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이나 F·1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차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바로 자동차의 발달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외국에서 자동차 스포츠 행사는 올림픽, 월드컵(축구)과 더불어 3대 스포츠 행사로 손꼽고 있다. 르망(Le Mans)이나 파리-다카르(Paris-Dakar)간 경주, 미국의 인디애너 (Indiana)500, F-1 그랑프리(Grand Prix) 같은 이름을 간혹 들어본 사람은 있으리라.
인접국가인 일본만 하더라도 F-1 그랑프리에 대한 폭발적 인기는 대단하다. 현재 이 행사만 다루는 16종의 정기 월간잡지가 나오고 있다. F-1에 관한 단행본도 1989년에 60종이나 출판되었을 정도다.
경기용차를 보통 레이싱 카(racing car)라고 부른다. 레이싱 카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순(純)레이싱 카라고 부르는 것으로, 처음부터 경기만을 위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설계해 만든 것이다.
또 하나는 시판되고 있는 어떤 자동차 메이커의 차를 손질해 만든 개조차(改造車), 즉 일명 투어링 카(touring car)를 말한다.
순(純)레이싱 카는 또한 포뮬러 카(formular car)와 스포츠 카로 나눌 수 있다. 포뮬러 카는 운전자 개인의 실력을 겨루는 경기에 사용되며, 차의 구조는 빨리 달리기 위한 기능만 갖추고 있다. 스포츠카는 주로 그 차를 만든 자동차 제조업자끼리의 차 자체의 능력을 다투는 것이다. 포뮬러 카의 경기는 운전자(driver)에게 타이틀(title)의 영예가 주어지지만 스포츠 카의 경기는 제조업자(maker)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의 비중이 더 크다.
레이싱 카는 어떤 정해진 조건하에서만 경주할 수 있고, 같이 출발한 상대차보다도 빨리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해진 조건은 △장소 △거리 △천후(天候) △경주(競走) 등이다.
■장소
서키트(circuit)는 특수 아스팔트로 포장된 아주 평탄하고 달리기 편한 도로다. 그러나 서키트라 해도 몇가지 종류가 있다. 상설 서키트는 자동차 경기전용으로 시설이 갖춰진 곳. 일본에만도 상설서키트가 9개나 있다. 임시서키트는 일반도로를 경기날에만 폐쇄하고 자동차 경기를 시행하는 곳을 말한다. 대표적인 곳이 모나코다.
■거리
주행거리를 말한다. 경기종류엔 속행(速行)과 내구(耐久)의 두 종류가 있다. F-1경기는 코스가 어떻든지 누가 3백㎞를 가장 빨리 달리느냐는 것. 르망24시는 24시간을 쉬지않고 누가 먼저 달리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인디애너(Indiana)500도 마찬가지.
■천후
맑은 날에 사용하는 타이어와 우천(雨天)일 경우에 사용하는 타이어는 완전히 다르다. 이밖에도 버팀대(suspension)와 날개(wing) 등을 기후에 맞춰 사용해 공력(空力 )을 조정한다.
■경주
경주에는 예선과 결승이 있다. 예선은 결승경기의 출발위치를 결정받기 위해서 치르는 경기다. 단 한번이라도 최고기록으로 코스를 일주한 시간을 비교해 가장 빠르게 달린 차가 결승출발 위치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한다. 선두자리를 차지한 것을 폴 포지션(pole position)이라 표현하는데, 이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유리함은 물론이다.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대체로 F-1인 경우는 33대가 출전희망을 하지만 여기서 결승진출을 할 수 있는 예선통과차는 26대로 제한돼 있다.
경주차는 FIA(국제 자동차 연맹 )에서 만든 규정에 의해 6종류로 분류된다(N A B C D E 그룹으로 나뉨).
그룹N은 시판차(市販車)를 말함이며, 안전대책장치 이외엔 거의 정상적인 시판차다.
그룹A는 연간 5천대이상 생산된 실적을 갖는 시판차를 기초로 해, FIA서 인정한 부품을 사용해서 개조한 투어링 카를 말한다.
그룹B는 연간 2백대 이상 생산된 실적을 갖는 시판차를 기초로 해 경주에 출장한다는 전제하에 만든 것인데, 실제로는 거의 2백대 모두가 경주용으로만 제공되는 특별한 차들이다.
