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비판론에 부딪친 가속기옹호론자들은 건설비용의 30%정도를 일본 한국 등에 부담시킬 계획을 세우고…
미국이 텍사스주에 건설하려는 세계 최대의 초전도거대가속기(SSC, Superconducting Supercollider)사업에 우리나라도 참여한다. 이 사실은 미국을 방문한 정근모 과기처장관이 부시 미대통령에게 전달한 노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미국 에너지부의 한 관리가 밝혔다.
건설비 80억달러, 건설기간 최소10년, 가속기의 둘레 크기가 53마일에 달하는 SSC계획은 우주정거장건설(2백30억달러 소요)유전자 연구계획(30억달러)과 함께 미국이 추진중인 '3대 거대과학'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가속기를 통해 과학자들은 물질의 근본 구조와 우주의 생성과정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SSC는 지하 45m에 둘레 53마일의 터널형식으로 건설된다. 터널에는 두개의 고리가 있는데 고리마다 4천개 이상의 초전도작석이 들어간다. 가속기가 가동되면 양자들이 작은 고리에 넣어지고 가속되면서 두개의 빔으로 쪼개진다. 이 빔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터널을 회전하는데 거의 광속으로 가속된 순간 양자들은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 순간 온도는 우주탄생(빅뱅) 직후의 온도까지 올라가며 거대한 전자탐지기로 입자들을 관찰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어떻게 힘들이 통일되는지, 우주의 시초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물질세계의 모든 현상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 네가지 힘들의 상호작용 결과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 힘들은 한가지 힘의 여러 측면에 불과하다는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SSC는 이런 물리학의 에너지 이론에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가속기는 지난해 8월 유럽핵연구센터(CERN)가 완공한 거대전자-양자충돌기(LEP). 이 가속기는 유럽 14개국이 10억달러의 건설비를 7년동안 투입해 스위스 제네바에 건설했는데 터널의 둘레는 16.6마일이다.
LEP이전에는 미국 시카고 근교 '페르미연구소'에 있던 3억달러규모의 고에너지가속기가 가장 큰 가속기였다. LEP의 등장으로 당분간 유럽은 입자물리학에서 미국에 비해 우세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미국내에는 초전도거대가속기 건설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의회에서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하는 어려움외에도 과학자들사이에도 반대 의견이 적지않다. 전통적인 과학의 옹호자들은 "서양의 과학이 고독한 연구자의 개별적 성과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전통을 파괴하는 거대과학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또 가속기가 실용적으로 많이 쓰이는 21세기에나 이 초전도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건설비용도 처음에 44억달러가 예견했던 것이 시험적으로 초전도 자석을 만들어 본 결과 80억달러로 증액됐고 그나마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내 반론에 부딪치자 가속기 옹호자들은 초전도가속기를 국제협력을 통해 건설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 한국 등 8~9개 국가가 건설비용의 3분의 1 정도를 감당한다는 것. 이 제의에 일본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반면 한국측의 반응은 미국관리들도 놀랄만큼 신속했다.
포항공대 가속기연구소장 오세웅교수는 "초전도가속기는 포항공대에 건설 예정인 방사광가속기와는 기술이 전적으로 다르다"고 전제하고 "단순히 돈만 대는 방식이 아니라 초전도 입자물리학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