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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보는 또 하나의 창

대덕 전파망원경 가동 1년

외계에서 오는 미약한 신호를 받아 신비에 싸인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려는 노력이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덕 전파망원경 가동 1년을 맞아 전파망원경의 활약상을 알아본다.

인간 자신을 포함한 생명체와 지구, 태양 및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 등 우주의 본질에 대한 연구는 인류가 문명국가를 건설한 이래 가장 뿌리 깊은 지적 호기심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천체현상을 관측하는 인간의 수단은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눈이 감지할 수있는 빛을 통한 광학망원경뿐이었다.

1931년 미국 벨 전화연구소의 무선공학자 칼 잔스키(Karl Jansky)가 천둥의 무선통신 방해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우주 전파를 기점으로, 우주를 보는 전파라는 또 하나의 창이 열리게 됐었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중에 개발한 레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전파 관측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됐고 전파 천체도 속속 발견됐다. 카시오페아 자리의 전파원, 백조 자리의 전파원, 안드로메다 은하로부터의 전파 등이 그예이다.

새로운 우주관을 성립시켜

1960년대에 들어와 급진보한 전자공학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인 전파천문학의 대발견이 이룩되었다. 그것은 우주의 최선단에서 빛의 속도 가깝게 우주 팽창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퀘이사,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초고밀도를 가지고 0.03초까지의 극히 짧은 주기로 규칙적인 전파를 발사하고 있는 펄사, 우주 태초 대폭발로부터 냉각된 3K 우주배경 복사의 전파, 별탄생이 진행되고 있는 초저온 분자운, 그리고 우주에서의 생명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밝혀주고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50여종의 성간 분자들의 발견이다.

이러한 발견은 이제까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예상도 못했던 새로운 천체, 새로운 현상의 발견으로서 인간의 우주관 자연관을 급격히 확대시키고 우주 신비 탐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 따라서 펄사 발견의 영국 휴이시(Hewish)와 라일(Ryle), 3K 우주배경 복사 발견의 미국 펜지아스(Panzias)와 윌슨(Willson) 등 전파천문학자들에게 노벨상이 수상되었고 선진 각국에서는 앞을 다투어 대형 전파망 원경을 건설했다.

우주 전파가 발견된지 60년도 되지 못했으나 전파천문학은 빛에 의한 광학천문학과 더불어 현대 천문학을 주도하는 양대 산맥이 되었다. 또한 전파천문학은 역사가 짧은 학문으로서 미개척의 여지가 많고 새로운 발견 가능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서 우리의 지적 탐구심을 일깨우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푸는 열쇠, 전파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 그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성간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 그리고 그들의 집단인 은하, 이들 모두는 우리 눈에 곧바로 보이기 때문에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천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파를 내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곳에 우주인이라도 살고 있어 그들이 TV방송이나 무슨 통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라디오 텔레비전 통신 등에 사용하는 전파는 인간이 만든 인공 전파이며 천체에서 나오는 것은 자연현상으로부터의 전파다. 자연 현상의 전파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천둥과 번개다. 다만 이것은 수 ㎞의 범위에서 나오는 전파로 강도도 세고 규모도 작지만, 우주전파는 대규모 현상으로 수십억 광년의 먼 곳에서 나오고 있으므로 강도가 무척 약하다는 것이 다르다.

전파도 빛과 같은 전자파이므로 빛과 같은 과정으로 방출되고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주에서 나오고 있는 전파는 천체의 물리적 온도에 의해서 규정 되는 열적인 전파와 고에너지 전자와 자장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싱크로트론 복사, 플라즈마 진동 등에 의한 비열적인 전파로 나눌 수 있다. 또 열적인 전파는 전리가스들의 전파, 달이나 행성과 같은 고체의 원자 분자가 내는 선(線)전파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원자 분자가 내는 전파의 원리는 빛과 유사하다. 원자나 분자는 어느 하나의 에너지 상태에서 다른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때 남는 에너지를 빛이나 전파로 내보내고 역으로 그만큼의 에너지를 받으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다시 말하면 원자나 분자는 각각 고유의 파장에 해당하는 빛이나 전파를 방출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는 성질을 갖는다.

