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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에 눈 뜬 동유럽국가들

갈탄과 노후된 설비가 주범

동독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의 생태계파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대기오염의 원흉은 갈탄


개방의 물결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 최근 동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비밀에 부쳐졌던 환경실태들이 일거에 폭로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비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동유럽 민주화운동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에콜로지(ecology, 생태학)운동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역시 동독. 동독이 전통적인 공업국가였던 탓도 있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이후 서독과의 환경실태 비교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라이프치히 부근의 한 공업도시에서는 지난해 1년 동안 분진 3만3천t, 이산화황 9만t, 이산화질소 1만3천t, 일산화탄소 1만3천t을 배출했다. 연간 3백일 이상이 도시는 스모그에 뒤덮인다. 원래의 색을 보존하고 있는 간판은 거의 없으며, 검은 먼지가 휘날리고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러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거리를 나다닐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대기오염의 원흉은 에너지원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갈탄이다. 동독의 에너지원 구성은 갈탄(71.7%) 천연가스(10.8%) 석유(8.7%) 석탄(4.2%) 원자력 (4%) 순이다. 반면 서독의 경우 석유(42%) 석탄(19.2%) 천연가스(16%) 원자력(12%) 갈탄(8.1%)의 순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독의 갈탄은 질이 나빠 수분을 50% 함유하고 있고 황성분도 1~3%에 달한다. 연료로서의 열효율도 나쁜 편이다.


노후 된 설비도 환경파괴에 한몫 거든다. 어느 석유회사의 경우 가장 낡은 설비는 1890년에 제작된 것이고 대부분 1910~20년 사이에 갖춰진 것이었다.

체코도 갈탄 소비량이 많기는 동독과 마찬가지다. 체코 과학아카데미가 지정한 환경파괴지역인 보헤미아지방에 가보면 동독과 비슷한 오염상황을 볼 수 있다. 특히 체코는 8개의 하천 가운데 7개가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다는데 국제적인 심각성이 있다. 이 강들은 북해 발트해와 흑해로 흘러가는 오염의 원천이다. 여기에 연간 50억㎥의 정화 되지 않은 공장배수가 방류된다.

동유럽민주화운동의 선두인 폴란드는 공해에 대한 인식도 높아 시민 차원의 환경운동이 자유노조운동과 결합돼 있다. 이 결과 공해의 원흉인 낡은 설비의 공장 80개소가 올해 안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크라쿠프의 레닌제철소와 호쥬프시의 하이드화학공장도 포함돼 있다. 호쥬프시에서는 대기중에 납이 기준치의 50배, 일산화탄소 30배, 분진 26배, 아연 6배가 측정되기도 했다. 이 지역의 대기오염은 주민들의 암발생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전국 평균의 2.5배) 체코 동독과 접하는 국경지대의 삼림을 고사시킨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오일쇼크의 영향

동유럽 국가들의 대기오염이 가속화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석유위기의 영향 때문이다. 그 후 동유럽 국가들은 석유 대신에 갈탄 사용량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후 된 설비를 '1일 21시간'까지 풀 가동시켰다. 이와 함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고 민간차원의 환경운동이 거의 없었던 것도 환경파괴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국경이 서로 인접해 있고 산맥과 강을 공유하고 있는 유럽에서 동유럽 국가들의 심각한 생태계파괴에 대해 서유럽에서도 '강건 너 불'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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