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비 앞에서
필자는 금년 가을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바닷가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것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서귀포의 앞 바닷가와 성산포 일출봉의 서쪽 바닷가에 갔을 때 나는 층층으로 겹친 암석이 있고, 그 속에 여러 가지 종류의 조개비가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암석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조개비는 어떻게 암석 속에 박히게 되었을까?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싶었다. 이 조개비들을 남긴 옛 조개들과 같은 종류들이 오늘날에도 제주도 앞 바다에서 살고 있을까?
다시 말해서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의 각 종류의 몇 백만년 전이나 몇 억년 전의 조상들은 각기 오늘날과 같은 생김새였을까? 아니면 생물의 각 종류들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가는 사이에 변하여 여러 가지 종류로 갈라져 왔을까?
생물이 살고 있는 지구 자체의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발자국도 화석이다
지구의 표면을 이루는 암석은 풍화작용(風化作用)과 기타 원인으로 말미암아 깨지고 부서져서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고, 진흙이 된다. 또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재가 퍼진다.
이와 같은 자갈 모래 진흙 화산재 등이 물의 흐름이나 바람의 힘으로 옮겨져서 물바닥이나 땅 표면에 층층으로 퇴적(堆積)되어 굳어져서 이루어진 암석을 퇴적암(堆積岩)이라 하고 퇴적암의 층을 지층(地層)이라 한다.
반면 물속에서 생긴 퇴적암을 수성암(水成岩), 지층을 수성층이라 하는데 특히 바다에서 이루어진 것을 해성암이나 해성층(海成層)이라고 한다.
퇴적암이 생길 때 퇴적물 속에 식물이나 동물의 몸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때 살같은 연한 부분은 썪어서 없어지지만 뼈 조개비 등가 같이 단단한 것은 그대로 퇴적암 속에 남아 있을 수가 있다.
또한 생물의 몸 자체는 완전히 없어지더라도 그 자국은 남아 있을 수가 있으며, 건조되어 가는 진흙 표면에 새겨진 새의 발자국이 다른 퇴적물에 덮이게 된다면 이 발자국도 퇴적암 속에 남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퇴적암 속에 들어 있는 생물이 남긴 몸이나 자국을 화석(化石)이라고 한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의 언 땅 속에선 피가 들어 있는 살까지 붙어 있는 메머드가 통째로 발견되는데 이것도 화석이다. 이렇게 보면 내가 제주도 바닷가 지층에서 본 조개비도 화석임에 틀림없다. 사실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의 지층은 약 3백만년 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구는 약 45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 대기권(大氣圈)과 수권(水圈)이 생겨 비와 바람이 지면에 풍화와 침식을 일으키고 바다 밑에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한 후, 이러한 지구의 역사시대를 흔히 지질시대(地質時代)라고 한다. 이 지질시대는 지각의 변동과 지층 속의 화석의 내용 등을 기준으로 여러 시기로 구분된다.
즉 전(前)캠브리아기(약 5억7천만년 전) 고생대(5억7천만년 전~2억3천만년 전) 중생대(2억3천만년 전~7천만년 전) 신생대(7천만년 전 이후)의 4시대로 크게 나눈다. 또 고생대를 오랜된 순서로 캠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로, 중생대를 트라이아스기 쥬라기 백악기로, 신생대를 제3기 제4기로 구분한다.
31억년 전의 세균의 화석
약 31억년 전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남아프카의 어떤 지층에서 세균의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지구상에서의 생물의 역사는 약 40억년 정도 되리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동물의 역사도 퍽 오래 되었으리라고 여겨지나 발견되는 동물화석은 약 8억년 전 이후의 것들 뿐이다. 특히 고생대에 들어 오면서 갑자기 하등한 것에서부터 고등한 무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화석이 많이 나타난다.
이렇게 뒤늦게 시대의 동물화석만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학자들은 그 전의 동물들은 모두 바다의 한정된 곳에서 살았는데 몸이 연하고 단단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환경도 화석이 될 조건을 구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지금부터 고생대의 주요한 동물 무리들이 흥망(興亡) 성쇠(盛衰)를 거듭하는 양상을 화석을 근거로 하여 살펴 보자.
