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만년전까지 인류의 조상인 원인(猿人)과 함께 살았던 매머드는 왜 멸종됐을까? 긴 코와 멋들어진 상아를 가진 이 동물이 살아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매머드는 코끼리 마스토돈 등과 함께 포유류 장비목(長鼻目)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공룡처럼 지금은 생존하지 않으므로 화석동물이다. 그들의 코는 윗입술과 함께 크게 길어져 하나가 됐고 과잉 성장한 코끝에 콧구멍이 뚫어져있다. 머리와 온몸은 적갈색의 깃털로 덮여 있으며 길고 튼튼한 상아는 앞니가 발달한 것. 매머드의 코와 상이는 과득화됐다고 보면 된다.
매머드는 홍적세, 즉 빙하시대(약2백50만년전~1만년 전)에 유럽 북아시아 북아메리카의 동토 툰드라 초원지대에서 동물의 왕자로 군림했으나 약 1만년전에 멸종됐다.
매머드는 코끼리와 비교하면 몸이 작은 편. 엄니가 아래로 돌출하다가 위로 아름답고 길게 휘어진 상아를 가지고 있고, 표피 아래에는 8㎝두께의 지방층을 가졌다. 등에는 지방층의 육봉(肉峰)을 가져 에너지를 저장한다. 매머드는 귀가 매우 작아 한랭기후에 유효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코끼리의 큰 귀는 청음의 효과를 높이고 열대 햇빛에 피로한 몸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매머드의 앞다리는 기린 소 말과는 달리 공룡 캥거루 코끼리 처럼 움직일때 앞무릎이 뒤로 향해 굽어진다.
시베리아 동토에서 번식
공룡이 중생대의 대표적인 화석 파충류 동물이라 한다면 매머드는 신생대의 대표적인 화석 포유동물이다. 공룡이 번성한 시대에 포유류는 쥐나 고양이 정도의 크기였으나 신생대에 와서는 동물계의 왕자가 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흔히 발견되고 북해도나 우리나라(황해도·경기도)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발견된 어떤 매머드는 냉동이 된채 거의 완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매머드의 모든 것을 쉽게 알게 됐다. 북미의 매머드로 유명한 것은 어린 수컷인 맘몬테우스 프리미게니우스(Ma㎜onteus primigenius)다. 어원은 러시아어로 맘몬트가 '흙의 동물' 프리미게니우스는 '최초'라는 의미에서 온 것이다.
공룡이나 익룡은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하기 전에 멸종되고 말았으나 매머드는 구석기 시대의 원인(猿人)이나 신석기 시대의 인간(Homo sapiens sapiens)과 함께 지상에서 호흡을 같이 했으므로 원시문화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그들은 광야의 초원에서 눈에 띄기 쉬운 대형동물이었으므로 인간들의 1차 수렵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고기는 식량으로, 독특한 곡선미를 갖고 힘차게 휘어진 상아는 각종 도구와 장식품으로 쓰였고, 골격은 원시인의 움집 재료나 각종 도구로 활용됐다. 현대에 와서 매머드의 골격은 마스토돈과 함께 장식품인 각종 기물 그리고 정신병 치료의 약재로 사용된다.
얼음속에서 죽은 매머드가 동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알래스카 등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므로 이들 지역이 매머드의 본거지라 할 수 있다. 화석이란 유체(遺體) 유적(遺蹟) 유물(遺物)로 분류되나 매머드는 유체로 남겨진 대표적 화석이며 동부 시베리아 매머드가 특히 전형적이다.
화석에서 적혈구가 검출되기도
1900년에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붉은색 매머드는 썰매 끄는 개의 먹이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잘냉동된 사체 그대로여서, 골격 살 껍데기 털 위속의 식물(풀 덤불 잔가지 나무껍질)들은 맘모스의 해부학과 생태학 그리고 지질시대를 알 수 있는 훌륭한 시상화석(示相化石)이 되었고, 탄소동위원소 절대 연령측정에 의해 그들의 연대를 알려주는 매우 정확도가 높은 표준화석(標準化石)이 되었다. 소련 과학원에는 매머드 연구위원회가 조직돼 있을 정도.
소련에서는 매머드의 유체에서 얻은 세포를 배양하고 유전공학와 기술을 사용해 매머드를 부활시키는 계획, 즉 종(種)으로서 되살릴 계획을 진행중이나 아직 성공치 못했다.
