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PC 보급확대로 'CAI붐'이 일고 있다. 국내 CAI수준과 바람직한 코스웨어 개발방향은?
올해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교육용 컴퓨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컴퓨터학습프로그램(코스웨어)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은 당황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컴퓨터 학습프로그램은 손꼽을 정도였으나 PC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학생고객을 노린 메이커들마다 자사의 기종에 코스웨어를 끼워 팔기 시작해 현재는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PC장사를 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컴퓨터를 교육에 이용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컴퓨터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를 이용해 학습을 하는 컴퓨터이용교육(CAI, Computer Aided Instruction)이 그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컴퓨터 수업시간을 컴퓨터의 개념이나 컴퓨터언어를 익히는데 소모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CAI의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CAI는 쉽게 얘기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영어 수학 국어 과학등 일반 과목을 공부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 컴퓨터와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화면으로 시청각 효과까지 낼 수 있으므로 학습의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
컴퓨터를 학습에 도입하려는 연구는 60년대말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도널드 비저가 중심이 되어 시작됐다. 이때 개발한 플라토(PLATO) 시스템은 최초의 CAI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컴퓨터의 활용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70년대말 퍼스널컴퓨터의 등장 이후다.
국내에는 81년 시스템공학센터에 플라토시스템이 처음 도입됐고 교육개발원에서 85년 CAI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으나 CAI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나해 정부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16비트 교육용 PC를 보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컴퓨터붐'이 일자 메이커마다 경쟁적으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 이와함께 대학생 과외금지가 풀리면서 종래의 테이프 형태의 학습교재에 한계를 느낀 학습지 출판사들이 이 분야에 다투어 뛰어들기 시작했다.
PC에 끼워팔기
CAI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주체는 대략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부류는 교육개발원 시스템공학센터 등 정부와 관련된 기관에서 학습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경우. 교육개발원은 내부에 컴퓨터교육연구센터를 세우고 통신공사와 문교부의 의뢰를 받아 각급학교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시스템공학센터도 CAI를 국내에 첫 도입한 이래 '컴퓨터가정교사시스템'을 개발, (주SKC를 통해 상품화했다. 이들 기관에서 개발하는 CAI프로그램은 교과학습의 효율화를 위해 교육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으나 소프트웨어의 절대수가 부족하고 그나마도 일선 학교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두번째는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PC메이커들이 컴퓨터를 팔 때 코스웨어를 끼워파는 경우다. 현재 삼성 현대 대우 삼보 금성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회사내에 CAI개발팀을 갖추고 있고 자체개발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다른 곳에서 개발한 프로그램디스켓을 구해다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교육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했다기 보다는 교과서 내용과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하드웨어에 구색갖추기식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번째 부류는 CAI개발 전문업체들이다. 인간교육회 컴퓨터학습연구회 한국프로그램개발연구원 컴퓨터교재연구소 등 이 분야의 소프트웨어하우스들이 잇따라 출현, 학습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 죤슨리서치 아이디리서치 한국교육자문 등도 '알기쉬운 DOS' '메모리-X'등 학생층을 겨냥한 독특한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해 시장창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업체들은 의욕은 있지만 규모면에서 영세해 자금이나 인력면에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최근 학습교재물로 출판계를 석권한 웅진출판사가 웅진미디어를 통해 국민학교용 C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지막 부류는 일선교사들이 직접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다. 일선교사들이 CAI제작에 나서는 경우 자체 상황에 알맞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고 교육적효과도 충분히 사전에 고려할 수 있어 가장 바람직하다. 메이커에서 개발한 CAI프로그램을 '식당음식'에 비유한다면 교사 스스로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어머니가 손수 만든 '가정음식'에 견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선교사들이 CAI제작에 참여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컴퓨터지식과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1시간분의 코스웨어를 개발하려면 1백~5백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선교사들이 코스웨어개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저작도구(authoring tool)의 개발과 보급이 전제돼야 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89년) 현재 개발된 코스웨어의 14.5%가 교사들이 자체개발한 것인데 그나마도 대부분 8비트용이어서 실제 이용되는 프로그램은 성재수교사(서울 중앙여고)의 '고등학교 물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신종 첨단과외
한국데이타통신(DACOM)과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통신망을 이용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 이달부터 상용서비스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데이콤의 공중통신망서비스 '천리안Ⅱ'에서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서 개발한 중1, 고3용 국어 영어 수학 프로그램을 서비스받을 수 있게 만든 것. 지난해 'TV과외'에 이은 '신종첨단과외'라 할 만하다.
이 컴퓨터과외는 스스로 문제를 풀고 학습능력을 체크할 수 있는 학습정보 △진학과 관련된 각종 입시 정보 △학습 및 진로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시스템 등 세가지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 이용자는 데이콤의 천리안 서비스에 가입하고 월 2만원 정도의 요금만 물면 어느 때라도 데이콤의 대형컴퓨터에 수록된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할 수가 있다. 또 천리안서비스가 전화망에 연결돼 있으므로 장시간 이용으로 인한 전화요금 부담을 줄이려면 미리 2주일치 분량의 프로그램을 디스켓으로 받아두면 된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허필수 소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수준에 맞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숙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하고 "올해안으로 1천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중고등학교 전과정을 프로그램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와이즈(WISE)란 저작도구를 이용해 퍼스널컴퓨터급에서는 불가능한 그래픽 및 화상처리를 하고 있다. 반면 PC 이용자라도 컬러모니터 그래픽카드 모뎀 등 기본 장비를 갖추는데만도 50~60만원이 추가로 소요돼 학생들에 큰 부담이 따른다.
저작도구 개발 시급
지난해 국내 16비트 PC시장 규모는 30만대에 이르렀고 보급된 PC의 총수도 1백만대를 넘어섰다. 이중 대부분이 교육용으로 팔려 나갔다. 그러나 막상 PC를 구입한 이용자들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만능기계'로 생각했던 컴퓨터가 기대 이하의 고철덩어리로 변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CAI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하는 '도구'로서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에서도 각급 학교 컴퓨터 보급계획에 맞추어 96년까지 8백여편의 코스웨어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PC메이커나 전문업체 뿐만 아니라 학습교재 출판사들도 이 분야에 대거 참여해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CAI의 보급은 외국에서도 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본격화됐으므로 국내 CAI의 수준이 선진국에 별로 뒤질것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범람하는 코스웨어들이 교육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6월14일 교육개발원이 주최한 '학교컴퓨터교육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컴퓨터교육연구센터 오진석 소장은 "하드웨어업체들이 컴퓨터 판매전략의 일환으로 코스웨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질보다 양에 치중하며, 교과서나 참고서 대신에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옮겨 놓음으로써 CAI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컴퓨터와 관련된 교육도구들의 가격이 아직 다른 학습자료에 비해 비싸다"고 지적했다.
박성익교수(서울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코스웨어만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전문평가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류완영교수(한양대)는 "컴퓨터전문가들이 코스웨어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저작도구를 하루빨리 개발해 일선교사들이 직접 CAI제작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컴퓨터마다 호환성이 없어 비슷한 내용의 코스웨어를 메이커마다 중복개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