삼엽층은 화석종으로만 남아
절지동물에 속하는 옛 동물인 삼엽충(三葉蟲). 이것은 머리부분에서 꼬리부분에 이르기까지 세로로 1쌍의 홈이 달리고 있어. '3잎으로 되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몸은 앞뒤가 여러 마디로 되어 있고 마디 마디에 다리가 달려 있다. 이때까지 알려진 화석종(化石種, 현재에는 살아 있지 않고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종)이 3천9백종 이상이나 된다.
이 삼엽충 무리는 약 5억7천만년 전부터 오르도비스기 말엽가지, 야략 1억3천만년 동안 종의 수를 늘려가면서 바다에서 번영하였다. 그러다가 오르도비스기 말엽을 경계로 갑자기 쇠퇴, 점차 종의 수가 줄어들었다. 그후 그럭저럭 종족(種族)을 유지해 오다가 데본기 말엽에는 또 한번 급작스럽게 쇠퇴했다. 결국 삼엽충 페름기 말인 2억5천만년 전 무렵에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
극피동물에 속하는 바다나리류라는 것이 있다. 모두 바당에서 살며 대부분 바닥에 붙어 있고 컵모양의 윗부분이 긴 돌기들이 많이 나 있어 얼핏보면 마치 나리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5천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중 현재 살고 있는 것이 약 6백종이고, 나머지는 화석종이다.
바다나리 무리는 캠브리아기 중엽에 나타나 서서히 종수를 늘리면서 번영하다가 오르도비스기 말엽에 대량 멸종되었다. 그러나 그후 다시 흥성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데본기 말엽을 경계로 한동안 많이 쇠퇴하가다 페름기 말엽에는 거의 멸종할 뻔 했다. 멸종위기를 넘긴 후에는 약간의 종수를 늘려가면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포동물에 속하는 산호류. 바다에서 다른 물체에 붙어 살며 여러 개체가 한데 붙어 군체(群體)를 이룬다. 또 각 개체의 입 주위에는 움직일 수 있는 촉수(觸手)들이 나 있다.
이 산호류의 화석은 캠프리아기 말엽에 나타나 처음에는 서서히 나중에는 비교적 빨리 번성한다. 하지만 오르도비스기 말엽에는 대량 멸종된다. 그후 다시 크게 흥성하다가 데본기 말엽에 재차 멸종직전의 운명을 맞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흥성하지만 약 2억5천만년 전무렵에는 심한 대량 멸종상태에 빠진다. 그후 다시 서서히 종수가 많아져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암모나이트의 비극
이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척추동물인 어류(漁類)를 보자, 오늘날의 어류에는 먹장어와 칠성장어와 같이 턱이 없는 무악어류(無顎漁類), 상어나 가오리 따위와 같이 턱이 있고 내부의 뼈(내골격)가 모두 연골성(軟骨性)인 연골어류(軟骨漁類), 그리고 명태나 고등어 따위와 같이 턱이 있고 내골격에 경골성(硬骨性)부분이 있는 경골어류의 세 큰 무리가 있다.
고생대의 오르도비스기부터 데본기 사이에 이루어진 지층에서는 갑주어(甲胄魚)라고 이름 붙힌 어류의 화석이 나온다. 이것은 무악어류에 속하는 것으로 몸이 단단한 골질판(骨質板)으로 덮여 있는 원시적인 어류이다.
또 다른 화석어류로는 판피어류(板皮魚類)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턱을 가졌으며 머리가 단단하였는데 실루리아기부터 페름기까지 살았다. 대체로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화석은 데본기 이후부터 나온다.
어류는 오르도비스기 초에 나타나지만 실루리아기 중엽까지는 별로 번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후에는 비교적 빨리 종수를 늘리면서 흥성함을 누린다. 그러다가 데본기 말엽과 페름기 말엽, 그리고 트라이아스기 말엽에 대량 멸종을 겪는다. 그후 백악기 중엽까지는 그런대로 번영을 지속해 왔다. 그러다가 약 7천만년 전에 재차 대량 멸종상황을 맞는데 그후로는 매우 급진적으로 번영, 오늘날에는 약 2만1천6백여종이 살고 있다.
