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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가수가 될 수 없는 만년배우

5색 영롱한 드레스를 입은 이 꿩과의 새는 36계가 특기다.

옛날 중국에선 공작을 봉황새라고 불렀다. 그때만 해도 공작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새가 아닌 상상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봉황의 그림을 보면 아름다운 물방울 무늬를 날개와 꼬리에 그려넣고 있는데 이것은 공작의 깃과 흡사하다. 공작은 닭목(目) 꿩과(科)에 속하는 새로 그 화려한 자태는 누구든지 한번 보면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다.

인도공작의 학명은 Pavo cristatus고, 쟈바공작은 Pavo muticus다.

해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하는 봄철이 되면 공작은 저마다 멋을 부리기 시작한다. 특히 수공작은 이 무렵부터 거의 쉴 새 없이 꼬리깃을 펴고는 보란듯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누구에게 보이려고 저러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 보라고 하는 짓일 리 없다. 틀림없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펼쳐 보이는 연기일 것이다.

수공작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그렇게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꼬리깃도 여름이 한창인 삼복이 되면 한두개씩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보내는 동안 보잘 것 없는 초라한 꼴이 되고 만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얼음이 녹아 내리면 만물이 소생하듯 공작의 꼬리깃도 차츰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아간다.

일반적으로 공작이라고 하면 인도공작을 말한다. 이것도 청색과 백색의 두 종류가 있다. 또 자바공작이라고 불리는 진공작도 있다. 수공작들은 다른 꿩 또는 새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깃털이 자라면서 아름다운 색깔로 장식된다는 점이다.


가수가 될 수 없는 만년배우 공작
 

생각보다 튼튼한 체질의 소유자

꿩과의 새들은 다른 어느 새보다 일찍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가축화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닭은 지금부터 4천년 전인 청동기시대부터 가축이었다. 처음에는 싸움닭으로 이용했으나 나중엔 식용으로 길렀다.

공작은 기원전 1000년 경에 솔로몬왕이 사육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집트사람들이 닭과 함께 기르는 것을 보고 왕궁으로 가져와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길렀다는 것이다.

당시 야생의 꿩과 새들을 탈 없이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이 새들이 비교적 튼튼한 신체를 갖고 있고 적응력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공작은 그 모양이 화려하기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사절로 나갈 때 반드시 공작을 선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귀족들이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할 때 공작을 갖고 들어와 헌상, 더 높은 벼슬자리를 얻었다는 일화도 많다.

공작이 구애를 할 때의 모습은 참으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1.5m나 되는 꼬리깃을 커다란 부채꼴로 활짝 편 모습이란….

어디 그뿐인가. 깃끝은 이른바 보주(寶珠, 보배로운 구슬)를 이루는데 초록 자주 남색 청동 황금색 등 5색이 영롱하다. 언뜻 보기에는 이 세상의 새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엘리자베스 현 영국여왕의 웨딩스레스는 순백색의 실크에 진주를 수놓은 아주 찬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드레스도 공작의 드레스 앞에서는 빛을 잃고 말 것이다. 더욱이 전자는 선택된 여왕에게만 허용된 것이지만 후자는 젊고 건강한 공작이면 예외없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니 더욱 부러울 뿐이다.

동물은 대체로 육지에 사는 조수류는 물론이고 물속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도 수컷이 아름다운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공작은 수컷의 아름다움에 비해 암컷은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그렇다면 암컷은 무엇으로 수컷의 마음을 설레게 할까. 가는 뼈대와 날씬한 다리, 허리 부분의 부드러운 곡선, 알맞은 어깨와 온화한 눈 등이 암컷의 매력포인트다.

공작은 암수가 모두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들 나름대로는 불만도 갖고 있다. 아름다운 옷을 입었지만 목소리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갖가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공작들은 춘정을 못이겨 목청을 가다듬고 한껏 노래를 불러보지만 그 소리는 마치 고장난 트럼펫소리와 흡사하다.

공작은 꿩과의 새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새다. 야생의 공작은 낮에는 초원에서 먹이를 찾지만 저녁이 되면 나뭇가지 속의 둥지로 돌아간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장식깃털을 펼치는 연습을 한다. 세살쯤 되면 어른 공작과 마찬가지로 깃털의 길이가 1.5m 정도까지 자란다.

고기가 맛있어

공작도 닭처럼 억센 발톱으로 땅바닥을 파서 먹이를 구한다. 좋아하는 먹이는 식물의 종자나 어린나무 순이다. 그밖에 곤충 연체동물 도마뱀 등을 잡아먹고 산다.

공작은 밤이 되면 높은 나무꼭대기의 둥지에 오르기 위해 공중을 날기도 한다. 때로는 지상의 적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크게 나래치면서 날아 오른다. 공작들은 적도 많다. 그 고기 맛이 좋기 때문에 사람과 많은 맹금류가 항상 이들을 노리는 것이다.

공작은 대개 수컷 한마리에 4~5마리의 암컷이 무리를 지어 산다. 어쩌다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접근하면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이를 재빨리 알아차리고 푸드득 거리며 난다. 따라서 공작의 비상은 다른 동물들에게 최초의 경계경보가 된다.

웬만큼 나이가 차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공작은 반려자를 찾기 시작한다. 생후 3년째가 되면 그들은 사춘기에 이르고 5년째부터는 난숙한 장년기를 맞는다.

동물들은 발정기가 되면 평소에는 전혀 볼수 없었던 독특한 행동을 한다. 흔히 우리는 이런 행동을 디스플레이(演技)라고 하는데 시쳇말로 '섹스어필'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는지 모른다. 대개는 수컷이 디스플레이를 해서 암컷을 유혹한다.

공작은 일부다처제의 신봉자다. 수컷의 연기는 매년 이맘때쯤부터 6월 말까지 계속된다. 수컷은 암컷에게 다가와 장식깃을 수직으로 세운 뒤 부채형으로 펼친다. 그런 다음 머리를 어깨쪽으로 올리고 날개를 치켜세워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그들은 끓어오르는 춘정을 금세 발산이라도 해버릴 듯 전신을 격렬하게 떨어댄다.

공작은 한 번에 4~6개의 알을 낳은 뒤 1개월 가량 암컷 혼자 품어 부화시킨다. 공작의 사육기록은 구약성경에도 나온다. 처음에는 공작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사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공작 고기의 맛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터 식용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고대로마시대에는 인기만점이었다. 웬만한 향연의 식탁에는 반드시 공작고기가 오르곤 했다고 한다.

공작의 사육은 그뒤 다른 식용고기가 많이 등장하고 가축도 많아지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는 동물원이나 대저택의 정원 등에서나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공작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삼한시대였다. 중국에서 공작 몇 마리가 도입된 것이다. 신라때에는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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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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