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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교육기관을 자부하는 서울과학고등학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 개인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과학고등학교


서울과학고등학교가 벌써 2년째 신입생을 받아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과학고는 지난 3월 1백80명의 신입생을 받아들여 혜화동 옛 보성고등학교 자리에 개교한 바 있다. 과학고등학교는 '과학영재의 조기교육'이라는 목적 아래 지난 83년 경기과학고(수원)가 문을 연 이래 전남 경남 대전 대구 서울 청주에 7개 과학고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과학고는 규모면에서 지방에 있는 과학고와 차이가 있다. 한학년당 1백80명의 6학급 운영은 처음있는 일. 지방과학고는 모두 학년당 2학급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서울이 인구가 많다는 것이 주원인이겠지만, 5년 이상 과학고등학교를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본격적인 과학 영재교육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속진과정과 심화과정


약 30명 단위로 수업하며, 학생 모두 도서실에 지정석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 성과는 서울과학고등학교 교과운영에 잘 반영되고 있다. 즉 과학기술대학의 조기진학(2학년 수료후 진학)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 속진과정에 편입시키고, 나머지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을 과목별로 선택해 심화과정을 운영한다. 심화과정의 학습진도는 속진과정과 비슷하나 폭이 넓어 명실상부한 영재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심화과정의 운영은 과목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학생은 전과목이 심화과정에 속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한두 과목만 심화과정을 하고 나머지는 정규과정을 이수한다.

이러한 교과운영은 입학후 3개월 동안 탐색기간을 설정해놓고 이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속진과정의 편입은 본인과 부모의 희망에 크게 좌우된다. 현재 서울과학고의 경우 50여명의 속진과정에 편입돼 있다.

그동안 과학고등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적시각의 주내용은 '과학고가 과기대 입시교육기관화 되었다'는 것.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서 1년반 동안 재빨리 교과과정을 마치고 6개월 동안 과기대 입시공부해서 진학하는 것이 정규화되다시피 했다. 여기서 탈락하고 3학년까지 다니는 학생은 이른바 재수생 취급당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던 것이 사실. 이런 방식의 과학고 운영은 올바른 과학 영재교육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한 것이 서울과학고의 교과운영이다.

서울과학고의 김동욱교장은 "일반 대학에는 영재교육코스가 없고 과기대만이 조기입학을 허용하기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과기대 조기진학이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전학교의 교육일정이 과기대 조기진학에만 맞춰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과학고의 운영성과를 검토한 끝에 새로운 교과과정을 채택한 것이, 바로 속진 과정을 따로 두고 나머지는 심화과정과 정규과정을 과목별로 운영하는 교과운영이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 우월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학력을 정확히 평가해 교육에 잘 따르고 있다는 것.

과학영재교육은 선발부터 간단하지 않다. 과학고의 경우 중학교의 2, 3학년 성적이 3% 이내에 들거나, 국어 수학 과학 영어 성적이 모두 '수'인 학생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들이 모두 과학영재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즉 암기나 주입식교육에 적응력이 뛰어나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었을뿐이지 과학 분야에 뛰어난 능력이 있지 않은 학생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코스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과학영재를 발굴할 수 없을뿐더러 제대로 교육시킬 수도 없다. 외국의 경우 과학영재 교육기관의 졸업생 중 반수 이상이 과학분야가 아닌 타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 과학고는 이런 측면에서 한발 앞선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 과학고도 서울과학고의 교육프로그램을 상호 보완하여 받아들일 예정이다.

교사수 학급당 3.5명


「영재교육에서 획일성은 금물」이라고 말하는 김동욱교장


서울과학고의 선생님들은 매우 고달프다. 1주일 당 수업시간은 12시간으로 일반 학교보다 반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학생들을 위한 교재가 따로 없어서 새로 만들다시피 해야기 때문이다. 안태근(생물·43세)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수업 준비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업중에 교사들 스스로 개념이 정립 안된 것이 있어 당황하는 경우도 있으나 토론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새롭게 개념을 정립하는 때도 있을 만큼 교육내용에 깊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교사수가 한 학급당 2명 정도이나 과학고는 3.5명 수준, 시설 또한 아직 정식 교사(校舍)가 지어지지 않았으나 일반 학교보다 월등히 낫다. 단적인 예로 도서관에 모든 학생의 지정석이 있을 정도.

서울과학고는 다른 과학고처럼 기숙사 생활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사가 완공되는 91년에는 스스로 기숙사 생활을 원하는 학생에게만 개방할 생각이다. 이는 학생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서울과학고생들은 오후 4시에 정식 수업이 끝나면 6시까지 농구 배구 탁구 음악감상 등 자신이 하고 싶은 특별활동을 한다. 그리고나서 저녁 식사후 10시반까지 도서관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 물론 4시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도 되고, 스스로 판단해 학력이 처지는 과목이 있으면 특강을 들어도 된다. 특별활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도서관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다. 현재 90% 이상이 학교에 남아 공부하고 있다.

식당은 학부모들이 순번제로 당번을 하여 전학생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며 과기대 진학을 위한 속진반의 경우는 숙식을 제공하는 생활관에서 생활한다.

교무주임 이광만(물리·47세)교사는 "학생들의 학력은 매우 높고 학구적인 열의 또한 대단하다. 문제는 이들의 잠재적 능력을 어떻게 개발해주느냐는 것이다. 학력이 높다해서 모두 과학영재는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 이외의 생활지도(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교사들도 지속적으로 열의를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두번째 신입생을 뽑는 서울과학고는 학력높은 수재들을 모아놓은 일류고등학교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학 영재 교육기관이 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본모습 찾기에 여념이 없다.

198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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