암모나이트라는 화석생물도 있다. 이것은 연체동물의 두족류(頭足類, 문어 오징어 등)에 속하는데 몸밖에 조개껍데기가 발달하였다.
이 암모나이트는 오르도비스기 초에 나타나 데본기 초까지 명백을 유지해 오다가, 3억7천만년 전, 2억5천만년 전, 그리고 2억1천만년 전 무렵에 대량 멸종을 겪는다. 그후 흥망성쇠를 되풀이하다가 약 7천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말에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90t이나 나가는 공룡도
중생대를 흔히 파충류시대라고 한다. 현재 파충류는 거북류 스페노돈류 도마뱀·뱀류 악어류만이 남아 있다. 모두 6천여종이 알려져 있는데 포유류와 조류에 비하면 그 세력이 매우 약하다. 그러나 중생대에는 파충류인 공룡류(恐龍類)가 약 1억4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다.
파충류는 척추동물에 속하며 내골격을 가지고 있고, 몸은 각질(角質)의 표피성(表皮性) 비늘로 덮혀 있다. 예외적으로 비늘이 아닌 골질(骨質)의 판으로 덮혀 있는 놈도 있다. 번식을 위해 알을 낳는데 알은 가죽 같은 또는 석회질의 껍질로 싸여 있다.
양서류는 고생대의 데본기에 이미 등장하고 있는데 비해 파충류는 그보다 훨씬 뒤인 석탄기의 후반기에 출현한다. 그때 원시 파충류인 고두류(固頭類)가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 고두류의 화석이 옛 양서류인 미치류(迷齒類)의 화석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파충류는 미치류에서 유래했다고 믿어진다.
공룡류는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 중엽에 처음 나타나 점차 번영하다가 트라이아스기 말엽(약 2억1천만년 전)에 가벼운 멸종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뒤이은 쥬라기 백악기를 통하여 재차 번영하는데 특히 백악기의 후반에는 매우 번성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 7천만년전 전인 백악기 말에 일시에 전멸하고 만다.
현재까지 8백여종의 공룡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것은 몸길이가 30m 이상이고 몸무게도 약 90t이나 나갔다. 반면 가장 작은 것은 키 30.5cm, 몸무게 3.2kg 정도였다.
물론 모든 공룡들이 지금의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알을 낳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화석을 통해 추측컨대 공룡류의 조상은 악어류와 비슷한 모습을 가졌으며, 강이나 호수에서 살았던 것 같다.
중생대의 여러 지층에서는 각종 형탱의 공룡화석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공중을 날 수 있는 몸구조를 가진 것,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구조의 것, 머리에 뿔이 난 것, 몸에 여러 개의 뽀족한 담장못같은 돌기들을 가진 것, 이빨의 구조가 동물을 뜯어 먹기 좋은 것, 육상의 식물을 먹기 알맞은 것, 물 속의 식물을 먹기 좋은 것, 몸이 작은 것에서부터 매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크기의 것들, 목이 짧은 것과 긴 것들, 새의 모양을 한 것, 포유류의 모양을 한 것 등 실로 다양한 파충류의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파충류이면서 동시에 조류인 새도
포유류는 오늘날 매우 우세한 무리이다. 그들은 몸에 털이 나 있고, 온혈동물이며, 새끼를 젖샘에서 나오는 젖으로 키운다. 현생종(現生種)을 보면 원시적인 포유류인 알을 낳는 단공류(單孔類, 오리너구리 등)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끼를 낳는다. 현생종은 4천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포유류는 중생대 초기에 출현한 포유류 비슷한 파충류인 수궁류(獸弓類)에서 유래했다고 여겨진다.
포유류는 트라이아스기 후엽인 약 2억2천만년 전에 출현하였으나 1억년도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매우 좁은 폭의 성쇠를 거듭하다가 백악기 말엽인 9천만년 전 무렵부터 차차 번영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공룡이 완전히 멸종한 후인 약 7천만년 전 이후부터 갑자기 많은 종류가 늘어나면서 여러 환경에 적응해 왔다. 온혈이라는 조건이 사는 곳을 넓히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이다.