그룹 C는 스포츠 프로토타입(sports prototype)으로 경주만을 위해 만들어진 순(純)레이싱 카다. 이것은 C-1 C-2로 나눠지는데 C-2편이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이 그룹의 차는 원래는 내구(耐久) 경기가 주목적였지만 르망 이외의 것은 4백80㎞의 거리만 달릴 것으로 규제됐다. 1991년부터는 3.5ℓ의 터보(turbo)장치가 없는 엔진으로만 겨루게 됐다.
그룹 D는 포뮬러 레이싱 카(formular racing car)를 말한다. F-1 F-3000 F-3 등과 같은 세계공통 규제에 따라 제작된다. 그중에서도 F-1이 최고봉으로 군림하고 있다. F-1경주에 뛸 수 있는 운전 면허를 FIA로부터 발급받은 사람중 현역은 30여명 밖에 안된다.
그룹 E는 포뮬러 리브레 레이싱 카(formular libre racing car)라 불리는 것으로서, 국제적인 규제를 받지 않고 그 나라 또는 그 지역의 실정에 맞는 규제하에서 행해지는 경기에 출장하는 차이다.
19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최초로
자동차 경주(motor racing)는 19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거행됐는데, 처음 부터 경기형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1894년에 파리의 한 신문사가 주최한 랠리(Rally)형식(규정된 평균속도로 진행되는 장거리경주)의 시범경기가 계기가 돼 자연 발생식으로 자동차 경주가 시작된 것이었다.
1895년에 처음으로 파리와 보르도(Bordeaux) 간을 왕복하는 본격적인 경기가 개최됨에 따라, 준비위원회가 경기에 관한 최초의 규정(regulation)을 만들었다. 이것이 발전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모터 스포츠를 규제하고 있는 '국제 스포츠 법전'이 됐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요한 규정은 차량규칙이다. 이 규칙은 매년 보완 수정되고 있으며 때로는 대폭적으로 변경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그룹C와 F-1(그룹 D)의 규정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그룹 C규정/24시간 이상 달리기 위한 조건들
그룹 C는 내구(耐久)경기가 위주다. 르망 경기는 2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므로 도중에 비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운전석을 덮어 비바람을 막게 한다.
엔진은 82~90년까지는 터보(turbo)가 허용됐고, 89년부터는 3.5ℓ의 NA(자연흡기식)도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3.5ℓNA로 통일된다. 휘발유 탱크는 안전탱크여야 하며 용량은 1백ℓ까지로 돼 있다. 89년 이후에는 NA가 아닌 것은 경기거리X0.5ℓ 이상을 연료로 쓸 수 없다는 연료소비 규정을 두었다. 차밑면은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80㎝이상이 평평해야 한다. 2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므로 평평하지 않으면 노면과 접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저중량은 NA가 7백50㎏, 터보는 9백㎏이며 △높이는 1천30㎜이하 △바퀴의 축간거리는 자유 △차폭은 2천㎜이하 △차 길이는 4천8백㎜이하 등의 규정이 있다.
■F-1규정/엔진은 12기통 이하
그룹D에 속하는 현재의 F-1 규정은 다음과 같다. 엔진은 3.5ℓ의 NA만 사용해야 하며 12기통 이하이고 연료 탱크는 안전탱크를 장비하되 용량과 연비(燃費)규제는 없다. 차체의 밑은 앞 뒤바퀴 사이가 완전히 평평해야 하며 중량은 5백㎏ 이상. 자동차의 구조상 제한은 (그림1)과 같다.
타이어는 직경이 25인치, 폭은 18인치 이하여야 하고 휠(wheel)의 직경은 자유이지만 폭만은 18인치 이하여야 한다는 등등의 규제가 많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매년 16개국에서 순회경기
속도경기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FIA 관장하에 1년 내내 16번이나 세계 각국을 순회하면서 자동차 경기를 벌이는 F-1 카에 관해 알아보자.
F-1 GP로 불리는 포뮬러 원 그랑프리(Formula One Grand Prix)는 적어도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귀에 익은 모터 스포츠다. 사실 그랑프리 이름이 붙은 자동차 경주의 역사는 오래다. 1906년 프랑스의 르망 근처에 있는 103.2㎞ 거리의 코스에서, 처음으로 그랑프리란 이름으로 2일간의 경기가 열렸다.
32대가 출전해 정해진 코스를 6주(周)했는데 완주한 차는 11대였다. 평균시속 100.3㎞으로 프랑스의 르노가 우승했다. 그 이후 1921년에 이탈리아 GP가 창설됐고, 이어서 벨기에 GP(1925), 다음엔 모나코 GP(1929년)가 열렸다.