미국은 시베리아 매머드 미이라에서 뽑아낸 난자를 현생 코끼리의 자궁에 이식해서 건강한 아기 매머드를 만들려고도 했으나, 매머드의 생식세포의 체세포가 1만년간이나 그대로 보존 가능한지의 의문점이 해결되지 못해 더이상 연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만~3만년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밝혀진 소련의 마가단 매머드에서는 적혈구와 백혈구가 검출되기도 했지만, 단백질의 변성이 원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을 정도로 진척돼 있었다. 현재 냉동된 사체 매머드는 끓여 살을 발라내고 골격만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한편 매머드의 동결된 조직은 미생물의 생존능력, 세포구조의 보존도, 단백질의 조성과 진화연구, 지질년대 결정에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 (잠실 롯데백화점, 4월18일~5월18일) 전시 된 매머드 골격은 1986년 야쿠츠크 자치공화국 츄모크아 강둑 경사지에서 발견된 약 3만년 전의 것으로, 몸무게는 5~6t, 키는 3~4m에 달한다. 이는 현생 아프리카 코끼리 (15t)에 비하면 훨씬 작은 것. 그러나 어떤 털은 길이가 1.2m에 이르고 있어 강추위에도 이겨냈음을 알 수 있다. 골격의 무게는 3백㎏정도. 이 매머드는 그곳에 살던 우리 선조들이 설치한 함정에 빠져 죽었던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점말동굴, 황해도 덕천 지방에서 매머드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가족생활을 할 정도의 지능 보유
매머드는 포유동물(젖빨이 동물)이므로 교미 임신 출산 젖빨이(哺乳)의 과정을 거쳐 성장을 하며 초원에서 때로는 떼를 지어 살았다. 매머드는 최초교미 10세, 임신기간 20개월, 1회 출산에 1두, 포유기간 1,3년,암수비율 1:1, 수명 80세정도로 추정된다. 그들의 교미 자세는 소나 말과 같았을 것이며 나무를 쓰러 뜨릴 정도로 힘이 세나, 성질이 순하고 새끼를 보호하는 자세를 가진 것으로 보아 가족생활을 할 정도로 지능이 높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머드는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에서 원인이나 인간이 최대의 강적이었고 검치호와 같은 육식 맹수를 제외하면 다른 짐승들은 결코 매머드에게 덤벼들지 못했을 것이다.
매머드는 거대한 초식(草食)동물이므로 그 먹이는 동토 초원의 풀 이끼 덤불 잔가지 새싹(소나무 낙엽송 버드나무 자작나무 등의 새순) 나뭇잎 나무껍질 열매 등. 하루에 3백50㎏정도의 먹이를 삼켰을 것으로 추정 된다. 매머드의 코는 이들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손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때때로 수영을 즐겼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헤엄칠 때는 코를 공기통처럼 물 밖으로 치켜들고 호흡했을 것이다. 매머드는 긴 코로 호흡을 할 뿐아니라 냄새를 맡는 역할도 했다. 매머드 코는 물을 빨아들였다가 제몸에 뿌리는 물뿌리개 역할, 코를 통하여 큰소리를 지를수 있으므로 뿔나팔 역할도 겸할 수 있었다. 매머드의 긴 코는 쉽게 굽힐 수도 있는 튼튼한 힘살로 돼있어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팔 역할을 해 코로 새끼를 껴안기도 하고 부부간에 서로 코를 걸고 초원을 산보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매머드의 상이는 음료수를 찾기 위해 빙판에 구멍을 뚫거나 적을 방어하고 싸울때, 혹은 먹이를 붙잡을 때, 그리고 눈(雪)을 제치고 풀을 찾을 때 사용됐을 것이다.
코끼리와 이웃시촌
매머드는 코끼리와 같이 약 2백50만년전 선신세말기에 마스토돈(乳齒象, 검능치 코끼리)으로 부터 분화 했다. 마스토돈은 중신세에 팔레오마스토돈(Paleomastodon, 古乳齒象, 섬서감치코끼리)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며, 이는 약 5천만년 전 고제 3기 시신세의 뫼리쎄리움(Moeritherium, 시조코끼리 )에 뿌리를 두고 있다. 뫼리쎄리움은 현재 코끼리 무리의 시조이다. 시조코끼리는 돼지정도의 크기로 아주 짧은 어금니와 아주 짧은 코를 가졌으나 지질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코 엄니 체구가 커져갔다. 오늘날 지구상의 코끼리는 아프리카와 인도에 두 종류만 남아있을 뿐 절멸돼가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코끼리의 진화는 공룡이나 인간과 함께 모든 생물진화의 대표적인 표상(Model)으로 간주되고 있다.
매머드 중 고형매머드는 현재의 코끼리와 같이 온난 기후에 적합했으나, 나중에 나타나서 한랭기후에 적응했던 종류가 매머드의 전형이다.
