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직접 기거하며 우주탐사활동을 벌이게 될 우주정거장. 소련은 몇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주정거장 건설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도 대규모의 건설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86년 지구궤도로 쏘아 올려진 이래 수차례의 난관을 겪어 온 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Mir, 러시아어로 '평화'의 뜻)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소련은 금명간 무게 20t급의 새 우주선을 쏘아 올려 미르와 결합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사업의 새 국면을 열게될 이 계획은 예정보다 2년이 늦어졌는데, 미·소의 전문가들은 계획상의 실수와 장비의 잦은 고장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소련의 우주비행사들은 본업인 과학탐사는 제쳐두고 길이가 약 30m나 되는 이 거대한 탐험선을 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한편 미르가 지금껏 겪어 온 어려움들은, 3백억 달러가 소요되는 대규모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중인 미국에 좋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현재 90년대말 완성을 목표로, 비행사들이 기거하며 과학탐사활동과 달 및 화성 탐험을 준비 할 길이 약 1백50m의 우주정거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미르의 경우에서처럼 미국의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기술은 부속우주선들을 로켓으로 쏘아 올려 이미 궤도상에 있는 중심우주선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시키는 것이다.
"소련은 우주정거장 사업에 이미 20년의 경험을 갖고 있고 또 여기에 그들의 최첨단 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미르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정거장 건설계획을 갖고 있는 우리는 소련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미국 우주사업단 아서 듈라 회장의 말이다.
지금까지의 낙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소련도 최근에 이르러서는 미르가 겪고 있는 고충을 시인하기 시작했다. 전직 우주 비행사인 불라디미르 샤탈로프는 이즈베스티야지와의 회견에서 미르의 부속품들 중 절반이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비행사들은 미르의 결함 수리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우주선내의 공간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정거장 내부가 갖가지 장비로 가득 차 있어 사람이 들어가 생활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부족한 것이다.
5개 결합부에 부속선 도킹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르는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주에 장기간 머물면서 과학 탐사를 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마련한다는 것은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소련은 한때 극비사항이었던 우주사업계획의 수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미르의 고장난 부속품 일부를 외국의 비행사와 과학자들에게 팔기도 했다.
소련은 미르를 궤도순환 관측소로 활용할 작정이기도 하다. 즉 궤도를 돌며 지구의 변화하는 환경을 조사케 하려는 것이다.
소련은 1971년에 이미 최초의 우주정거장을 발사한바 있다. 샐류트라는 이름의 이 실험선은 트레일러만한 크기에 부속선(船)을 부착시킬 중심선(船)의 구조도 없는 간단한 원통에 불과했지만, 인간이 최고 7개월까지 궤도 위에 머물며 일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1986년 2월 미국의 챌린저호 참사사고 며칠 후에 발사된 미르는 그 기본적 형태나 구조에 있어서는 샐류트와 유사하다. 첨단 컴퓨터 장비와 승무원의 쾌적한 생활을 위한 편의시설이 추가되긴 했지만 역시 가장 큰 차이는 다섯개의 결합부(docking port)를 갖춘 중심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네개의 결합부는 연구활동을 위한 네개 부속선들과의 도킹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한개는 승무원을 왕복케 할 소유즈 우주선이 이용하게 된다. 이들이 완전하게 작동할 경우 미르에는 3명에서 6명까지의 승무원들이 기거할 수 있다.
"소련의 문제는 우주의 문제"
원래 계획으로는 87년 중반까지 세개의 부속선을 미르와 결합시킬 예정이었으나 발사가 계속 지연되어 지금까지 단 두개만이 쏘아 올려졌다. 사실 이 두개의 우주선을 미르와 결합시키는 것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이었다.
천체물리학 연구를 위한 최초의 부속선 크반트 1호가 87년 4월 발사됐지만 미르를 완전히 비켜 감으로써 랑데부는 실패했다. 두번째 시도에서도 서로 접촉은 했으나 결합부가 제대로 잠겨지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미르의 승무원들이 우주유영을 시도, 결합부 틈새에 비닐 봉지가 끼여 있음을 발견했다. 승무원들은 직접 이것을 제거했고 마치 지상관제요원들처럼 도킹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88년 9월에는 컴퓨터 고장으로 두 승무원 이 26시간 동안이나 스페이스 캡슐속에 갇힌 적도 있다. 음식과 산소 부족으로 고통 받던 이들은 고장난 센서를 분리시키는 임기응변을 발휘, 겨우 목숨을 건졌다.
89년 4월 소련은 미르의 전 승무원을 철수시켰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전력부족 이었는데 태양열 집열기가 낡아 성능이 떨어진데다 부속선의 발사 지연으로 전력공급에 차질이 왔기 때문이었다.
크반트 2호는 지난 2월에야 미르에 도착 했다. 도킹도 힘겨웠다. 첫번째 도킹은 실패 했고 태양열 배전반도 고장을 일으켜 열리지가 않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르와 결합한 크반트 2호에는'우주 의자'라는 장치가 있어 비행사들이 이것을 타고 다니며 미르의 보수관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에 쏘아 올릴 크반트 3호에는 부란 우주왕복선과 결합할 수 있는 결합부가 설치돼 있다. 소련은 이 우주선을 이용, 지구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물질을 매년 수백 ㎏씩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수년내로 두개의 또 다른 부속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의 우주 정거장 계획은 미르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9개의 부속선을 발사해야 하고 전력과 장비보급을 위해 자그마치 31차례의 왕복비행이 필요하다.
우주전문가들은 미국의 우수한 기술이 문제점들을 많이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누구의 계획도 완벽할 수는 없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 국희도서관의 한 우주학 권위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소련이 겪고 있는 문제는 소련만의 것이 아닌 '우주'의 문제다. 그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어서 해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