예를들면 우리가 소금을 태우면 파장 5천9백옹그스트롬 (약1 /2000㎜)의 전파를낸다. 따라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에서 소금에 해당하는 파장이 흡수되면 태양 대기의 한 부분이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오리온 성운 등에서 일산화탄소에 해당하는 파장의 전파가 잡히면 여기에 일산화탄소 분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 행성 별 성간구름 은하 등 여러 천체에서는 이러한 열적인 전파와 비열적인 전파가 나오고 있어서, 이를 수신해서 분석해보면 전리가스 원자 분자들의 온도 밀도 운동들을 포함한 그들의 물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우주전파가 빛과 유사한 점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나 다음은 상이한 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전파는 낮에도 관측 할 수 있고, 빛보다 파장이 더 길어 성간 흡수와 산란이 적으므로 빛보다 우주의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다. 또 빛과 전파를 모두 내고 있는 천체에 있어서도 빛을 내는 영역과 전파를 내는 영역이 다르듯이 그 물리 조건도 다르다. 그리고 빛으로는 보이지 않는 천체가 전파로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다. 풍부한 분자선 전파들을 내고 있으면서 조용히 별탄생을 진행하고 있는 암흑 성운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은하의 중심부는 가스와 먼지가 많이 모여 있어 흡수와 산란이 심하기 때문에 빛으로는 관측하기 어려워 전파가 유력한 관측수단이 되고 있다.

14m 전파망원경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주에서 오는 전파는 너무 먼 곳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전파망원경이라는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문학 분야에 우주 전파 관측의 중요성이 인식돼 천문우주과학연구소 대덕전파천문대에 직경 14m 전파망원경이 건설됐다.이 망원경은 정밀한 안테나 표면과 지향성을 가진 것으로 우주전파 관측 중에서 가장 근래에 시작된 밀리미터파 전파를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실생활에 현재 사용중인 파장이 긴 미터파나 센티미터파 전파는 텔레비전 라디오 무선통신을 통해 이미 잘 개발돼 있으나, 밀리미터파 전파는 그 기술이 어려워 아직은 잘 사용되지 않고 레이다 기술을 포함한 국방기술 및 우주통신, 원격탐사 등 특수한 분야에서 개발중에 있다.

또한 우주전파의 밀리미터파 영역은 가장 풍부한 분자선의 보고로서, ${CH}_{3}$OH, ${CH}_{3}$CHO같은 복잡한 유기분자까지를 포함한 수십종의 성간분자가 이 영역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관측을 통해서 별탄생 과정의 신비, 은하 중심부의 격렬한 운동구조, 생명의 기원과 성간 화학작용 등 새로운 분야로서의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최근 전파천문학은 이 영역 관측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파망원경의 구조와 기능은 △안테나로 약한 전파를 모으는 역할 △수신기로 안테나로부터 모아진 전파를 검파하고 증폭, 분광하는 역할 △컴퓨터로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고 관측자료를 얻으며 처리하는 역할등 3부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림1)초신성 잔해 영역 W44 근방의 전리 수소 가스 영역 중심부에서 일황화탄소(CS) 분자선에 의해 탐색된 분자운 흐름중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성분(화살표로 표시된 부분)


생명체 기원 연구도

14m 전파망원경의 중점 관측분야인 밀리미터파 전파 영역은, 빛에 의한 광학망원경으로는 관측하기 어려운 성간 분자운의 동력학적인 구조와 별 생성과정을 단계적으로 연구하고, 격렬히 물질을 내뿜고 있는 은하계의 중심구조와 유기분자를 포함한 여러 분자선들을 관측해, 성간화학 및 생명체 기원 연구가 가능하다.