포유류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수공류(Therapsids) 파충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중생대의 포유류는 체구가 작고 수가 적었다. 파충류에 비해 두뇌용적이 큰 편이므로 지능이 보다 높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생대의 포유류는 공룡과 같이 체구가 거대화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공룡과는 달리 두뇌용적이 증가하는 진화경향을 보였다. 현대의 코끼리 개 소 말 침팬지 돌고래가 인간과 친밀한 동물이 되고 있음을 보아 매머드도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인간의 충복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머드와 코끼리 등의 장비류는 중생대 말에 나타난 원시형 포유류인 과절류(Congytarths)로 부터 시신세에 분화 발생된 것이며 이 과절류로 부터 시신세에 나타난 포유류로는 기제류 고래 제토류 우제류 등이 있다. 매머드의 출현은 진화학상 평형급변(Punctuated Equilibrium)현상을 잘 보여준다. 즉 마스토돈으로 부터 홍적세가 될 무렵 출현할 때가 평형급변의 시점이 된 것이며 그후 약2백50만년간을 형태적 변화없이 지속적으로 평형을 유지했다. 매머드시대가 번성해 하나의 전형(典型, Paradigm)을 이루다가 현세가 되면서 급멸해 버린 것이다. 즉 평형이 급변한 것이다. 지질시대 동안 생물의 진화는 평형의 단속성(斷續性)을 보인다. 장비목의 코 털 상아 및 체구의 진화경향은 모두 점이적 모델을 보인다기보다 급변적 모델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출현도 진화론가들은 급변적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같은 이론을 평형급 변론(平衡急變論, Theory of Punctuated Equilibrium) 이라 부른다.
인간의 수렵대상
지구가 잃어버린 대표적인 맹수는 중생대의 공룡과 홍적세의 매머드다. 매머드는 공룡의 절멸 후 뒤를 이어 태어났다가 현세가 시작되면서 절멸하였기 때문에 언제나 공룡보다는 상위지층에서 나타날 뿐이다.
공룡의 멸종을 설명해주는 가장 영향력이 큰 학설은 혜성충돌설이다. 중생대 말기 약 6천5백만년 전에 어떤 혜성으로부터 떨어져나온 대규모 운석(직경 약10㎞)이 지구에 충돌함으로써 지구가 두꺼운 먼지증으로 둘러싸여 태양열이 차단되자, 6개월정도 밤이 계속 되면서 한랭기후가 엄습했다. 또한 운석충돌 때 전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지표의 모든 생물 특히 공룡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일어나는 해양의 온실효과로 바다속에 살던 어룡도 멸망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륙이동설, 기후환경 변화설, 포유류와의 생존경쟁설, 종(種)의 수명설 등이 공룡의 멸종을 설명하고 있다.
매머드의 멸종원인을 설명하는 다음의 학설들은 공룡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상호보완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매머드멸망설은 공룡멸망설보다는 훨씬 실증성이 높다.
① 영구동토의 대평원에 살던 구석기 시대의 원인과 인간의 광범위한 수렵생활은 매머드를 멸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신석기시대가 되면서 인간은 양식과 도구를 구하기 위해서 네안데르탈인이 사용한 구석기에 비해 훨씬 우수한 신무기인 신석기를 개발사용함으로써 매머드와 같은 대형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사냥해 멸종을 재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에 서식하던 사향소는 바로 이 같은 예다. 현재 아프리카의 코끼리나 침팬지, 북극곰과 바다표범 그리고 고래 등이 이와같은 추세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베리아 신석기 시대 인류의 유물 발굴 현장에서는 매머드 유골이 대량 출토되고 있다. 이는 매머드가 우리 조상들에 의해 대량 희생된 증거인 것이다. 아메리카의 마스토돈은 약 8천년전에 인디언에 의해 멸종되 었다.
② 하천이나 호수의 얇은 얼음위를 건너다가 익사 하거나 빙하틈 낭떠러지에 추락했다. 눈사태 및 이류(泥流:Solifluction)에 파묻힌다든지, 늪이나 진창에 빠지고 아사나 전염병으로 죽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영구동토지역내에서 빙원이 부분적으로 녹아 생긴 지하공동(Thermokarst)에 떨어져 죽기도 하고, 빙원 낭떠러지를 접근하다가 절벽이 무너지면서 추락사를 하기도 했다.
매머드의 발과 관절은 거구를 받치거나 어슬렁 어슬렁 걷는데 적당했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의 빙판지대에 얼음이 녹으면서 진흙 범벅이 되면 매머드는 발움직임이 여의치 않아 큰 몸을 속히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당시 갑가지 생긴 홍수를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떠내려가 주변에 시체로 쌓이곤 했다.
③ 빙하기에서 후빙기(현세)가 되자 이상건조기후를 맞아 수분이 부족한 환경하에서 이에 순응키 위한 체구의 왜소화, 그리고 생활영역이 한정되므로 근친교배가 늘어나면서 개체의 약체화 및 감수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다.
④ 매머드의 멸종을 체구 거대화의 법칙(드뻬레, 1907)에 적용 해석하기도 한다. 즉 "생물이 진화함에 따라서 체구가 커지고 이상적으로 거대화하면 그 생물은 멸종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고생대말의 대형 유공층이나 중생대의 암모나이트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현생의 코끼리나 기린 말도 거대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들도 매머드처럼 쇠퇴현상이나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