곧바로 2단 로켓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길이와 지름은 1단과 마찬가지지만 탑재물이 많고 고도도 1백km를 넘어 2백km까지 올릴 예정이다. 물론 그 이후는 실제 위성체를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3단형이 목표.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됐듯이 2단 이후의 과정은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견제가 심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한 관계자는 3단 정도가 개발되려면 정상회담에서 거론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치고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이 분야의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느냐"는 우주공학자들의 반문을 현시점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대로켓 「신기전」이 복원된다.
신기전은 설계도가 남아 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로켓이다.
우리는 흔히 로켓의 시조를 폰 브라운 박사의 V-2로켓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로켓이고 기록에 나타난 세계 최초의 로켓은 1232년 중국 금나라에서 몽고의 침입을 받아 싸운 신무기중의 하나인 비화창(날아가는 불화살이라는 뜻)이다. 두번째는 1250년 아라비아의 핫산 알라마가 제작한 '연소하며 날아가는 달걀'이며 세번째는 1379년 이탈리아의 '로케타'다.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고려말 화통도감을 건의해 18가지 화약무기를 만들었던 최무선이 최초의 로켓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1377년). 그가 당시에 만들었던 18가지 무기에는 주화(走火)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최초의 로켓인 것이다. 주화는 화살의 앞부분에 화약이 들어있는 약통(추진기관)을 매달아 점화선을 이용해 불을 붙이면 약통 속의 화약에 불이 붙어 날아가는 일종의 불화살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재발된 로켓인 셈이다.
주화는 1447년(세종 29년) 각종 화약무기 개혁에 따라 성능이 2, 3배 개선됐다. 이름도 신기전(神機箭)으로 바뀌었으며 종류도 크기에 따라 네종류(대 중 소 산화신기전)로 나뉘어졌다. 바로 이 신기전의 설계도가 남아 있는 세계 최고의 로켓 설계도다. 대전EXPO에서는 이 설계도대로 신기전을 복원해 전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줄곧 신기전에 관심을 갖고 복원에 노력해왔던 항공우주연구소의 채연석 박사는 "세종때 4군6진을 재척하면서 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바로 주화를 계승 발전시킨 신기전이다"고 말하면서 "이 고대로켓은 83년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우주항공학회에서 소개된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훌륭한 성능의 로켓이다"고 소개했다.
길이가 5m가 넘는 대신기전(중소 신기전은 1~1.5m, 산화신기전은 대신 기전과 크기는 동일하나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 약통에 붙은 소형로켓에 불이 붙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폭발한다)은 주로 압록강 하구의 의주성에서 강건너편에 있는 오랑캐들에게 사용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사정거리는 1.5~2km는 됐던 것으로 추측된다.
신기전의 구조는 약통과 발화통(폭탄) 그리고 길다란 안정막대로 구성돼 있다. 발화통을 약통 윗면에 올려놓고 도화선으로 약통에 연결한 것은 목표물에 도착했을 때 자동으로 폭탄을 폭발시키기 위한 것이다. 문종 때에는 신기전을 한꺼번에 수십발씩 발사하기 위한 신기전 발사틀, 즉 로켓발사대가 제작됐다. 이를 화차라 부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임진왜란 때는 문종때 7백여대나 제작됐던 화차가 40여대밖에 남지 않았다. 또 대신기전이나 산화신기전을 사용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며 겨우 중·소신기전만 몇군데서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소에서는 남아 있는 신기전의 설계도를 토대로 3백여개의 부분품을 만들어(삼성항공에서 제작비 1억8천만원 지원) 92년 말까지 발사실험을 끝낼 예정이다. 신기전뿐아니라 주화나 화차도 제작 중이다. 설계와 시뮬레이션은 항공우주연구소에서 맡고 추진제는 한국화약에서, 화차 등은 고화기 전문업체인 영창정공에서 제작 중이다.
79년에 신기전은 채연석 박사에 의해 형체만 복원돼 행주안성에 전시돼 있으나 발사실험을 할 수 있는 실제품은 아니다. 이번에 우리나라 고대 로켓이 원형 그대로 발사실험까지 할 수 있게끔 복원된다면 고대로켓사에서는 신기원을 이룩하게 된다. 신기전은 설계도는 남아 있어도 성능에 관련된 기록이 없어 애를 먹었는데 복원실험이 이루어진다면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복원된 제품은 EXPO 항공우주관에 영구히 보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