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사태이래 사분오열(四分五裂) 돼 있는 아랍세계. 그러나 사우디에 위치한 이「성도」(聖都)를 향한 순례는 끊임없다.
메카(Mecca)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맛(흔히 마호멧이라고 한다.) 이 탄생한 곳이다. 전세계 이슬람신자(무슬림이라 부름)가 일생에 한번 이상은(이슬람 달력으로 둘-히자달에) 의무적으로 방문하게 돼 있는 성도(聖都)인 것이다. 이 오래된 종교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서부, 홍해에서 가까운 사라트산맥이 끊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벌거숭이산과 이브라힘계곡(이브라힘을 기독교에서는 아브라함이라 부르고 있다.)으로 둘러싸여 있는 메카는 어떤 곳일까.
이 메카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세가지가 있다. 북쪽으로는 성인들이 묻혀 있는 알마아랍길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남쪽으로는 메카 근처에서 가장 훌륭한 후시네아르마을을 통과하는 알마스팔라흐길을 지나면 메카가 나온다. 서쪽으로는 제2의 성도 메디나와 교통의 요충지 제다로 통하는 알세이갑길을 따라 메카로 들어 갈 수 있다.
이곳 메카의 여름은 낮에 50℃에 육박하는 혹독한 더위를 경험하게 해준다. 반면 밤에는 기온이 12~13℃로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운석으로 여겨지는 흑색돌
메카에 상주하고 있는 인구는 약 30만 명이다. 이곳에는 전세계 무슬림들의 예배 방향을 잡아주는 카바신전이 있다. 이 카바 신전은 이브라힘이 그의 아들 이스마일과 함께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축도중 이브라힘이 서 있던 돌에는 그의 발자국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가진 카바신전 모퉁이에는 흑색돌이 있다. 이 흑색돌은 언제 어디에서 운반돼 왔는지 불분명하다. 서구학자들은 이 돌이 우주로부터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일종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이 흑석에 많은 무슬림 순례자들은 입을 맞추고 그 앞에서 성스럽게 행동한다.
카바신전을 둘러싸고 있는 16만㎡에 달하는 이슬람사원을 메카대사원이라고 한다. 이 사원에서는 약 30만명의 신도들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 또 이 사원은 8개의 뾰족탑과 웅대한 설계로 유명하다. 세계의 각 국가나 지방에 산재하고 있는 이슬람사원의 뾰족탑 위에 놓여 있는 고리의 방향은 모두 메카대사원을 향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사원 내부의 움푹 들어간 마흐랍도 정확히 메카대사원의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또 메카대사원의 사파와 미르완 근처에는 잠잠샘물터가 있다. 이 잠잠샘물의 첫 발견 시기는 선지자 이브라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브라힘은 그의 아내 하갈과 아들 이스마일을 메카의 카바신전 근처에 남겨 놓았다. 그후 하갈과 이스마일은 엄청난 시련을 겪는다. 그 혹독한 시련이 끝날 무렵 이스마일의 발밑에서 분출된 물의 주변을 하갈이 진흙으로 둘러싼 것이 현재의 잠잠샘물이라 전해진다.
그로부터 수천년 동안 잠잠샘물에서는 계속 물이 솟아 나왔지만, 어느 날 샘물의 벽이 허물어져 물이 더 이상 솟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예언자 무함맛의 할아버지인 압둘 무타입이 재발견, 샘물을 다시 솟게 했다고 한다. 이 잠잠샘물의 명칭은 '하즈마드''지브랄'을 비롯해 28개나 된다.
아무튼 이 잠잠샘물은 무함맛이 칭송을 했고, 지금은 메카를 찾는 순례자들이 그 물을 마시고 하나님(알라)을 경배하고 있다. 현재 이 물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특산물이 되었다. 실제로 사우디 아라비아항공사는 비행기내에서 손님들에게 이 물을 제공하고 있다.
천 조각만을 걸치고
무슬림들은 메카를 방문해 순례를 행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순례를 행할 때 필수조건으로는 첫째 이흐람(순례복장으로 갖추는 것), 둘째 타와플 이타아(카바신전을 일곱번 도는 것), 셋째 싸아(메카대사원 내에 있는 사파에서 미르완까지 일곱번 왕복하는 것) 넷째 아라파트평원에서 기도하는 것이다. 이 네가지 중 한가지만 생략해도 무슬림의 의무인 순례의 효과가 없어진다.
무슬림들의 순례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순례는 이슬람력의 마지막 달인 둘-히자에 행하여 지는데, 순례자들은 메카 지역에 들어가면 평상복을 벗고 순례복으로 갈아 입는 이흐람행위를 한다. 이 이흐람은 세속생활을 포기하는 징표로 두장의 천 조각을 걸치는 행위다.
이흐람 행위를 할 때 주의할 사항이 있다. 바늘로 꿰맨 옷 착용이 금지 돼 있고 머리에는 아무 것도 쓰면 안된다(여자제외). 또 향수의 사용이 금지되고 손톱을 깎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머리와 몸의 모발을 삭발·단발 또는 뽑아내서는 안되고, 부부간의 성생활도 허용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남녀의 혼인이나 약혼이 금지되고 육식동물을 살상해 먹지 못한다. 고의로 사원주변의 나무나 식물을 자르지 말아야 하고 친구나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화를 내서는 안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순례는 무효인 것이다.
돌을 던지면서
메카로 순례자들이 들어간 후, 그들은 카바신전 주위를 일곱번 도는 타와프를 행한다. 그후 메카대사원 내에 있는 사파로 부터 미르완까지 일곱번 왕복하는 '싸아'를 실천한다. 싸아를 마치고 나면 하갈이 그녀의 어린 자식 이스마일을 위해 물을 찾아 헤맨 것을 상기하면서 잠잠샘물을 마신다.
그후 둘-히자달 9일 해가 뜨면 순례자들은 아라파트평원에 가서 정오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알라를 경배한다. 해가 지면 그들은 무즈달리파지역으로 가서 밤을 지샌다.
10일 아침에는 미나지역으로 이동, 기둥 셋이 있는 곳에서 돌을 던진다. 이브라힘 하갈 이스마일이 하나님의 명령에 배반하라는 사탄(악마)의 유혹을 거부했음올 칭송하는 뜻으로.
그런 후 하나님의 의지에 복종하는 의미로 양을 하나님 앞에 제물로 바친다. 이 의식이 끝나면 면도하고, 이흐람복장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는다. 끝으로 카바신전을 일곱번 돈 후 열흘간의 모든 순례과정을 마친다.
과학은 신앙의「시녀」로
메카의 특징은 전세계 이슬람의 중심도시 라는 점이다. 즉 이 지역은 이슬람신앙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과학의 역할은 이슬람신앙을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다.
보편적으로 신앙은 그 교리주입에 주안점을 두고, 과학은 이론적 체계를 검증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처럼 신앙과 과학은 서로 분리돼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카지역은 전형적인 신앙의 도시이므로 이 지역내에서의 과학은 신앙의 '시녀'로 남는다. 다시 말해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살찌우고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