이러한 주요 연구분야와 관련해 대덕전파 천문대에서는, 연구관측에 진입한 1989년 봄부터 우선 성간 구름에서의 별탄생 과정과 별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만기형성 연구에 착수했다.

별탄생 과정 연구에서는 성간 구름내에서의 별탄생이 어떻게 시작돼 그 진행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데 주목해, 탄생 유발기구로서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초신성 폭발의 잔해 근방과 이러한 유발기구가 없이도 별탄생이 이뤄지고 있는 조용한 암흑성운 영역을 택해서 분자선 관측을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얻어진 결과로서는 대표적 초신성 잔해 영역인 W44 근방의 전리 수소가스 영역을 관측해, 별탄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분자운 중심부로부터 양쪽 방향으로 분출되고 있는 분자운 흐름중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성분을 탐색했다(그림1). 또한 별탄생에 초신성 폭발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와함께 암흑성운의 적외선원으로부터의 쌍극류 흐름을 일산화탄소 관측으로 확인해 그와 관련된 별탄생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초신성 폭발의 새로운 잔해를 발견하고 이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성간분자운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금년 초부터는 14m 전파망원경의 관측시간을 대학 등 외부기관에도 할애해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한 5개대학의 교수 및 대학원생들과 함께 성간구름과 외부은하 등의 관측을 주제로 한 6개 연구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표1)14m 전파망원경시스템의 제원

 

서브밀리파 기술로 발전

현재 세계적으로 우주전파 관측은 센티미터 영역에서는 독일의 1백m 호주의 64m, 밀리미터 영역에서는 일본의 45m 유럽공동의 30m 스웨덴의 20m 미국의 14m 등 대형 정밀 전파망원경이 건설돼 활약중이다. 특히 밀리미터 영역의 분자선 관측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분자선의 발견은 물론, 원시성 탄생과 관련한 행성계 생성과정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밀리미터파 기술축적은 서브밀리파 관측 기술개발을 촉진해, 미국 독일 영국 스웨덴 등은 15m, 10m급의 서브밀리파 전파망원경을 건설, 새로운 전파 관측의 창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극미한 우주전파를 고감도로 수신하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수신기 개발에 착수해 초전도 소자인 SIS (superconductor Insulator superconductor)믹서 수신기를 1백㎓대까지 실용화시키고 있다. 종래의 수신기보다 세배이상 감도가 좋아져 새로운 분자선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극미한 천체의 관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연구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그러나 하나의 전파망원경으로 얻을 수 있는 분해능과 집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진 각국에서는 수개 또는 수십개의 안테나를 이용한 전파간섭계가 활발히 건설되고 있다.

특히 간섭계 기술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VLA(Very Large Array)는 직경 26m의 안테나 27기를 수십 ㎞까지 구성할 수 있어서 가시광선 관측의 분해능을 능가하게 되었다.

또한 안테나간의 거리가 클수록 분해능이 향상되므로 대륙간 초장기선을 이용한 VLB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전파간섭계와 더불어, 일본 유럽 소련에서는 우주공간에 전파망원경을 올려 초대형 전파간섭계에 의한 퀘이사 중심부의 정밀 구조 발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해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천문학 발전에 있어서, 신발견과 새로운 연구분야의 개척욕구는 신기술 및 첨단기술의 개발을 유도하고, 다시 이러한 기술은 천문학적 신발견과 새로운 연구분야 개척을 이룩하는 상보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나라 기초과학으로서의 천문학 연구수준은 문화척도는 물론 신기술 개발능력과도 연결 된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파천문학은 이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연구수준은 국제 수준과 비교해 많은 차이가 있다. 학문과 기술로서 뿌리를 내려 이러한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빨리 구축돼야 하겠다.
 

여러개의 전파망원경을 집단으로 건설해 우주 관측의 새장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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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세형 전파천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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