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은 거대과학(big science)이다. 전자소재 기계 등 모든 공학의 집합체적인 성격을 가질 뿐더러,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단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인력을 투입해도 눈에 띄게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못한 결과다. 그러나 90년대에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항공우주산업에서 승부수는 불가피하다. 전산업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89년 9월에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연구소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항공우주분야에 뛰어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소는 항공기의 독자적 또는 국제공동개발 능력을 배양하고 미래지향적인 우주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로켓 및 인공위성체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90년은 항공우주산업 개발촉진법이 시행되는 첫 해이므로 90년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본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위성과 과학위성 준비중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우주기술 연구는 국방측면에서의 로켓개발 경험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형편이다.
우주기술분야는 크게 위성체개발기술 로켓개발기술 지상에서의 우주환경 관련기술로 나눌 수 있다. 위성체를 자국에서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설계기술, 부품개발기술, 조립 및 검사기술, 궤도조정 및 운영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술중에서 위성체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이용하는 측면에서 위성TV방송과, 국제전화통신과 관련된 운영기술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으나 위성체 자체 기술과 위성체를 직접 조정하는 능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현재 체신부에서 90년 중반까지 중형의 통신방송위성확보 계획이 긴밀히 추진되고 있으므로 조만간 우리나라도 인공위성체 보유국 명단에 오를 전망이다. 또한 아직 모든 연구계획이 확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밀탐사 기능을 갖는 50~1백㎏급의 응용과학위성 연구계획이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계획되고 있다.
이 연구계획에 따르면 90년부터 92년까지 1단계 3년간은, 현재 국내에 조립시설이 없으므로 국제 공동연구 형태로 외국의 기술진과 협력, 위성체를 설계하고 조립하여 외국의 로켓을 빌려서 발사할 계획이다. 1단계 계획의 중요목적은 하루빨리 선진외국의 우주기술을 국내에 정착시키는데 있다.
우주기술은 군사기술 이상으로 국가기간기술이기 때문에 타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1단계 기간중 현재 구상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소의 우주조립검사센터내에 우주연구 기자재와 시설을 설치토록 할 예정이다. 우주조립검사센터는 우주환경을 지상에서 그대로 실현해야 하므로 고도의 극한기술이 요구된다. 우주공간에서의 고진공상태 무중력 초청정도 극저온상태를 재현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 각종 실험이 우주조립검사센터에서 실시될 것이다.
2단계 기간인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은 항공우주연구소의 시설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설계된 인공위성체를 국내에서 조립, 검사토록 계획하고 있다.
이때까지 로켓연구를 계속한다면 과학관측 탑재기기를 실을 정도의 용량을 가진 로켓은 자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학인공위성체를 실을 정도의 중형과학로켓의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므로 2단계에 개발된 응용과학위성은 역시 외국의 로켓에 의해 발사될 예정이다.
그러나 3단계 기간인 96년부터 98년까지 3년간의 연구기간이 지나면 국내에서 개발된 로켓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개발된 과학위성체를 국내에서 개발된 과학위성체를 국내에서 발사시켜, 모름지기 세계 10대 우주기술국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자력으로 인공위성과 로켓을 조달하는 나라는 미국 소련 프랑스 유럽우주기구(11개국 협조체) 일본 중국 인도 등이다. 금명간 브라질 이스라엘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추진되고 있는 과학관측로켓(sounding rocket)은 1백㎏에서 2백㎏급의 각종 관측기기를 싣고 고도 1백㎞에서 2백㎞까지 올라갈 수 있을 정도.
이 로켓은 93년에 대전에서 열리는 산업박람회의 우주첨단올림픽에서 발사토록 계획하고 있다. 이 로켓은 한반도 상공의 대기측정과 최근 한창 물의를 빚고 있는 오존(O₃)층을 정밀관측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환경실태조사와 우주과학연구에 획기적 기여가 예상된다. 위성체를 실을 중형과학로켓 연구는 2단계(93~95년)와 3단계(96~98년) 기간 중에 자체 설계로 개발을 완료하도록 되어 있다.
항공산업을 수출 전략 업종으로
국내에는 항공3사(대한항공 대우중공업 삼성항공)를 중심으로 20여개 산업체가 외국과의 공동개발을 모색하면서 항공산업에의 본격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므로 어느 한 산업체나 연구소가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이 항공우주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의 90년대 항공분야 기본 목표는 소형 및 중형항공기의 독자개발에 있다. 이를 통해 항공산업을 자동차의 뒤를 잇는 수출전략산업화할 예정.
국내 항공산업은 80년대의 부품 하청 생산단계를 거쳐 90년대는 국제 공동개발 및 독자개발단계로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장단기 목표가 설정되었는데, 우선 단기적 목표로 90년부터 96년까지 연구개발의 환경을 조성하여 기반기술의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후 2001년까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급항공기 정도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2002~2010년) 항공우주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고성능항공기의 국제공동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90년대 중반에 항공산업은 자동차와 맞먹는 수출규모를 갖게 될것이며(20억달러) 21세기에는 명실상부한 수출전략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목표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한국형 중급항공기' 개발이며 '중단거리용 STOL수송기' '로터(rotor) 추력 전환식 도시형 헬기' 등이 뒤를 이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항공기와 우주선은 '우주항공기'라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이미 선진국들은 이에 대해 집중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1세기의 혁신적인 항공교통수단 출현에 대비하여 '21세기 항공교통망 구성'이라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여기에는 극초음속 대륙간 여객기(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등) 공동개발과 로터 추력 전환식 수직 이착륙기 개발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