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미 농무장관 앤 베너먼은 워싱턴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3일 후 국제수역사무국의 표준 실험기관인 영국 웨이브리지연구소는 검사 결과 이 소가 광우병에 감염됐다는 사실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광우병이 발병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는 매년 발생한다. 국립보건원에서 2001년 5월 한국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진단센터로 지정한 한림대 의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의 김용선 교수는 “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해달라는 의뢰가 2003년에만 약 70건 들어왔다”며 “이 중 절반 가량이 발병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생 빈도가 1백만명당 1명을 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전형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아직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다. 2001년 36세 남자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의심받은 적이 있었으나 뇌조직 생검 결과 산발형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광우병 안전지대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천엽이나 간과 같은 내장도 생식하는 등 소의 여러 부위를 음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와 눈을 포함한 두개골, 척수를 포함한 척추, 편도, 십이지장에서 직장까지의 내장, 장을 덮고 있는 장간막 등을 특정위험물질(SRM)로 지정했다. 변형 프리온이 다량 함유돼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재료로 만든 곱창, 소머리국밥, 티본 스테이크와 같은 음식에 감염 프리온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광우병에 걸린 소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식습관 외에도 최근 유전적인 요인이 새롭게 제기됐다. 영국에서 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해본 결과, 1백29번째 코돈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으로 부계와 모계로부터 모두 메티오닌을 받은 경우가 약 85%였다. 그리고 부계나 모계 중 한쪽으로부터 메티오닌을, 다른 한쪽으로부터는 발린을 받은 경우가 약 15%였다.
그러나 인간 광우병의 경우에는 100%가 부모 양쪽으로부터 메티오닌을 받았다. 이에 주목한 일송생명과학연구소와 국립보건원은 국내 정상인 5백명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95%가 부모에게 모두 메티오닌을 받은 경우였다. 김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45%가 메티오닌-메티오닌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며 “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95년까지 영국의 동물성 사료를 수입했기 때문에 잠복기가 긴 인간 광우병의 특성상 아직 발병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불법 육류 수입이나 유통을 막고,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가 사망한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부검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