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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정부지원 얻어내자는 속셈인듯

과학에서의 뉴 마르키스트

지난 1939년 마르크스주의 과학자인 영국인 'J.D.버널'은 '과학의 사회적 기능'이란 책을 써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버널'은 이책에서 대학과 연구소에서 제각기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기업에서 멋대로 응용하는 서방사회의 관습은 사회복지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 최고 과학기술 행정기구를 설립해 과학정책과 집행등을 계획성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서방사회의 현실에 의구심 나아가 환멸까지 느낀 사람들에게 '버널'의 주장은 호소력이 있었다. 더구나 당시 소련에서의 급속한 과학진보와 경제성장속도에 매혹된 사람들은 '버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된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같은 관료주의 사회에서나 영국이나 미국같이 자유주의 원칙에 충실한 나라에서 모두 '버널'과 그밖의 마르크스주의자의 주장은 결코 채택되지 않았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올해, 영국의 일부 기업인과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 위원회에서 중앙집권적인 과학정책기구의 설립과 이기구에 의한 과학정책의 주도를 주장한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해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고 과학정책기구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정책수립 집행조정을 모두 책임지며 물자와 인원등 자원의 할당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여년간 연구기능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를 한「퍼루츠」교수


이런 주장은 획일적인 과학정책수립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까지 부분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이들은 적어도 환경·보건에 관한한 최고 정책기구가 있어야 한 나라안에서의 환경보호 문제라도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과학발전의 관점에서 이 보고서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부정적 의견은 일시적으로 획일적, 관료적인 집행기구가 효과적으로 보일지라도 결코 자유주의적 연구풍토보다는 좋은 결과를 빚을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켐브리지대학의 과학사가이면서 분자 생물학자인 '막스 퍼루츠'교수는 "버널의 책이 나왔을 무렵에도 자유방임주의의 영국에서 최초로 원자핵을 분리했고 동위원소를 발견했으며 중성자와 반물질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말하면서 결코 집권적인 제도는 산만하게 보이는 자유주의제도보다 우월할 수 없다고 주장.

그는 근년의 예로서 유전자가 DNA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미국 '록펠러'재단에서 발견되었듯이 수많은 연구소와 대학이 자기 나름대로 연구하고 정부는 충고적의견을 제시하거나 보조금을 주고 또는 연구가 지나치게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일부의 과학자와 기업인들이 사회주의국가에서와 같은 과학정책기구의 설립을 주장하는데에는 그들이 기대하는 효과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영국이나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보다 실제로는 일본의 과학·기술적 진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졌듯이 일본은 사회주의국가에서 하는듯이 피라밋정책기구를 운영하지는 않고 있으나 정부의 통산성을 주축으로 과학·기술에 정부가 적극개입, 민간의 협조를 구하면서 대단히 능률적으로 과학기술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전자와 컴퓨터산업의 발전, 최근의 인공지능 개발노력 등이 모두 통산성의 주도아래 수행된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 과학 옵서버들은 영국과 미국에서 일부 과학자, 기업인들이 거대한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런 조직자체보다 이런 보고서를 계기로 정부의 지원을 많이 얻어내자는 뜻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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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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