조류(鳥類)도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매우 우세한 무리이다. 몸에 깃털이 나 있고, 앞 다리가 날개로 변하여 날 수 있으며, 온혈동물이고, 알을 낳는다. 현생종은 약 8천9백종이 알려져 있다.
조류는 날 수 있어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에 퇴적물 속에 묻히는 기회가 적다. 따라서 조류는 화석은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조류의 조상이라고 믿고 있는 시조새의 화석은 독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약 1억5천만년 전인 중생대 쥬라기의 지층에서 1861년에 찾아낸 것이다.
시조새는 깃털과 날개를 가기고 있으므로 조류임이 틀림없지만, 아래 위 양 턱에 이빨이 있고, 긴 꼬리를 가지며, 날개로 된 앞다리에 3개의 발가락(발톱도 나 있다)이 있는 등 파충류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조새는 트라이아스기에 있었던 파충류의 한 무리인 조치류(槽齒類)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적인 조류의 화석은 백악기 말에 나타나며, 조류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신생대에 들어와서 종이 다양해지면서 번영을 거듭해 왔다.
적응방산을 통해
화석문제를 고찰하기 전에 우선 직접 간접으로 동물의 영양원이 되는 식물의 출현양상을 보자. 지구의 생성 초기에는 지구상에 생명체가 없었다고 믿어진다.
어느 시기에 와서 무기물질의 일련의 화학적인 변화와 물리적인 작용으로 말미암아 여러가지 유기물이 생기고 이것들을 토대로 하여 35억년 전 내지 40억년 전 사이에 핵도 없고 엽록소도 없는 매우 간단한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겨났다고 추측된다. 이것이 바다에서 진화, 핵도 있고 엽록소도 있는 단세포식물이 생겨났을 것이다. 또 이것들은 다시 진하하여 다세포 말류(조류, 藻類)로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다가 고생대의 오르도비스기에 와서는 원시 육상 식물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바닷말이 많아진다. 뒤이은 실루리아기에 들어오면 육상식물이 확실히 존재하게 되며 원시적인 관속식물(管束植物)도 나타난다. 이어 석탄기에는 관속식물인 석송류 속새류 고사리류(씨를 만드는 것도 있었다)가 광대한 삼림을 이루었으며, 나자식물(처음에 소철류와 은행나무류, 나중에 소나무류)로 나타난다.
그후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에 와서는 종자 고사리 식물이 멸망하고 나자식물이 우세하게 된다. 또 쥬라기에는 피자식물이 나타나고 뒤를 잇는 백악기에는 이들이 도처에 많이 퍼진다. 이 피자식물은 신생대를 통하여 종류가 많아지면서 흥성, 현재 육상을 덮고 있다.
바다나 민물의 여러 가지 말류나 육상의 관속식물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광합성작용을 하여 유기 영양물질을 생산, 몸을 구성하거나 몸에 간직하며, 부산물인 산소를 물 속이나 공기 중에 배출한다. 식물은 직접 간접으로 동물의 먹이가 되고 산소는 동물의 호흡에 쓰인다. 이는 동물의 출현이 식물의 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제 다시 동물의 화석에 눈을 돌리자. 우선 공룡류를 예로 들어 보자. 강이나 호수에서 살고 있던 공룡류의 조상은 물가에 물 마시러 온 동물을 공격했다. 그것들은 근육이 발달하고 헤엄치기에 알맞은 강한 꼬리와 기다란 뒷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육식석인 이것들은 육상에 올라왓을 때 뒷다리만으로 뛸 수 있었을 것이다. 무거운 꼬리는 몸의 앞부분과 평형을 이루어 큰 걸음으로 달리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런 장기를 발휘해 공룡들은 육상에 살고 있던 느린 4발 동물을 잡아 먹을 수 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후 1억년도 훨씬 넘는 동안 다양한 공룡류의 종류가 나타난다.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살고 있던 곳에 따라, 먹이의 종류에 따라, 몸을 보호하는 방식에 따라, 기타의 조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알맞게 진화하면서 갈라져 수많은 종류의 공룡이 생겼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생물이 여러 갈래의 서로 다른 무리로 갈라져 나가는 현상을 적응방산(適應放散)이라 한다.