점차로 GP 경기 가입국이 늘어나 오늘날엔 일본 GP까지 포함해서 16개국이 됐다. GP 경기는 매년 3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각 나라에서 시행하면서 종합점수의 최고 득점자가 그해의 세계챔피언이 된다.
경기에 이기려면 우수한 자동차가 필요했다. 배기량이 1만cc가 넘는 엔진이며, rpm(엔진회전수)을 높이기 위한 DOHC(Double Over Head Camshaft), 최근에 실용화된 트윈 캠(twin cam) 등이 개발돼 근대식 엔진의 선구자 구실을 해왔다.
초기에는 큰 제한없이 멋대로 만들어졌던 경주용 차에 처음 제한을 둔 것은 1934년이다. 무게가 7백50㎏ 이하여야 한다는 내용 이었다. 이때부터 공식규격이란 뜻을 가진 포뮬러(Formula)의 첫자 F를 따서 F-1이라 부른 것이다.
제한된 규정하에서 기술자들은 오늘날까지 경주차 성능의 향상에 온갖 정열을 다 쏟았다. 역대의 경주용 차를 보면, 그것이 곧 자동차 속도를 올리기 위한 설계의 역사 임을 한눈에 알수 있다.
엔진·차체 타이어가핵심
모터 스포츠에 있어서 엔진은 자동차의 심장이다. 이외에도 바람의 저항을 막고 공기를 흡입하고 차체를 땅에 밀착시켜야하는 차체의 디자인, 버팀대(suspension)와 타이어 등이 경기를 좌우하는 차의 주요한 요소다.
■엔진/미드십 채용
자동차가 남보다 빨리 달리려면 힘(power)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기용 엔진은 △믿을만한 힘을 내게하고 △에너지 손실이 없고 △유사시의 조정이 간단해야 한다. 그러나 내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기용 엔진의 기본은 DOHC4 밸브이다. 최근에는 5밸브(흡기3 배기2) 짜리도 나왔다.
경기용 차의 엔진은 컴팩트(compact)한 연소실, 고압축비, 미끄러운 흡·배기 시스템, 고회전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또다른 특징은 엔진을 보통 시판하는 차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 얹는다는 점이다. 앞도 뒤도 아닌 가운데에 자리잡게하는 이른바 미드십(midship)양식을 취한다. 이 양식은 50년대말에 F-1의 쿠퍼(Cooper)란 차에 처음 채용됐으며 지금은 100%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엔진이 경기용 차의 중심위치에 가까이 있으면, 차는 운전자의 뜻에 따라 재빠른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체/가늘고 납작하다
차체는 속도경쟁을 위해서 공력(空力) 냉각 중량 강성(剛性) 정비성 수복성(修復性) 등의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F-1카는 가늘고 낮은 차체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연필같은 앞부분과 땅에 닿을 것만 같이 낮게 붙은 차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중심을 낮게 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차가 바람을 강하게 맞으면 위로 뜨게 마련이니까 밑으로 누르는 힘(down force)을 얻기 위해 날개(wing)를 단다. F-1카는 앞뒤에 날개가 달려 있다.
■타이어/마찰력을 높이려는 노력
타이어는 자동차의 신발이다. 시판타이어는 경기용과는 구조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경기용은 폭이 시판것에 비해 두배나되고, 내부라이너가 없다. 게다가 경기용은 얇고 표면에 홈이 없으며 납작하다. 왜냐하면 지면과의 접촉면적을 최대한 넓게 함으로써, 마찰력(friction)을 될 수 있는 대로 크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가 올때는 홈이 파인 것을 사용해, 물의 저항을 줄인다.
타이어의 수명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모가 하도 심해서 예선이나 결선에 한번만 쓰면 폐물이 된다. 어떤 때는 경기 도중에 교환해야 할 때도 있다.
■브레이크/제동거리 점점 짧아져
브레이크(brake)도 자동차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80년에는 F-1카가 시속 2백90㎞를 80㎞로 줄이는데 2백50m의 제동거리가 필요했는데, 현재는 1백10m로 충분하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적어졌다는 이야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본 디스크(carbon disk)가 향상했고 타이어의 그립(grip) 및 날개를 사용한 공력(空力)의 아래압력(down force)이 증가한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동차 경기가 없다.
자동차경기가 모험스포츠이긴 하지만 자동차 기술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한번쯤 자동차경기를 개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동차에 관련된 첨단기술은 최고의 속도와 성능을 겨루는 자동차 경기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