운석에 의해 멸종하기도
동물 무리들의 흥망성쇠를 연구하다 보면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어느 무리에서나 약 4억4천만년 전인 고생대의 오르도비스기 말, 3억7천만년 전 무렵인 데본기 후엽, 약 2억5천만년 전인 페름기 말, 약 2억1천만년 전인 트라이아스기 말 그리고 약 7천만년 전인 백악기 말에 대량 멸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대량 멸종 뒤에 완전히 멸망한 것도 있고, 짧은 기간 안에 종(種)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 다시 번영한 것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림1)에서 각 무리의 성쇠를 보여주는 막대한 양 옆선이 매끈하지 않고 수직선과 평행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갑자기 대량 멸종한 원인은 무엇인가? 동물의 무리들은 갑자기 종의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며, 이 양상은 당분간 변동없이 지속되는 것인가?
후자의 질문은 사실 오늘날의 진화학설에서 중요한 쟁점(爭點)의 하나로 남아 있다. 종전에는 다윈(Darwin)의 진화의 점진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자의 질문의 경우, 그 원인을 급격한 환경변화에 돌릴 수 있을 것인가? 1978년에 미국의 몇몇 대학교수들이 이탈리아의 구비오라는 곳의 연필 두께만한 암석층에 이리듐(Ir) 원소가 매우 많은 것을 발견하였다. 이층은 6천6백만년 전의 것인데, 바로 공룡이 살고 있던 백안기와 공룡이 없어진 제3기 사이의 경계에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리듐은 지구에서는 드물지만, 운석에는 흔히 들어 있는 원소다. 그렇다면 외계에서 거대한 운석이 지구상에 떨어졌다는 말인가?
만약 직경 10km의 물체가 지구에 낙하된다면, 그 충격은 전세계가 보유한 핵무기 힘의 1만배에 해당할 것이다. 이 정도의 운석이 땅에 떨어지면 먼지가 온 하늘을 덮어 1~3달 동안은 암흑세계가 되고 극심하게 추워질 수 있다.
더구나 바다에 덜어진다면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나타내 매우 뜨거워질 것이다. 어쩌면 뜨거운 질산의 비가 내려 생물을 해칠지도 모른다. 또 전세계에 번질만한 엄청나게 큰 화재도 상상할 수 있다. 어느 경우에나 대량 멸종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운석의 충돌이 아니더라도 생명체의 멸종을 초래할 수 있는 인자는 많다. 외계에서 온 혜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지구 자체에서도 빙하의 생성, 기후의 변화, 해수면의 상·하변동, 화산폭발, 지진, 강한 해일등으로 말이암아 좁고 넓은 범위에 걸쳐 생물이 많이 죽음을 당해 왔다.
인간의 내일은?
그렇다면 오늘날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인간은 유사 이래 육지에서 바다에서 광범위한 남획을 저질러 왔다. 또 세계 도처에서 광대한 삼림지대를 개척. 그곳의 식물은 물론이고 동물도 함께 없애버렸다.
해변가에서의 매립이나 간척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발전시키고 있는 과학과 기술은 마침내 땅과 강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산성비를 내리게 하는가 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증가시켜 온실효과를 증가시켜 온실효과를 재촉하고 있다. 또 인간이 만들어 간직하고 있는 핵무기가 일시에 모두 폭발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어떤 원인으로 말미암아 대량 멸종이 있었던 뒤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생존자로부터 비교적 많은 종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 어떤 한 무리의 전멸이 다른 무리의 번영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포유류를 예를 들어 보자, 중생대에 공룡류가 판을 치고 있던 때, 포유류는 작은 몸집을 가지고 덤불 속을 드나들며 숨어 살았다. 게다가 모습도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공룡류가 전멸한 뒤에는 포유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적응방산을 거듭했다. 불과 1천만년 동안에 고래 박쥐 육식자 초식자 등 여러 모양과 생활형의 후손을 낳고 지구의 '왕자'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인간이 앞으로도 계속 다른 생물들을 대량 멸종 시킨다면, 그 뒤의 생물의 세계는 어떻게 변할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